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여름)

미국자리공

초암 정만순 2019. 3. 20. 16:55



미국자리공


[ Common pokeweed , Pigeonberry , ヨウシュヤマゴボウ ]

외국어 표기
학명Phytolacca americana L.
자리공과(Phytolaccaceae)

형태분류

줄기: 여러해살이로 속이 빈 줄기가 어른 키 높이까지 자라며, 가지가 적색을 띠고, 식물체 전체에 털이 없다. 굵은 뿌리는 속이 희며, 나이테 문양이 있다.

잎: 어긋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약간 다육질이다.

꽃: 6~9월에 담홍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송이꽃차례()로 핀다. 꽃잎이 없으며, 꽃차례는 열매가 익을 때에 아래로 쳐지고, 작은꽃자루()에 먼지 같은 아주 작은 돌기가 있다.

열매: 9~10월에 녹색에서 홍자색이 되었다가 흑자색으로 익으며, 광택이 나는 육질의 흑색 종자가 1개씩 들어 있다.

염색체수: 2n=361)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 주변 숲 가장자리, 도시 공원 숲속, 숲정이, 농촌 산기슭 풀밭 등, 양지~반음지, 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중남부지방)
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
식생지리: 난온대(고귀화식물), 중국(동남부, 서남부), 대만, 일본, 유럽(귀화) 등 (북미 원산)
식생형: 터주식생(도시형농촌형)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미국자리공

우리나라에서 귀화식물은 나쁜 식물이라는 등식이 생겨난 것은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미국자리공은 그러한 과학주의자의 마법에 걸린 종 가운데 하나다. 토착 생태계를 망치는 나쁜 식물로 매도되었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국책연구가 속속 진행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국자리공에 대한 소란은 완전히 사그라졌다. 오히려 미국자리공은 우리나라 전국 방방 곳곳에서 당당히 살고 있다.

식물에는 나쁜 식물이 있을 수 없다. 즉 자연 속에 분포하는 어떤 구성요소도 나쁜 것은 없고, 있어야 할 곳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살만하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것이다. 토착 식물종이 살지 못하도록 사람이 파괴해버린 땅에서 귀화식물은 오히려 그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명체는 기실은 인간밖에 없다! 사소한 가십거리가 만연하는 경박한 인간사회에 미국자리공은 과학증후군에 걸린 그들만의 에피소드였던 것이다.

미국자리공은 자리공속의 한 종류다. 자리공 종류는 대나무 종류만큼이나 인류와 그 인연이 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유익하게 활용되었던 자원식물이다. 계면활성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비누가 없었던 시대에는 빨래비누를 대신했고, 류마티스 치료약으로도 사용되었으며,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도 먹었고, 심지어 인디언들은 포도주를 대신해 제사 차림에도 이용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천연 살충제로도 이용되었던 자원식물이다.2)

미국자리공

자연생태계 속에서 미국자리공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속이 흰 무 같은 굵은 뿌리, 훌륭한 저장기관 덕택에 아무 것도 살수 없을 것 같은 오염된 땅에서 살아남는다. 황무지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개척자다.

먹을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대기오염으로 황폐화된 숲속에서 허기진 새들에게 훌륭한 식량을 제공한다. 미국자리공 열매가 익을 때면 동네 새들은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영어명(Pigeonberry)처럼 멧비둘기와 직박구리에게는 소문난 제철 먹잇감이다.

미국자리공은 그들 덕택에 널리 그리고 멀리 퍼져나간다. 백색에서 연분홍색, 그리고 엷은 홍색, 마침내 검푸른 자색으로 변하는 열매는 그들 눈에 잘 띄는 색의 대비다. 속명 피토라까(Phytolacca)도 짙은 적색 염료(lacca)를 만들어 내는 식물(phyto-)이란 뜻에서 유래하는 라틴어다.

미국자리공은 온난하고 밝은 곳을 좋아한다. 농촌이나 경작지 주변의 밝은 숲속, 숲정이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추운 지방에서라도 열을 내뿜는 도시 주변 야산 잡목림 속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그것도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생물학적 사막과 같은 산성비와 대기오염에 찌든 도시림 속에서 자생종이 사라지고 난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국자리공 식물체는 질산칼륨을 포함하기 때문에 고사하면 땅을 기름지게 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귀화식물이지만 우리에게 어떤 해로움도 주지 않고 오히려 아픈 땅을 치유하는 셈이다.

그 무엇보다도 미국자리공은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정상적인 메커니즘, 특히 천이를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숲이 잘 발달해서 이차림, 자연림으로 변해가면 숲속에서 사라진다. 잘 보존된 숲속에서는 살 수 없고, 그 역할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자리공 이외에 자리공(Phytolaca esculenta), 섬자리공(Phytolaca insularis)이 분포한다. 자리공은 중국 원산으로 인가 주변에서 전국적으로 식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3) 야생으로 자생하는 개체에 대한 정보는 한반도 남쪽지방에서 드물게 알려져 있다. 그 만큼 실제 야생 개체를 관찰하기 어려운 희귀종이란 뜻이다. 섬자리공은 울릉도4)에서만 사는 특산종(endemic species)으로 알려져 있다.5) 하지만 자리공과 섬자리공을 포함한 이들 자리공 종류들은 모두 사람을 좋아하는 인위식물(Synathropophyten)인데, 최근에는 미국자리공만이 아주 흔하게 관찰된다.

한글명 미국자리공6)은 ‘미국’과 ‘자리공’의 합성어다. 여기에서 자리공7)이란 명칭은 여러 기록에서 나타난다. 『물명고()』8)에는 ‘쟝녹’으로, 『동의보감()』9)에는 ‘쟈리공’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향약집성방()』10)에서는 그 발음에 가까운 소리를 차자해 ‘(저리군)’이란 향명으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명 샹루(, 상록)는 약재로서 자리공의 뿌리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쟈리공불휘’,11) ‘자라공불휘’,12) ‘자리공불휘’13) 등으로 번역되었다. 이로부터 ‘자리공’이란 명칭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본명 고보우(, 우방)는 굵은 뿌리가 ‘우엉(, 우방)’을 닮은 데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자리공 종류의 뿌리는 독이 있지만, 만주와 북한 지방의 사람들은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었고, 약재로도 이용했으며, 텃밭에 우엉처럼 즐겨 재배했다고 한다.14) 사실 자리공(Phytolacca esculenta)의 종소명 에스꿀렌타(esculenta)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섬자리공(울릉도 도동, 2007. 06)

섬자리공(울릉도 도동, 2007. 06)

미국자리공의 한자명(, 수서상륙)은 꽃대가 아래로 쳐지는 형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리공은 꽃차례가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자리공은 미국자리공에 비해 꽃과 열매가 일찍 피고 맺어, 5, 6월경이면 시작하고, 색깔도 거의 백색에 가깝다. 미국자리공은 꽃 색깔이나 줄기가 적색을 띠는 것으로 다른 종과 쉽게 구분된다(분류 검색키 참조). 그런데 17세기 『산림경제()』15) 속에는 특기할 만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지네, 뱀, 두꺼비 등과 같은 동물 독(, )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사람에게 자리공 뿌리를 갈아 만든 가루를 물에 타 마시게 하면 치료된다고 한다. 특히 적색과 백색 꽃이 피는 두 종류가 있으며, 붉은 빛이 도는 꽃은 뿌리도 붉은 데(, 적화자적근), 독이 극심하기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절대로 복용하면 아니 되고, 사용하려면 외용으로 써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붉은 꽃 종류는 무엇인가? 미국자리공이다. 이미 17세기에 한반도에는 미국자리공이 귀화해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림경제()』16)가 중국 명나라(1368~1644)의 『의학입문()』에서 ‘(상륙)’ 내용을 인용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동북아의 동일한 식물지리구계 속에서 이미 미국자리공은 귀화해 있었다는 사실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미국자리공을 생태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신귀화식물(Neophyten)이면서, 수반외래종(Kenophyten)이면서, 이차식생외래종(Epecophyten)이다. 즉 그 도입시기가 개화기(1890년대) 이후이며, 최근에 들어온 종으로서 비의도적으로 유입되었으며, 한반도에서 일시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구 정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간섭을 포함하는 이차식생 속에서 그들의 생태적 지위(niche)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미국자리공의 귀화시기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산림경제()』17)의 기록으로부터 미국자리공은 이미 17세기에 동북아 또는 한반도에 귀화해 있었으므로 고귀화식물(Archeophyten)로 분류되어야 한다.

 구분

자리공
Phytolacca esculenta Van.

섬자리공
Phytolacca insularis Nakai.

미국자리공
Phytolacca americana L.

줄기

엷은 녹색

붉은색

잎자루

가장 짧다(1.5~2.5cm)

5~20mm

가장 길다(1~40mm)

열매

과수()는 곧게 서는 편

과수()는 아래로 처짐

한 여름에 핌(6~7월)

가장 일찍 핌(5~6월)

가장 늦게 까지 핌(6~9월)

연분홍빛이 도는 백색 꽃, 화서는 작은잎과 마주나기()

붉은빛이 도는 담홍색 꽃, 화서는 잎과 어긋나기()

곧추서거나 비스듬히 위로 서는 편

비스듬히 옆 또는 아래를 향함

생태분류

고유종(식재?)

특산종(울릉도)

고귀화식물

[네이버 지식백과] 미국자리공 [Common pokeweed, Pigeonberry, ヨウシュヤマゴボウ]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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