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가)

개암나무

초암 정만순 2017. 8. 1. 21:35



개암나무


다른 표기 언어 Siberian Hazel , , ハシバミ榛


요약 테이블
분류 자작나무과
학명


Corylus heterophylla var. heterophylla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는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1980년 경남 진양군 금곡면 검암리 운문마을에서 채록한 이야기각주1) 를 소개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한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잘 익은 개암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따 모으느라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다.

당황한 소년은 허겁지겁 산을 내려오다 전에 보지 못한 허름한 기와집 하나를 발견했다.

소년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마루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는 잠을 청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도깨비들이 몰려와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밥 나와라” 하면 밥, “떡 나와라!” 하면 떡이 수북이 쌓였다.

그 모습에 배가 고팠던 소년이 개암을 깨물자 “딱!”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혼비백산한 도깨비들은 음식과 방망이를 그대로 놔둔 채 모두 달아나 버렸다.

소년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내려와 마을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소문이 퍼지자 이웃의 한 욕심쟁이 영감이 소년과 꼭 같이 개암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도깨비들이 몰려드는 기와집에 미리 숨어들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들은 그대로 도깨비들이 몰려와 웅성거렸다.

이때라고 생각한 영감은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개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마침 “딱!” 하고 소리도 엄청 컸다.

그러나 방망이를 얻기는커녕 도깨비들은 영감을 붙잡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방망이 도둑으로 몰아 흠신 두들겨 팼다.

전래동화의 내용처럼 개암은 누구나 따먹을 수 있는 우리 산야의 야생 견과(堅果)였다.

딱딱한 씨껍질로 둘러싸인 열매 안에는 전분덩어리 알갱이가 들어 있다.

비록 도토리나 밤은 참나무과이고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로 거리가 있지만, 씨앗의 모양새나 쓰임은 비슷하다.

개암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과실이지만, 역사책은 물론 옛 선비들의 문집이나 시가에 널리 등장한다.

고려 때는 제사를 지낼 때 앞줄에 놓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제사과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전후로 개암은 제사상에서 퇴출된다.

아마 개암보다 더 맛있는 과일이 많이 들어온 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개암의 한자 이름은 산반율이나 진율처럼 흔히 밤(栗)이 들어간다.

달콤하고 고소하므로 간식거리로 그만이며 흉년에는 밤, 도토리와 함께 대용식으로 이용되었다.

개암이란 이름도 밤보다 조금 못하다는 뜻으로 ‘개밤’이라고 불리다가 ‘개암’이 되었다고 한다.



개암나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작은 나무로 높이 자라도 키가 3~4미터밖에 안 된다.

잎은 거의 둥글고 손바닥만 하며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암수 한 나무이고 작은 잎처럼 생긴 받침잎(총포)각주2) 으로 과실의 밑부분을 둘러싼다.

개암은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여 맛이 고소하며, 지방이 많아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개암나무는 앞에서 설명한 진짜 개암나무보다 참개암나무가 더 많다.

참개암나무는 개암나무와 잎 크기는 비슷하나 잎 끝이 뾰족해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열매 모양도 전혀 다르다.

총포가 동그란 과실을 완전히 둘러싸면서 길쭉하게 되어 있으며, 총포 끝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마치 착 달라붙은 스키니진을 입은 미녀의 볼기짝에서 흘러내린 각선미를 연상케 한다.

개암은 서양에서도 예부터 널리 쓰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용유 원료에서부터 마법의 지팡이 만드는 데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아 친근한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개암 향을 넣은 헤이즐넛 커피로 우리 곁에 있고, 제과점에서는 고소한 맛을 더 높이기 위하여 개암을 사용한다.




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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