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丹毒)은 독성이 매우 강한 용혈성(溶血性) 연쇄상구균(連鎖狀球菌)에 의해 피하조직과 피부에 나타나는 접촉 전염성 질환으로 납작한 모양으로 빨갛게 부어오른다. 주로 얼굴과 머리에 생기는데, 초기에는 환부가 연지를 찍은 것처럼 온통 새빨갛고 가장자리의 경계가 뚜렷하다. 지지듯이 열이 나고, 가려웠다 아팠다 하며, 가까운 림프절이 붓는다. 그리고 환부가 빠르게 번져 커지고, 만지면 딱딱하다. 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머리가 아프면서 갈증이 난다. 심하면 고열이 지속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팔다리가 떨리면서 편하게 있지 못하는 번조(煩躁) 증상이 나타난다. 또 정신이 흐려져 헛소리를 하고,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오심(惡心)과 구토가 나는 등 독 기운이 안으로 침범해 들어갈 때의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붉어진 중심부에는 크고 작은 물집이 생기고 통증도 나타난다. 최초 병소(病巢)의 발적(發赤)과 종창(腫脹)은 수일 내에 치유되지만, 다른 부위에 연속적 또는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부가 커져 고열이 나고 전신장애가 심한 중증(重症)일 때는 단기간에 사망할 수 있다. 합병증으로 림프관염, 림프절염, 뇌막염, 신장염,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킨다. 전통의학에서는 발생 부위에 따라 머리에 생긴 것을 포두화단(抱頭火丹), 옆구리와 허리에 생긴 것을 내발단독(內發丹毒), 다리에 생긴 것을 유화(流火), 여기저기에 생기는 것을 적유단(赤游丹)이라고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염증 반응의 특성에 따라서 홍반성 단독, 농포성 단독, 봉과직염성 단독으로 나눈다. 그리고 염증이 확대되는 형태에 따라서 유주성 단독, 포리성 단독으로 나눈다. 이 밖에도 재발성 단독, 습관성 단독, 무열성 단독 등이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단독이 점막(粘膜)에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인두(咽頭)의 점막에 침범되면 이 부위의 점막에 발적(發赤)과 종창(腫脹)이 생겨 호흡 곤란과 콧물 분비 등을 일으킨다. 또 남자 음경에 단독이 생기면 수포를 형성하고, 괴저(壞疽)가 될 위험이 크다. 여자 외음부의 단독일 때는 음문에 종창과 동통이 심하고, 배뇨 곤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기면상태(嗜眠狀態)에서 의식을 잃는 혼수상태가 될 수가 있는데, 이런 증상은 머리의 단독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단독이라도 거의 체온이 상승하지 않는 무열(無熱)의 경우도 있다. 단독은 창상(創傷)이나 오염된 손상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먼 부위의 화농성염증으로부터 임파행성이나 혈행성으로 감염될 수도 있다. 전통의학에서는 화사(火邪)가 혈분(血分)에 침습하고, 열사(熱邪)가 피부와 기육(肌肉)에 머물러서 생긴다고 본다. 또는 피부 점막에 생긴 상처로 인하여 사독이 침습하여 경락이 막히고 기혈순환이 장애되어 생긴다고 본다. 단독이 위쪽에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발열과 오한이 나타나는 풍열(風熱)이 화(火)로 변한 것이고, 아래쪽에 생기는 경우는 습(濕)과 열(熱)이 겹친 습열이 화(火)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단독을 변증(辨證)할 때는 ▶풍열상요(風熱上擾) ▶간비습화(肝脾濕火) ▶습열화화(濕熱化火)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단독에 대한 침구 치료는 효과가 있지만, 보통 다리에 생긴 단독일 때에만 침 치료를 한다. 반면 머리와 얼굴에 생긴 단독에는 침 치료를 하지 않는다.
◎ 치료 방법 수족양명경과 수궐음경의 경혈을 위주로 하여 청열(淸熱)·이습(利濕)·활혈(活血)·거어(祛瘀)·해독(害毒)을 하는 원칙에서 사법(瀉法)을 쓰거나, 삼릉침으로 단독 국소의 아시혈에서 피를 빼 준다. 혹은 위중과 혈해 혈에서 1~2방울의 피를 빼 주기도 한다. 곪아서 화농이 있으면 째고 고름을 뺀 다음 화농성창상 치료를 한다. 단독에 약물 치료를 함께 사용할 때는 열을 식히고 독을 풀어주는 청열해독(淸熱解毒)과, 피를 식히고 어혈을 제거하는 양혈화어(凉血化瘀)의 방법으로 ‘보제소독음(普濟消毒飮)’을 가감하여 쓴다. 머리에 생긴 포두화단인 경우는 선태를, 허리에 생긴 내발단독인 경우는 용담을, 다리에 생긴 유화인 경우는 황백과 비해를 더 넣어 쓴다. 중증의 단독에는 난엽산(蘭葉散)에 황금과 원삼을 더하여 쓰거나, ‘누로탕(漏蘆湯)’이나 ‘소단음(消丹飮)’을 가미하여 쓸 수도 있다. 외치법으로는 ‘금황산(金黃散)’을 발라 주거나, 마치현 100그램을 물에 달여 찜질하거나, 볶은 콩가루를 물에 개어 붙이기도 한다. 또는 느릅나무 뿌리인 유수근(楡樹根)의 하얀 껍질을 가루 낸 뒤 계란 흰자로 개어 진흙처럼 만들어 발라 준다. 만약 후끈거리면서 아프고 몹시 빨개지면 ‘금화산(金花散)’을 붙여 주거나, ‘승마탑탕(升麻榻湯)’으로 피부를 씻어줄 수도 있다. 단독이 다리에 재발할 때는 칼처럼 생긴 침을 사용하여 폄렴법(法)으로 피를 빼 주어 열독을 없애는 방법을 쓴다.
◎ 처방 ▶ 치료의 기본 혈 : 합곡, 곡지, 위증, 혈해, 삼음교, 아시혈(피를 빼 준다) ▶ 증상에 따라 더 쓰는 혈 : 높은 열이 나면 대추 혈에, 머리가 아프면 태양·풍지 혈에 침을 더 놓는다. 또 토하면 내관·족삼리 혈에, 오그라들면 인중·후계·양릉천 혈에, 의식장애가 있으면 인중·용천·대릉 혈에 침을 더 놓는다. ▶ 처방 풀이 : 합곡과 곡지 혈은 양명경의 열을 없애고, 혈해·위증(혈극)·아시혈은 혈분에 몰린 열과 어혈을 없애며, 삼음교 혈은 족삼음경의 습사를 없앤다. 즉, 이 처방은 청열제습(淸熱除濕)하고, 활혈거어(活血祛瘀)하며, 해독하는 작용을 한다.
◎ 참고 처방 1. 백회, 곡지, 족삼리, 위중 혈에 침을 놓는다. 2. 병소 부위를 소독한 후 삼릉침으로 20~30번 찌르거나, 자석침으로 찔러도 효과가 묘하게 나타난다. 3. 대추, 곡지, 합곡, 위중을 주혈로 삼아 침을 한다. 머리가 아프면 태양 혈을, 입맛이 없으면 내관과 족삼리 혈을 보조혈로 쓴다. 위중 혈과 그 주변에서 1~2방울의 피를 뽑아 주거나, 부항을 붙이기도 한다. 4. 풍열증에는 곡지, 태계, 위중, 풍문, 아시혈에 침을 한다. 열이 심하면 도도 혈을, 가슴이 답답하면 내관 혈을 더 쓴다. 5. 대추·곡지·합곡·위중(피를 빼 준다)을 주혈로 하고, 태양·내관·족삼리를 보조혈로 쓴다.
** 체험 사례
최OO (34세, 남) 2일 전에 갑자기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면서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 또 입은 마르고, 온몸이 노곤하였다. 얼마 지나서 오른쪽 아랫다리에 자그마한 홍반이 나타났는데, 지지는 듯이 아팠다. 점차 주위 피부와의 경계가 뚜렷해지면서 두드러지고, 빨리 퍼져 나갔다. 또 서혜임파절이 불어나고 아팠다. 단독으로 진단하고 합곡, 곡지, 대추, 혈해, 위중, 음릉천, 삼음교, 아시혈에 하루에 한 번씩 침구 치료를 하였다. 치료 첫날에 열이 내리고 아픔도 줄어들었다. 3일 지나서는 부은 것도 점차 내리고 아픔이 멎었다. 침을 3번 더 맞고 완전히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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