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약초(ㅎ)

해동피(海東皮)

초암 정만순 2014. 9. 29. 14:59

 

해동피 - 요통과 오십견 고치는 명약


뇌출혈로 인한 마비와 간염 및 피부병에도 특효
해동피(海東皮)는 원래 콩과의 갈잎큰키나무인 자동(刺桐)의 껍질이지만, 우리나라는 두릅나뭇과인 엄나무의 껍질을 대용(代用)한다. 엄나무는 음나무라고도 하는데, 다 자라면 높이가 15~25미터 정도 된다. 잎은 어긋나고, 단풍나무의 잎처럼 5~9개로 갈라진다. 가지에 가시가 많고, 줄기에도 가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7~8월에 누런 녹색 꽃이 새 가지 끝에서 무리지어 핀다. 열매는 10월 무렵 검은색으로 둥그렇게 익는다.
엄나무는 기름지고 물기 많은 땅에서 잘 자라지만, 습한 기운을 몰아내는 방습(防濕)의 효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물속에 담가 둬도 잘 썩지 않고, 습기도 잘 스며들지 않는다. 게다가 다루기가 쉽고, 큰 널판을 만들 수 있어 합판·가구·악기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예전에는 비올 때 신는 나막신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조상들은 이 나무의 뾰족한 가시가 귀신의 침입을 막아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귀신나무라고 하여 집안에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이나 방문 위쪽에 가지를 걸어두곤 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로 가지를 쓰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엄나무를 삶은 물로 단술이나 술을 빚어 마시면 신경통과 요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많이
이용한다. 엄나무 가지를 삼계탕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또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개두릅나물이라고 하
는데,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입맛을 돋워 준다.
전통의학에서는 엄나무 껍질을 초여름에 채취하여 가시가 있는 겉껍질을 벗긴 다음 노란 속껍질을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다.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쓰면서 맵다. 몸이 무겁거나 붓는 등의 풍습(風濕)으로 인한 증
상을 없애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또 경락의 기운을 잘 소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사지가 저리거나 오그라
드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살충·살균 작용과 가려움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어 치
통, 이질, 옴 등의 피부질환에 외용약으로 활용된다. 약리학적으로 보면 해동피를 소량 사용할 때는 중추신
경계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반면 다량 사용할 때는 진정작용과 거담작용, 그리고 위액 분비를 항진시
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진통(鎭痛)과 소염(消炎)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경통, 요통, 관절
염 등 각종 통증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
해동피를 활용한 대표적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서경탕(舒經湯)’이 있다. ‘통기음자(通氣飮子)’라도 하는 이
처방은 기혈이 경락에 응체(凝滯)되어 팔이 아파서 들지 못하는 증상 즉, 흔히 오십견이라고 하는 견비통에
효험이 있다. 처방 내용은 강황 8그램, 해동피·당귀·백출·적작약 각 4그램, 강활·감초 각 2그램, 생강 3쪽이
다.
해동피는 신경통과 간에 좋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혈허(血虛)로 인해 얼굴과
손톱이 창백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귀가 울리는 사람은 복용을 금해야 한다. 또 평소 체력이 약하고, 가
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도 복용을 금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끊어지는 혈허(血虛) 증상
이 있으면 복용해서는 안 된다.
◈ 고방과 경험방 ◈
1. 뇌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안면마비·반신마비 : 해동피 300그램, 오가피 50그램, 초오 10그램을 이용
한다. 해동피를 물엿처럼 달여 오가피 가루와 초오 가루를 넣어 반죽해서 환약을 만든다. 한 번에 4~5
그램씩 하루 3번 식후에 복용한다. 초오는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려서 쓴다.
2. 어린이가 발가락에 경련이 나서 펴지 못할 때 : 해동피·목단피·당귀·숙지황·우슬 각 40그램, 산수유·
보골지 각 20그램을 가루 내어 한 번에 4그램씩을 총백 1개와 함께 물에 달여서 식전에 먹인다.
3. 풍독각기(風毒脚氣)로 무릎과 정강이가 아플 때 : 해동피·오가피·독활·지각·방풍·두충·우슬·의이인
각 60그램, 생지황 100그램을 이용한다. 약재들을 가루 내어 술에 봄엔 7일, 가을엔 14일 동안 담갔다
가 걸러서 한 번에 한 잔씩 하루 2번 데워서 먹는다. 우슬은 술에 담갔다가 불에 말리고, 두충과 의이인
은 볶아서 쓴다.
4.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초기 : 해동피 1.5킬로그램에 물 5되를 붓고 물이 3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달
여서 한 번에 20밀리리터씩 하루 3번 식후에 복용한다.
5. 신허(腎虛) 요통·신경통·관절염·근육통·근육마비 : 엄나무 뿌리를 생즙으로 내어 마시면 좋다. 무르고
두꺼운 뿌리껍질을 토막토막 잘라 믹서에 갈아서 생즙을 내어 맥주잔으로 하루 한 잔씩 마시면 효과가
매우 빠르다. 특히 신허 요통에는 즉효를 본다.
6. 옴·종기·피부병 : 엄나무 줄기를 잘게 토막 내어 오지항아리에 넣은 다음 뚜껑을 잘 봉하고, 항아리
주위에 왕겨를 가득 쌓아 놓고 태운다. 불이 다 꺼지고 난 뒤에 항아리 속에 고여 있는 기름을 상처에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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