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자연은 모든 생명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철마다 그에 합당한 음식을 준비해 놓는다. 따라서 철마다 제철의 음식을 먹는다면 최고의 건강식이 될 수 있고, 그 음식에 담긴 기운을 질병 치료에 활용한다면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다. 겨울철은 한기(寒氣)가 극성(極盛)을 부리는 철이다. 따라서 겨울철에 자칫하면 한기에 의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겨울철 추위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나머지 생기는 감기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겨울철에 이렇게 극성한 한기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도록 자연이 마련해 놓은 음식 중 하나가 귤이다. 귤은 산초과에 속한 귤나무의 열매이다. 피를 맑게 해 주고, 간의 피로를 풀어주는 질이 좋은 구연산과 비타민 C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또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속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겨울철 감기나, 음식을 먹고 속이 그득할 때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차처럼 꾸준히 마시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귤은 주로 껍질을 약재로 쓰는데, 이것을 진피(陳皮)라 한다. 진피의 약성에 대한 『동의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맛이 쓰고, 성질이 따뜻하다. 약성이 폐경(肺經)과 비경(脾經)에 작용한다. 기(氣)를 잘 돌게 하고, 습(濕)을 없애며, 담(痰)을 삭인다. 약리실험에서 위액 분비 촉진작용과 소화작용이 밝혀졌다. 비위에 기가 뭉쳐 있어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되는데, 헛배가 부른 데, 토하고 설사하는 데 사용한다. 또 습담(濕痰)이 있어 가슴이 답답한 데, 기침이 나며 숨이 찬 데 사용한다”고 하였다. 또 『본초강목』의 설명을 보면, “귤껍질은 가슴 속에 뭉친 기를 다스리고, 위를 열어 주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 또 담을 삭이고, 해수와 구토를 다스린다. 껍질에 붙어 있는 흰 줄기를 술에 달여 마시면 갈증과 구토에 효과가 있다. 익지 않은 푸른 귤의 껍질은 청피(靑皮)라 하는데, 기체(氣滯)와 식체(食滯)를 해소하고, 속에 뭉친 것을 풀어준다‘고 하였다. 귤을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귤껍질과 생강을 2대 1비율로 넣고 끓여서 꾸준히 마시면 겨울철 감기는 물론, 소화불량증과 복통을 해소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특히 생선을 먹고 체했거나, 속이 그득할 때 마시면 즉효가 있다. 또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진피와 등심초를 같은 비율로 넣고 달여 마시면 좋은 효과가 있고, 입술이 건조하여 터진 데에는 귤껍질 태운 가루를 돼지기름에 개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효과 큰 ‘귤 효소차’이다. 할배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귤 효소차’만드는 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귤 효소차
▶재료 : 잘 익은 귤 1킬로그램, 레몬 4개, 은행잎·감잎 각 500그램, 황설탕 2킬로그램 ▶만드는 법 : ① 귤과 레몬을 깨끗한 물에 1시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은행잎과 감잎은 깨끗한 물에 하루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는다. ② 모든 재료가 다 씻어지면 물기를 충분히 뺀 다음, 귤은 두 쪽으로 나누고, 레몬은 3~4등분한다. 그러고 나서 황설탕과 잘 버무려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아 햇볕이 닿지 않는 그늘에 둔다. ③ 3달 정도 발효시키면 즙액이 완전히 우러나온다. 그러면 발효액을 걸러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 ▶복용법 : 수시로 따뜻한 물 1컵에 효소 원액을 밥숟갈로 하나씩 타서 마신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저녁 취침 1시간 전에 마시면 더욱 좋다.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의 귤과 레몬은 질이 좋은 구연산과 비타민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어 피를 맑게 하고, 독소를 해독하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또 은행잎과 감잎 역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따라서 상기의 ‘귤 효소차’를 평소에 꾸준히 마시면 피를 맑게 하여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해소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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