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뇌의 긴밀한 관계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겪으며 산다. 면접시험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 환자에게 복식호흡을 치료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심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호흡과 뇌기능, 특히 정서 상태는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뇌 속에 호흡을 조절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잭 펠드먼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는 뇌간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3000여개의 신경세포를 발견해 ‘뵈트징어 복합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호흡중추를 발견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전히 한숨, 하품, 킁킁거림, 웃음, 울음 등 다양한 호흡패턴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밝히진 못했다. 또 호흡중추의 신경세포체인 ‘뉴런’들이 뇌의 다른 부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규명하지 못해 호흡과 신체, 정신과의 연관성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지난해 초 펠드먼 교수는 마크 크라스노 미국 스탠퍼드의대 교수와 호흡중추 내에서 ‘한숨’을 유발하는 뉴런들을 찾아냈다. 최근 크라스노 교수팀은 호흡중추의 뉴런을 유전학적 방법으로 조사해 각성 유도 효과가 있는 뉴런을 밝혀냈다. 이 뉴런들은 호흡중추 내 다른 뉴런들의 신호를 모니터링하면서 빠른 호흡이 감지되면 각성 센터인 ‘청반’이라는 뇌 부위로 신호를 보내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든다. 이어서 청반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입이 바짝 마르며, 호흡이 빨라짐과 동시에 심리적 불안감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 모두 높은 긴장 상태가 된다.
이 뉴런들의 기능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 해당 뉴런을 제거한 생쥐 모델을 만들어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자 생쥐는 ‘쿨하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천천히 함으로써 이 뉴런들의 활성화를 차단하면 청반의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고 긴장과 스트레스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쥐의 두뇌 속 깊은 곳에 모여 있는 신경세포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호흡과 정서 상태의 관계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제이 고트프리드 노스웨스턴대 교수팀은 피험자를 모집해 호흡센서를 부착한 상태로 컴퓨터 화면에 0.1초 동안 나타나는 얼굴 사진의 정서 상태를 판단하거나 기억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공포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들이마심으로써 반응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긴장을 늦추고 싶을 때는 날숨을 천천히 내뱉음으로써 공포를 담당하는 부위의 활성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숨을 쉬는 것은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인 지혜로 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숨의 속도와 숨 쉬는 방법을 조절해 긴장을 줄이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심장이 일정한 리듬으로 뛰고 있듯 호흡도 일정한 리듬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심장의 리듬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호흡은 상당 부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부쩍 평정심을 찾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명상(瞑想, meditation)은 스트레스를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명상법이 있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처음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어렵지만 규칙적으로 수련하면 힘들이지 않고도 마을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되는 명상법을 선택하여 20분 명상을 목표로 실시한다.
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기 힘들면 처음에는 5-10분 정도로 시작했다가 점차 늘려 20분을 채운다.
명상을 시작할 때 집중적인 호흡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집중력을 기르는 데 간단하고 효과적인 ‘호흡 훈련’은
1)등을 곧게 펴고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2)복부(腹部)에 정신을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3)긴장을 풀고 깊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몇 차례 한다,
4)전체 과정에 정신을 집중하고 자각하면서 자신의 자연적인 리듬에 호흡의 흐름을 맡긴다,
5)들숨과 날숨의 변화하는 리듬에 집중한다, 6)호흡의 수를 센다 등으로 실시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있을 때는 배로 호흡을 하는 복식호흡(腹式呼吸)이 중요하다.
복식호흡은 보다 많은 공기를 폐로 전달해줌으로써 근육을 이완시키고 각 기관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준다.
깊은 복식호흡을 몇 차례 실시하면 스트레스, 긴장, 불안 등에 위안 효과가 나타난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퇴치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또한 운동은 갖가지 스트레스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며, 통제력과 성취감을 통해 자신감을 배양한다.
오키나와 노인들은 매일 20분 걷기를 위시하여 태극권 수련, 정원 손질 등을 하면서 몸을 적당히 움직인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건강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스트레스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며, 스트레스를 피해서 살 수 없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에 스트레스에 긍정적으로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트레스 어벤저(avenger)’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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