숲과의 對話/목본(아)

양버즘나무

초암 정만순 2017. 8. 14. 09:33




양버즘나무


대표적인 가로수… 도시의 에어컨 역할해줘요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 덧 파아란/하늘에 젖어 있다"

플라타너스를 보고 진지한 삶의 태도를 노래한 김현승의 시 '플라타너스'예요. 가로수로 우리에게 친숙한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양버즘나무'랍니다.
암갈색의 나무껍질이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나가 마치 '버짐'이 핀 모양이라 옛말인 '버즘'을 썼고, 북아메리카 동부에서 건너온 식물이라 접두어 '양(洋)'을 덧붙여 양버즘나무라고 이름 지었죠.

양버즘나무
/최새미 제공
양버즘나무는 도로변 가로수로 조성돼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나무예요.
키가 아주 크게 50m까지 자라는 데다, 2m 이상 크면 첫 번째 가지가 자라나 사람들에게 안전한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거든요. 잎은 10~22㎝로 손바닥보다 크죠.
또 공해에 강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해 환경을 정화해 준답니다.
봄철에 꽃가루를 날리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아 100여 년 전부터 가로수로 쓰였어요.

양버즘나무는 대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에어컨 역할도 하고 있어요.
열섬현상은 높은 건물, 아스팔트 도로와 자동차가 많은 대도시의 중심 부분이 주변 도시와 비교해 기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죠.
양버즘나무가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원리는 바로 '증산작용' 때문이에요.
가로수는 뜨거운 도로 아래 깊은 땅속에서 수분을 끌어올려 잎의 기공을 통해 수증기 형태로 방출해요.
그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로 변하며 주변의 열을 빼앗고 기온을 낮춰줘요.

양버즘나무는 가로수 중에서도 특히 도시 기온을 크게 낮춰주는 식물로 손꼽혀요.
한 그루가 하루 360g의 수분을 방출하고, 이로써 대기 중의 열에너지를 22만kcal나 흡수해 대기의 온도를 낮춰주거든요.
이는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동안 가동하는 효과라고 해요.
잎이 작은 은행나무보다 두 배가량 성능이 좋답니다.
실제 서울과 울산, 대구 도심 등에서 녹지가 아닌 곳과 양버즘나무 가로수가 조성된 곳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도 발표됐어요.
8월 말 가로수를 심지 않은 시청 앞 광장의 온도가 40.1도에 이르렀지만 양버즘나무가 두 줄로 식재된 곳은 30.1도에 불과했어요. 다른 도심에서도 10도 안팎으로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늠름한 모습의 가로수로만 만났던 양버즘나무는 도시의 풍경을 아름답게 가꾸어 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무더위도 시원하게 식혀주며 우리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어요.
김현승 시인이 시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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