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을 살 때 첨가물 표시도 꼭 읽어야
식용유를 짜내고 남은 탈지 대두를 원료로 염산을 이용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탈지 대두를 분해시켜 간장을 만들어낸다. 바로 산분해 간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1년 동안 숙성 발효시키는 전통 숙성 간장보다 당연히 맛이 떨어지기에 스테비오사이드와 같은 첨가물로 맛을 내고, 빛깔을 내기 위해 카라멜 색소로 진한 갈색의 간장 색을 만들어낸다. 여기에다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합성보존료인 파라옥시안향산에틸이 추가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식품첨가물이다.
자, 이제 왼쪽과 오른쪽 중 어떤 간장을 택하겠는가? 당연히 오른쪽 간장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왼쪽 간장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간장 중 하나이다. 왜 그럴까? 익숙하게 늘 써 왔기 때문에 장 볼 때 무의식 중에 손이 가고, 그 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광고로 익숙한 제품이어서, 그리고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편하게 먹을수록 첨가물은 늘어난다
가공식품에는 맛과 모양을 내고 보관 기간을 길게 하기 위한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식물에서 얻은 천연색소나 천연향료 등을 사용해 왔다. 두유에 응고제를 첨가하여 두부를 만들고, 소석회로 한천을 응고시켜 곤약을 만드는 방법은 중국에서 불교와 함께 전래되었다고 하니 식품첨가물은 천 년 이상 사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00년대의 산업혁명 이후 화학적 합성품이 개발되었으며, 이중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안전하다고 인정된 것들이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 식품에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지정된 식품첨가물은 총 606품목이다. 식품첨가물의 분류는 국가별로 많은 차이가 있는데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는 23개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아래 표에 식품 첨가물의 대표적인 용도와 그러한 식품첨가물들이 많이 사용되는 식품들에 대해 정리되어 있다.
너무도 낯선 명칭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매일 우리 몸 속으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몸 속으로 수 십가지 들어오고 있다면 어떠한가? 어느 집에나 가공식품을 찾기는 어렵지 않으므로 한 번 집에 있는 어떤 가공식품이든 꺼내들고 뒷면의 식품 표시를 살펴 보자. 라면이나 소세지, 샐러드 드레싱, 과자라면 더 좋다. 식품첨가물이 제일 많이 들어가 있는 가공식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렵지 않게 아래 표에 있는 낯선 이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매우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쳐 안전하다고 입증된 것만을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FAO/WHO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는 어떤 물질을 일생 매일 먹더라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양을 1일 섭취허용량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을 통해 유해한 작용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최대 무독성량을 구한 후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차이를 고려한 안전계수를 적용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가공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의 양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의 양은 실제 1일 섭취허용량과 비교해 봐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 기준으로 식품첨가물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식품첨가물의 안전성 관리 기준은 한 가지 물질만 섭취했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허가를 할 때에는 해당하는 한 가지 물질에 대해 위의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어느 집에나 있는 라면의 뒷면 식품 표시를 보면 많게는 스무 가지가 넘는 첨가물의 리스트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식품에 맛을 내는 향미 증진제, 방부제, 발색제 등등이 다 들어가 있다.
식품첨가물 허가 시에는 한 가지 물질의 안전성만을 고려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들을 섞어서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하루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는 가공식품의 개수를 생각해 보라. 우리의 몸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다양한 식품첨가물로 범벅이 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사람은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평생 동안 먹게 되는데 식품첨가물의 허가는 단기간의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안전성에 따른다는 것이다. 장기간 동안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먹었을 때의 영향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수십 가지의 첨가물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의 건강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자료나 사회적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렇게 실험실 상황과 실제 상황, 실제 삶은 다르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에서 첨가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사우스 햄튼에서 만 3살의 아동 153명과 만 8세 또는 9세의 아동 14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를 한번 살펴보자. 아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인공 색소, 방부제 등 식품 첨가물이 다른 조합으로 들어간 음료수 두 종류와 식품 첨가물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음료수를 대략 6주간 먹었다. 모두 아이들의 부모가 자발적으로 동의하여 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졌고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음료수를 먹었는지 모르게 해서 심리적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연구가 수행되었다.
연구 전 후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비교한 결과 식품 첨가물이 든 음료수를 먹은 아동들에서 과다 행동 및 충동성이 더 많이 관찰되었고 만 3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일수록 충동적인 행동은 더 많았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잡지에 게재되었고 이후 영국 사회에서 아이들 음료수의 인공 색소와 방부제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실험실 상황과 실제 삶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하나 있다. 약의 개발과 허가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 보통 새로 개발되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임상시험을 통해서 확인하고 허가를 받아서 약으로 시판이 된다. 그런데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하기 위해 고안된 임상시험 과정은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약이 실제 현실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될 때는 임상시험 때 관찰되었던 부작용과 다른 문제들이 발견될 수 있다. 그래서 약은 판매가 허가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작용 여부를 추적해서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부작용이 심각할 경우 허가가 취소되기도 한다. 종종 약이 판매 중지되거나 회수되는 경우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연구가 이루어지는 상황과 실제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의 경우도 국가별로 허가된 식품첨가물들에 차이가 있고 허가가 됐다가도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될 경우 허가가 취소되기도 한다. 이것은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이라는 것이 원칙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제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잠재적인 건강에 대한 유해성이 있는 만큼 인스턴트 식품, 가공식품 구입을 줄이거나 식품 표시를 통해 보다 안전한 식품을 구입함으로써 식품첨가물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 건강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해 습득해야할 지식, 식품표시 읽기
최근 때 아닌 MSG 논쟁이 일어났다. MSG 논란에 대해 식품회사에서는 억울하다며 MSG의 무해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시작했고 식약처에서는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대중의 과도한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 나는 MSG 논란이 MSG 하나에 국한되어 과도한 논쟁으로 가기보다는 이를 통해 식품 첨가물 전체, 그리고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폭로성의 미디어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먹거리와 관련한 문제는 생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남을 고치는 것보다 나 자신을 고치는 게 어쩌면 더 빠른 길이라는 격언처럼 착한 식품을 볼 수 있는 안목, 그런 식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 용의가 있는 소비자가 더 많아져야 생산자도 바뀔 수 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이상에서 24.9%가 가공식품 선택 시 식품 표시를 보고 있었다. 식품 표시를 보는 사람들 중에서 열량 표시는 43.7%의 사람들이 보고 있었고 트랜스 지방 함량은 20.3%의 사람들이 식품 구매 시 보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하지만 그 외 당, 지방, 나트륨 함량 등은 모두 10% 이내에서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보는 지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10대와 20대에서 식품의 열량을 중요시하다 보니 식품 표시를 보는 사람이 많지만 식품의 전체적인 영양을 살펴보는 것은 부족하며 조사 기관조차 식품첨가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점은 일단 식품 표시를 보면 식품 표시를 보는 사람들 중 78% 정도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식품 표시에 적혀 있는 내용의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단 식품 표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식품 표시를 보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이에 따라 식품 구매를 하기 때문에 가공 식품 구매시 일단 식품 뒷면의 식품 표시를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품 표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이에 따라 보다 현명하게 식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지금 당장 집 찬장과 냉장고를 뒤져 가공식품들의 뒷면을 읽어 보자. 식품첨가물을 구분하는 방법은 매우 쉽다. 원래 식품에 있지 않았던 것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낯선 명칭들이 식품표시에서 보인다면 그것은 바로 식품첨가물이다. 이제까지 식품의 앞에 있는 제품명과 가격을 보고 선택했다면 지금부터는 식품의 뒤에 적혀 있는 식품 표시를 보고 선택하자.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가공식품의 실제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