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여름)

참나리

초암 정만순 2017. 3. 25. 06:52



참나리

[ Tiger lily , Easter lily , オニユリ ]

                                                                                                            ▲ 참나리


외국어 표기
학명Lilium lancifolium Thunb.


백합과(Liliaceae)

형태분류

줄기: 여러해살이로 흑자색 반점이 있고, 원줄기 아래 땅속에 둥근 비늘줄기()가 발달하며, 땅에 떨어진 구슬눈()에서 발아한다.(비교: 중나리(Llium leichtlinii var. maximowiczii)는 구슬눈을 만들지 않는다.)

잎: 어긋나며(), 창끝모양()으로 잎겨드랑이()에 짙은 갈색의 구슬눈이 있다.

꽃: 7~8월에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서 밑을 향해 달리며, 짙은 황적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있고, 뒤로 말린다.

열매: 캡슐열매()를 만들지만, 주로 비늘줄기와 구슬눈으로 번식한다.

염색체수: 2n=24, 361), (n=12, 132) ; 3배체가 흔함3))

생태분류

서식처: 암벽 또는 제방 돌 틈, 농촌 개울 근처(재배로부터 탈출 개체), 양지(드물게 반음지), 과건()~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대륙성), 일본, 만주, 중국 등
식생형: 산지 암벽식생, 이차초원식생
종보존등급: [IV] 일반감시대상종

참나리는 나리() 종류 가운데 2m까지 자라는 매우 큰 종으로 여러해살이다. 중국 원산이라고도 한다.4) 하지만 한반도를 포함한 유라시안대륙의 동단에 자생하는 고유종으로 보는 것이 옳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암벽 틈이나, 산지 계류 바위틈바구니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개체들이 자주 발견된다. 그 이름도 오래된 순수 우리말이다.

한글명 참나리5)는 나리 종류 가운데 진짜()라는 의미다. 일부러 재배할 만큼 유용한 자원식물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참나리라는 명칭에 대응될 만한 명칭이라면 개나리일 것이다. 여기서 나리라는 우리 식물이름의 뿌리를 캐본다. 한글 창제 이전 1417년 『향약구급방()』에는 백합()에 대해 속운()이라면서 한자를 차자()해 (견내리화)로 기록했다.

한글 창제 이후 1489년 『구급간이방()』6)에서는 한글 개나리로 분명하게 적시했다. 이것은 1633년 『향약집성방()』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으며, 백합()의 향명으로 (개이일이; 개의날이 > 개나리)로 표기했다. 19세기 초의 기록에서는 백합()을 흰날이로 번역했다.7)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저절로 들판과 야산에서 자생하는 백합 종류가 있었고, 이름을 통칭해 개나리로 불렀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런데 오늘날 도감 속에 나오는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로 백합과의 나리 종류와 전혀 다른 것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견내리화)를 물푸레나무과의 이 개나리로 인식하고 그 어원을 규명하고자 하는 언어학적 연구8)도 있다. 이처럼 사방을 들러 봐도 우리 사회는 난센스가 넘쳐난다. 봄의 전령사 영춘화()로 알려진 지금 개나리의 본래 최초 한글명은 개나리가 아니다. 한자명은 신이()이고, 한글명은 가지, 붓,9) 또는 개나리나모10)다.

일제강점기의 기록 이후로 개나리로 사용되었고,11)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백합 종류를 통칭하던 전통 명칭인 나리로서의 개나리와 큰 혼란이 생기고 만 것이다. 백합()을 한방 약재 및 재배종으로서 그 유용성이 큰 나리 종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참’나리라는 명칭을 새로 만들고, 백합 종류를 지칭하는 오래된 고유 명칭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의 나무이름으로 가지고 가버린 것이다. 물푸레나무과의 개나리는 적어도 ‘가지꽃나무’ 또는 ‘가지꽃’이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

한국 특산식물 가지꽃나무를 일제 식민사관()이 ‘개’나리로 추락시켜버린 것이다. 나리라는 우리말 연원을 따져 보더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나리는 만고상청() 최고의 우리말 식물이름이다. 허공을 나는 나비처럼 나래 짓을 하면서 날고 있는 듯, 나비를 부르는 그런 꽃이 ‘나리’다.


참나리는 뿌리와 함께 비늘줄기가 땅속에 묻혀 있는 지중식물(, geophyten)이다. 백합과의 나리속(Lilium)은 대부분 비늘줄기가 땅속에 완전히 숨겨져 있듯이 돌 틈이나 바위틈에 박혀서 산다. 비늘줄기와 줄기잎의 겨드랑이에 생기는 구슬눈으로 번식한다. 충매화()로 나비 덕분에 종자를 만들지만, 생식력 없는 삼배체(3n)인 경우가 많다.

잎겨드랑이에서 떨어져 나온 구슬눈이 대굴대굴 굴러가다가 틈새에 처박히면 이듬해 발아할 기회를 얻는다. 나리 종류는 이렇게 돌 틈, 바위틈에 살지만, 그 돌과 바위가 자주 움직이는 곳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는다. 비록 영양분이 부족하고 때로는 매우 건조할지라라도 반드시 안정된 틈바구니에서만 산다.


참나리의 비늘줄기는 약간 단맛이 난다. 식용으로 예전에는 텃밭에서 키웠다. 지금은 텃밭에서 탈출한 몇몇 개체가 마을 근처 도랑이나 하천 제방 틈바구니에 야생하는 것을 종종 본다. 한자명 권단()은 구슬눈과 비늘줄기를 두고 붙인 한방 명칭이기도 하다. 속명 릴리움(Lilium)은 백합처럼 희다(li-, 또는 leirion)는 의미의 고대 희랍어다. 종소명 란씨폴리움(lancifolium)은 참나리 잎 모양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일본명 오니유리()는 백합 종류이지만 백색이 아닌 적색이면서 좀 강하고 험한 분위기가 귀신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백합 종류를 유리라고 부르며, 이 명칭도 우리말 나리에 잇닿아 있음이 틀림없다.12) 나비에 대한 일본 고유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 한자 나비 접() 자를 음독()한 쵸우라고 부를 뿐이다. 우리말 나리에서 파생해 간 유리인 줄 모르고, 그들은 오늘도 그 어원을 다른 데서 찾고 있다.13)

각주

  1. 1 Sun et al. (2002)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자연과생태)


'숲과의 對話 > 초본(여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씀바귀  (0) 2017.03.26
익모초  (0) 2017.03.26
비비추  (0) 2017.03.25
일월비비추  (0) 2017.03.25
물봉선  (0) 2017.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