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사)

사위질빵

초암 정만순 2017. 6. 6. 04:43



사위질빵


다른 표기 언어 Aoiifolia Virgin`s Bower , 女萎 , ボタンヅル牡丹蔓




분류 미나리아재비과
학명Clematis apiifolia


한여름의 태양이 더욱 이글거리는 8월 초중순쯤 야산 자락의 둔덕이나 들판의 높다란 두렁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꽃 덩굴이 하나 있다.

뭔가 사연을 간직한 듯한 이 식물이 바로 사위질빵이다. 이 나무는 다른 물체를 감거나 허락도 없이 빨판으로 붙잡고 일방적인 ‘내 사랑’을 호소하는 스토커가 아니라, 자기보다 높다고 생각되는 아무것에나 넉살 좋게 그냥 올려다 걸친다.

사위질빵은 초록의 잎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꽃대가 쑥 올라오면서 동전 크기만 한 상앗빛 꽃들이 무리 지어 핀다.

하나하나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독특한 모양을 갖는다.

꽃받침이 변한 네 장의 꽃잎 위에 같은 색의 가느다란 수술이 뻗어 있다.

이런 꽃수백 수천 송이가 모여서 이루는 사위질빵 꽃무리는 자칫 단순해지기 쉬운 여름의 초록바다를 풍요롭게 하는 악센트다.



흔히 주변에서 만나는 사위질빵은 굵은 덩굴이 잘 보이지 않아 1년짜리 풀 덩굴이려니 하고 생각하기 쉬우나 회갈색의 굵은 덩굴이 만들어지는 나무덩굴임에 틀림없다. 북한 사람들은 느낌대로 그냥 ‘질빵풀’이라고 했다.

나무 이름인 사위질빵에는 숨겨진 깊은 뜻이 있다고 한다.

질빵은 짐을 질 때 사용하는 멜빵을 말하므로 사위의 멜빵이 된다. 한편 비슷하게 생긴 덩굴로 할미밀망이 있는데, 할미질빵, 혹은 할미밀빵이라고도 부른다. 이를 두고 임경빈 교수는 재미있는 풀이를 하고 있다. 사위질빵은 덩굴이 가늘고 약하여 큰 짐을 옮기는 멜빵으로 부적합하고, 할미밀망은 덩굴이 굵고 튼튼하여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 제격이다. 귀한 사위가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지게의 멜빵끈을 끊어지기 쉬운 사위질빵으로 만들어 조금씩 짐을 나를 수 있게 한 반면에 항상 들볶아대는 ‘얄미운 사람’인 시어머니에게는 튼튼한 할미질빵으로 멜빵끈을 만들어 골탕을 먹였다는 해석이다.

사위질빵은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낙엽 덩굴 나무로 잎자루마다 잎이 세 개씩 달리는 3출엽이며 마주나기로 달린다.

갸름한 작은 잎은 끝이 뾰족하고 깊이 팬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가을까지 꽃이 피며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들어 있다.

열매가 익어 가면 작은 씨앗 끝에 흰 깃털이 호호백발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짧게 밑으로 처진다.

여기에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서 ‘아들딸 낳고 잘 살라’는 선조들의 음덕이 배어 있다.

줄기는 한방에서 ‘여위(女萎)’라 하여 열이 날 때나 부종, 설사 등에 사용했다.


사위질빵은 집안이 벌족이라서 사촌들만 해도 수십 종이다.

할미밀망, 사위질빵 등 잎에 커다란 톱니를 가진 부류와 위령선, 으아리 등의 톱니가 없는 부류가 있고, 종덩굴 종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중국 원산의 위령선은 예부터 약재로 유명한데, 고려 문종 33년(1079)에 송나라 사신인 왕순봉 편에 보내온 100가지 한약에 위령선이 들어 있었으며, 세종 5년(1423)에는 중국 약재와 비교하여 새로 진짜 씨를 얻은 14종의 약재 중에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 외에 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주먹만 한 하얀 꽃을 달고 있는 큰꽃으아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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