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이맛에 단골

대구맛집/동성로 추어탕맛집 상주식당

초암 정만순 2017. 3. 6. 19:12




대구맛집/동성로 추어탕맛집 상주식당





EDITOR’S PICK : 추어탕
ADDRESS :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598-1(동성로2가 54-1번지)
PHONE : 053.425.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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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식당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598-1

60년 전통의 대구 원조 추어탕집

소문난 식당은 많지만 철학이 있는 집은 드물고, 줄서는 집은 많지만 정직한 집은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주인의 정성과 고집, 그리고 철학이 있는 식당이 있다. 63년째 한결같이 추어탕 맛을 지켜오고 있는 '상주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상주식당 차상남 사장이 국자로 추어탕 맛을 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상주식당 차상남 사장이 국자로 추어탕 맛을 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1957년부터, 2대째 이어져

상주식당은 차상남(70) 사장 모녀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상주에서 대구로 이사온 천대겸(차 사장의 어머니) 여사는 1957년 대구 중구 봉산동(통신골목)에 작은 대폿집 '상주집'을 열었다. 손맛이 좋았던 천 여사는 추어탕을 만들어 내놓았는데, 독특한 풍미로 손님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설 재배가 없던 시절, 추어탕 장사는 가을 한 철뿐이었다. 그래서 봄에는 육개장, 여름 닭개장, 겨울에는 곰탕을 팔았다. 추어탕이 반응이 좋아 추어탕 전문점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해 1974년 한일극장 근처로 옮겼다가 도로가 확장되는 바람에 현재 자리(대구백화점 북문 쪽)로 이전했다.

3남매 중 맏이인 차 사장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도와 식당일을 거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취업, 10년 동안 외국을 오가며 촉망받는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작고한 1993년부터 가업을 이어 받았다. "당시 어머니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동생들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추어탕 국자를 잡은 지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며 싱긋 웃었다.

상주식당은 전통의 가옥을 개조해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넓은 마당엔 탕을 끓이는 큰솥이 여러 개 있고, 안방에는 어머니가 사용했던 국자가 걸려 있다.

상주식당 벽면 한켠에는 차상남사장의 모친인 천대겸여사가 사용한 주걱과 국자들이 내걸려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상주식당 벽면 한켠에는 차상남사장의 모친인 천대겸여사가 사용한 주걱과 국자들이 내걸려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 60여 년을 한결같은 맛으로 승부

상주식당의 메뉴판에는 추어탕 하나밖에 없다. 추어탕은 국산 미꾸라지와 고랭지 배추, 마늘 등 세 가지 재료만 사용한다. "어머니가 하던 방식 그대로 가장 간단하고 순수한 맛을 만들어 낸다. 맛을 더 내기 위해 옛날에는 소 곱창과 대창을 사용했으나 광우병 파동 후 사태살을 삶아 갈아서 사용한다"고 했다.

상주식당은 최고의 재료만을 고집한다. 미꾸라지는 최상급의 국산 미꾸라지만 사용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논 미꾸라지를 사용했는데, 이제는 자연산 구하기가 쉽지 않아 검증된 양식 국산 미꾸라지를 쓴다"고 했다.

추어탕은 체에 걸러낸 미꾸라지 진국에 배추우거지와 집에서 담은 집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배추는 청방배추다. "이 품종은 크지 않고 적당한 수분과 깊은 단맛을 지니고 있어 정갈한 맛이 난다"며 "이 배추는 3월 전라도 완도부터 시작해 강원도 태백까지 올라가고, 태백에서 추워지면 다시 전라도로 내려온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장사가 끝난다"고 했다.

상주식당 벽면 한켠에는 차상남사장의 모친인 천대겸여사가 사용한 주걱과 국자들이 내걸려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상주식당 벽면 한켠에는 차상남사장의 모친인 천대겸여사가 사용한 주걱과 국자들이 내걸려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추어탕은 국과 밥, 그리고 김치, 썬 풋고추, 재피가루가 상차림의 전부다. 김치는 양념김치, 백김치 등 두 종류가 나오는데, 소박하면서 정갈하다. 양념김치는 익은 김치 맛이 아닌 겉절이 같이 입맛을 돋워 주고 백김치는 입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특히 백김치의 맛은 시원하면서 새콤한 맛이 추어탕을 계속 먹고 싶어지게 한다.

차 사장은 오랫동안 이어온 국물 맛을 지켜야한다면서 지금도 미꾸라지를 손질하는 등 처음부터 모든 일을 손수 해낸다.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배추를 다듬고 김치를 담근다.

차 사장은 음식 가운데 추어탕 끓이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배추는 조금만 한눈 팔아도 배추가 녹아 죽이 된다"고 했다.

차 사장은 손님에게 내놓기 전 오전 10시 30분쯤 제일 먼저 추어탕 맛을 본다. "내가 먹고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다.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차 사장은 말한다. "추어탕 비법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 복잡하고 귀찮은 것을 누가 지키면서 추어탕을 끓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차상남 사장이 식당입구에서 추어탕에 쓸 청방배추를 정리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차상남 사장이 식당입구에서 추어탕에 쓸 청방배추를 정리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40, 50년 단골

모녀간 2대로 이어지는 상주식당은 대구의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음식명소로 손꼽힌다. 오직 추어탕 한 가지로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곳은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은채 그대로 이어져 온다. 손님 가운데 40, 50년 단골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한때는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번창했던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를 지날 때 가끔 들르곤 했다. 이 밖에 정·재계 인사는 물론 금융, 검·경찰, 문화 예술인들이 자주 들르는 대구의 음식명소가 됐다.

주방의 직원들도 대부분 20, 30년이 넘었다.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해온 직원들이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30년 된 이선희(70) 씨는 "직원들은 언니 아우로 허물없이 지낸다"고 했다.

차 사장은 요즘은 힘이 들어 가끔 그만둘까 하다가도 힘 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 "손님들이 '오래 사셔야 맛있는 추어탕 맛을 볼 수 있다'며 건강하라는 말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겨울방학이 있는 '상주식당']

상주식당은 추어탕 맛뿐만 아니라 독톡한 영업방침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매년 12월 15일밤까지 영업을 하고 그 다음해 3월 1일 아침에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단골손님들은 한 겨울에는 이곳에서 추어탕 맛을 보지 못한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재료가 좋지 않기에 겨울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겨울에는 고랭지 배추를 구할 수 없다보니 다른 배추로 국을 끓이면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2개월 반은 휴가라고 했다. 차 사장이 이 기간 동안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건강검진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손을 다쳐 몇 년 전부터는 수십년 한 번도 놓지 않은 국자를 직원에게 맡겼다"고 했다. 그리고 문화 생활을 즐긴다. 국내외 여행과 함께 문화적 욕구도 채운다. 차 사장는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몸도 가꾼다. 에너지를 충전해야 내년 3월 문을 열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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