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가)

국수나무

초암 정만순 2017. 8. 1. 21:27



국수나무


다른 표기 언어 Lace Shrub , 小珍珠花 , コゴメウツギ小米空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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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미과      

학명


Stephanandra incisa

         



숲속의 큰 나무 밑에 활처럼 휘어진 가느다란 줄기를 길게 늘어뜨리고 자라는 나무가 있다.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잘 띄는 나무가 바로 국수나무다.

국수나무는 가지가 처음 자랄 때는 적갈색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하얗게 변한다.

가느다란 줄기 뻗음이 얼핏 보아 국수 면발이 연상된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잘라서 세로로 찢어 보면 목질은 얼마 없고 대부분이 좀 푸석거리는 황갈색의 굵은 고갱이가 들어 있다.

우리 식물 이름 중에 국수가 붙은 나무가 여럿 있다.

족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나도국수나무, 산국수나무, 섬국수나무, 중산국수나무를 비롯하여 금강산에서 발견되어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금강국수나무까지 있다.

나무 이름에 국수를 붙일 정도로 먹을거리 부족에 시달려온 옛사람들의 절박했던 삶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6000~5000년경부터 이미 아시아 지방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일찌감치 들어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록으로는 《고려도경》이 처음이다.

 “고려의 음식은 십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국수를 으뜸으로 삼았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국수는 귀하여 큰 잔치가 있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국수가 생일, 혼례 등 경사스러운 날의 특별 음식이 된 것은 긴 면발이 서로의 인연과 긴 수명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흔히 국수 먹는 날을 결혼식 날로 일컫는다.

국수는 잔칫날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는 별미였고 가난한 백성들은 잘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이었지만, 국수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국수나무는 봄이 짙어 갈 즈음 재빨리 잎부터 피워낸다.

자람 터가 숲속의 큰 나무 밑이라 어물거리다가는 그늘이 져 햇빛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큰 나무들의 잎으로 그늘이 생기기 전에 재빨리 광합성을 하여 한 해 농사를 서둘러 짓겠다는 계산이다.

자람의 과정을 보면 4월에 얼른 잎을 펼치고 5월에 꽃을 피우고 바로 열매를 맺는다.

그 이후로는 바람에 큰 나무들이 흔들릴 때마다 잠깐씩 들어오는 햇빛으로 조금씩 도움을 받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무마다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지혜가 사람 뺨치게 영리하고 정교하다.

국수나무는 땅에서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 포기를 이루어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몇 군데 깊이 패어 있다.

가지 끝에 원뿔모양의 꽃차례를 만들고 황백색의 작은 꽃이 핀다.

열매는 타원형의 골돌(蓇葖)각주1) 이다.


  


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

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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