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腸
슬픔과 고민이 극에 달하면 창자가 끊어진다
대장 곧 큰창자 중에서 맹장과 직장을 제외한 가운데 부분을 결장(結腸)이라고 한다.
결(結)은 맺을 결(結)이다. 잘록하게 마디가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우리말로는 잘룩창자라고 부른다.
결장은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구불결장의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대장은 대략 ㅁ자 모양으로 생겼는데 제일 위쪽 맹장과 붙어 있는 부분이 상행결장이고 가로로 이어져 있는 부분이 횡행결장이며 꺾여서 아래로 향한 부분이 하행결장이고 다시 꺾여서 S자 모양으로 직장과 연결된 부분을 구불결장 또는 에스결장이라고 한다.
위를 지나 작은창자에서 소화된 음식은 잘게 쪼개져서 창자의 벽을 통해 흡수된다. 길고 긴 작은창자를 지나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이 흡수되고 나면 남은 찌꺼기는 큰창자로 들어간다.
큰창자에서는 흔히 물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외에도 여러 기능을 있는데 그 기능은 큰창자 내에 살고 있는 대장균들과 관련이 깊다.
큰창자에 사는 세균들이 노폐물이나 독소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로 분해한 것을 큰창자가 흡수하는 것이다.
전혀 쓸모가 없는 물질을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이를 흡수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보면 큰창자와 그 속에 사는 세균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큰창자는 작은창자가 끝나는 지점부터 항문까지를 가리킨다.
6미터에 이르는 작은창자 길이의 4분지 1에 지나지 않는 약 1.5미터 정도지만 폭이 약 7.5센티미터로 작은창자보다 두 배 이상 굵다.
물은 큰창자에서 흡수한다
인체는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얻기 위해 음식물을 소화시킨 다음 몸 안으로 흡수하는데,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작은창자다. 음식물은 입에서부터 식도와 위를 지나 작은창자에 이르면 이자에서 분비된 소화효소와 작은창자의 기계적인 운동,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으로 인해 산산조각으로 분해된다. 그리고는 길고도 긴 작은창자의 통로를 지나가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작은창자를 통과하여 큰창자로 들어갈 때쯤에는 미처 흡수되지 못한 영양소가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영양가가 별로 없는 찌꺼기가 주로 남는다.
이들 찌꺼기들이 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창자를 통과해 갈 때 그 흐름을 쉽게 하기 위한 물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물은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많은 성분이므로 함부로 몸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 큰창자는 찌꺼기가 배출되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며칠간 끙끙거리다 화장실에서 아주 기분 좋게 배변을 한 경우에는 대변 양이 꽤 많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 번의 배변에서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대변양은 약 200밀리리터이다. 하루에 작은창자로부터 큰창자로 들어오는 물질의 양은 약 1,500밀리리터이며, 물은 이 중에서 약 4분지 3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1리터가 훨씬 넘는 물이 큰창자에서 흡수하여 배변횟수를 조절해주고 있는 것이다.
흔히 큰창자는 물을 흡수하는 것 외에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큰창자가 물만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작은창자에서 큰창자로 들어오는 물질이 약 1,500밀리리터이고, 이중 약 4분지 3이 물이며, 대변으로 배출되는 양은 약 200밀리리터이라 했으니 얼른 생각해도 계산에서 175밀리리터가 비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큰창자에서 흡수되는 비타민의 일부, 쓸개즙염, 빌리루빈(bilirubin) 등의 양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장균은 쓸모없는 물질을 분해하여 유익한 비타민을 생산한다
인간의 몸이 진화를 통해 작은창자에서 모든 소화를 끝내고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게 된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일부 비타민은 작은창자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큰창자에 이르러서야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그것은 큰창자에서 흡수되는 비타민이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큰창자 안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합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큰창자에 세균(대장균)이 살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유인원 이전부터 세균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큰창자에서 살기 시작한 세균이 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몸에 쓸 만한 것(비타민)을 만들어내자 우리 몸은 그 물질을 흡수하는 식으로 진화해 왔을 것이다. 큰창자에서 흡수하는 비타민은 비타민 B5(판토텐산)와 바이오틴, 비타민 K가 전부다. 이 세 가지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으므로 결핍되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간에서 나온 물질이 창자에서 흡수되어 다시 간으로 간다
창자간순환이란 순환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창자와 간에서 물질이 서로 오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창자에 들어온 물질이 창자의 벽을 통해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간으로 간 다음 간에서 다시 분비되어 담관을 따라 창자로 들어오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 현상을 영어로는 창자(entero-)와 간(hepa-)을 순환(circulation)한다는 뜻으로 enterohepatic circulation이라 한다.
창자간 순환에서 간으로부터 창자로 들어올 때는 작은창자로 들어오지만 창자로부터 흡수되는 것은 큰창자 벽을 통해 일어난다. 창자간 순환을 거치는 물질에는 쓸개즙염과 빌리루빈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큰창자에서 흡수된다. 큰창자 벽을 통해 흡수된 쓸개즙염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운반된 후 지방소화를 위해 쓸개즙을 생성할 때 재료로 재사용된다. 쓸개즙염과 마찬가지로 창자간 순환을 거치는 빌리루빈이 있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파괴될 때 흘러나온 헤모글로빈이 대사되어 생성되는 물질이다. 간으로 간 빌리루빈은 후에 적혈구가 만들어질 때 재사용된다.
큰창자는 내용물들을 내려 보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막창자에서 오름잘룩창자를 지나 가로잘룩창자에 이르기까지는 움직임이 아주 서서히 일어나야 한다. 천천히 지나가야 수분흡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로잘룩창자를 지나면 내용물은 배변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게 되므로 움직임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가 어느 순간에 항문을 통해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수도관에 물이 흐르면 그 소리가 관 밖으로 들려오듯이 지름 약 7.5센티미터인 큰창자 속을 소화 후에 남은 찌꺼기가 통과해갈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큰창자 속에 들어 있는 세균이 노폐물 등을 대사하면서 메탄가스와 같은 기체를 만들어 놓으므로 기체와 고체가 좁은 공간에 섞여서 서로 부딪히고 있으면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뱃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창자가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음을 뜻한다. 창자 속에 들어 있는 대변은 점점 굳어지는데 그 사이로 기체가 빠져 나오게 되는 것이 창자에서 발생하는 ‘꾸르륵’거리는 소리이며, 뱃속이 비어 있을 때는 소리가 더 잘 들리므로 배고플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결장은 사람의 정서를 나타내는 거울이다
슬퍼하거나 긴장하거나 고민하면 창자가 수축된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권위 있는 대장 전문 수술 의사는 ‘결장은 사람의 정서를 나타내는 거울이다. 마음이 긴장하면 결장(結腸)이 수축된다’고 하였다. 슬픔이나 고민이 극에 달하면 결장이 오그라들어 수축하고 수축하는 힘이 극에 달하면 결장의 잘록잘록한 마디마디가 끊어져 버린다. 이를 두고 옛사람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이나 아픔이라고 하였다.
‘애타다’고 할 때의 애는 창자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애타다’는 ‘너무 걱정이 되어 속이 타는 듯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속’은 창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애끓다는 말은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워 창자가 끓어지는 듯하다는 말이고 애달프다는 말은 몹시 안타까워 창자가 쓰리고 아프다는 뜻이다. 이처럼 옛사람들이 정서의 변화가 결장(結腸)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우울하거나 실망하거나 분노하거나 애태우고 슬퍼하거나 고민하거나 할 때에는 장의 연동 운동이 억제된다. 특히 에스결장이 수축되어 있으므로 분변(糞便)이 장속에 머물러 있게 되고 이런 마음 상태가 지속되면 변비가 생긴다. 좋지 않은 정서는 구불결장 곧 에스결장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에스결장이 수축하면 변비가 생기고 반대로 에스결장이 이완되면 설사가 생긴다. 그리하여 사람은 쾌활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과 마음 아픔
2천 3백 50년쯤 전에 진 제국의 대장 환온(桓溫)이 양자강을 거슬러 촉땅의 성한을 공격하였다. 환온의 군대가 도성 아래 이르자 성한 제국의 군대는 맹렬히 저항하였다. 화살이 환온이 타고 있는 말 앞까지 쏟아지자 환온은 서둘러 군사들한테 퇴각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북을 치는 병사가 그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 진격하라는 북을 미친 듯이 울렸다. 그 북소리를 듣고 병사들은 온 힘을 다해 맹렬하게 공격하여 마침내 성을 함락하였다. 성한제국은 어처구니없는 북치는 한 병사의 실수로 인해 멸망한 것이다.
환온이 성한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군선에 군사를 싣고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양자강 중류에 ‘삼협(三峽)’이라고 하는 좁고 물살이 험난하기로 이름난 세 개의 협곡이 있다. 이 곳을 통과할 무렵 배에 타고 있던 병사 하나가 마침 벼랑 아래로 늘어진 덩굴줄기에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는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이것을 본 어미 원숭이가 큰 소리로 슬피 울면서 배가 가는 방향을 따라 며칠 동안 수백 리를 쉬지도 않고 쫓아왔다. 마침내 배가 강 기슭에 닿았을 때 어미 원숭이는 자기 새끼가 있는 배에 펄쩍 뛰어 올랐으나 몹시 고통스러워서 새끼 원숭이한테 가지도 못하고 몹시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애절한 울음소리를 잊을 수 없는 병사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애통한 슬픔을 못 견뎌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사령관 환온은 크게 노했다.
“비록 짐승이라 할지라도 모정이 그토록 지극한 것이거늘, 장난을 즐기려고 어미와 자식을 무참히 갈라 놓다니!”
환온은 새끼 원숭이를 풀어 주고 포획한 병사를 매질하여 쫓아내어 버렸다. 그리고 죽은 어미 원숭이를 후하게 장사 지내 주고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단장지애(斷腸之哀)는 가장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슬픔과 고통을 나타내는 말이다. 단장(斷腸)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부모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 하여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아픔이 자식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이를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곧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