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일제히 오월의 봄날에 울리고 있었다...
겸손도 지나치면 부담이라 하였는데
그늘진 땅만 쳐다보고 소리없이 울리며
잊지 못한채 세월에 지쳐버린 사랑이
하이얀 꽃사이로 그리움이 되어 흐르네...
이내 그 그리움이 사랑으로 입맞춤하네...
때죽나무는 표고 100~1,600m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나무 높이는 10m까지 크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천연 분포하는데 그 종류가 120여 종이나 된다.
그렇게 많은 품종이 있지만 우리나라 때죽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품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때죽나무는 영어로 스노벨(snow bell)이라고 하는데, 이름에서와같이 종 모양의 꽃이 긴 화경에 달려 2~5송이씩 모여 늘어 있고, 1cm쯤 되는 열매도 종 모양을 함으로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같은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쪽동백은 때죽나무와 꽃 모양이 비슷하다. 때죽나무 잎은 길이가 2~8cm, 넓이 2~4cm 되는 계란형이지만 쪽동백은 잎의 길이가 7~20cm, 넓이 8~20cm나 되며 오동나무 잎과 비슷하나, 뒷면이 회색이고 잔털이 많으며 잎자루가 짧은 것이 다르다.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대가 나와 20송이쯤 되는 예쁜 꽃들이 조롱조롱 달려서 귀여운 느낌을 준다. 어릴 적에 물고기 잡을 때 때죽나무나 쪽동백의 푸른 열매를 갈아서 물에 풀어 넣으면 물고기들이 잠시 기절을 하게 되어 손쉽게 잡기도 했다.
종자에는 여러 종류의 글리세리드와 지방유, 에고놀이 들어 있어 머릿기름으로 쓰기도 하고, 꽃은 향수 원료나 인후통 또는 치통 치료 약으로 쓰는데 많이 먹으면 목과 위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옛날에 물이 부족한 섬에서는 이 나무를 족낭이라고 했는데, 이는 외진 산골에서 빗물을 받아 식수로 할 때 때죽나무 가지에 띠를 매고 줄을 매달아서 빗물을 모으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고 오히려 깨끗해지고 물맛도 좋았다고 한다. 목재는 목기라든가 지팡이, 장기알 등의 세공물 만드는 데 적합하나 큰 나무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용재수종으로 가치는 작다. 번식은 삽목도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종자번식이 좋다. 때죽나무는 종자를 2년 동안 노천매장해야 싹이 나오는데 쪽동백은 1년만 노천매장해도 발아된다.
만약 나뭇잎이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처럼 똑같이 생겼다면 자연은 얼마나 단조롭고 심심할까. 다행히 하느님은 세상을 그렇게 재미없게 만들지는 않았다. 나무마다 천차만별의 모양이 있기에 나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찾아 종류를 알아내게 된다. 때죽나무는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잎 모양을 가지고 있다. 뚜렷한 잎의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갸름한 잎에 잎맥이 있고, 잎자루가 적당한 길이로 달려 있는 흔하디흔한 보통의 잎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 나무를 공부할 때 가장 애먹는 나무가 바로 때죽나무다.
대체로 어린이날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처럼 5월의 화창한 날, 때죽나무는 하얀 꽃을 피운다. 그것도 띄엄띄엄 감질나게 하나씩 피는 게 아니라 2~5송이씩 모여 소곤소곤 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듯,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많이 핀다. 동전 크기만 한 다섯 개의 꽃잎을 살포시 펼치면서 가운데는 하나의 암술과 노란 수술 10여 개가 이를 둘러싼다. 수술은 꽃이 활짝 피면 연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흰 꽃의 심심함을 보완해주는 포인트다. 꽃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피는 모습이 부끄럼을 타는 사춘기 소녀처럼 정겹다.
열흘 남짓한 비교적 짧은 꽃 세상이 끝나면 이어서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수많은 열매는 머리를 아래로 향하여 조롱조롱 귀엽게 매달려 있다. 열매는 새끼손가락 첫 마디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타원형이나 때로는 머리가 뾰족하기도 하며, 익으면 은회색이 된다. 안에는 딱딱한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다. 겨울을 넘기면서 열매껍질이 벌어지면 씨앗이 그대로 드러난다.
열매껍질은 사포닌(saponin)이란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사포닌은 식물에 흔히 들어 있는 성분으로서 피를 맑게 하고 이뇨효과가 인정되는 약용성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에고노끼’라는 일본 이름에서 딴 때죽나무의 에고사포닌(egosaponin)은 물고기의 아가미 호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어독(魚毒)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일부 지방에서는 고기잡이에 이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사포닌이란 말 자체에 비누란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설익은 과일껍질을 찧어 비누처럼 빨래를 할 때 이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씨앗은 기름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쪽동백나무 씨앗과 함께 유지(油脂)식물로 이용되었다.
때죽나무는 키 7~8미터에 아주 굵어야 한 뼘 남짓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분이 좀 있는 계곡을 따라 잘 자란다. 조금 여유가 있는 공간에 정원수로도 제격이다. 하얀 꽃과 앙증맞은 열매가 무더기로 열리는 나무 자체의 매력을 뒤늦게 인정받아 정원수로 심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공해에 강하고 도심지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시의 가로수로도 바람직하다. 줄기는 흑갈색으로 어릴 때는 거의 갈라지지 않으나 나이를 먹으면 얕게 세로로 골이 진다.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서 목재로서의 쓰임은 많지 않으나, 재질이 고르고 거의 흰색에 가까운 목재 색깔을 가지며 질겨서 휘는 재료로 쓸 수 있다. 소형장난감, 장기알 등 간단한 생활 기구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물명고》에서는 열매를 제돈과(齊墩果)라 하였으나, 쓰임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또 다른 이름으로 매마등(買麻藤)이라고도 하는데, 실제 매마등(학명 Gnetum montanum)은 중국 남부에서 자라는 다른 약용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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