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
다른 표기 언어 Japanese Alder , 五里木 , ハンノキ榛木
분류 | 자작나무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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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Alnus japonica |
겨울 숲에서 오리나무는 금방 눈에 띈다.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 끝에 작은 아기 솔방울을 닮은 열매가 수없이 매달려 있는 키다리 나무를 찾으면 된다.
이 열매는 겨울을 지나 다음해에 잎이 나고도 한참을 그대로 매달려 있다.
속에 들어 있던 씨앗은 작은 날개를 달고 작년 가을에 멀리 떠나버렸기 때문에 사실은 걱정 많은 어미가 빈집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오리나무는 습기가 많은 땅을 좋아하여 하천이나 늪의 가장자리, 또는 계곡의 낮은 곳에 흔히 터를 잡는다.
청동기시대나 삼국 초기의 유적지에서 나온 나무를 분석해보면 오리나무가 꼭 들어 있다.
대체로 오리나무가 자라는 곳은 농경지와 가깝다. 쓰임이 많은 나무이면서, 사람들 곁에 살다 보니 하늘이 준 수명(樹命)을 다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주변에 오리나무는 흔치 않다.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에는 키 20미터, 줄기둘레 334센티미터, 나이가 200년이나 된 보호수 고목이 마을 앞 논 한가운데에서 자라고 있다. 농사 쉼터로 심은 나무가 살아남은 것인데, 홀로 서 있어서 한층 더 돋보인다. 또 서울 양재동 대모산 기슭에 자리 잡은 헌릉에는 넓은 오리나무 숲이 잘 보존되어 있다. 《승정원일기》에는 고종 29년(1892)에 구리시에 있는 수릉에 오리목 59주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외에 선릉 등 조선 왕릉에서 오리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리나무는 몇 가지 한자 이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리목(五里木)이라 하여 옛사람들의 거리 표시 나무로 알려져 있다. 5리마다 자라고 있어서 길손의 이정표 나무로서 오리나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꼭 일부러 심어서가 아니라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로 길가를 따라가다 보면 5리도 못 가서 만날 수 있는 나무다. 비슷한 이름으로 10리마다 만난다는 시무나무가 있다.
오리나무의 몸체는 비중이 0.5 정도로 단단함은 소나무와 비슷하지만 재질이 균일하고 자람이 빠르다. 깎고 다듬고 톱질하기에 적합하고 틀어지거나 갈라짐이 적다. 구하기까지 쉬우니 우리 주변의 생활용품에 빠지지 않는다. 전통혼례식 때 존안례(奠雁禮)를 위하여 신랑이 가지고 가는 나무 기러기는 오리나무로 만든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달리며, 봄이 채 오기 전부터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이 있으니, 신랑 신부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어서다. 하회탈을 제작하는 데도 쓰이며, 1999년 4월 안동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도 오리나무로 만든 탈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나막신, 칠기의 목심(木心) 등은 오리나무가 가장 알맞은 재료다.
오리나무는 나무 자체의 쓰임뿐만 아니라 염료식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껍질이나 열매를 삶은 물에 매염제로 석회수의 양을 조절하면 적갈색에서부터 흑갈색까지 다양한 색깔을 얻을 수 있다. 오리나무의 또 다른 한자 이름인 적양(赤楊)은 붉은 물감을 얻을 수 있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오리나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며, 잘게 세로로 갈라진다. 잎은 양면에 광택이 있는 달걀모양으로 잎 끝이 뾰족하다. 꽃은 이른 봄 긴 꼬리모양의 수꽃이 아래로 늘어져 피고, 바로 밑에는 붉은 꽃이 자그마하게 핀다.
오리나무 이외에 물오리나무와 일본에서 들여온 사방오리나무가 있다. 그러나 진짜 오리나무는 자꾸 잘라 써버렸으므로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오리나무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오리나무를 쉽게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진짜 오리나무가 아니라 둥근 잎을 가진 물오리나무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오리나무는 잎이 훨씬 크고 거의 둥글며, 사방오리나무는 잎맥의 간격이 촘촘하고 수가 더 많다. 오리나무 종류는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어서 공중질소를 고정하므로 웬만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