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1차 방어막' 장(腸)
소장 점막에 생긴 틈새난치병 일으킨다… 감염·약물·술에 반복적 노출
점막 헐거워져 염증·독소 침투, 혈류 타고 돌며 각종 질환 유발
장은 면역의 70~80%를 담당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면역기관이다. 면역은 '내 것이냐 남의 것이냐'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 중 피부·호흡기·소화기가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데, 이 기관들이 면역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 중에서 소장이 가장 면적이 넓다. 피부는 표면적이 2㎡, 호흡기는 100~200㎡이며 소장은 400㎡로 피부 표면적에 200배에 달한다. 그만큼 우리 몸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면역의 중요한 장소라고 볼 수 있다.
면역세포(대식세포, 림프구, 백혈구 등) 역시 80%가 장 점막에 위치하고 있다. 박석삼의원 박석삼 원장은 "사람은 신생아 때 모유를 통해 맨 처음 자신과 다른 외부 물질인 음식·세균 등과 접촉하면서 면역계를 키운다"며 "또 인체의 세포수보다 10배나 많은 100조개의 장내 세균을 가지고 살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하면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면역력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소장(小腸) 점막이 손상돼 유해물질이 침투하면 소화기 증상·알레르기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질병이 생긴다. 이같은 증상을 '새는 장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 병이 최근 의학계의 관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는 장 증후군'이 자가면역질환·알레르기질환·치매·자폐증 등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잘 안되는 병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의학·과학 잡지에 실리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전우규 교수는 "지금까지 장은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기관으로만 생각했다"며 "그러나 장이 외부 유해 물질에 대한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며, 면역의 70~80%를 담당하는 우리 몸의 가장 큰 면역기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점막 세포가 한겹으로 돼 있어 외부 유해물질에 취약하다. 따라서 감염, 약물, 술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 점막에 틈이 생기고, 이 틈으로 나쁜 세균(살모넬라, 대장균 등)과 나쁜 세균이 내뿜는 물질인 '내독소' 등이 몸 속으로 유입된다. 이런 물질은 염증을 유발하며, 혈류를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거나 원래 앓던 병을 악화시킨다.
난치병도 이런 과정을 통해 생기므로, '새는 장 증후군' 치료를 통해 난치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최근에는 '새는 장 증후군'의 진단방법과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 알레시오 파사노 교수는 장 점막을 헐겁게 하는 단백질 '조눌린(zonulin)'을 발견하고, 조눌린의 양을 측정해 '새는 장 증후군'을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 조눌린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제를 개발 중이다. 박석삼의원 박석삼 원장은 "조눌린을 억제하면 새는 장 증후군이 치료될 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등 연관 질병도 같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말했다.
☞새는 장 증후군
소장이 감염, 글루텐(밀가루 단백질), 항생제·소염진통제, 술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 점막의 세포와 세포 사이의 치밀한 결합이 깨지면서 틈이 생긴다. 이 틈으로 나쁜 세균, 소화 안 된 음식물, 중금속 등이 침투하면서 염증 등을 만들고,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 ▲ 소화불량·복통·변비가 새는 장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료계는 전 국민의 10% 정도는 새는 장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이윤경 교수는 "기능성소화불량증·과민성장증후군·아토피피부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새는 장 증후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는 장 증후군, 내겐 없을까
새는 장 증후군은 일종의 전신 질환이므로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통·변비·설사·소화불량 등 소화기 증상이다. 또 ▷두드러기·습진이 있거나 ▷항생제·스테로이드제·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하고 있는 경우 ▷감기·방광염 등에 잘 걸리는 경우 ▷불안·우울한 경우 ▷만성피로·입맛소실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미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새는 장 증후군이 있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질병은 알코올성 간염, 류마티스관절염·염증성 대장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천식·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 기능성소화불량·과민성장증후군, 자폐증, 치매 등이다.
◇어떻게 병을 유발하나
장 점막 안으로 유해물질이 들어오면 장 점막에 있는 면역세포가 이들을 제거하게 위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생긴 염증과 내독소가 장→간→폐→뇌 등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이윤경 교수는 "유전적으로 약한 부위나, 점막을 뚫고 들어온 원인 물질에 따라 발현되는 질병이 다르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것은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화이다. 술은 장 점막을 헐겁게 하는 물질로 새는 장 증후군을 악화시키며, 이로 인해 생긴 염증·내독소 등이 해독을 위해 간으로 가면 병이 생긴다.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과의 연관성도 대두되고 있다. 새는 장 증후군 탓에 우리 몸에 들어온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다 보면 면역세포가 이상 작용을 하게 된다. 즉 유해물질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우리 몸의 조직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밖에 알레르기질환, 위장질환, 신경계질환 등을 일으킨다.
◇검사법
장 투과성을 간단하게 측정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장에서 흡수되는 영양소와 비슷한 분자 크기의 다당류 '만니톨'과, 이보다 10배가 커서 장내 흡수가 안 되는 '락툴로오스'를 섭취한 뒤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비율로 조사해 보는 검사다. 소변에 만니톨이 많고 락툴로오스가 적으면 새는 장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학병원이나 통합기능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병의원에 가면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치료법
치료는 장 점막을 파괴시키는 나쁜 균을 없애고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흔히 '4R 치료법'이라고 하는데, 먼저 가공식품, 술 등을 먹지 않고, 1~2주 동안 장에만 작용하는 항생제를 써 나쁜 균을 없앤다(remove). 두 번째, 위산과 각종 소화 효소를 보충한다(replace, reinoculate). 박석삼의원 박석삼 원장은 "이 때 식초를 먹으면 좋다"며 "유산균도 보충해 장내 유익균을 늘리면 장의 기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점막이 재생이 잘 되도록 영양 치료를 한다(repair). 글루타민 성분은 헐거워진 장 점막을 재생시키고 락토페린 성분은 장내 나쁜 균의 증식을 막는다. 셀레늄, 비타민E 등의 항산화제는 염증을 막는 효과가 있다. 전우규 교수는 "영양치료제로 초유에서 추출한 단백 분말을 추천할 만하다"며 "초유에는 IGF 등의 성장인자가 들어 있어 장 점막을 재생시키는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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