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鍼處方/근골격계(요 상지)

급성요통 치유

초암 정만순 2015. 7. 30. 15:19

 

 

 

급성요통

 

 

원론적인 침구 이론에 충실한 사람의 경우 급성요통을 표본근결이론에 근거해서 치료한다고 한다. 표본근결(標本根結)이란 황제내경의 영추에서 볼 수 있는 이론으로 표(標)는 몸체와 두면에 위치한 경혈을 나타내고, 본(本)은 주슬관절 이하에 있는 경혈을, 근(根)은 사지말단에 있는 경혈을, 결(結)은 두면부에 위치한 경혈을 나타낸다. 내경에서 경락의 기혈은 본부(本部)인 주슬관절 이하에서 몸체를 지나 표부(標部)의 두면으로 흐르고, 근부(根部)인 사지말단에서 결부(結部)의 두면부로 흐른다고 했다. 따라서 근부의 혈위는 경기를 운행시키는 구급치료에 이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표본근결이론은 결국 표부에 있는 경혈과 본부에 있는 경혈을 배혈하고, 근부와 결부에 있는 경혈들을 배혈하여 임상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통이 있을 때 근부에 위치한 태충혈에 자침하고, 결부에 위치한 풍지를 자침하면 근결배혈법이 되는 것이다. 또는 병이 표부의 두면부에 있으면 본부에 있는 경혈에 자침하여 치료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병이 위에 있으면 아래에서 치료한다는 이른바 상병하취라고 하는 것이다. 

 

침구이론은 아직까지도 황제내경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황제내경은 중국 고대의 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의학 경전이다. 이것은 주역의 정체사유를 거울로 삼아 천지만물과 인간을 하나의 통일된 정체로 보고 이 정체를 지배하는 것을 음양의 상반상제와 오행의 상생상극이라고 보았다.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음양오행설로 자연계를 이해하려는 점과 인체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특히 전통의학자들이 음양오행설을 인체를 이해하는 데 참고 이론으로는 삼을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믿는 것은 곤란하다. 음양오행설은 과학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사회나 고대사회에서 불가사의한 자연계의 현상을 이해하는 데 발달한 사유 수단이다. 지금도 역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자연계의 현상이나 인간들에게서 나타나는 길흉화복을 음양오행으로 풀어 내려고 한다.

 

어느 해에 비가 많이 내리고 유난히 더웠던 현상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데도  어떤 사람들은 굳이 음양오행의 이론으로 접근하여 자연의 이치가 오묘하다, 신비하다고 떠벌린다. 만성적인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밀진단으로 간암인지, 간염인지, 아니면 간경화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전통의학자들은 음양오행설을 동원하여 오장육부의 어느 장기가 허한지 실한지를 가려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말이지 아주 다행스럽게도 간이 허하다고 짚었다면 오행의 상생상극에 의한 비장이나 폐, 또는 신장이나 심장까지 모두 병들어 있는 걸로 막연하게 추측을 한다. 물론 인체를 과학적인 시각으로 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어느 장기 하나를 독립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인체는 유기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것은 전통의학에서 인체를 정체적인 관념으로 보는 것과 같다. 

 

침구학에서의 핵심은 경락설이다. 침구이론을 원론적으로 충실하게 배운사람들은 경락설을 정확하게 이해를 못하면 침을 제대로 놓을 수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경락설은 어느 시대에 수립된 이론인가? 인체과학, 즉 인체해부학이나 생리학이 전혀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에 주역의 영향으로 생겨난 이론이다. 물론 그 핵심 키워드는 음과 양 그리고 목화토금수라는 음양오행이다. 이 음양오행으로 천지간에 일어나는 변화무상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려 했고, 인체를 소우주라고 해서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적인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인체에 기와 혈이 흐르는 통로가 있다고 믿었던 옛날 사람들은 장기를 음양오행에 배속하여 오장육부라 했고, 오장육부와 사지 또는 몸체를 연결하여 흐르는 경락이라는 길이 있어 그 길로 기와 혈이 운행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경락은 음과 양으로 나누고 또한 그 경락을 오행에 배속시켜 음양오행의 속성대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를 판단했던 것이다. 

 

원론적으로 침구학을 배운 사람들은 환자들에게 침 시술을 할 때 장부의 허실을 따지고 어느 경락으로 어떠한 사기가 침범했는가를 허공에 뜬 구름을 잡으려는 듯이 잡아내려고 한다. 게다가 사기가 겉에 있느냐 속에 있느냐에 따라서, 혹은 사기가 어느 경락으로 침범했는가를 따져서 보법과 사법을 결정하고 본을 칠것인지 표를 칠것인지를 결정한다. 급성요통은 족태양경근에 외감사기가 들었다고 판단하여 족태양경의 접경인 수태양경의 양로혈에 자침하고 족태양경의 구간인 찬죽에 직자를 한다고 했다. 댓글을 쓴 사람은 참으로 현학적으로 설명을 했다. 그래서 원론적인 침구이론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며, 이같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진리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침구학에 관한 대부분의 서적을들을 펼쳐보면 급성요통을 양로혈에 자침하라고 나왔거나 또는 찬죽혈에 자침하라고 되어 있다. 어떤 문헌에는 양로와 찬죽혈을 함께 자침하라고도 되어 있다. 그러니까 급성요통으로 양로와 찬죽혈에 자침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시술법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양로와 찬죽혈에 자침을 하여 급성요툥으로 인한 통증의 개선효과가 전혀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럴 경우에도 족태양경이니 수태양경을 따지고 표본과 근결을 따질 셈인가?

 

지금부터 급성요통을 침으로 찔러 시술할 수 있는 경혈들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충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단독의 경혈에 자침하여 시술할 수 있는 방법부터 소개한다.

인중(수구)혈에 자침하여 급성요통을 치료한다. 은교혈에 자침한다. 인당혈에 자침하여 급성요통을 치료한다. 백회혈에 자침한다.대추혈에 자침한다. 찬죽혈에 자침한다. 천주혈에 자침한다. 속골혈에 자침한다. 정명혈에 자침한다. 후계혈에 자침한다. 양로혈에 자침한다. 지구혈에 자침한다. 수삼리혈에 자침한다. 위중혈에 자침한다. 수배요통혈(손등에 두 곳이 있다)에 자침한다. 삼초경의 양지와 대장경의 곡지의 연상에서 중간 지점을 자침한다. 천추혈에 자침한다. 좌골혈에 자침한다. 은문혈에 자침한다. 단중혈에 자침한다. 합곡을 자극한다. 대포혈에 자침한다. 신궐에 뜸을 든다. 환도혈에 자침한다. 비양혈에 자침한다. 중저혈에 자침한다. 외관혈에 자침한다. 조구혈에 자침한다. 곤륜혈에 자침한다. 요양관혈에 자침한다. 행간혈에 자침한다. 금문혈에 자침한다. 태충혈에 자침한다. 신유혈에 자침한다. 지실혈에 자침한다. 복요혈에 자침한다. 강간에서 뇌호로 투자를 한다. 이밖에도 문헌을 뒤져보면 백여 종류의 치료혈을 족히 찾아낼 수 있다.

 

경혈을 두 개 이상을 취혈하여 급성요통을 치료하는 방법

인중혈과 정명혈을 자침한다. 정명혈과 지음혈을 자침한다. 환측의 후계혈과 곤륜혈을 자침한다. 환측의 후계혈과 건측의 수배요통혈을 자침한다. 승부혈, 요양관혈, 요안혈을 자침한다. 외릉과 기혈 사만혈을 자침한다. 요양관 후계 중저를 주혈로 하고 인중 위중 기해유를 배혈하여 자침한다.

사암오행침법으로는 곡지와 족삼리를 보하고 양계와 양곡을 사하는 대장정격을 쓴다. 위중과 족삼리를 보하고 곤륜을 사한다. 대돈 은백을 보법으로 자침한다. 후계 임읍을 보하고 전곡 통곡을 사하는 소장정격을 쓴다. 협계 통곡을 보하고 상양 규음을 사하는 담정격을 쓴다. 또는 양보 양곡을 사하고 상양 규음을 보하는 담승격을 쓰기도 한다. 곡지와 족삼리를 보하고 양계 인중을 사한다. 대도와 소부를 보하고 은백 대돈을 사하는 비정격을 쓴다. 복유와 경거를 보하고 태계와 태연을 사하는 신정격을 쓴다. 지음과 상양을 보하고 위중과 족삼리를 사하는 방광정격을 쓴다. 

이상은 급성요통을 치료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경혈이나 경혈의 배혈을 나열한 것이며, 그 중에서도 아시혈이라든가 압통혈을 자극하여 급성성요통을 치유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밝히고 싶다. 

 

이처럼 급성요통을 침으로 시술할 수 있는 경혈은 앞에서 예를 든 것 외에 백여 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독자분들이 알아낼 수 있다면 고리타분한 침구의 원론적인 이론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침술은 애매모호하고 애매모호해서 신비롭기까지 한 묘하고 헷갈리는 이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통의학을 원론적으로 공부를 했거나 침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즉 이런 사람들은 침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비감을 강화하여 일반인들이 섣불리 하찮게 생각하는 의술이 아니라는 걸 부각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신비스러운 침술은 누구나가 터득할 수 있는 의술이 아니며 주역 사상에 나타난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들만이 침을 잘 놓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신비화시키는 이도 있다. 서두의 댓글에서 날더러 공부 좀 더 하라느니, 자중을 하라느니 따위의 글을 쓴 사람도 침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내세우고싶어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침술은 음양오행으로 접근하면 안개 속에 들어가는 격과 같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침을 놓는 길이 저절로 터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