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鍼處方/오관계

이명(耳鳴), 침으로 치료할 수 있다

초암 정만순 2018. 12. 5. 18:07




이명(耳鳴), 침으로 치료할 수 있다



침술의 치료 대상은 거의 무한대이다.

다시 말하면, 침술로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만병통치의 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침 시술자들이나 환자들이 직접 느끼는 침술의 효과는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허리가 아파서 한의사나 침쟁이에게 시술을 받았을 때 만족을 느끼는 환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허리의 통증이나 어깨의 통증과 같은 외과적인 통증은 침술만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침 시술자들이 제대로 시술을 못하고 있으니까 침을 맞는 환자들의 입에서 "침을 맞아도 소용 없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침 시술자들이 그들의 환자들에게 시술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환자들의 아픈 부위에 침을 무수하게 꽂아 놓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른바 '요리책식 침법(cook book acupuncture)'이라 하여 다양한 질병마다 각각에 해당하는 경혈을 나열하여 놓은 책을 보고 침을 꽂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술법들은 침 시술의 원칙에 대한 성찰없이 기계적으로 침을 꽂는 행위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치료의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것이다.

엉터리 침법으로라도 침을 놓다 보면 소가 뒷걸음치다 쥐 한 마리를 잡은 것처럼 간혹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침소봉대하여 자신의 실력을 주위 사람들에게 과시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아픈 곳에다 무작정 침을 꽂아대는 부류와 요리책식 침법의 부류 외에 자신들은 꽤나 침을 제대로 놓는다고 믿는 또 다른 부류들이 있다.

오행침(五行鍼)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암 오행침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 침법은 맥을 짚어 장부의 허실을 판단하여 침을 놓기 때문에 스스로들 대단한 침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부류들이다.

맥을 짚어 장부의 허실을 판단하는 자체도 넌센스이지만, 보사법의 침법으로 허한 장기는 보해주고 실한 장기는 사해준다고 믿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들은 한 술 더 떠서 사암 오행침법이야말로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침을 놓아 효과가 있었다면 그 효과는 지속적이어야 한다.

침 한 번 놓아 일시적으로 나타난 듯한 효과에 대해서 과대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맥을 짚어서 장부의 허실을 알아낸다는 것과 허실의 장부를 보사법으로 교정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전혀 이치에 합당하지 않는다.

 

침술을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침을 적정한 경혈에 꽂아 놓기만 하면 질병이 치료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요리책식 침법"으로 침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침술에 관한 대부분의 책자들은 경락이론과 여러 가지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들을 요리책 식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요리책식 침법이라 하며 침술을 가르치는 사람들 또한 각각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들만을 열심히 나열해 줄 뿐이다. 

여기에 음양론적인 이론이 보태어져 침술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침술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들을 뛰어넘지 않으면 침술에 대해서 크게 실망할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내가 침술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여러 가지의 질병마다 침을 꽂는 경혈들을 기록한 노트만도 여러 권이나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동씨 기혈침법, 사암 오행침, 복침 요법, 두침 요법, 평형침 등등의 요리책식 침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에 침술에서 기대하는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질 않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침술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침술에 대한 접근 방법을 완전히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즉 전통 침구 이론에서의 무의미하고 신비주의적이고, 그래서 허구투성이의 이론들을 모두 배척하고 과학적 이론으로 접근했다.

침술에 대한 과학적 이론의 접근은 나의 침술을 점차적으로 실용성이 뛰어난 침술로 탈바꿈하게  해주었다.

여기서 과학적 이론이란 사람이라는 생명체 안에서 생명유지를 위한 세포 수준 또는 분자 수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생명 현상과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이나 이론들을 말하는 것이다.

 

침술에서 내가 가장 실망을 느꼈던 것은 허리통증을 침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였다. 

지금도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 낯이 붉어지는데 침을 좀 찌를 줄 안다고 하여 주변에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침으로 고쳐주겠다며 요리책식 침법에 나와 있는 몇 개의 경혈에 침을 꽂아 놓고는 통증이 없어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침술에 관한 어느 책에서나 허리를 치료할 수 있는 공통적인 경혈은 위중, 곤륜, 요양관, 대장유이다.

그러나 많은 책자들은 허리통증에 침을 놓을 수 있는 경혈을 사지 말단과 체간의 여러 부위에 나열해 놓아 혼란스럽기가 이를데가 없다.

실망스럽게도 허리통증에 유효하다는 어느 경혈에 침을 꽂아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효과가 있다는 경혈 몇 개를 선택하여 침을 꽂으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분명한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늘 내 탓으로 돌리고는 했었다.

결국은 나 뿐만 아니라 침술을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 이상의 치료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수 년 동안 침으로 허리의 통증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허리통증을 개선시킬 수 있는 최선의 침술 치료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이후로 다리 통증, 어깨의 통증, 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잇따라 찾은데 이어 최근에는 이명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명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침으로 고쳐보려고 많은 시도를 해 보았았으나 번번히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침술인들끼리 만나면 침으로 이명을 치료할 수만 있어도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들 했다.

그만큼 침으로 이명을 고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 또한 이명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들 한다. 이명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뒷산 너머에 있는 약수터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곳에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여 쉬었다 가고는 하는데 이들 중에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에게 나를 가리키며 침을 맞아 보라고 권유를 했다.

나는 이명은 침으로 잘 안 된다며 무시하려고 했는데 편두통이 심하다, 소화가 안 된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시큰거린다며 자신의 불편한 점을 모두 읊어대면서 나에게 침 맞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나는 거절만 할 수 없어서 그의 불편한 증상 모두는 아니고 편두통만이라도 없애주기 위해 지통명뇌혈에 침을 꽂아 자극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니 귀 주위에 있는 몇 개의 경혈을 선택하여 침을 놓아 주었다.

귀 주위에 있는 경혈, 즉 완골, 안면, 천유, 풍지 등은 두통에도 특효하지만 이명과 같은 귓병에 유효한 혈이다.

편두통이 심하다고 하여 귀 주위에 있는 혈들을 골라서 침을 놓아주었고, 이명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고 몇 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아 TLS 침법으로 시술한 후 20분 정도 유침 시켰다. 

침을 맞은 사람은 10분 정도 지나자 머리가 맑아진다고 했다.

시간이 되어 침을 뽑은 후에는 귀에서 나던 소리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머리가 맑아졌다는 말에는 충분히 인정을 했으나 이명이 없어졌다는 말에는 내심으로는 반가워 하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잊고 있었는데 머리 아픈 것도 없어지고 귀에서 소리가 나질 않아 살 것 같다며 나에게 여간 고마워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언제부터 귀에서 소리가 났느냐고 물어 보았다.

왜냐하면 급성의 이명은 쉽게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명을 고쳤다는 소문을 듣고 또 다른 이명환자가 약수터로 찾아 왔다.

귀 안에 귀뚜라미가 살고 있다고 표현한 아주머니는 미칠 것만 같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자신감을 갖고 귀 주위에 있는 경혈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침을 꽂은 후 TLS 침법으로 시술했다.

그 아주 머니는 신기하게도 귀뚜라미가 밖으로 나가서 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며칠 후 그 아주머니를 다시 약수터에서 만났다.

귀에서 소리는 나지만 전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두 차례에 걸쳐서 침을 놓아주었고 그 후로 이명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이 이명이 심하다고 하여 약수터에서 침을 두 번 정도는 맞고는 괜찮다고 했다.

최근에 나는 약수터에서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 세 사람에게 침을 놓아 좋은 효과를 경험했으나 아직은 침이 이명에 대해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수십 명의 이명 환자들이 침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요즘 들떠 있다.

허리통증과 두통에 이어 또 하나의 고질병에 대한 침 치료 방법을 찾아낸 것 같기 때문이다.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침쟁이들은 귀 주위의 혈자리 뿐만 아니라 태계, 신유, 태충과 같은 원격 취혈도 한다.

이들 경혈은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곳으로 귀는 신장의 기(氣)가 개규한다는 동양의학적인 관점 때문이다.

즉 신장이 허하면 귀에서 소리가 나며 신장을 튼튼하게 하여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전통의학자들은 믿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도 않는 이론에 근거하여 엉뚱한 곳에 침을 놓으니 소용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귀 주위에 있는 예풍, 청궁, 청회, 완골, 안면, 천유 같은 곳에 침을 단순히 꽂아 놓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침의 깊이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아주 정교한 행침법(行鍼法)의 자극이 가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앞서 몇 사람의 이명환자에 대해서 가해진 행침법이 바로 내가 고안해 낸 TLS 침법이다.

침술은 제대로만 시술하면 그야말로 만병을 고칠 수 있는 탁월한 의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충 배운 구태의연한 침술로 시술하려니까 탁월한 치료 효과를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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