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수천개 붉은 열매는 팥 같고 흰 꽃은 배꽃 닮아 팥배나무
열매는 새들의 겨울 양식, 꽃엔 꿀 많아 벌·나비 찾아
척박한 환경서도 잘 자라… 도심 공원에 많이 심었으면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봉산 팥배나무길은 아직 단풍이 지지 않은 것처럼 온 산이 붉었다.
나뭇잎은 다 떨어졌는데 조롱조롱 붉은 열매를 단 팥배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뻗은 크고 작은 가지 끝마다 10여개씩 점점이 달려 하늘은 온통 붉은색이다.
등산객들도 "와~" 하는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10m가 넘는 나무들은 늘씬하고 단정해 기품이 있었다.
요즘 산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팥배나무다.
봉산뿐만 아니라 서울 남산·안산·북한산 등에서도 팥배나무가 주요 수종 중 하나이고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몰랐어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팥배나무야?"라고 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다만 신갈나무 등 참나무와 경쟁에서 밀려 군락을 형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봉산에선 큰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7년 봉산 팥배나무숲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5~6월 배꽃을 닮은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요즘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개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 그 진가(眞價)를 볼 수 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담고 싶어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팥처럼 붉고 작은 열매는 올겨울에도 새들의 양식 역할을 할 것이다.
이가 없는 새가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다.
봉산 팥배나무길을 지날 때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시인은 팥배나무 열매를 새들을 위해 '나무가 마련한 도시락'이라고 했다.
요즘 산엔 팥배나무 열매 외에도 붉은 열매들이 유난히 많다.
팥배나무는 숲속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하나 더. 서울 인왕산 성곽길 윤동주문학관은 하얀 외벽 위에 가지를 드리운 팥배나무가 있어서 운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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