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곤충류

곤충들의 발연기

초암 정만순 2017. 7. 18. 21:09


곤충들의 발연기



자연 생태계에는 살아남기 위해 교묘한 위장술로 천적을 속이는 생물이 많다. 몸

에 독(毒)이 없는데도 생김새가 독개구리와 똑같은 개구리도 있고, 새가 싫어하는 독나비와 날개 모양이 흡사한 나비도 있다.

대부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개중에는 한눈에도 어설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엉성한 '발연기'를 하는 생물들은 모방의 선수들이 판치는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다윈 이론의 미제(謎題) 풀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대로라면 어느 분야든 최고만이 살아남는다. 어설픈 흉내쟁이는 있을 수가 없다.

과학자들은 다윈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이 퍼즐을 풀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내세웠다.

어설픈 모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천적이 싫어하는 두 가지 모습을 하나로 합친 것이라는 설명도 있고, 사람 눈에는 어설퍼 보이지만 천적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캐나다 찰리턴대 톰 세라트(Sherratt) 교수팀은 천적이 싫어하는 생물을 모방하는 대표적인 예인 '꽃등에'를 분석해 답을 구했다. 꽃등에는 분류상 파리목(目)에 속하는 곤충이지만, 벌목의 꿀벌처럼 꽃가루와 꿀을 먹고 산다. 생김새도 꿀벌이나 말벌과 흡사하다. 이래야 새가 침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18종의 꽃등에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벌과 얼마나 닮았는지 1에서 9점까지 매기게 했다. 동시에 연구진이 몸통이나 다리의 길이, 무늬와 색 등을 하나하나 따져서 실질적인 모방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사람이 매긴 것이나 실질적인 모방도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새나 사람이나 비슷하게 볼 만한 조건이란 말이다. 또한 꽃등에가 두 종류 이상의 벌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대신 꽃등에의 몸 크기에 주목했다. 이번 조사에서 몸집이 클수록 모방이 완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네이처' 22일 자 논문에서 이를 새의 입장에서 해석했다. 즉, 새는 몸집이 큰 꽃등에를 보면 먹이로서 가치가 커서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한다는 것. 진짜 벌로 밝혀져 쏘일 위험이 있어도 감수한다. 이에 비해 먹이로서 볼품없는 작은 꽃등에는 벌과 비슷해 보이면 새가 그냥 피한다. 위험 부담을 지는 것보다 그 방식이 이득이란 것이다.

천적 둘을 동시에 피하는 엉성한 모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데이비드 페니그(Pfennig) 교수와 데이비드 키쿠치(Kikuchi) 교수는 같은 날 네이처에 발표한 해설기사에서 "지금까지 어떤 연구진도 하나의 생물 집단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론을 검증하지 않았다"면서도 "꽃등에와 그들이 모방한 벌 사이의 경쟁으로 엉성한 모방이 살아남았을 가능성 등 또 다른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른 엉성한 모방도 있다. 지난해 체코 연구진은 '미국 자연사학자(The American Naturalist)' 7월호에 개미를 모방하는 유럽 거미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거미의 천적인 다른 거미는 개미를 싫어한다. 개미가 가시가 많아 먹기가 성가시고, 한 마리를 죽이면 떼로 덤비기 때문이다. 거미는 다리가 8개이고, 개미는 6개다. 유럽 거미는 맨 앞다리 두 개를 뻗어 개미의 더듬이를 흉내 냈다. 하지만 모방은 엉성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개미와 거미를 바로 구별했다. 거미는 개미보다 몸집이 짧고 뛰듯이 움직이며, 정지 시 뒷다리를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래도 개미를 싫어하는 거미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개미를 모방한 거미는 천적 거미에 당하는 비율이 다른 거미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문제는 특이하게 개미를 잡아먹는 또 다른 거미다. 이 경우에도 개미 모습으로 완벽하게 위장한 거미들이 모방이 엉성한 개미보다 5배나 많이 잡혀먹혔다. 연구진은 "엉성한 모방은 입맛이 다른 두 천적 거미를 동시에 피하기 위한 타협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꽃등에는 몸집이 클수록 벌과 흡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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