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임산부

'좀비 벌레'의 실상

초암 정만순 2017. 6. 17. 12:31



'좀비 벌레'의 실상



벌레 농락하는 곰팡이

포자 감염시켜 죽인 뒤 날개 펼쳐지게 만들어 짝짓기하러 다가온 다른 벌레에게 포자 옮겨

다른 벌레 알 품는 무당벌레 죽은 뒤에도 고치 지켜


생의 마지막을 꽃밭에서 맞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미(北美) 대륙에 사는 딱정벌레인 미역취 병대벌레(Goldenrod Soldier Beetle)는 실제로 꽃잎을 물고 죽음에 이른다.
하지만 겉으로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사실은 악몽과도 같은 죽음이다.
죽었으되 죽지 못하는 좀비(zombie)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손을 더 잘 퍼뜨리기 위해 상대를 좀비로까지 만드는 냉혹한 생존경쟁의 결과이다.

곤충의 짝짓기 유도해 포자 퍼뜨려

미국 아칸소대 도널드 스타인크라우스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무척추동물 병리학 저널'에 "미역취 병대벌레가 '에리니옵시스 람피리다룸(Eryniopsis Lampyridarum)'이란 균류(菌類)가 조종하는 대로 꽃을 물고 죽는다"고 발표했다.

버섯과 같은 균류는 종종 곤충의 몸에서 자란다. 동충하초(冬蟲夏草)가 대표적이다.
겨울에는 곤충이었지만 몸 안에서 자란 버섯이 곤충의 몸을 뚫고 나와 여름에는 식물 같은 모양이 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구진은 꽃잎을 문 채 가만히 있는 병대벌레 역시 동충하초처럼 버섯 포자에 감염됐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병대벌레 446마리를 잡아 관찰했더니 20%가 균류의 포자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꽃에 턱을 박고 매달린 채 죽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은 지 15~20시간 지나면 갑자기 날개가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스타인크라우스 교수는 "시체보관소에 있던 시신이 하루쯤 지나 갑자기 일어나거나 팔을 드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좀비가 된 것이다.

병대벌레의 기묘한 행동은 버섯이 포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꽃에는 병대벌레들이 많이 찾는다. 이런 곳에 좀비가 날개를 펼치고 있으면 다른 병대벌레가 짝짓기를 하러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버섯 포자가 옮겨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버섯에 감염된 병대벌레의 몸에서 포자와 균사체가 성장하면서 몸을 부풀려 날개가 펼쳐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의 개미도 병대벌레와 비슷한 운명을 겪는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태국의 열대우림에 사는 왕개미가 '오피오코디셉스(Ophiocordyceps)'라는 버섯에 감염되면 나무 위로 올라가 잎맥에 턱을 박고 죽는 것을 발견했다. 밤이 되면 버섯이 개미 머리를 뚫고 나왔다. 다음날 낮에는 잎 아래를 지나가는 다른 개미들의 머리 위로 버섯 포자가 뿌려졌다. 버섯이 포자를 더 잘 퍼뜨리기 위해 개미의 행동을 조종한 것이다.

버섯은 아무 개미나 좀비로 삼지 않았다. 연구진은 버섯 포자 배양액을 4종류의 개미에게 주입한 결과 두 종류만 좀비 개미의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자연에서 좀비 행동이 관찰된 종류였다. 연구진은 "버섯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은 특정 개미의 신경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꽃에 턱을 박고 죽은 ‘좀비’ 병대벌레. 버섯 포자에 감염돼 죽은 지 15~20시간 지나 갑자기 날개를 펼친다.
이를 보고 다른 벌레들이 짝짓기를 시도하면서 포자에 감염된 곤충들이 늘어난다
(①). 기생벌의 고치를 품고 가끔씩 몸을 떨어 천적을 막아주는 좀비 무당벌레(
②)와 버섯 포자에 감염돼 잎맥에 턱을 박고 죽은 태국의 왕개미
(③). 개미 머리를 뚫고 버섯이 자라 있다.
 / 미 아칸소대·내셔널지오그래픽·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다른 애벌레 보호하는 좀비 무당벌레

자신의 애벌레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곤충도 있다. 무당벌레기생고치벌이 그렇다.
이 벌은 무당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무당벌레의 배를 뚫고 나와 다리 사이에 고치를 튼다.
이런 상태에서 무당벌레는 완전히 죽지 않고 고치 위에서 가끔씩 몸을 꿈틀거린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무당벌레의 기이한 행동은 기생벌의 고치를 천적에게서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기생벌 애벌레의 천적인 초록풀잠자리를 풀었더니 고치 홀로 있거나 죽은 무당벌레와 있는 고치는 각각 85%, 100% 잡아먹었지만, 좀비 무당벌레 아래 있는 고치는 35 %만 잡아먹었다는 것.

무당벌레의 좀비 행동은 뇌로 침입한 바이러스 때문으로 드러났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진은 기생벌이 무당벌레 몸에 알을 낳을 때 바이러스도 함께 주입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몸의 경련은 퇴행성 뇌질환의 전형적인 증세"라며 "바이러스가 무당벌레의 뇌를 공격해 몸을 마비시키고 신경계를 조작해 가끔씩 떨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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