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요리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 [45] 화채

초암 정만순 2016. 6. 2. 09:58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45] 화채

여름이면 찬 것을 찾는 게 순리다. 시원한 국물에 과일이나 꽃을 넣어 먹는 화채(花菜)는 더위를 이기는 한국인의 대표 음료다. 고려 이후 차(茶) 문화가 쇠퇴하면서 과일이나 단것을 이용한 음청(飮淸) 문화가 발달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궁중 잔치를 기록한 '순조무자진작의궤(純祖戊子進爵儀軌·1829년)'에는 오미자 국물에 배를 썰어 넣고 꿀을 탄 배화채가 등장한다. '한국 음청류의 분석적 연구'(1991년)에 의하면 배는 조리서에 21회나 등장할 정도로 화채에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였다. 이어서 복숭아·앵두· 딸기·귤이 뒤를 잇는다. 진달래나 장미를 녹말가루에 묻히고 가볍게 데쳐 오미자 국물에 타 먹는 독특한 화채도 있었다.

꿀 또는 설탕을 탄 오미자 물에 과일을 썰어 넣은‘오미자화채’.
꿀 또는 설탕을 탄 오미자 물에 과일을 썰어 넣은‘오미자화채’. /조선일보 DB
화채는 어떤 국물을 사용하느냐를 기준으로 크게 나뉜다.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오미자 국물이 가장 많이 이용됐다. 수박이나 복숭아 같은 과일도 화채에 즐겨 이용됐다. 단맛으로 여름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화채에 꿀을 더해 달게 만들었다. 앵두나 딸기·포도·밀감의 즙을 짜서 꿀과 물을 합해 만든 국물에 과일을 띄운 화채도 있었다.

19세기 말의 한글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장미·앵두·산딸기·복숭아 등을 이용한 화채 조리법이 8가지나 등장한다. 19세기 말 이후 화채가 일반인에게도 널리 보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설탕 생산이 급증하면서 꿀 대신 설탕이 화채의 주요 감미료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제빙(製氷) 산업이 생겨나며 여름이면 얼음 파는 가게를 도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어 과일 생산도 늘어났다. 시원한 우물물에 커다란 얼음을 뭉텅뭉텅 깨 넣고 달달하고 새콤한 과일과 하얗고 단 설탕을 뿌려 먹는 화채는 1970년대까지 여름 더위를 쫓는 최고의 청량음료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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