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녀혈(獨女穴)에 자리잡은 SK빌딩
공주님도 禍 못 피한 氣 센 땅
1950년대 서울 종로구에 유명한 예식장이 하나 있었다.
서울의 명문 자손들이 너도나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서 결혼한 사람들은 과부가 되거나 이혼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그 결혼식장은 문을 닫았다.
현재 이 자리 일부는 빈터로 남아 있고, 빈자리 한가운데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을 뿐이다.
나머지 일부는 현재 SK건설 빌딩이 들어서 있다.
원래 이 땅은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살았던 집터였지만 예식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즉 일제시기에는 빈터였다.
이렇게 집터와 빈터 되기를 반복하였던 이 땅의 내력은 깊다.
‘조선왕조실록’은 이 일대를 가리켜 ‘독녀혈’(獨女穴)이라고 묘사할 정도였다.
독녀혈은 과부가 많이 나온다는 데서 나온 말로 ‘과부골’이란 뜻이다.
실제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1477년 성종 때의 일이다.
전 임금 예종의 딸 현숙공주가 당시의 실력자 임원준의 손자에게 시집을 가면서 이곳에 집을 짓게 된다.
이때 호조정랑 이의(李誼)가 성종에게 “그 자리는 세종 때도 명당이란 소문이 있어 임금이 특별관리대상으로 삼았던 곳인데, 공주의 집을 짓는 것은 불가합니다”고 아뢴다.
이에 성종은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림과 동시에 임원준을 불러 “경의 손부 현숙공주의 집터가 제왕의 기가 서린 곳이라는데 사실인가?” 하고 직접 묻는다.
임원준은 이에 대해 “그 당시 그런 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세종께서 친히 가보시고는 버리신 땅입니다. 또 세상에는 이곳이 독녀혈이기 때문에 과부가 많이 나오는 땅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찌 다른 뜻을 품고 이곳에 손부의 집을 짓겠습니까” 하고 답한다.
실제로 조사 결과 이전에 이곳에 살았던 세종의 아들 수춘군이 일찍 죽어 젊은 과부가 나왔으며, 나라에 두 번씩이나 빼앗긴 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에 성종은 공주 부부로 하여금 그곳에 집을 짓고 살게 한다.
그런데 이 터가 독녀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숙공주의 결혼 생활은 불행으로 끝난다.
부부 사이가 나빠 공주는 집을 나와 대궐로 돌아가고, 남편은 죄를 지어 귀양 가 죽는다.
그렇다면 과부가 나는 땅에 율곡 같은 대학자가 살았던 것은 풍수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또 율곡 이후에도 여전히 독녀혈이라는 이름이 전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에 대해 영탑산사(靈塔山寺) 학암스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독녀혈은 3대에 한 번씩 큰 요동을 치는 자리로서 보이지 않는 큰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이란 다름 아닌 여인의 자궁을 상징한다.
3대에 한 번씩 요동칠 때마다 불운이 있다.
큰 구멍은 하나의 큰 기둥을 벗삼아 살아야 하기에, 그 깊은 구멍에 큰 나무를 심어야 한다.”
사진 속의 큰 나무는 바로 그러한 까닭에 세워진 것이고 율곡과 같은 대학자는 요행히 3대에 한 번씩 요동치는 그 시기를 비켜섰기 때문에 아무 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풍수적으로 엄밀하게 살피면 이곳으로 이어지는 산능선(來龍)에 문제가 있다.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에서 지기(地氣)는 동십자각 옆에 있는 미 대사관 숙소→한국일보→우정총국터(조계사 뒤)→서울 중앙교회→음식점‘都園’→SK 건설 빌딩으로 그 맥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이어지는 맥이 자연스럽게 꺾이지 않고 90도 이상 급격하게 가는 길을 바꾼다.
이럴 경우 풍수에서는 미친 용이란 뜻의 ‘광룡’(狂龍)으로 부른다.
즉 지나치게 강한 기운이 자기 통제를 못하고 요동을 치면서 독녀혈 부근에 기를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땅에서 내침을 당한다.
결론적으로 율곡 같은 큰 인물이나 공공건물 혹은 큰 회사의 빌딩이 들어서야 적절한 땅이다.
모두에게 독녀혈의 소응(昭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의 성격에 맞는 사람들이 택하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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