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침구 개론

침술의 비법같은 것은 없다

초암 정만순 2015. 7. 31. 19:57

 

침술의 비법같은 것은 없다

 

침을 놓을 때 다양한 법칙과 원칙 그리고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 침 시술할 때의 법칙이나 원칙, 수칙사항들은 침구학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이론들이다.

침을 배우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이론을 소홀히 하면서 병증에 따른 처방이나 비법을 익히기에 급급해 한다. 나같은 경우도 침술 입문시절 그랬지만 침을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비법을 찾아 헤매고 다닌다.

그렇지만 침술에서 비법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침술의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이론을 확실하게 장악을 하게 되면 그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침을 수십 년씩이나 놓았다는 시술자들은 환자들에게 침을 놓을 때 어떤 법칙이나 원칙에 의해 놓는 것이 아니라 아픈 부위에다 마구잡이로 침을 수십 개 꽂아 놓는 것이 다반사다. 그것도 환자들의 지시에 의해서 말이다. 침 시술자가 환자들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본 다음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부위에 침을 꽂기 시작한다. 그때 환자들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아픈 부위를 지시하며 시술자는 환자가 지시하는 손가락을 따라다니며 침을 찌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자들의 환부에는 수 십개의 침이 고슴도치 모양으로 꽂히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여러 침 선생으로부터 배운 비법대로 침을 찌르든지...

 

 

침 시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법칙이라면 배혈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 침을 어떤 경혈에 자침할 것인지를 정하고 정해진 경혈의 배혈을 판단해야 한다. 

배혈법은 치료의 상승효과를 위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중요한 법칙이다.

눈병에 침 시술할 때의 예를 들어보겠다.

평범한 시술자라면 눈 주위에 있는 찬죽, 어요, 사죽공, 동자료, 태양혈 등에다 자침을 할 것이다.

자신이 있는 시술자는 정명이나 승읍에 침을 꽂기도 하겠지만. 아니면 눈병일 때의 처방을 살펴보니 합곡, 태충, 광명, 정명, 풍지, 인당 , 양백, 사백, 찬죽이라고 되어 있으면 아무런 생각없이 처방전에 기록된대로 자침을 할 것이다.

그런데 정명에 자침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제외시킬 것이며, 태충이나 광명같은 곳은 눈 부위에서 너무 멀리 있어 효과를 의심하고는 빼버리는 시술자들도 있다. 침구학의 근본적인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처방전대로 침을 놓고도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감이 없어 시술자 자신에게 생소한 경혈이나 믿음이 가지 않는 경혈은 빼버리는 것이다.

 

눈의 질환으로 자침할 경우 국소취혈은 기본이다. 즉 정명이나 승읍은 기본적으로 자침을 하며, 태양, 인당, 찬죽이나 양백 등은 인근취혈로 이들 중에서 한두 개를 자침한다. 그리고 합곡, 태충, 광명, 풍지는 반드시 자침을 해줘야 치료 효과가 배가가 된다. 

합곡은 5개의 감각기관의 질환 때 필수혈로 쓰이는 혈이며, 태충과 함께 사관혈이라서 합곡-태충으로 배혈이 되었고, 광명은 담경락의 낙혈로서 간경락의 원혈인 태충과 함께 원락 배혈법에 의해 조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태충은 간경락으로, 간은 눈과 통하므로 태충을 써야 하는 것이며, 광명은 이름 그대로 눈을 밝게 하는 혈로서 취혈된 것이다. 풍지는 정명과 전후 배혈법에 의해서 취혈이 되었지만 풍지는 그 자체로도 눈의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기초지식이나 배혈법을 모르고 있다면 처방대로의 자침을 하고나서도 치료의 효과에 대한 확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침을 놓으면서 치료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마음은 그대로 환자에게 전파되어 침 시술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대체로 처방전대로 침을 놓는 시술자들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처방에 대한 확신감을 점점 상실해 간다. 처방대로의 침을 놓는 시술자들은 침술의 치료원리나 기초적인 지식마저도 없기 때문에 처방전대로 침을 놓아서 효과가 좋으면 모르나 매번 효과가 좋게 나올 수는 없어서 그 때마다 실망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침을 맞는 환자들은 시술자들의 손놀림이나 시술자들의 감정 하나 하나에 본능적으로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처방대로의 침술 효과가 안 나오니 시술자가 침을 능수능란하게 찌른다 하더라도 시술자 본인은 물론 환자들도 자신감 없이 침을 놓고 있다는 걸 감지를 하는 것이다.

 

침 시술자가 침술의 기초적이고도 근본적인 이론과 침술의 원리에 능통하다면 처방전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눈병 하면 바로 합곡이라는 경혈이 떠오를 것이고, 합곡을 쓰면 태충과 함께 사관혈이므로 태충을 취혈하며, 원락 배혈법에 의해 광명을 취혈하며, 국소의  정명이나 승읍을 취혈하며, 정명의 전후 배혈법에 의해 풍지를 취혈하고, 인근에 있는 태양이나 인당혈을 취혈하여 자침을 하면 완벽한 배혈법의 처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취혈은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감을 가지게 한다.

확신감은 자신있게 자침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기게 하며 그 에너지는 환자의 자연치유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이 될 수 있도록 자극시킬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침으로 어떤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병증에 따라서 해당되는 처방대로 침을 찌르면 병이 낫는 걸로 착각들 하고 있다. 침을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이론을 외면하고 병증에 따른 침 찌르는 방법만을 익히려고 한다. 그렇게 익힌 방법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되면 그 때부터 비법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중도에 하차하거나 평생을 비법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것이다.

침구학의 기초 이론과 근본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고 지루하더라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침술의 달인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