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이맛에 단골

장원식당 - 생고기

초암 정만순 2017. 3. 6. 18:20



장원식당 - 생고기



작년에 대구 포스팅을 하며, 대구시 선정 '대구 10미'라는 걸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 분이 계시려나요?
따로국밥, 소막창구이, 생고기, 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 무침회, 야끼우동, 납작만두... 라고 합니다.
굳이 10개를 선정하느라 좀 '억지 끼워맞춤'한 것도 있는 듯 한데,
 암튼 저 중 단 한 가지를 택하라면 일반인에게는 찜갈비, 식도락가에게는 생고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생고기는 보통 서울에서는 육사시미, 대구에서는 뭉티기라고 부르죠.
(부위나 써는 방식이 미묘하게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소고기를 날로 먹는다는 점에서는 동일)

서울이나 전라도 지역에서도 생고기를 먹긴 하지만 식당의 숫자나 명성, 맛 모두 대구가 한 수 위인 듯 합니다. 
대구에서는 흔히 왕거미식당, 백합꾸이, 장원식당을 Big 3 라 하던데, (일명 왕백장)
작년에 왕거미와 백합을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장원을 목표로 하여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이외에 송학, 녹양, 극동, 묵돌이, 너구리 등은 규모가 크던가 메뉴가 다양하던가 분위기가 깔끔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외하였습니다. 

규모가 협소하고 6시 넘으면 손님이 마구 들어 찬다는 이야기를 들어 오후 5시 좀 넘어서 1등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춥지 않은 계절에는 바깥 쪽에도 테이블을 차린다고 합니다.

길가의 간이 테이블에서 소주와 함께 먹는 뭉티기라... 뭔가 주당들의 로망 아닌가요?
찌는듯한 무더위에 오후 느즈막한 시간, 매미는 맴맴 우는 가운데, 
혼자 또는 둘이서 소주 각자 따라 마시고, 침묵과 실없는 소리가 반복되며 배경은 90년대 초반?
뭔가 홍상수스러운 듯한 느낌으로...

장원 레스토랑~ ^^


식당 내 테이블은 세 개 뿐


대략 이런 분위기


안쪽에 방이 하나 있습니다.


밑반찬은 그 때 그 때 바뀌는 것 같네요.

모자반과 야콘(?)이었던가...

톳과 모자반이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기가 쉬운데, 줄기에 공모양의 기낭(공기 방울) 유무로 구별하시면 됩니다.

몇 가지 찬이 더 깔립니다.

이 날의 긴 여정을 감안하여 여기까지는 거의 손대지도 않았습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엽, 간, 등골, 지라(비장)

기본 안주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퀄리티입니다.
이름 때문에 하드코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눈감고 한 입 먹으면 누구나 반할 수 밖에 없는 등골...
뭔가 독특한(?) 맛과 희귀성만 놓고 보면 지라가 가장 하드코어하죠. 

기름장 찍어서 먹으면 소주 한 병은 그냥...


소고기 무국도 나오고...


대구에서는 참 소주


뭉티기 찍어 먹을 양념장


뭉티기 한 접시 (28,000원)

접시가 크지 않지만 두 명이 먹기에는 충분하고, 술 안주 삼아 먹기에는 3~4명도 괜찮습니다.

붉으스름하면서 어두운 빛깔이 입맛 당기네요.

생고기의 맛은 선도와 손질로 결정되는데,
어느 식당이나 도축장에서 매일 받아온다면 선도는 그나마 확보하기 쉬운 반면에, 손질은 식당마다 차이가 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원식당은 이미 명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야겠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분들 처음에는 구워 먹다가 다음에 육회 찾다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고기 본연의 맛이 바로 뭉티기~
이 날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기에 망정이지, 컨디션 좋았으면 소주로 샤워했을 듯... 이 날은 샤워는 아니고 세수 정도 했습니다.

이제는 cliche가 된...


백합구이, 왕거미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생고기의 퀄리티만 놓고 보면 장원과 백합이 왕거미보다 한 수 위 입니다.
(대신 왕거미는 생고기 외에도 불 닿은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여 여럿이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1년 전에 먹은 백합과 올해 먹은 장원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좀 말이 안 되지만,
그걸 감안하고 그냥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백합이 아주 조금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대신 백합의 기가 쎈 사장님에 비해 장원의 사장님은 친절하고 편안한 느낌이니 이것도 감안하시길...
저라면 생고기만 목적일 때는 장원과 백합을 번갈아가고, 인원이 여럿이면 왕거미를 갈 듯 합니다.


찾아가는 길

대구 중구 동인동1가 368, 053-427-4363, 토,일요일 휴무, 현금 결제


~~~~~~~~~~~~~~~~~




[대구 맛집 장원식당]대구 10미 뭉티기 명가

2017.02.02. 11:53




'대구 별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뭉티기. 개인적으로 대구 10미 중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대구식 생고기다.

막창, 따로국밥, 지천으로 널린 괜찮은 소고깃집과 자연산 횟집 다 좋지만 대구 갈 때마다 제일 들르고 싶은 곳은 뭉티기집.

서울이나 전라도식 육사시미와는 또 다른, 지방이며 힘줄 하나 없이 제거해 깍둑썰기한 생고기는 아주 매력적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뭉티기집인 백합꾸이가 문을 닫았다는 비보를 접했다.

오랜만에 욕먹으면서 뭉티기나 먹을까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별다른 정보도 없어서 결국 이웃이신 ㅈㅊ 님께 여쭤보고 알게 되었다. 

생고기 작업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고 고된 노동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연로하신 사장님들께서 언제 가게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정신을 차리고 대안으로 선택한 장원식당.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화장실 겁나서 도전하지 못했던 곳이다.



대구 동인동 찜갈비 골목 초입에 자리한 장원식당. 대구 백합꾸이, 왕거미식당 등과 더불어 대구 뭉티기의 자존심 중 하나인 집이다.

사실 백합구이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전하고 나서 깨끗해진 환경. 같은 맥락에서 이 집이 처음인 것도 화장실이 겁나서.

저기 오른쪽 철문이 화장실이다. 가기 전에는 엄청 쫄았는데 생각보다는 갈만하더라. 공용이고 비좁지만, 안에서 잠글 수 있고 불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 



오후 4시 30분 오픈이라고 적혀 있길래 맞춰 갔다가 사장님께 쫓겨났다. 작업하는 데 신경 쓰인다고 이따 다시 오라신다.

예전에 백합꾸이에서도 한 번 경험한 일이지만 여전히 낯선 상황. 단골이 아니니 할 말도 없고, 결국 근처 어디에서 대기하다가 이른 저녁 시간 즈음 다시 들렀다.

연세 지긋하신 사장님께서 혼자 조용히 영업하시는 매장. 6시가 되기도 전에 만석이 된다. 예약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웬만하면 예약하고 가시길.

홀에 테이블 3자리와

자그마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아마도 사장님이 생활하시는 것 같은 방은 마치 친척 어르신 집 놀러 온 것처럼 정겹다.

오는 순서대로 옷 걸고 앉은뱅이 상 펼쳐서 자리 잡으면 된다. 좁은 방에 옹기종기 앉으니 4 팀까지 가능하더라.

메뉴는 뭉티기 하나라서 주문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한우 생고기 35,000원. 소주는 3,500원.

상 펴서 앉아서 수다 좀 떨고, 소주 하나 가지고 오니 아름다운 자태의 생고기가 상에 오른다. 

양이 생각보다 넉넉한 편이다. 곁들임 찬도 나오니 2~3명 먹기 충분하다.

보자마자 와우..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자태의 뭉티기. 뭉텅뭉텅 썰어서 뭉티기라 불리는 생고기는 식감이 정말 끝내준다.

쫀득하고 차진 뭉티기는 한 점에 한잔. 이만한 안주가 없다 정말. 일행도, 나도 매우 만족. 역시 장원, 장원 하는 게 아니구나. 백합이랑 투탑 먹을만하다.

같이 내주시는 구수하고 진한 소고기뭇국도 반갑다. 장원식당 소고깃국 살짝 짭조름한 게 맛이 좋더라.

뭉티기집의 핵심은 바로 이 양념장. 집집이 조금씩 다른 양념장에 의해 단골이 갈리기도 한다.

취향껏 생고기 살짝 찍어 먹어도, 몇 점 덜어다 재워서 먹어도 맛있다. 사실 뭉티기를 그냥 먹으면 좀 질리는데, 이 양념장이 있으면 문제없다.

어머님 혼자 일하시니 이렇게 한 상 차려지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느긋하게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으면 하나하나 찬들이 등장한다.

방문 턱이 높다 보니 손님들이 서로 찬을 건네기도 하고, 소주 시키면 바닥으로 굴려주신다ㅎ

우리가 방 첫손님이었는데, 딱 20분 지나니까 여기도 만석. 재미있다 이 집.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각자 상 펴서 자리잡고 앉고, 찬도 나르고 그러신다.

감으로 만든 김치는 처음 봤다. 기분 좋은 단맛이 좋았고, 뭉티기 먹으면서 하나씩 집어 먹으니 개운하더라. 열무김치도 딱 잘 익었다.

오호라. 간, 천엽에 등골까지 나오네. 좋아하는 고구마도 내주신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욱 반가웠던 생고기. 대구 사람으로서 자부심마저 든다.

먹다가 신나서 또 한 번 들어도 보고

뒤집어도 본다. 심지어 살짝 흔들어도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는 차진 뭉티기. 입에 한 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 고소하고 맛이 좋다.

인상적이었던 감김치와 소고깃국은 한 번 더 부탁드리고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겨우겨우 다 먹었다. 간만에 아주 맛있게 먹었던 생고기. 어우 또 생각나네. 

주소는 영수증에.

200m
NAVER
지도 데이터
© NAVER Corp. /OpenStreetMap
장원식당
대구광역시 중구 태평로 256
상세보기

장원식당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1가 368
053-427-4363
16:30 ~ 21:00(재료 소진시 마감 / 주말 휴무)
화장실 2.3/5
(매장 밖에 있고, 공용인 데다 좁지만..정말 1도 기대 안하고 갔던 제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불 들어오고 안에서 잠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뭐ㅎ)

대구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음식 중 하나, 뭉티기. 뚜걱뚜걱 썰어내는 대구식 생고기로 대구 10미 중 으뜸이라 생각하는 별미다.

가장 좋아하는 뭉티기집인 백합구이가 문을 닫았다는 비보를 접하고, 처음으로 장원식당을 찾았는데 이 집은 또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치더라. 

시크하지만 결국은 잘 챙겨주시는 사장님, 힘줄이며 지방 하나 없이 때깔 좋은 생고기, 맛있는 감김치와 쇠고기뭇국이며 내장류까지 두루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역시 장원, 장원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 

대구 와서 제대로 된 뭉티기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은 한 번 들러보시길. 차진 식감의 생고기가 맛이 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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