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율무와 염주

초암 정만순 2018. 4. 30. 14:57



율무와 염주



질투심을 없애는 명약 율무와 염주

 

율무는 벼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아주 오랜 옛적부터 그 씨앗을 식량으로 먹어왔다. 율무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전분, 비타민 B등이 들어 있는데 벼과 식물 중에서 영양물질의 성분이 제일 높은 편이다. 그래서 율무를 세계 벼과 식물의 임금이라고 부른다.

오랜 옛날부터 율무로 밥을 짓거나 죽을 쑤어 먹었다. 송나라 때의 큰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율무는 약도 되고 양식도 되니 물가에 있는 갈대와 같다고 할 수 없네! 봄은 율무의 계절, 율무로 밥을 지으니 야생 쌀의 향기가 나누나!’ 하고 율무를 예찬하는 시를 읊었다.

서기 723년 당나라 때 펴낸 <광제방(廣濟方)>에는 율무로 지은 밥은 냉기를 없애 준다. 율무를 찧어 밥을 지어 먹으면 보리밥처럼 맛이 좋다.’고 적혔다.

 

 

벼과 식물의 임금 율무

 

옛 의학책에 율무에 대한 기록이 많다. 중국 당나라 때의 저명한 식의(食醫) 잠은(昝殷)이 지은 <식의심경(食醫心鏡)>에는 율무죽은 오래된 관절염을 낫게 하고 정기를 늘리며 장과 위를 이롭게 하고 수종을 치료하며 가슴 속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근육의 경련을 치료한다. 율무를 가루 내어 멥쌀과 함께 섞어 죽을 끓여 날마다 먹으면 좋다고 적혔다.

명나라 때의 약초학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소갈(消渴)에 율무죽을 끓여 먹으면 좋다. 율무죽은 습열(濕熱)을 없앨 뿐만 아니라 위와 장을 이롭게 한다고 하였다.

청나라 때 공응원(龏應園)이 지은 <삼복단서(三福丹書)>에도 율무죽은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적혔다.

중국 광동성(廣東省)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삼복더위 때 율무와 동아(冬瓜)를 섞어 죽을 끓여서 반찬을 곁들여 먹는 풍습이 있다. 이 율무동아죽은 습열(濕熱)을 없애는 데 효과가 좋다. 율무와 녹두, 백합(百合), 연자(蓮子) 등으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열을 내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허약한 것을 보하고, 위장을 이롭게 하는 작용이 있다.

율무는 매우 센 항암 작용이 있다. 최근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율무 추출물이 암세포의 생장을 억제하며 암세포를 죽이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율무를 위암, 장암(腸癌), 자궁암(子宮癌) 등 갖가지 암의 주요 치료약이나 보조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

율무는 약성이 온화하고 맛이 달고 담백하며 독성이 없다. 나이가 많아서 소화기능이 약해진 사람들이 날마다 율무로 죽을 쑤어 주식으로 먹으면 위장 기능이 매우 튼튼해진다.


 

사마귀를 떼는데 제일 좋은 약

 

율무는 살결을 곱게 하고 사마귀를 떼어내는 데에도 좋은 약이다. 율무를 옛날부터 살결을 곱게 하고 사마귀를 없애는 약으로 널리 썼다. 율무를 가루 내어 하루에 10그램씩 한두 달 동안 먹거나 하루에 율무 3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으면 사마귀가 없어진다.

일본의 명의 이시구로 주오더크(石黑忠德)이 지은 책 <외과설약(外科說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나는 예전에 율무 가루를 즐겨 먹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오래 전에 율무가 사마귀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에나기 모도나가(柳元永) 옹한테 들었으나 그 이치를 알 수 없어서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에 온 몸에 사마귀가 많이 있는 사람 다섯을 만났다. 그들에게 모두 율무 가루를 먹였는데 그 중에서 두 사람을 3-4개월 뒤에 만났더니 사마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였다. 온 몸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던 사마귀가 모두 없어진 것이다.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들도 모두 사마귀가 없어졌다고 했다.’

또 타타쿠라 모토슈(片倉元周)가 지은 <청낭쇄탐(靑囊瑣探)>에는 사마귀를 떼는 신기한 처방으로 율무 2전과 감초 1, 물 한 잔 반을 함께 섞어 물이 한 잔이 될 때까지 끓여서 따뜻할 때 마신다. 4-5일간 복용하면 사마귀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하였다.

또 사마귀가 있는 환자 23명한테 율무 100그램을 멥쌀을 섞어 밥을 짓거나 죽을 쑤어서 날마다 한 끼씩 먹였더니 23명 중에서 11명이 7-16일 만에 사마귀가 모두 사라졌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옛날부터 율무를 음식으로 먹기도 하고 약으로도 썼다. 율무는 <신농본초경>에 상품 약으로 적혔다. 율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껍질이 얇고 찰진 것이다. 찰기가 많아서 먹을 때 이빨에 달라붙는 것을 제일 좋은 것으로 친다. 또 껍질이 단단하고 찰기가 적은 품종이 있는데 이것을 보제자(菩提子)라고 부른다. 두 가지 모두 비슷한 약효가 있다. 율무는 알맹이가 굵고 살이 찌고 빛깔이 흰 것이 품질이 좋다.

율무를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질투심과 시기심이 없어진다. 예로부터 율무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없애는 약으로 이름이 높았다. 곧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미워하거나 남이 가진 것을 탐하여 속을 태우는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는 작용이 있다.


 

율무보다 더 좋은 염주

 

염주는 벼과에 딸린 한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율무와 형제쯤 되는 식물이다. 줄기와 잎, 열매가 모두 율무를 닮았으나 율무보다 씨앗이 조금 더 굵고 둥글며 껍질이 더 두껍고 단단하며 윤이 난다. 율무와 염주는 다 같은 속의 식물이다. 학자들은 염주에서 율무가 갈라져 나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염주가 율무보다 야생의 원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개량종보다는 야생 원종에 가까운 것이 더 좋은 약이 되는 법이다. 포도보다는 머루가 좋고 감보다는 고욤이 좋으며 배보다는 돌배가 몸에 좋다. 염주는 율무보다 열 배는 더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율무와 염주는 잎과 줄기는 서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았으나 열매가 조금 다르게 생겼다. 율무는 열매에 줄무늬와 홈이 있고 좀 무른데 견주어, 염주는 줄무늬와 홈이 없으며 율무보다 더 딱딱하다. 그리고 율무는 길쭉하고 염주는 둥글다. 둥글고 딱딱하다고 하여 염주(念珠)’라고 부른다.

율무는 한해살이풀이고 염주는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점도 다르다. 염주는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철에 뿌리가 말라죽어 한해살이가 되고, 따뜻한 지방에서는 겨울에 뿌리와 줄기가 말라죽지 않아 여러해살이가 된다. 율무 말고 고추, 목화, 아주까리 같은 것도 기후에 따라 여러 해를 살기도 하고 한 해를 살기도 한다.

염주라는 이름은 열매로 염주(念珠)를 만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염주 열매는 껍질이 법랑질로 싸여 있어 아주 단단하고 윤이 반짝반짝 난다. 옛날 책에서는 염주 열매를 천각(川穀), 천곡(川谷) 또는 회회미(回回米)라고 불렀다.

재래종 염주는 열매 빛깔이 검은 것, 흰 것, 연한 갈색인 것, 얼룩이 있는 것 등 빛깔이 다양하고, 키가 크게 자라는 것, 키가 작으며 가지가 많이 벋는 것 등 종류가 많다.

서양에서는 염주를 욥의 눈물(Job’s tears)이라고 부른다. 욥은 구약성서의 <욥기>에 나오는 사람으로 열 명의 자녀와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였으며 신앙이 돈독했다. 그러나 시험을 받아서 인해 자녀와 재산을 모두 잃고 거지가 되었으며 온 몸에 종기가 났다. 아내와 친구들이 모두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했으나 그러나 그는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고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욥이 시련을 당할 때에 흘린 눈물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염주라고 부른다.

기독교에서 염주를 욥의 눈물이라고 하여 중요하게 여기지만 불교에서도 염주를 만드는 재료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염주는 히말라야 남쪽 산악지대가 원산지다. 티베트나 인도 북부에 산속에 사는 수행자들은 염주 열매를 실로 꿰어 목에 걸고 다니다가 응급약이나 구황식품으로 썼다.


 

시기와 질투를 없애는 약

 

염주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주로 위와 폐에 작용한다. 쌀이나 다른 곡식처럼 식량으로 먹으면 좋다. 단백질이 많고 전분이 곡식 중에서 가장 적으며 섬유질과 비타민 미량 원소가 많아 사람한테 가장 유익한 곡식이다.

염주 씨앗은 마음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염주로 밥을 지어 먹으면 시기심과 질투심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다투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한테 더없이 좋은 약이다. 염주로 밥을 지어 먹으면 마음이 넉넉하고 관대해진다. 쌀이나 보리에 염주를 30퍼센트쯤 섞어서 밥을 지어 먹으면 된다. 누구든지 강샘하는 마음을 없애려면 염주로 밥을 지어 먹어야 한다. 강샘은 질투의 우리말이다.

율무는 점성이 많지만 염주는 점성이 없다. 곧 율무는 찹쌀과 같고 염주는 멥쌀과 같은 것이다. 율무와 염주는 밥을 지어도 잘 물러지지 않으므로 오랫동안 물에 담가 두었다가 밥을 지어야 한다. 겨울에는 2주일 동안 여름에는 일주일 동안 물에 담가 두었다가 한 시간 이상 끓여야 염주 밥을 지을 수 있다. 쌀보다 물을 많이 흡수하므로 쌀로 밥을 지을 때보다 곱절 이상 물을 많이 부어야 한다.

율무도 비슷한 효능이 있지만 염주의 절반에 못 미친다. 중국 명나라의 이천이 지은 <의학입문(醫學入門)>질투(嫉妬)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율무, 천문동(天門冬), 붉은 차조를 각각 같은 양으로 가루 내어 꿀로 알약을 지어 먹으면 남자든지 여자든지 투기(妬忌)를 하지 않는다고 적혔다.

옛날, 산속에서 수행하는 도인들은 거처 근처에 조그마한 밭을 만들고 염주를 심어 염주로 밥을 지어 먹고 줄기는 차로 달여 마셨다. 염주는 신선(神仙), 도인(道人), 수행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옛 수행자와 도인들은 염주를 모든 곡식 가운데서 최고의 곡식으로 여겼다.

염주는 불면증에도 최고의 명약이다. 염주 60그램, 반하(半夏) 30그램, 생강 30그램을 물 2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6시간쯤 달여서 물이 3분지 1로 줄어들게 하여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반하는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난 토종 반하를 써야 한다. 반하에는 독이 많이 들어 있다. 반하를 생강즙과 백반 같은 것으로 법제하는 방법이 옛 의학책에 적혀 있으나 이 방법들이 다 옳다고 볼 수 없다.

반하는 생강으로 간단하게 법제하여 독을 완전하게 없앨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난 토종 반하와 토종 생강을 같은 양으로 넣고 끓이면 반하의 독이 완전히 없어진다. 반드시 반하를 썰어서 넣어야 하고 끓을 때 김이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뚜껑을 열어 놓고 달여야 한다. 뚜껑을 열어놓고 오래 달이면 반하의 독이 휘발되어 없어진다.

반하를 잘못 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 처방은 고질적인 불면증에 효과가 아주 좋다. 옛 기록에는 복배즉와(覆盃卽臥) 곧 약을 마시고 잔을 엎어놓기도 전에 쓰러져서 잠이 들어 버린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면증에 치료효과가 높은 약이다. 그러나 토종 반하를 구하기 어렵고 반하를 쓰기가 불안하면 염주만 60그램을 물로 달여서 차로 꾸준히 마셔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온갖 간질환에 명약

 

염주는 간염, 간경화, 지방간 같은 온갖 간질환과 신장염, 부종 같은 여러 신장 질병에 명약이다. 간에 쌓인 독을 풀고 열을 내리며 염증을 삭이고 손상된 간세포가 빨리 회복되게 한다. 또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부은 것을 내리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염주는 줄기, 뿌리, 씨앗, 씨앗껍질 등 모든 부분을 약으로 쓸 수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염주 뿌리와 줄기가 효과가 제일 좋다.

온갖 간질환에는 염주 줄기를 가을철에 베어 그늘에서 말려 잘게 썰어 물로 푹 달여서 우러나온 물을 마시면 잘 낫는다. 독이 없으므로 많이 먹어도 탈이 나거나 부작용이 전혀 없다. 웬만한 간장 질환은 염주 줄기만을 34개월 동안 열심히 달여 먹어도 잘 낫는다. 소변이 시원하게 잘 나가고 부은 것이 내리며 피로가 없어진다.

옛날 대구에 간병을 잘 고치는 것으로 이름난 의원이 있었다. 그는 남몰래 염주를 밭에 재배하면서 염주 줄기로 만든 약으로 수없이 많은 간병 환자를 고쳤다. 수십 년 동안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어 돈을 많이 벌었으나 그 의술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없어 맥이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염주의 뿌리, 열매, 열매껍질 등도 거의 비슷한 효력이 있다. 하루 3550그램을 물로 진하게 달여 그 물을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황달, 지방간, 간경화증 등에 꾸준히 복용하면 반드시 효력을 볼 수 있다. 말기 간암 환자가 염주 열매로 지은 밥을 먹으면서 염주 줄기를 열심히 달여 먹고 완치된 사례가 여러 사람 있다.

염주 씨앗은 오래전부터 율무와 마찬가지로 민간이나 한방에서 보약으로 써 왔다. 염주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전분, 비타민 B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염주 열매는 위염이나 위궤양 등 소화기관의 염증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뛰어나다. 고름을 잘 빠져나오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아픔을 멎게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염주는 위염, 위궤양, 욕창 등 갖가지 염증이나 수종이나 부종, 신경통, 관절염 등에도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다. 염주 열매를 잡곡과 섞어서 밥을 지어서 먹거나, 하루 100그램을 거칠게 빻아서 차로 달여 물이나 음료 대신 수시로 먹거나, 쌀이나 보리쌀과 함께 죽을 쑤어서 먹는다. 오래 먹으면 살결이 아주 고와지고 몸에 있는 사마귀, 기미,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져서 피부가 깨끗해진다. 염주는 피부 미용제로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

신경통이나 관절염으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염주 뿌리 30-40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시면 통증이 완화된다. 염주 뿌리에 들어 있는 '코익솔'이라는 성분이 진통작용을 한다.


 

항암 효과도 탁월

 

염주 열매는 항암작용이 탁월하다. 염주에 들어 있는 에스테르(Ester) 성분이 암세포의 생장을 억제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작용을 한다. 염주는 약성이 온화하고 맛이 담백하며 독성이 없으므로 위와 장의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밥을 지어 먹으면 위장 기능이 아주 좋아진다.

위암, 대장암, 직장암, 항문암, 식도암, 자궁암 등 갖가지 암에는 염주 씨앗과 등나무 줄기에 벌레가 기생해서 생긴 혹, 마름열매, 애기똥풀을 각각 15그램씩을 물 2리터에 넣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3번 밥 먹고 나서 30분 뒤에 먹는다. 암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고 식욕을 좋게 주며, 체력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암 절제 수술을 하고 나서 먹으면 기력을 늘리고 재발을 막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또 염주는 율무와 마찬가지로 사마귀를 없애는 데 효과가 아주 좋다. 염주 열매를 가루 내어 한 번에 4-5그램씩 하루 3번씩 한 달 동안 먹으면 사마귀가 없어진다. 또는 염주 열매 30-50그램에 물 1리터를 붓고 30분쯤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셔도 된다.

염주 뿌리는 하얗고 질기다. 가을에 캐서 물에 씻어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다. 거의 모든 약재는 햇볕에서 말리면 약효가 줄어들므로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염주 열매는 가을에 씨가 여물었을 때 줄기를 베어서 말린 다음 도리깨로 두들겨 씨를 털어내어 씨껍질을 벗겨 내고 약으로 쓴다.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청열(淸熱), 이습(利濕), 배농(排膿), 소염(消炎) 작용이 있다. 비경, 폐경에 주로 작용한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여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열을 내리고 고름이 잘 나오게 하는 등의 약리작용이 있다. 갖가지 간질환, 위염, 위궤양, 위암, 각기, 부종, 설사, 폐렴, 장염 등에 두루 훌륭한 치료음식인 동시에 치료약이 된다. 하루 3550그램을 가루 내어 먹거나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염주 열매는 율무보다 알이 더 굵고 둥글며 단단하고 광택이 있다. 염주는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재배하기도 하고 간혹 자생하는 것도 있다.

염주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잘 자라고 소출이 율무보다 많이 난다. 추운 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지만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북부지방이나 고냉지 같은 곳에서는 재배가 어렵다.

염주는 성질이 강건하여 아무 땅에서나 잘 자라고 재배하기가 쉬우며 수확이 많이 나고 약효가 높으므로 특용작물로 재배하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난치병자들을 구료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염주 대신 율무를 약으로 쓸 수도 있으나 염주가 약효가 훨씬 높다. 염주와 율무를 같이 재배하면 교잡종이 생기는데 이 교잡종 염주도 율무보다는 약효가 높다.

염주 씨앗은 싹이 터서 자라는 능력 곧 발아능력이 몹시 강하다. 어떤 식물이든지 생명력이 유난히 강한 것은 특별한 약효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염주 씨에 구멍을 뚫어 실로 꿰어 염주를 만들어 수십 년 동안을 목에 걸고 다니던 것도 흙에 떨어지기만 하면 바로 싹이 나서 자란다. 그래서 '염주는 중 죽은 자리에서 난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옛날 어떤 승려가 염주 씨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니다가 깊은 산속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죽었는데 몇 년 뒤에 시체를 발견했을 때 해골 옆에 염주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그러나 요새는 염주 열매로 만든 염주(念珠)를 구경하기 어렵다. 금강주니 월성주니 하는 딴 나라에서 들여 온 알 수 없는 열매나 돌구슬 같은 것으로 만든 염주에 밀려서 진짜 토종 염주는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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