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뚝 독감 뚝, 천돌혈
경주에서의 스님에게 3일 동안 속성으로 침술을 지도하고 서울행의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몸이 무척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게다가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통영에서의 땀을 흘리며 미륵산을 올라갔던 일과 경주에서 오후의 쌀쌀한 기온 속에서 두 번이나 땀을 흘리며 석굴암을 갔다왔던 일로 인해 나의 몸이 정상일리가 없었다. 열차 안에서의 두 시간 동안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목구멍이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독감이 엄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잘못하면 몸져누워야만 하고 이러면 4~5일 동안은 죽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해야 한다. 주말에 또 통영에 내려가야 하는데 몸져누워서는 안 된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소금물을 코로 흡입하여 목구멍까지 이르게 한다음 뱉어내기를 여러 차례 했다. 이렇게 하면 보통은 독감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열이 나기 시작했고 잠이 들면서 독감에 걸릴 때면 으레 겪는 악몽으로 시달렸다. 자다가 목구멍이 몹시 따가워 소금물로 가글을 두 번 했으나 이번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직은 흔히 말하는 삭신같은 것이 쑤시는 통증은 없었으나 현기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목이 간질거리고 따가워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견디다 못해 침이라도 찔러대야 할 것 같았다. 일어나서 침통에서 침을 하나 꺼내들고 천돌에다 쑤셔넣었다. 원래 천돌혈은 기침에 특효한 곳이나 목이 너무 불편해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목구멍이 따갑고 아플 때는 천용혈에 침 끝이 편도선에 이를 때까지 자침하는 것이지만 이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천돌혈에 자침하여 기도 안으로 침을 3cm 이상을 찔러 넣었다. 기도 안으로 침이 제대로 들어가면 기침을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눈물과 콧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성공적이었다.
이번에 천돌에 침을 찔러 기도 안으로 자입했을 때 기침과 콧물, 눈물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온 몸에 땀이 나기도 했다. 침을 뽑고나서도 기침은 계속되었는데 그러는 동안에 목구멍의 불편한 증상들이 거짓말처럼 없어지고 말았다.
내 몸에 침을 찌르면서도 참으로 신기했다. 아침까지 잠을 편하게 잤다.
전 같았으면 아침 쯤에 온 몸이 쑤시고 으슬으슬 춥고 어지러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싶을 정도로 괴로워야 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목이 약간은 불편했고 어제 오후부터는 독감의 후유증 다음에 반드시 나타나는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몸져눕는 단계를 건너뛴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이따금씩 기침만 하는 정도이다.
물론 기침을 멈추기 위해 어젯밤에 천돌혈을 두 번이나 찔러 자극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천돌이라는 경혈이 기침 천식을 치료하는 특효한 자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독감도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천돌혈의 자침으로 독감의 초기 증상만을 치료가 가능한지 아니면 독감이 심하게 진행 중일 때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많은 임상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나의 경우는 독감의 초기증상이었을 때 천돌에 자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의 치료로 천돌이 독감의 초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성급할 수도 있다. 역시 충분한 임상적 데이터가 뒤따랐을 때 천돌이 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적응증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침술을 배운 어떤 분이 기관지 확장증으로 많은 세월 동안 고통스러웠는데 천돌에 꾸준하게 자침하여 그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고 알려오기도 했지만 이 또한 더 많은 임상적 데이터가 있을 때 신빙성을 갖게 될 것이다.
천돌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데 의외로 대단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이 천돌이 침 놓기가 조금은 까다롭다는 것이 단점이다.
다른 혈자리처럼 찌른다고 해서 침이 쉽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천돌에 침 찌르는 것을 쑤셔넣는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해부학적인 위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천돌에 자침하기를 무척 꺼려한다.
그래서 나에게 침술을 배우는 사람들 중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천돌에 침을 찔러넣는 실기를 연습할 뿐이다.
나 자신도 천돌에 침 찌르는 것이 어떤 때는 용이하지 않아 두세 번을 시도해서야 천돌에 침을 쑤셔넣을 수 있다.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감 걸렸을 때 감기약 먹으면 간단하게 해결이 될텐데 굳이 성가시럽게 침을 찔러야 하느냐고. 감기약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만을 억제시키는 것에 불과하지만, 침 치료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면역세포들로 하여금 독감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어쨋거나 이번에 천돌혈의 자침으로 나의 독감초기증상이 치료가 되었기를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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