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사)

신나무

초암 정만순 2017. 8. 8. 15:50



신나무


다른 표기 언어 Amur Maple , 色木 , カラコギカエデ鹿子木楓



요약 테이블
분류

단풍나무과         

학명Acer ginnala

        

단풍나무에는 종류가 많다.

대부분은 손바닥을 쫙 펼친 것처럼 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개구리 발처럼 생긴 고로쇠나무, 잎자루 하나에 세 개의 작은 잎이 달리는 복자기와 복장나무, 셋으로 잎이 갈라지는 신나무와 중국단풍 등 생김새가 종류마다 제 각각이다. 다만 마주보는 잠자리 날개 같은 열매는 모두가 공통이니 서로가 가까운 친척임을 확인시켜준다.

신나무는 셋으로 갈라진 잎의 가운데 갈래가 가장 길게 늘어져 있다.

마치 긴 혀를 빼문 것 같은 모양이다. 잎의 특징이 다른 나무와는 전혀 달라 쉽게 잎 모양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

대부분의 단풍나무 종류가 깊은 산을 터전으로 잡은데 비하여, 신나무는 사람들 곁에서 자란다.

왕래가 많은 길가, 야트막한 야산자락이나 들판의 수로 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지는 않으며, 큰 나무라고 해봐야 키가 10미터를 넘지 못한다.

잎이 달린 다음 늦봄에는 향기를 풍기는 연노란색 작은 꽃이 아기 우산모양으로 핀다.

그러나 여름날의 초록에 나무가 묻혀버리면 그의 존재를 우리는 거의 잊고 산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서 비로소 거기에 신나무가 있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독특한 잎 모양에 새빨간 물이 선명하게 들어 시들시들해진 주위의 나무나 풀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단풍의 붉음이 진하여 아름다움으로 친다면 진짜 단풍나무보다 오히려 한 수 위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신나무에 붙인 이름은 ‘때깔 나는 나무’란 뜻의 ‘색목(色木)’이다.

옛 한글 발음으로 ‘싣나모’라고 하다가 오늘날 신나무가 되었다.

색목으로 불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잎을 삶아서 우린 물을 회흑색의 물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쓰임은 스님들의 옷인 장삼을 비롯한 법복을 물들이는 데 빠지지 않았다.

검소하고 질박함으로 수행자임을 나타내는 스님들의 옷에 딱 맞는 검푸른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은 신나무만의 특허품이다.

신나무는 잎만 이용된 것이 아니라

린 나뭇가지는 눈병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의림촬요(醫林撮要)》각주1) 〈안목문(眼目門)〉에 보면 “눈이 아플 때 신나무 가지(楓枝)를 달인 물을 따뜻이 하여 씻거나, 여기에다 뽕나무 가지 달인 물을 섞고 소금을 약간 풀어서 씻는다”라고 했다.

동양 삼국에서 부르는 신나무 이름이 재미있다.

우리는 색목이지만 중국 이름은 ‘다조축(茶槭)’이다.

새싹을 차로 이용한 데서 나온 이름인 듯하다.

일본 이름은 ‘녹자목풍(鹿子木楓)’으로 나무껍질에 새끼 사슴처럼 얼룩이 있는 단풍나무란 뜻이다.

우리는 잎, 중국인들은 새싹, 일본인들은 줄기를 보고 이름을 붙인 셈이니 같은 나무를 두고도 보는 눈이 나라마다 이렇게 다르다.

열매는 9월에 익고, 날개는 15도 정도로 벌어지며, 두 날개가 거의 평행으로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중국단풍은 잎의 가운데 갈래가 신나무보다 훨씬 짧고, 신나무에 있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없다.

옛 문헌에 나오는 ‘풍(楓)’이란 글자의 해석에 몇 가지 혼란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단풍나무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나무를 말한다.

또 중국에서의 풍(楓)은 단풍나무뿐만 아니라 남부지방에서 가로수로 가끔 심는 풍나무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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