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사)

산벚나무

초암 정만순 2017. 8. 8. 16:02



산벚나무


다른 표기 언어 Sargent Cherry , 山櫻 , ヤマザクラ山櫻



요약 테이블
분류장미과
학명Prunus sargentii

        

산에서 자라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으랴마는, 산벚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벚나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걸쳐 우리나라 온 산은 산벚나무의 꽃 잔치로 봄을 더욱 따뜻하고 화사하게 만든다.

이때쯤 보이는 숲속의 벚꽃은 대부분 산벚나무 꽃이다.

산벚나무는 장미과 소속이다.

세계적으로는 115속, 3,200종, 우리나라만 해도 35속, 207종이나 되는 식물들을 품고 있는 큰 집안이다.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앵두, 산딸기 등의 과일나무를 비롯하여 벚나무, 매화, 장미, 조팝나무 등의 꽃나무까지 우리와 친숙한 나무들의 상당수가 장미과다.

산벚나무를 포함한 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꽃벚나무 등의 벚나무 종류들은 큰 나무이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산벚나무는 잎과 꽃이 거의 같이 핀다. 반면 다른 벚나무 종류는 잎이 돋아나오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는 차이점이 있다.

또 올벚나무는 꽃이 다른 벚나무보다 조금 더 일찍 피며, 꽃받침 아래의 씨방이 항아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외의 벚나무 종류들은 생김새가 너무 비슷하여 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좀처럼 종류를 구분해내기도 어렵다.



팔만대장경판을 만든 나무가 지금까지는 자작나무로 알려져 왔으나, 내가 현미경으로 재질을 분석해본 결과 약 64퍼센트가 산벚나무였다.각주1) 

 그 외에 돌배나무 14퍼센트, 거제수나무 9퍼센트, 층층나무 6퍼센트, 고로쇠나무 3퍼센트, 후박나무 2퍼센트, 사시나무 1퍼센트 순이었다.

경판의 대부분을 산벚나무로 새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재질이 균일하고 비중이 0.6 전후로서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자 새김에 최적격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생활용구, 조각재, 칠기의 골심재 등으로 두루 쓰였다.

둘째는 아무리 경판 새김에 좋은 나무라고 해도 깊고 높은 산 깊숙이 꼭꼭 숨어 있으면 그야말로 꿰지 않은 구슬인데, 산벚나무는 흔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나무껍질의 독특함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무와는 달리 산벚나무는 숨구멍이 가로로 배열되어 있어서 멀리서도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하여 찾아낼 수 있다.

팔만대장경을 새길 당시에는 나라의 땅덩어리가 온통 몽고군에게 유린당하고 있던 때였다.

대놓고 나무를 베어 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산벚나무는 몰래몰래 한 나무씩 베어 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산벚나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키 20미터, 굵은 것은 지름이 두 아름에 이르기도 하는 큰 나무다.

잎은 달걀모양으로 어긋나기로 달리며, 가장자리의 톱니는 날카롭다.

꽃은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2~3개가 모여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의 많은 꽃이 잎과 거의 동시에 핀다.

열매는 둥글고 가운데에 굵은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는 핵과(核果)이며, 5~6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다른 이름은 버찌다.


옛 문헌에서 산벚나무를 비롯한 벚나무 종류를 찾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벚나무 종류는 껍질의 쓰임이 자작나무와 같았기 때문에 두 나무는 다같이 ‘화(樺)’라고 했다.

《해동농서》에 보면 버찌를 ‘화실(樺實)’이라 했다.

그러나 산벚나무로 짐작되는 나무들은 산앵(山櫻), 혹은 앵(櫻)으로 표기했다.

《다산시문집》에 수록된 〈농가의 여름〉이란 시를 보면, “잘 익은 산벚나무 버찌는 검붉은 빛깔이고/곱디고운 들 딸기는 빨갛게 익었네/집 안에는 새들만 남아 있고/숲속에는 아이들만 놀고 있구나······”라고 했다.

또 《삼국유사》 〈기이〉 ‘경덕왕 조’를 보면, “경덕왕 24년(765)에 중 한 사람이 깨끗한 승복을 차려입고 앵통(櫻筒)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는데, 왕은 이를 보고 기뻐하며 누각 위로 안내하고는 그가 가지고 온 통 속을 보니 차 끓이는 도구가 들어 있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앵통은 앵두나무로 만든 통이 아니라 벚나무로 만든 통이다.

전후 문맥으로 보아 적어도 지름이 20~30센티미터가 넘는 큰 통인데, 아무리 크게 자라도 지름이 1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앵두나무로 이런 통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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