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餌 最强/식품 영양

배(梨)와 폐병

초암 정만순 2016. 5. 14. 10:29


배(梨)와 폐병


가끔 막내 동서가 경영하는 뉴욕 부근에 있는 배농장에 가보면 수 만 주(株)의  배나무 하나 하나 씩 쇠말뚝을 옆에 박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꽁꽁 묵어 놓은 것을 볼수 있다.

 

한 상자에 여섯 개 들이 배는 사이즈가 어린 아이의 머리통 만 하기 때문에 가냘픈 배나무 가지에 주렁 주렁 열린 것을 보면 배나무가지가 찢어질 것 만 같아 가엾기만 하다. 그러므로 배나무 받침대가 없을 경우 태풍이라도 불면 배는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또 한 개에 미화 5 만불 짜리 10 미터 이상 높이의 엄청 큰 바람개비가 세개 달린 하얀색 선풍기를 배농장 안에 여러대 볼수 있다. 이른 봄에 배꽃이 필 무렵 서리가 오거나 또 배가 거의 익어가는 가을철에 서리가 오면 배농사를 망침으로 초대형 선풍기가 하늘 높이에서 따뜻한 바람을 불어 흩어버리면 배과수원내에 서리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군데군데 적당한 간격으로 온풍(溫風) 선풍기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병충해의 예방을 위하여 일년에 여러차례 살충제와 살균제를 배농장 전체 구석 구석 뿌려줘야 한다. 그것도 농무성에서 허가된 약을 법으로 정해진 양 만큼 뿌려야 하며 정해진 시기에 뿌려야 한다. 그리고 사람 입으로 배가 들어가기 40 일 전 까지 만 살충제와 살균제를  뿌리도록 허가되어 있다.

 

배나무 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나무도 드물다. 왜냐하면 배꽃이 너무 많이 달리는 해에는 주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하여 올라 온 단신 막벌잇군들을 일당 $70 씩 주고 하루 종일 배꽃을 따주는데 그것도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을 내가 직접 따보고 느꼇다. 배꽃 중에서 탐스럽고 건강한 것은 남겨두고 시원찮은 놈들은 따서 버리는데 적당한 간격을 두고 드문 드문 남겨 두어야 한다.

 

배꽃을 따주지 않으면 아마 배 사이즈가 살구만 씩 할 것 같다. 그래서 배농장에서 봄철에 배꽃 따주는 일은 큰 일로 들어간다. 그 뿐만 아니라 배꽃이 지고나서 배가 앵두알 만씩 할때 온통 나무에 달린 배를 낱낱이 검사하여 장차 싹수머리가 없는 놈들은 골라내어 따주어야 하는 일도 큰 일에 들어간다. 이때가 배농사의 승부가 가려지는 중요한 때이다. 앵두알 만큼씩 큰 배 중에서 앞으로 상품가치가 있을 것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는 쉬우며 또 이때 적당한 간격 조정을 해 줌으로써 배끼리 서로 부디치지 않게 배치해 놓는 일도 중요하다.

 

또 다익은 배를 딸때도 벌들이 배껍질에 구멍을 뚫고 단물을 한 번 빨아먹은것들은 상품가치가 없으므로 골라내어야 한다. 왜냐하면 벌에 쏘인 배는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며칠 지나면 쏘인 부분이 시커멓게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벌들은 제일 좋고 상품가치가 있고 맛있는 배를 어떻게 그렇게 잘도 아는지 모른다. 벌에 쏘인곳을 칼로 도려내고 깍아 먹어보면 다른배에 비하여 더 맛이 있다. 벌들은 배꽃의 수정에 꼭 필요한 곤충이다. 배꽃이 만발하면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데 벌들이 이꽃 저꽃으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뭍여다가 수정을 해 준다. 그래서 배꽃이 수정할 시기에 벌들이 보이지 않으면 꿀벌 농장에 일부러가서 꿀벌통을 몇개 세를 내고 빌려다가 배농장 몇 군데에 수정기간 만 놓아 둔다.

 

또 배를 수확 한 후 한 상자에 여섯개 짜리와 여덟개 짜리와 열두개 짜리등으로 분류하는 일도 꽤 힘들다. 또 배의 종류도 신고배를 비롯하여 나주배 등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분류하여 제 상자에 정확하게 예쁘게 담아야 한다. 내가 직접일을 해보고 나서 비로소 배값이 비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배를 따기 직전에 광활한 배농장 안에 있는 배나무 마다 주렁 주렁 달린 노랗고 큰 배를 쳐다보면 엔돌핀이 나옴을 직감할 수 있다.

 

배와 관련된 일화(逸話)를 하나 소개한다.

 

옛날에 슬하에 자식을 많이 둔 인색한 농부가 한 사람 있었다. 자식 중 한 명은 폐병에 걸려 있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어린 아이의 폐병을 낫을수 있는 약이 없으므로 아이 옆에 앉아서 그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인색한 농부는 항상 돈주머니를 졸라매고 폐병에 걸려있는 자식만 빼놓고 나머지 자식들에게 밖에 나가서 막노동을 하여 돈을 벌어 오라고 명령하였다.

 

어느 해 가을 배가 거의 익어 갈 무렵 태풍이 불어 닥쳤다. 폭풍은 배밭을 모두 쓸어버리고 지나갔다. 폭풍의 피해는 막심하였다. 배농사를 망치게하는 것은 바람과 서리와 해충이다. 이 농부는 배농사를 망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배농사에서 큰 손해를 봤다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농부를 괴롭혔다.

 

농부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땅바닥에 떨어진 배를 주어 삶아서 쌀밥 대신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쌀을 절약함은 물론 쌀을 사는 돈을 절약하여 배농사를 망친 것을 보상받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부는 폐병에 걸린 아이에게는 매일 강제로 배를 먹였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전에 폐병에 걸린 아이의 맥을 짚어 진단했던 의사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의사는 이 아이의 병색이 호전된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너의 병이 많이 호전되었구나!  너는 그 동안 무슨 약을 복용했느냐?"  고 물었다.

 

폐병에 걸렸던 아이는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전혀 약을 사주지 않았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다만 나에게 매일 쌀밥 대신 배를 먹였을 뿐 입니다."  고 의사에게 대답했다.

 

의사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배가 때로는 좋은 약이 될수도 있으니 계속 배를 먹어라?"  고 말했다.

 

다음 날 그 의사는 어린 아이의 아버지로 부터 많은 양의 배를 사가지고 가서 폐병환자들에게 배를 쪄서 먹여 보았다. 1 개월 후 배를 먹인 모든 폐병환자들의 병세가 호전됨을 발견하였다.

 

신선한 배는 오래 보관해 둘 수 없으므로 배를 얕은 불로 오래 끓이면 고약과 같은 형태의 이고(梨膏)가 된다. 쉽게 말해서 "배고약" 이다. 이고는 장기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고는 추리고(秋梨膏)라고도 부르는데 배에서 짜낸 즙에 꿀을 타서 끓여서 반고체 상태로 만든 것으로써 음료나 기침약으로 사용된다.

 

이 의사는 추리고를 반년 정도 복용시킨 폐병환자들의 체력이 속히 회복됨은 물론 폐병이 치료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하여 스스로 증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