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이맛에 단골

고향차밭골

초암 정만순 2015. 7. 9. 10:24

 

지정다례원 지회장 모임 ‘고향차밭골’

 

지정다례원 지회장들은 고향차밭골에서 차밭골정식과 약선 게장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에 두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진 가운데 왼쪽)8월부터 출시 예정인 고향차밭골의 비밀병기 된장돼지갈비찜. (사진 가운데 오른쪽)김도윤 대표와 권기남 팀장 모자.
몸에 좋은 약은 쓰다. 그래서 먹기 좋게 요리해서 먹는다. 우리는 이렇게 약이 되는 음식을 약선이라 부른다.

약선이라 이름 붙인 음식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진짜 몸에 좋은지는 물음표가 생긴다. 그런데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줄 식당이 팔공산 자락에 있다. 오리`닭집이 넘쳐나는 팔공산. 이 가운데 파계사 초입 주차장 근처에 있는 고향차밭골은 약선으로 제자리를 잡았다. 김도윤 고향차밭골 대표는 1990년대 중반 몸에 생긴 혹으로 시름시름 앓았다. 그는 약 대신 음식으로 건강을 돌봤고 5년 만에 완치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먹는 건강 식단을 그대로 차림상에 올린다.

◆소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식당

괜찮은 식당 소개해달라는 물음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나의 입맛과 상대의 입맛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향차밭골은 지정다례원 지회장들이 자신 있게 권하는 식당이다. 박경옥(52) 지정다례원 지회장은 “식당 추천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다. 그런데 이곳은 누구한테나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식당이다”며 “오랜 단골이었는데 그걸 몰랐던 지인이 좋은 식당 한 곳을 아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왔더니 이곳이더라”고 말했다.

1999년 개업 때부터 단골이었던 손말선(61) 지회장도 “한 두 사람에게 이곳을 추천한 게 아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때 이 식당을 소개받은 사람들이 자기 지인에게 여기를 소개하더라”라고 했다.

이들이 고향차밭골을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비결은 김 대표의 손맛이다. 지정다례원 지회장들은 고향차밭골 음식에서 깊은맛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오예환(60) 지회장은 “일반 한정식집은 퓨전 한식을 보기 좋게 담아낸다. 고향차밭골을 투박하면서 소박하게 담아내는데 이게 꼭 어릴 때 친정 엄마가 차려준 밥상 같다”며 “식당은 뭐니뭐니해도 결국은 맛이 제일 중요한데, 시래기 된장국을 먹어보면 갓 끓여내선 낼 수 없는 맛이 있다”고 말했다.

◆엄지손가락 들게 하는 시래기된장

고향차밭골의 유일한 메뉴인 차밭골정식은 전라도 밥상처럼 풀코스가 아니라 한상차림이다. 시래기된장, 청방김치, 수육, 고등어조림, 명태조림, 우엉조림 등 7가지 기본 라인에 제철 채소를 활용한 나물 반찬이 6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시래기된장은 항상 반응이 좋은 음식이다. 실제로 손인숙(52) 지회장은 “다른 반찬도 마찬가지지만 시래기된장은 진짜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걸 시래기라 하고 배추 같은 푸성귀에서 뜯어낸 겉대를 우거지라 한다. 시래기된장은 멸치육수를 사용해 조리한다. 식당 건물 3층에 올라가면 양지바른 곳마다 3, 4월에 사들인 거제도산 청어멸치를 고이 말리고 있다. 육수를 낼 때는 멸치 똥까지 사용해서 우려 낸다. 파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파의 흰 부분을 살짝 구워 단맛과 대파 특유의 풍미를 더한다. 여름철 우거지용 배추는 도착하는 즉시 바로바로 삶는다. 삶은 것도 하루 정도 물에 우려내 배추 풋내를 잡는다.

권기남 고향차밭골 팀장은 “짠맛을 좋아하는 경상도 입맛을 맞추고자 시래기된장을 끓일 때 강된장을 섞는데 그러면 쌉쌀한 맛도 가시고 구수한 맛도 올라간다”고 했다.

◆세세하게 건강을 챙기는 식당

고향차밭골은 음식을 먹는 이들의 건강을 세세하게 챙기는 식당이다.

손님이 붐비는 점심때 서빙하는 고향차밭골 식구들을 자세히 보면 얼굴에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런가 보다 싶을 수 있지만, 다시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무거운 유기 탓이다. 고향차밭골은 경북 봉화의 김선익 명장이 만든 유기세트를 식기로 사용한다. 비록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위생을 위해서다.

박경옥 지회장은 “이 집에서 유기를 쓰는 것도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다. 사람 입에서 나오는 세균이 많다. 이를 완벽하게 살균`소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유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 대구공항 맞은 편에서 식당을 하다가 지금 위치로 옮겨오면서 테이블은 쓰던 거 그대로 가져왔지만 식기만큼은 다시 유기를 샀다”며 “손님 입에 직접 닿는 식기야말로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고향차밭골은 양념재료로도 건강을 챙긴다. 초창기에는 된장과 간장 등 일반적인 양념 재료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나물과 채소를 통해 효소를 만들고, 그걸 양념으로 활용한다. 양념으로 쓰이는 효소는 대개 3년에서 5년 정도 발효한 걸 사용한다. 효소를 만들려고 70여 가지 재료를 갖추고, 별도의 발효항아리와 숙성실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손말선 지회장은 “어쩌면 깊은 맛이 효소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며 “식당이 도심에서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면 그리 힘든 걸음이 아니다”고 했다.


▶차밭골정식 1인 1만5천원.

▷영업시간=낮 12시~오후 9시.

▷규모=52석, 주차 10면(인근 파계사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문의=대구 동구 파계로 138길 12, 053)981-5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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