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 일반

은행나무는 침엽수? 활엽수?

초암 정만순 2017. 3. 19. 13:48



은행나무는 침엽수? 활엽수?




  



침엽수(針葉樹, softwood)와 활엽수(闊葉樹, hardwood)를 구별하는 잣대는 무엇이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전에는, 침엽수는 잎이 바늘처럼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겉씨식물, 활엽수는 잎이 넓은 나무의 종류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가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잎이 넓은 은행나무가 침엽수이기 때문이다.

목재시장에서 유래된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라는 용어는 작업의 용이성 여부로 구분한 것으로, 나무의 생물학적인 성질과는 큰 관계가 없다. 

일반적으로 소나무, 가문비나무, 전나무 같은 침엽수 목재는 관다발의 물관부에 있는 주된 요소인 헛물관이 가늘고 길며 비교적 조직이 균일하여 작업하기가 쉽다.

참나무나 벚나무 같은 활엽수 목재는 물관 요소, 축방향유세포, 방사유세포 등의 다양한 세포로 구성되며 구성 비율도 일정하지 않다. 

또한 세포벽이 두꺼운 목섬유세포도 많이 지녔기 때문에 침엽수 목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이 매우 불균일하고 단단하여 작업하기가 까다롭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왜 활엽수가 아니고 침엽수일까? 

은행나무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져보면 침엽수로 분류할 수 있다.

은행나무는 밑씨가 그대로 노출된 겉씨식물로서 침엽수의 정의에 부합한다.

침엽수와 활엽수란 말은 학술용어나 전문용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그냥 습관적으로 부르는 생활용어다. '침엽'은 잎 모양이 바늘처럼 가늘고 길다는 뜻이지만, 침엽수로 분류되는 주목이나 개비자나무처럼 약간 편평한 모양도 있다.

'활엽'은 한자 뜻처럼 잎이 넓다는 뜻이지만, 활엽수로 분류되는 위성류(渭城柳)나 시로미처럼 얼핏 보아 잎모양이 침엽수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잎 모양이 넓다는 이유로 활엽수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은행나무 조직은 헛물관 약 95퍼센트, 방사 조직 4~5퍼센트, 기타 특수한 세포로 이루어진다. 잘라보면 4~6각형의 세포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소나무나 주목, 전나무, 향나무 같은 침엽수와 구별이 안 될 만큼 거의 그대로 닮았다.

 반면에 활엽수는 은행나무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헛물관은 아예 없고 은행나무에는 전혀 없는 물관과 목섬유가 대부분을 차지해서 모양부터 다르다. 은행나무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 모양이 활엽수와 달리 침엽수와 비슷하다. 이런 특징이 은행나무를 침엽수로 보는 두 번째 이유다.

식물학적으로 구분하자면 은행수, 침엽수, 활엽수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은행나무는 선조를 따지고 한참을 올라가도 여전히 한 종류밖에 없어서 식물 분류 단위로 보아도 1목-1과-1속-1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은행나무 때문에 은행수를 따로 떼어내어 취급하기는 불편하니 침엽수와 활엽수 두 가지로 나눈다면 침엽수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