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뇨증
야뇨증, ‘조해’와‘대돈’혈을 보하면 낫는다 |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을 야뇨증(夜尿症)이라 한다. 주로 3살 이상 10살 미만의 아이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낮 동안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밤에 잠을 자다 오줌을 싸는 일을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의 약 5퍼센트 정도가 야뇨증을 한 번쯤은 경험한다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무의식중에 배뇨를 하다가 2살 후반기부터 변기에 배뇨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3살 무렵부터는 밤에 잠을 자다가 오줌을 싸지 않게 된다. 따라서 그 이후에 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배뇨를 자주 하게 되면 야뇨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9살짜리 손녀를 데리고 내원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는데, 매일 밤 빠뜨리지도 않고 자다가 오줌을 싼다고 한다. 9살 여자아이인 만큼 매일 밤 계속되는 야뇨증으로 인해 어린 형제들의 공박이 심하여 견딜 수 없다며 고칠 수 있냐고 근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이를 보니 천진난만해야 할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서 실로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를 앉혀서 진맥을 해 보니 심신구허증(心腎俱虛證)에 맥이 뜨고 무력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신장의 맥이 뜨면서 극히 연약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소변을 참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조해(照海) 혈을 비롯한 주요 경락의 목성(木性) 혈을 보(補)하고, 토성(土性) 혈을 사(瀉)하는 방법으로 침을 하였다. 보한 혈은 조해•대돈(大敦)•소충(少衝)•후계(後谿)•경골(京骨)•태종(太鍾) 혈이고, 사(瀉)한 혈은 삼리(三里)•곡지(曲池)•열결(列缺) 혈이다. 이 처방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해 혈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중에서 안쪽 복사뼈 바로 밑에 위치하는데, 음교맥(陰脈脈)과 통하는 주혈(主穴)이다. 이 혈은 주로 소변불금(小便不禁)이나 뇨삭(尿數) 등에 효과가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어느 학자는 조해 혈의 위력에 감탄하여 족소음신경의 원혈이 조해 혈이고, 원래의 원혈인 태계(太谿) 혈은 별 효력이 없다고까지 했다. 대돈 혈은 심(心)을 보하기 위해 자침했다. 허즉보기모(虛則補其母)의 원칙에 입각하여 심경(心經)의 모경(母經)인 간경(肝經)의 목성인 대돈 혈을 보한 것이다. 심경의 목성인 소충 혈을 보하는 것도 동일한 원리다. 대돈과 소충의 음경(陰經)을 보한 것은 아이의 맥이 부맥(浮脈)만 있을 뿐 침음(沈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리 혈은 위경(胃經)의 토성(土性) 혈이다. 음경을 사하지 않고 양경(陽經)의 삼리 혈을 사한 것은 진맥한 결과 음맥이 침(沈)하여 구득(求得)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부맥뿐이어서 없는 침음을 사할 수 없었다. 삼리 혈은 음양만 다를 뿐이지 태백(太白) 혈과 동일한 성질을 가진 혈이다. 삼리와 같이 토성 혈을 사한 것은 토성을 제압하여 수성(水性)인 신(腎)의 허(虛)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곡지 혈은 대장경(大腸經) 중의 토성 혈이다. 토성인 곡지 혈을 사한 것은 삼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토성을 제압함으로써 신장의 허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열결 혈은 임맥의 주혈이다. 임맥이 음기병(陰器病)에 깊은 관계가 있음은 재론할 필요도 없을 만큼 확실하다. 또한 조해 혈의 주객 상응 혈이라 같이 사용하면 그 효력이 더욱 배가 된다. 후계 혈은 독맥(督脈)의 주혈인데, 임맥과 자오(子午)처럼 나눌 수 있다. 서로 나누면 둘이지만 합하면 하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병(陰病)에 양을 취함과 같이 독맥의 전반을 치리(治理)하는 주혈인 후계 혈을 사용한 것이다. 경골 혈은 방광경의 원혈(元穴)이다. 태종 혈은 신경(腎經)의 낙혈(絡穴)로서 이 두 혈을 합쳐서 방광(肪胱)이라고 한다. 방광의 무력증으로 인해 야뇨하는 것이므로 방광에 연결되는 원혈과 낙혈을 사용한 것이지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침을 시술한 후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자다가 소변을 봤지만, 3일째는 자다가 소변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4일째부터 6일째 날은 휴진하였고, 7일째에는 다시 치료하였다. 모두 5회에 걸쳐 치료한 끝에 아이의 야뇨증은 치료되었다. 치료 결과에 대해 백발 조모의 기쁨과 감사는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어린아이가 형제들의 놀림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으면 침을 놓는 중에도 통감(痛感)을 티내지 않고 인내하는 모습이 더욱 가련하게 느껴졌다. 이제 철없는 어린 형제들의 놀림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생각하니 의자로서 깊은 만족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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