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 침구 및 약물 요법
녹내장은 높은 안압에 의하여 시신경이 눌림으로써 시야가 좁아지거나 변화된 증상이다.
대개 방수(房水)의 생성과 배출 경로에 이상이 있을 때 일어난다.
이는 마치 하수구가 막혀 있는데,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흘러나는 경우와 같다.
이렇게 되면 안압이 높아지게 되고, 안압이 높아지면 눈의 각 부분에 압력이 가해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부위인 시신경이 뒤로 밀리게 되어 손상 받는 결과가 초래된다.
시신경 중에서도 주변 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섬유가 먼저 장애를 받고, 차차 장애 범위가 넓어지면서 최후에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 섬유가 영향을 받게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시력장애가 거의 없어 환자 자신도 녹내장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차츰 손상 범위가 넓어져 중심 시력만 남으면 그제야 시력장애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손상된 시신경을 잘 복구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이 있으면 실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70대 노인들의 70퍼센트가 백내장이나 녹내장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녹내장은 발병 양상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되는데, 가장 흔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만성녹내장인 광우각녹내장이다.
이것은 안구에 다른 질환이 없이 단지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의 장애가 초래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말기까지 자각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안압이 상승되면 가벼운 안통이나 두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가끔 불빛 주위에 무지개 형태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각막에 부종이 초래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폐쇄우각녹내장은 급성녹내장으로 안후방의 압력이 갑작스럽게 상승되어 홍채가 각막 쪽으로 밀린 나머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우각이 폐쇄되어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급격하게 안압이 높아지게 된다. 그 결과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은 심한 통증과 함께 급격히 시력이 약화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 이명과 변비가 동반되기도 한다.
속발성녹내장은 외상을 입었거나,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녹내장이다.
또 화학 호르몬제 성분이 들어 있는 안약을 오랫동안 사용한 나머지 시신경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녹내장이다.
또한 당뇨병, 고혈압, 포도막염 등이 있을 때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녹내장이다.
속발성 녹내장은 발병 원인에 따라서 치료 방법도 다르고, 예후도 매우 복잡하다.
어린이 녹내장은 3세 이하의 어린이에게서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녹내장이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어린이가 밝은 곳에서 눈을 잘 뜨지 못하고, 눈물을 잘 흘리며, 눈을 자주 깜박거리게 된다.
또 검은 눈동자가 점점 커져서 마치 소의 눈처럼 커지게 된다.
따라서 어린이 녹내장을 우안(牛眼)이라고도 부른다.
[침구요법]
상기 여러 유형의 녹내장 가운데 이 자리에서는 급성폐쇄우각녹내장의 치료법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도록 하겠다.
급성폐쇄우각녹내장은 지나친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심신(心身)이 극도로 피로해졌을 때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간담(肝膽)에 화(火)가 왕성해지고, 그 화가 경락을 따라 상승하여 간이 관할하는 인체 조직인 눈에 몰리게 된다.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여 급성녹내장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치료는 간담의 화를 해소해 주는 원칙에 따른다.
치료의 기본 혈은 예명 혈이다.
예명 혈은 경외기혈로서 귓불이 끝난 곳에서 뒤로 약간 나가 움푹 함몰된 곳에 위치해 있다.
자침(刺針)은 침 끝을 약간 눕혀서 반대쪽 눈을 향해 0.2치 내지 0.3치 깊이로 자입(刺入)한다.
뻐근한 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눈이 밝아지는 감이 있으면 30분간 유침(留針)한다.
만약 득기(得氣)가 없으면 득기가 있을 때까지 재차 자침한다.
좀 더 강한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유침하는 동안 5~10분마다 한 번씩 작탁(雀啄)한다.
이 예명 혈의 효능은 1956년 왕문계가 <중화의학잡지>에 ‘새로 발견한 기혈(奇穴) 예명 혈의 임상 응용’이라는 논문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또 하나 녹내장 치료의 묘혈(妙穴)로는 정하(睛下) 혈이다.
정하 혈 역시 경외기혈로서 눈 안쪽 끝에서 아래로 5푼 정도 내려온 곳에 위치해 있다.
즉, 정명(睛明) 혈에서 5푼 정도 아래로 내려온 곳에 있다.
자침은 직자(直刺)로 0.5-1치 정도 자입한다. 침 끝이 뼈에 닿는 감이 있으면 침을 약간 뺐다가 기울여서 침자한다.
뻐근하거나 찌릿한 감이 있으면 10분간 유침한다.
만약 득기가 없으면 득기가 있을 때까지 재차 자침한다.
정하 혈의 효능은 <신의료법회편>에 수록되어 있다.
한편 경맥의 순행 노선을 보면 족궐음간경과 족소음담경의 경맥은 눈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족궐음간경과 족소양담경의 혈에 자침하면 청간명목(淸肝明目)하고 자음강화(滋陰降火)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그중에서 정명, 구후, 승읍, 동자료, 태양, 솔곡, 풍지, 태충, 합곡 혈을 주된 치료 혈로 삼아 매일 평보평사(平補平瀉)로 시침(施鍼)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여기에 간담에 화가 왕성하면 행간·협계·지구 혈을 배용(配用)하고, 허화(虛火)가 심하면 태계·복류·곡천·연곡 혈을 배용한다.
또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심하면 전중·양릉천·기문(期門) 혈을 배용하고, 간혈(肝血)이 부족하면 곡천·간유
신유 혈을 배용한다.
그리고 심비(心脾)가 허약하면 족삼리, 삼음교, 태백, 신문 혈을 추가하여 자침한다.
[약물요법]
급성폐쇄우각녹내장의 약물요법 역시 침구요법과 마찬가지로 청간사화(淸肝瀉火)하고, 식풍통락(熄風通絡)하는 원칙에 따른다.
이에 적합한 처방으로는 『고금의방집성(古今醫方集成)』에 실려 있는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 있다.
여기에 영양각과 조구등을 가미하면 더 좋은 효과가 있다.
▶ 처방 내용 :
용담초·조구등 각 9그램,
황금·치자·택사·목통·시호·생지황 각 6그램,
영양각 4.5그램,
차전자 3그램,
당귀·감초 각 1.5그램
▶ 법제법 :
용담초, 황금, 치자를 술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볶는다.
▶ 복용법 :
상기 약재에 물 세 사발을 붓고, 한 사발이 될 때까지 달여서 식후 한 시간에 복용한다.
달일 때 조구등은 다른 약재가 달여진 후에 넣는다.
▶ 처방 풀이 :
간담경의 실화(實火)는 습열(濕熱)로 인해 초래된 것이므로 간담경의 실화를 청사(淸寫)하고, 습열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상기 처방의 용담초는 맛이 크게 쓰고, 성질이 찬 약재이다.
쓴맛은 능히 조습(燥濕)하고, 찬 성질은 능히 청열(淸熱)한다.
따라서 용담초는 간담에 울결되어 있는 실열(實熱)과 습열을 없애 주기에 적합한 군약(君藥)이다.
황금은 족소양담경의 화가 위장에 있는 것을 정리하고, 치자는 삼초(三焦)에 몰려 있는 열을 아래로 내려 풀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 두 가지 약은 고한청열(苦寒淸熱)하므로 신약(臣藥)으로서 군약을 도와 간담의 실화를 없애는 효능을 발휘한다.
차전자는 달면서 차고, 목통은 쓰면서 차므로 소장과 방광에 몰려 있는 습열을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차전자와 목통 역시 신약으로서 군약을 도와 간담의 습열을 없애는 효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들 약재이 지니고 있는 습을 말리는 강한 효능은 자칫 음혈(陰血)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생지황과 당귀가 사용되었는데, 생지황과 당귀는 양혈익음(養血益陰)의 효능이 강한 약재이다. 따라서 생지황과 당귀는 습을 말리는 약재로 인해 음혈이 상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
이 두 가지 약은 처방에서 좌약(佐藥)이라 할 수 있다.
시호는 간담의 기를 잘 통하게 하고, 기를 끌어올려 간경에 귀납(歸納)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초는 약재들을 조화롭게 융화시키는 한편, 쓰고 찬 성질의 약으로 인해 위장이 상하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 약은 처방에서 사약(使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용담사간탕’에 가미된 영양각과 조구등은 간풍(肝風)과 간열을 막아 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상기 처방은 간담의 화를 해소하여 안압을 내려 줌으로써 녹내장을 치료하게 된다.
한편 만성녹내장은 간신(肝腎)의 음허증(陰虛證)에 속한다.
따라서 치료는 간과 신장의 음을 보하는 원칙에 따른다. 이에 적합한 처방으로는 ‘명목지황환(明目地黃丸)’이 있다.
▶ 처방 내용 :
숙지황 250그램,
산수유·석결명·산약 각 125그램,
택사·복령·목단피·당귀·백작약·구기자·국화·백질려 각 93그램
▶ 복용법 :
상기 약재를 곱게 분말하여 토종꿀로 오동나무씨 크기의 환을 만든다.
이것을 하루에 2~3차례 6~9그램씩 따뜻한 물로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의 숙지황은 신음(腎陰)을 보(補)하고, 신정(腎精)을 북돋아 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석결명은 평간잠양(平肝潛陽)하고, 청간명목(淸肝明目)하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이 숙지황과 석결명이 결합하면 간신의 음을 보하고, 자신평간(滋腎平肝)하는 효능이 극대화된다.
따라서 상기 처방에서 숙지황과 석결명은 군약이 된다.
산수유·산약·백작약·백질려는 간신과 비장을 보하고, 양혈조경(養血調經)의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이들은 신약으로서 군약을 도와 산풍청열(散風淸熱)하고, 평간지통(平肝止痛)하며, 활혈거풍(活血去風)하는 작용을 한다.
구기자·국화·당귀·택사·복령·목단피는 사약(使藥)으로서 신약을 도와 청혈량혈(淸血凉血)하고, 보혈활혈(補血活血)하는 작용을 한다.
또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습을 잘 배설시키며, 윤장통변(潤腸通便)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보하면서도 사(邪)가 울결되지 않도록 하고, 사하면서도 정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허한 것을 보하는 효과를 낸다.
[후기]
우리 옛 속담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다섯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 눈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멀쩡하게 잘 살다가 더 이상 세상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불행은 가히 하늘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해지는 일이라 하겠다.
눈은 오장육부 중에서 간에 속하는 인체 기관이다.
따라서 과로나 울화(鬱火) 등으로 간이 피로해지거나 간에 기혈이 울체(鬱滯)되면 시력이 약화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또한 과음이나 흡연 등으로 간에 열이 뭉치는 경우에도 시력이 약화된다.
그리고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을 오랫동안 보아 눈을 혹사한 경우에도 시력이 약화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상의 요인 외에도 요즘은 화학적으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의 섭취로 인해 간에 화학 독소가 쌓인 나머지 시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은 어린아이의 경우에 치명적으로 나타난다.
설령 아이가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았을지라도 부모가 인스턴트식품을 줄기차게 먹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쌓인 상태에서 아이를 가지면 아이가 시력 약화는 물론, 갖가지 기능 이상을 지닌 채로 태어나기 마련이다.
오늘날 기형아 출산율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그런 사실의 반증이라 하겠다.
이밖에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시력이 약화된다. 당뇨가 있는 경우 시력이 약화되는 이유는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결핍되어 눈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뇨는 정백식(精白食)으로 인해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소화시킬 효소가 부족하거나,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의 섭취로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됨으로써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도 해결하고 녹내장도 예방하기 위해선 비자연적인 식생활을 금하고, 현미와 채소 위주로 자연식을 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
참고로 양의학은 시력이 약화되거나 결막염·백내장·녹내장 등 안질환이 있으면 안구를 깎는다든지 화학 소염제를 투여한다든지 하는 등 눈에 국한하여 치료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눈의 이상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이상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나아가 각막이 손상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화학 독소가 간과 눈에 쌓여 눈을 더 악화시킬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녹내장 등 안질환이 있는 경우 막연한 생각으로 치료에 임하기보다는 안전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