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여름)

익모초

초암 정만순 2017. 3. 26. 05:49



익모초

[ Chinese motherwort , Sagebrush motherwort , メハジキ ]
익모초

외국어 표기
학명Leonurus japonicus Houtt.
꿀풀과(Labiatae)
이칭눈비엿

형태분류

줄기: 해넘이한해살이로 바로 서서 자라며, 단면이 사각이고, 속은 백색이며, 흰 털이 밀생한다.

잎: 뿌리에서 난 잎()과 줄기에서 난 잎()의 모양이 완전히 다르며, 뿌리에서 난 잎은 꽃 필 때에 고사한다. 줄기에서 난 잎은 어긋나며(), 줄기 윗부분의 잎은 선 같은 창끝모양()으로 뒷면에 흰 털이 밀생한다.

꽃: 7~8월에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홍자색으로 피며, 꽃받침 끝은 5개로 갈라지고, 끝이 가시처럼 침모양이다.

열매: 갈래열매()가 흑색으로 익으며, 쐐기형으로 모서리()가 3개 있다.

염색체수: 2n=16, 18, 201)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 주변, 밭 언저리, 휴경지, 길가, 하천변, 개울, 습지 언저리, 빈터, 산비탈, 양지, 약습()~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
식생지리: 난온대~냉온대, 중국, 만주, 일본(혼슈 이남), 대만, 아무르, 우수리, 티베트, 인도차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 (북미와 유럽에 귀화)
식생형: 터주식생(농촌형), 습지식생(터주형)
종보존등급: [IV] 일반감시대상종

익모초는 해넘이한해살이이며 종자로 번식한다. 늦은 가을에 발아해서 로제트모양의 작은 근생엽으로 겨울을 난다. 이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해, 여름에 꽃 피고 초가을에 열매를 맺고 고사한다. 2년에 걸쳐서 살지만, 생명 길이는 1년에 못 미친다.

기본적으로 동절기에 혹한과 한발()을 피할 수 있어야 하고, 땅에 늘 누기()가 비치는 장소에서만 산다. 건조하고, 뜨겁고, 척박하고, 대기오염이나 산성비에 노출된 도시 및 산업 입지에서 익모초를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최근 들어 농촌지역에서 익모초 개체군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농촌이 도시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 상태에서 익모초가 야생하는 수준의 환경은 곧 사람이 살만한 터전이다.

익모초는 중국 한자명()에서 유래한다. 어머니(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풀로 한방에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초 가운데 하나다. 익모초는 뿌리에서부터 종자에 이르기까지 식물체 전체가 약으로 이용된다. 『향약구급방()』2)에서는 익모초의 열매 충위자()를 차자()하여 눈비얏 발음에 가까운 목비야차()란 향명을 기록했다.

『구급간이방()』3)에서 눈비엿, 눈비옂이란 한글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향약구급방()』으로부터 100년 후의 『사성통해()』4)에서는 한자 충()을 『훈몽자회()』5)에서는 충() 자 뿐만 아니라 퇴() 자, 추() 자, 위() 자에 대해서도 눈비얏이라고 번역했다.

결국 익모초의 본래 우리 이름은 눈비얏(엿)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 아직도 북한과 만주 지방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눈비앗이라 부르고 있으니,6) 그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7) (익모초)라는 한자가 없었던 시대부터 또는 그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암눈비앗이란 명칭은 과 눈비앚의 합성어다. 은 여성을 의미하고, 눈비앚은 눈비얏에서 유래할 것이다. 눈비얏은 제비쑥을 지칭하는 고명()이다. 익모초는 줄기에 난 잎 모양이 제비쑥과 닮았고, 건강 약재로서의 유용성도 비슷하다. 그런데 익모초의 씨앗은 시력감퇴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한방 재료라고 한다.8) 아마도 눈비얏이란 명칭은 그와 같이 눈()에 잇닿아 있을 개연성도 있다. 엄연하게 존재했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우리말 암눈비얏을 버릴 이유는 없다.

언어의 정체성은 사람의 정체성에 잇닿아 있다. 백성들이 불렀던 다양한 식물이름들은 종종 그 종의 생태성과 생명성을 포함하는 자연유산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성과 정체성을 포함하는 문화유산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다양한 방언들이 표준말이라는 독과점적 지식기준 때문에 평가절하되고 사라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 풀뿌리 인류문화유산에 대해 표준화나 세계화를 애써 만들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익모초

일본에서는 메하지끼(, 목탄)라고 부른다. 부드러운 줄기 토막을 이용해서 눈()을 크게 보이도록 눈꺼풀을 치켜세우는 아이들의 놀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9) 그런데 그 놀이와 이름과의 관련성이 의심쩍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주로 쇠비름 줄기로 그런 놀이를 했다.

익모초 줄기의 경직성이나 모서리 진 형태, 그리고 줄기에 붙은 잎들을 제거해야 놀이할 수 있는 불편함을 생각할 때에 그런 놀이의 재료로 쇠비름에 견줄 바가 못 된다. 메하지끼의 어원이 오히려 우리말 눈비얏에 잇닿아 있음이 틀림없다. 메하지끼의 한자 표기 (목탄)은 그런 놀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생긴 다래끼 같은 것을 낫게 하는 익모초 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눈비얏()이나 눈비야질()과 같은 향명 표기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눈()에다 하는 장난 놀이(질)로 오해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속명 레오누루스(Leonurus)는 익모초 꽃차례를 희랍어 사자(leon)의 꼬리(oura)에 빗대어서 만든 라틴어다.

뿌리에서 난 잎

뿌리에서 난 잎

익모초의 꽃

익모초의 꽃

각주

  1. 1 Hsu et al. (1987)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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