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냉이

초암 정만순 2018. 4. 30. 14:46




냉이





冷氣 몰아내고 간을 튼튼하게 하는 최고의 봄나물

  

산채는 일렀으니 봄나물 캐어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詳考)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농가월령가/2월 노래

 


우리 조상들은 달래, , 씀바귀 등과 함께 냉이를 봄철에 나는 최고의 나물인 동시에 약초로 여겼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매월마다 해야 할 일과 풍속을 노래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도 봄나물을 캐는 것이 곧 약초를 캐는 것이며 달래김치와 냉잇국이 비위(脾胃)를 깨치는 약이라고 하였다. 달래와 냉이는 비위가 허약하여 봄철 식욕이 없어 밥을 잘 먹지 못하고 기운이 없어 나른할 때 제일 좋은 나물이다.

냉이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첫손에 꼽는 봄나물 중에 하나다. 냉이는 영하 수 십도의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서 겨울을 난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깊이 박고 불그덕덕한 잎을 바닥에 납작하게 붙이고 잔뜩 움츠린 채로 기나긴 겨울을 견디어 낸다. 겨울이 지나면 제일 먼저 눈 속에서 깨어나 파릇파릇한 새잎을 내어 놓으며 봄을 알린다.

엄동설한에도 얼어 죽지 않는 풀들을 일러 겨울을 깔보는 풀이라고 하여 능동초(凌冬草)라고 하는데 냉이는 보리나 씀바귀, 마늘 등과 함께 대표적인 능동초 중에 하나이다. 냉이라는 이름도 냉()을 쫓아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냉기와 한기를 몰아내는 풀

 

냉이는 냉()과 한()을 쫓아내는 풀이다. 눈 속에서 냉이가 푸른 잎을 내면 추위가 물러간다. 냉이 잎이 푸른 빛을 띠면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다. 성질이 따뜻한 것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냉이는 우리 몸 속에 있는 냉기(冷氣)와 한기(寒氣)를 몰아낸다.

이른 봄철의 꽃샘추위는 찬바람이 살을 파고들어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이럴 때 냉이차나 냉잇국을 며칠 동안 먹으면 몸이 난로처럼 데워져서 꽃샘추위쯤이야 얼마든지 업신여길 수 게 된다.

냉이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나물 중에 하나다. 우리 겨레는 수천 년 전부터 냉이를 나물로 먹고 약으로 쓰고 구황식물로도 중요하게 여겨 왔다.

냉이를 한자로 제채(薺菜)라고 쓴다. 냉이 제()는 풀 초() 아래 가지런할 제()를 붙인 글자이다. 가지런할 제()는 건널 제()를 의미한다. 건널 제()는 구제할 제(). 가지런할 제()에 삼 수() 변이 붙은 것이 건널 제(). 물이 가지런해야 배를 띄워 건널 수 있다. 풍랑이 일면 물을 건널 수 없다. 건널 제()는 굶주림이나 고통에서 구해 주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제채(薺菜)라는 이름에는 굶주릴 때 허기를 면하게 하고 다쳤을 때 피를 멎게 해서 사람을 살려 주는 등으로 백성들을 두루 살펴서 구해 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곧 제채(薺菜)는 백성들을 굶주림과 질병에서 구해 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냉이는 널리 백성을 구제(救濟)하는 풀이다.

옛사람들은 냉이를 옹생초(擁生草)’ 또는 호생초(護生草)’라고 불렀다. ()은 안을 옹()이고 호()는 보호할 호(). 포옹(抱擁)은 품에 껴안는 것이다. 냉이는 생명을 감싸서 껴안아 보호해 주는 풀이다.

옹생초나 호생초라는 이름은 초식동물들이 겨울 동안 먹을 풀이 없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서 영양실조나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으로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다니다가 봄철에 냉이를 뜯어 먹으면 모든 질병이 물러가고 생기를 되찾는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냉이를 달력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냉이는 달력보다도 더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냉이는 잎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걸쳐서 한 잎씩 돋아나고, 열엿새부터 그믐까지 한 잎씩 떨어진다. 신기하게도 하루가 모자라는 달에는 냉이의 마지막 잎이 시들기는 하지만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냉이의 잎을 보고 날짜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냉이는 이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냉이의 옛 이름은 나이이다. 냉이는 우리나라 어디든지 있으므로 지역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황해도에서는 내이’, 평안도에서는 냉이’, 경상도에서는 난생이’, ‘나수랭이’, 충청도에서는 나상이’, ‘나승갱이’, ‘나싱이’, 전라도에서는 나세’, ‘나상구’, ‘나생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공용으로 나숭개’, ‘나승개’, 충청도 경상도에서 공용으로 나새이’, 충청도 전라도 공용으로 나싱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에서 공용으로 나시등으로 부른다.

한자로는 제채(薺菜), (), 호생초(護生草), 천채(芊菜) 계심채(鷄心菜), 정장초(淨腸草), 능각채(菱角菜), 지미채(地米菜), 계각채(鷄脚菜), 가수채(假水菜),지지채(地地菜), 연합초(煙盒草), 상사채(上巳菜), 제지채(薺只菜), 포승화(蒲蠅花), 향선채(香善菜), 청명초(淸明草), 반초두초(飯鍬頭草), 향근낭(香芹娘), 향과낭(香科娘), 향전제(香田薺), 침두초(枕頭草), 람시채(欖豉菜)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냉이의 학명은 캅셀라 부루사 패스토리스(Capsella bursa-pastoris)이다. 캅셀라(Capsella)는 라틴어로 주머니라는 뜻이고 부루사 패스토리스(bursa-pastoris)목동의 지갑이라는 뜻이다. 냉이 열매의 세모꼴 모양이 목동들이 갖고 다니는 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냉이는 잎과 뿌리뿐만 아니라 씨까지 먹을 수 있다. 냉이 씨는 겨자처럼 매콤한 맛이 나는데 옛날 가난한 선비들은 글을 읽을 때 냉이 씨를 씹어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냉이 씨를 침대 밑이나 옷장에 넣어 두면 벌레가 생기지 않고, 태워서 연기를 피우면 파리나 모기 같은 것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냉이 씨는 물기와 접촉하면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생긴다. 이 점액질은 흙에 있는 영양소를 빨아들여서 발아가 잘 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춘곤증을 물리치는 약초

 

삼월 삼짇날은 봄날 중에서 생기가 제일 왕성한 날이다. 추위를 피해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개구리 뱀 같은 것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밖으로 기어 나온다. 산과 들에는 봄풀이 푸르러지고 나비가 날며 사람들은 이웃과 함께 야외로 나가서 냉이나 달래 같은 봄나물로 만든 반찬과 함께 화전(花煎)을 부쳐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삼월 삼짇날을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하는데 푸른 풀을 밟는 절기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삼월 삼짇날이 되면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산이나 들로 나가서 푸른 풀을 밟고 거닐면서 봄기운을 맞아들이는 풍속이 있었다. 삼월 삼짇날이나 청명(淸明) 절기에 들로 나가서 푸른 풀을 밟는 풍속을 답청(踏靑)이나 청답(靑踏)이라고 불렀다. 삼월 삼짇날은 음력으로 33일이고 청명은 양력으로 45일쯤이다.

냉이는 최고의 봄나물이다. ‘삼월삼일제채당영단(三月三日薺菜當靈丹)’이라는 옛말이 있다. ‘음력 삼월 삼짇날에 먹는 냉이는 만병을 통치하는 신령스런 단약(丹藥)과 같다는 뜻이다. 또 삼월 삼짇날에 부녀자들이 냉이꽃을 머리에 꽂고 다니면 한 해 동안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봄철이 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하품이 나면서 온몸이 나른해지는 병 아닌 병이 유행병처럼 번진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몇 주일 동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긴 하지만 매우 괴로운 계절병이다. 춘곤증은 봄철에 만물이 생동하면서 뿜어내는 계절의 생기(生氣)를 사람의 기운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뭇 생명들이 깨어나고 풀과 나무에 새잎이 나서 세상이 생명력과 활기로 가득할 때에 사람이 청명한 봄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몸 여기저기에 병이 나서 삐걱거리게 된다. 봄철에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몸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신진대사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춘곤증이다.

그러나 병이 있으면 반드시 약도 있는 법이다. 조물주께서는 춘곤증을 물리칠 수 있는 훌륭한 약초를 마련해 두셨으니 곧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들이 가장 훌륭한 춘곤증 치료약이다. 냉이와 달래 쑥 같은 봄나물에는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알칼리성 무기질들이 아주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냉이에 제일 많다. 봄철에 냉이죽을 끓여 먹고 냉이차를 마시며 냉잇국을 끓여 먹으면 나른한 몸이 마치 마른 풀밭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활기차게 새록새록 살아난다.

봄철 나른하고 입맛이 없을 때 냉이를 먹으면 독특한 향기가 입맛을 되살리고 냉이 뿌리와 잎에 가득 들어 있는 봄기운이 오장육부로 전해져서 생기와 활력이 생겨난다. 냉이에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는 비타민 B1100g0.18으로 여러 봄나물 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B1은 우리가 먹은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꿀 때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이다. 이 비타민이 결핍되면 탄수화물이 잘 분해되지 않아 젖산 등 산성 피로 물질이 몸에 쌓여서 만성 피로와 춘곤증의 원인이 된다.

냉이에는 열을 가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이 들어 있다. 그것은 비타민 A. 비타민 A은 야맹증을 고치고,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며, 온갖 병원균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피부가 거칠어진다. 특히 비타민 A는 냉이의 잎에 많이 들어 있는데, 10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C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냉이에는 모든 나물과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제일 많이 들어 있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4.7~7.4g으로 콩에 버금간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시금치의 2, 칼슘은 3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같은 미네랄이 많아서 변비를 없애고 장을 깨끗하게 하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빈혈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도 아주 효과가 좋다.


 

장을 청소하고 간 기능을 살린다

 

냉이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를 없애고 몸속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데 아주 좋은 나물이다. 옛사람들은 냉이를 정장초(淨腸草)라고 불렀다. 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특히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냉이를 먹으면 장 속에 쌓여 있는 노폐물이나 독소들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냉이는 간 기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옛 의학책에는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끌어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해 준다고 하였다. 냉이 뿌리에 있는 콜린이라는 성분이 간의 지방을 제거한다. 숙취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간을 튼튼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근력을 좋게 한다.

우리 속담에 먼 데 단 냉이보다 가까운 데 쓴 냉이가 낫다는 말이 있다. 먼 곳에 있는 좋은 것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는 그만 못한 것을 더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냉이는 구황식물로도 아주 훌륭하다. ‘조제모염(朝薺暮鹽)’이라는 옛글이 있는데 당나라 때의 문장가 한유(漢愈)<송궁문(送窮文)>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아침과 저녁을 냉이와 소금만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몹시 가난한 삶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냉이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능과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뜻도 들어 있다. 실제로 냉이에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 성분과 기능, 생명력이 들어 있다. 실제로 18년 동안 오직 냉이만 먹고 산 사람의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옛날, 한 재상의 딸이 한 거지 청년을 몹시 사랑하여 결혼하고 싶어 했으나 집안에서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딸은 집을 도망쳐 나와서 먼 곳으로 가서 거지 청년과 함께 살았다. 그런데 일 년 뒤에 전쟁이 일어나서 거지 청년은 군대에 붙잡혀 전쟁터로 나갔다. 재상의 딸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동굴 속에서 18년 동안을 오직 냉이를 캐서 먹으면서 혼자 살았다. 18년 동안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주는 사람이 없었으며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처녀가 사는 동굴 10리 안쪽에는 냉이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전쟁에 끌려갔던 거지 청년은 큰 공을 세워서 장수가 되었고 마침내 임금의 딸을 아내로 맞아 부마가 되었다. 임금의 사위가 된 거지 청년이 어느 날 재상의 딸이 살고 있는 동굴 근처를 지나다가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냉이를 뜯어 햇빛에 말려 저장해 두고 18년 동안 냉이만 먹고 살았는데 몸이 조금도 여위지 않았고 별로 늙지도 않았다고 한다. 임금이 된 청년은 재상의 딸을 데려가서 왕비로 삼았다.

냉이는 간기능을 좋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황달이나 간염 치료에 아주 좋은 약이다. 우리 조상들은 황달이나 만성 피로에 냉이죽을 쑤어서 먹었다.


 

냉이고로 간염을 고치다

 

오래 전 어느 이른 봄철에 강원도 어느 지방을 여행하다가 산골 주민들이 묵은 밭에서 냉이를 캐서 밭둑에 여기저기 쌓아 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모두 모아 보니 그 양이 가마니로 두 가마니가 되었다. 그것을 흥정해서 모두 사서 집으로 갖고 와서 3분지 2는 물을 많이 붓고 물엿처럼 되게 졸여 냉이고를 만들어 두고, 3분지 1은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음식점에서 찌개나 국을 끊일 때 양념으로 썼다. 냉이가루는 된장찌개나 국에 한 숟갈씩 넣으면 맛이 아주 좋았다.

그런 어느 날 마흔 다섯 살 된 한 남자가 왔는데 병원에서 만성 간염으로 인해 간이 부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몇 달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몹시 피로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밥맛이 없어서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하였다. 복수가 약간 차 있었으며 얼굴이 누렇게 되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혈청에 빌리루빈 수치와 지오피 지피티 수치가 아주 높아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하였다.

마침 냉이고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 생각이 나서 2킬로그램쯤을 주면서 이것을 하루에 세 번 한 번에 20그램을 따뜻한 물 한 잔에 풀어서 물이나 차 대신 수시로 마시게 했다. 환자는 두 달 동안 냉이고를 먹고 식욕이 좋아지고 부은 것이 완전히 내렸으며 혈청 빌리루빈 수치와 지오티 지피티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냉이는 눈을 밝게 하는 데 매우 좋다. 줄기와 뿌리를 달여서 차 마시듯이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익상취편(翼狀翠片)이라고 하여 눈꼬리 부분에 군살이 생겨나서 자라는 데에는 냉이를 곱게 가루 내어 눈에 넣는다. 눈이 까칠하고 통증이 약간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통증이 없어지고 군살이 삭아 없어진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아프며 꺼칠꺼칠한 느낌이 들 때에는 냉이를 짓찧은 다음 곱게 걸러서 눈에 한 방울씩 넣으면 염증이 없어지고 눈이 밝아진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쌀뜨물이나 우윳빛처럼 하얗게 나오는 것을 유미뇨(乳糜尿)라고 한다. 유미뇨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음식물 중에서 지방질은 소장의 유미관에서 흡수하여 임파선을 통해 정맥으로 들어가서 신체의 각 부분으로 운반된다. 그런데 임파선에 구멍이 생겨서 유미즙이 뇨관을 통해 신장으로 바로 빠져 나가는 것이 유미뇨이다. 유미뇨로 인해 지방이 소변으로 빠져 나가 버리면 빈혈로 인해 기운이 없고 몸이 몹시 여위며 면역력이 떨어져서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유미뇨로 인해 소변이 뿌옇게 나올 때에는 냉이 60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2-3개월 복용한다. 대개 일주일쯤 지나면 소변의 빛깔이 맑아지기 시작하여 한두 달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폐심증(肺心症)이라고 하는 병이 있다. 폐심증은 심장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갖가지 폐질환으로 인하여 심장이 비대해져서 심부전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폐전색(肺栓塞)이나 폐경색으로 인해 급성 폐심증(肺心症)이 나타날 수 있고 기관지천식, 진폐증, 폐기종, 폐결핵, 기관지확장증, 폐동맥경화 등으로 인해서 폐심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지천식으로 인한 만성 폐기종으로 인한 폐심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숨이 몹시 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가래와 기침이 나오고 얼굴과 몸이 퍼렇게 되며 목의 정맥이 굵어지고 얼굴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간이 붓고 다리가 부으며 복수가 차게 된다.

폐심증에는 냉이씨가 특효약이다. 냉이씨를 부드럽게 가루 내어 한 번에 1-2그램씩 하루 3번 밥 먹고 나서 30분 뒤에 먹는다. 3-4일 뒤부터 소변량이 늘고 부은 것이 내린다. 심부전 증상은 2-3주 만에 낫거나 좋아진다. 대략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먹으면 완전히 낫는다.


 

눈을 밝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

 

명나라의 약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냉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냉이는 종류가 많은데 작은 냉이가 맛이 좋고 냉이 중에서 가장 작은 냉이를 사제(沙薺 : 모래같이 작은 냉이)라고 부른다. 큰 냉이의 맛은 작은 냉이의 맛에 미치지 못하고 줄기가 매우 단단하며 털이 나 있고 맛이 그다지 좋지 않다. 냉이는 동지가 지나자마자 싹을 내며 이삼월에 줄기가 올라오고 키는 5-6 촌쯤 자라며 조그맣고 하얀 꽃이 핀다.’

냉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다.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데 좋은 약이다. 냉이를 질경이를 같이 쓰면 효과가 훨씬 높아진다. 냉이는 이수삼습(利水渗濕) 작용이 있고 질경이는 삼습작용과 함께 청열작용이 있다. 냉이와 질경이를 같이 쓰면 질경이는 냉이의 이수(利水) 작용을 늘려 주고 냉이는 질경이의 청열 작용을 늘려 준다.

<광서중약지(廣西中藥志)>냉이 한 냥과 질경이 한 냥을 물로 달여 먹으면 양성수종이 낫는다고 하였다. 또 견권(堅權 : 서기 541643)이 지은 <약성본초(藥性本草)>에 적리와 백리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질에 냉이의 잎과 줄기를 태운 재를 복용하면 효과가 매우 좋다고 하였다.

<성혜방(聖惠方)>에는 눈 속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아프고 눈알이 빨갛게 되었을 때에는 신선한 냉이 뿌리를 절구에 찧어 즙을 내서 눈에 떨어뜨리면 낫는다고 하였다. <성제총록(聖濟總錄)>에는 안구각막박예(眼球角膜薄翳)에 냉이의 뿌리와 잎을 깨끗이 씻어 얕은 불에 쬐어 말려서 가루낸다. 밤에 잠자기 전에 눈을 씻고 나서 냉이 가루와 쌀 가루를 섞어 물과 반죽해서 떡을 만들어 두 눈에 덮어 두면 통증이 멎고 계속 치료하면 각막을 가리고 있던 막이 스스로 떨어진다고 하였다. 각막박예(角膜薄翳)는 안구의 각막이 혼탁하게 흐려져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눈병으로 요즘 말로 하면 백내장(白內障)이다.

냉이는 설사를 멎게 한다. 하루에 냉이 60g을 물로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 냉이 30g과 짚신나물(龍牙草) 30g을 물로 달여 먹으면 여성들의 월경과다와 붕루(崩漏)가 낫는다.

<현대실용중약>에 냉이는 지혈작용이 있어서 폐출혈, 자궁출혈, 유산출혈, 월경과다에 좋은 효과가 있고 두통과 눈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혹 각막에서 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한다고 하였다. <광서중약지>에는 위를 튼튼하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되게 하며 체한 것을 내린다고 하였다.

냉이의 꽃은 지미화(地米花)라고도 부르는데 맛을 달고 성질은 따뜻하며 대장에 주로 작용한다. 독을 풀고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10-15그램을 물로 달여 먹는다.

오대(五代) 때 명의 진사량(陳士良)<식성본초(食性本草)>에는 냉이의 꽃을 방석 속에 넣어두면 벌레가 꼬이지 않으며 모기와 나방을 피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명본초>에는 냉이의 꽃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만든 것 2()을 대추 삶은 물과 함께 복용하면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 이질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식물명실도고(植物名實圖考)>에는 냉이의 꽃은 어린 아이들이 젖을 먹고 체한 것을 고치고 냉이의 꽃을 태워서 그 재를 복용하면 적리와 백리를 치료한다고 하였다.

냉이의 씨를 차실(蒫實)이라고 부르는데 음력 33일에 따서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쓴다. 진사량(陳士良)<식성본초>에서 냉이의 씨는 석명자(菥蓂子)라고 부르는데 48일에 채취한 것이 가장 좋다. 흉년에 냉이의 씨를 채취하여 물과 함께 섞어 죽을 끓여 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으면 끈기가 있다고 하였다.

냉이 씨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밤눈이 어두운 것을 치료한다.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배에 가스가 차서 더부룩한 것을 없애며 열독을 풀어준다.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

<천금방(千金方) - 식치(食治)> 편에는 냉이 씨는 몸 속의 바람기를 몰아내고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밤눈이 어두운 것을 낫게 하고 각막이 흐려지는 것을 낫게 한다. 하루에 10-15그램을 물로 달여 먹는다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봄철에 냉이를 넣어 빚은 만두를 먹는데 이를 춘병(春餠)’이라고 한다. 또 냉이에 양념과 고기를 섞어 춘반(春盤)’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이웃집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냉이로 끓인 국을 백세갱(百歲羹)’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먹으면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냉이와 쌀, 보리, 기장 같은 곡식과 섞어서 죽을 끓여서도 많이 먹었다.

냉이는 영양이 풍부한 나물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과 비타민 C를 비롯하여 10여 가지 아미노산과 베타카로틴과 칼슘, , 철분, 칼륨 등이 들어 있다.

학자들의 임상보고에 따르면 냉이를 삶은 물을 마시면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이에 들어있는 칼륨은 피를 멎게 하고 응혈시간을 짧게 한다. 자궁출혈과 내상토혈, 빈혈, 뇨혈, 소화궤양출혈과 망막출혈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냉이는 또 비뇨기 계통의 감염과 신장염으로 인한 부종이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데에도 좋은 효능이 있다.

냉이는 혈압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좋다. 일본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날마다 냉이 12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시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화가 잘 되고 위가 튼튼해지며 위경련, 장염, 위궤양에도 좋은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 허하여 열이 있고 어지럽고 두통이 심할 때 냉이 120그램을 물로 달여 먹는다. 각혈(咯血)이나, 토혈, 뇨혈에는 신선한 냉이 30그램과 백모근(白茅根) 30그램과 연뿌리 60그램을 함께 달여 마시면 좋은 효과가 있다.

월경과다에는 냉이 꽃 60그램과 쇠비름 60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에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고혈압에는 냉이 30그램, 하고초 30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달여서 수시로 물이나 차 대신 마신다.

양증수종(陽症水腫)에는 냉이 뿌리 30그램과 질경이 30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여성의 붕루(崩漏)에는 냉이 30그램을 끓여 복용한다. 또는 냉이 30그램, 단삼 6그램, 당귀 12그램을 끓여 복용한다.

현대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냉이는 초산과 주석산, 사과산 등 7종의 유기산이 들어 있고 11종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으며 서당, 유당, 포도당 등의 당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 베타카로틴, 비타민 B1, B2, B6, C와 칼륨, 망간, 칼슘, 나트륨, 철분, , 염소 등의 미네랄과 콜린, 아세틸콜린, 사포닌, 루틴, 여러 가지 약효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소, 회분, 유황 화합물, 리보플라빈,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현대의학의 약리 실험 결과 냉이는 자궁수축 작용과 관상동맥 확장 작용, 혈압을 낮추는 작용, 세포 조직에서 산소를 빨리 받아들이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에서는 냉이에서 추출한 물질로 고혈압 치료제와 지혈제를 만든다.


 

봄 내음이 나는 냉이국을 먹으며

낙엽과 지푸라기 속에서도 목숨을 지켜

마침내 싹을 틔워낸 냉이를 생각한다

가파른 삶의 벼랑 위를 조심조심 걸으며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냉이를 보라

서슬 푸른 정신으로 살아야 하리라

서슬 푸른 눈으로 살아야 하리라

 

겨울 냉이가 자신을 이기듯이

몰래 숨어 자란 냉이가

온몸을 우려내어

시원한 된장 국물이 되듯이

우리도 누구엔가 시원한

국물이 되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고명수/겨울 냉이

 

다음은 냉이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간단한 처방들이다.

1. 이질, 변혈 : 냉이꽃이나 잎 50그램을 찹쌀 60그램과 함께 섞어 묽은 죽을 쑤어 하루에 두 세 차례 복용한다. 냉이찹쌀죽은 월경과다와 붕루(崩漏)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붕은 무너질 붕()은 무너질 붕()이고 루()는 샐 루(). 붕루는 월경 기간이 아닌 때에 자궁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피가 멎지 않고 계속 나오는 증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요즘 말로 자궁출혈이다.

2. 설사 : 냉이꽃 10g을 가루 내어 대추 20그램을 달인 물과 함께 복용한다.

3. 유미뇨(乳糜尿) : 신선한 냉이 60g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물이나 대신 수시로 마신다. 대략 1개월 동안 마시면 낫는다. 유미뇨는 지방분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쌀뜨물과 같은 오줌을 누는 병이다.

4. 고혈압 : 냉이 50g, 하고초(夏枯草) 50g, 국화 15g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물이나 차 대신 수시로 마신다.

5. 토혈, 비뉵(鼻衄) : 신선한 냉이 60g, 측백나무잎 15g, 연뿌리를 까맣게 태운 것(藕節炭) 15g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6. 자궁출혈 : 냉이꽃 30g, 익모초 20g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신다.

7. 마진(痲疹) 예방 : 냉이 20g에서 60g을 물로 달여서 물이나 차 대신 수시로 마신다.

냉이로 죽을 끓여 먹으면 혈을 끌어서 간에 돌아가게 하고 눈을 밝게 해 준다. 현대 임상 실험으로 냉이는 위와 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간을 기르고 눈을 밝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피를 멎게 하며 설사를 멈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증명하였다.

 

냉이는 흔한 봄나물로만 여기고 약초로는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기 쉽지만 냉이만큼 뛰어난 약성을 지닌 식물도 흔치 않다. 냉이는 간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는데 매우 좋은 효력이 있는 약초이다.

이른 봄철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밥맛이 없을 때 냉이를 잘게 썰어서 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곧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회분, 섬유질, 탄수화물, 칼슘, 인 등의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봄철 몸이 나른하고 밥맛이 없으며 기운이 없을 때에는 냉이차를 마시면 좋다. 냉이를 봄철에 캐서 그늘에서 수분이 약간 남게 말려서 종이봉지에 담아 향기가 달아나지 않게 발효시키면 향기가 더 강해진다. 이것을 녹차처럼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마신다. 산뜻한 냉이향과 적당한 단맛이 섞여 맛있는 차가 된다.

냉이 100그램에는 단백질이 7.3그램, 칼슘 116밀리그램, 104밀리그램, 2.2밀리그램, 450밀리그램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에이 2315아이유, 비타민 비 2053밀리그램, 40밀리그램이 들어 있다. 냉이 씨앗에는 유황성분이 들어 있는 기름이 28퍼센트가 들어 있다.

냉이를 한의학에서는 이질이나 설사,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 많이 쓴다. 자궁출혈이나 토혈,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 치질로 인한 출혈 등에는 냉이 80-10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시거나 약성이 남게 검게 태워서 먹으면 효험이 있다.

냉이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비위를 조화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피를 멎게 하며 눈을 매우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이질, 수종, 토혈, 변혈, 월경 과다, 눈이 빨갛게 되고 아픈 증상 등을 치료한다. 갖가지 독을 풀고 눈이 충혈되거나 망막에 출혈이 생긴 것을 치료한다.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냉이씨는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충혈되고 아픈 것과, 눈에 군살이 돋아나는 것,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치료한다. 하루 10-2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냉이는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먹어온 식물이다. 중국의 <시경>에 냉이를 나물로 먹은 기록이 나오고 <제민요술>에서는 냉이는 향기가 좋아 먹을 만하다고 하였으며, <명의별록>에서는 잎으로 김치나 죽을 만들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일화본초>에서는 냉이꽃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대추를 달인 물로 하루 8그램씩 먹으면 오래 된 이질을 다스린다고 하였고, <약성본초>에서는 냉이뿌리와 잎을 태워서 그 재를 먹으면 이질에 좋은 효험이 있고 냉이 씨는 청맹(靑盲)으로 앞을 못 보는 것을 다스리고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는 냉이의 성질이 따뜻하여 오장을 이롭게 하는데 죽을 끓여 먹으면 간에 이롭고 눈을 밝게 하며 배가 고플 때 먹으면 매우 좋다고 적혔다.


 

냉이를 이용한 치료법

 

코피가 날 때 : 신선한 냉이 한 줌을 끓는 물 한 그릇에 2-3시간 우려내어 하루 3번 먹는다. 대개 곧 출혈이 멎는다.

소변이 우유처럼 뿌옇게 나올 때 : 냉이 250-600그램을 깨끗하게 씻어 물 2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되게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먹는다. 1-3개월 동안 마신다. 3-5일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한두 달이면 낫는다. 소변이 차츰 맑아지고 재발하지 않는다.

산후출혈 : 신선한 냉이 40그램을 물 1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눈이 빨갛게 되고 충혈되었을 때 : 신선한 냉이를 짓찧어 고운 천으로 걸러서 눈에 한 방울씩 하루 3-5번 넣는다. 신선한 냉이를 구할 수 없으면 그늘에서 말린 냉이를 곱게 가루 내어 눈에 쌀알 반 만큼씩 눈에 넣는다. 처음에 약간 눈이 아프지만 30초쯤 지나면 통증이 없어진다.

 

지혈작용 : 냉이 추출물은 폐, 내장, 자궁 등의 출혈성 질병에 훌륭한 지혈 효과가 있다.

지사(止瀉)작용 : 한의학이나 민간에서 오래 전부터 냉이를 설사를 멎게 하는 약으로 써 왔다.

이뇨작용 및 지방제거작용 : 냉이에 들어 있는 콜린이라는 성분이 간장 기능을 촉진하고 간에 쌓인 지방질을 분해하며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 간기능쇠약, 간염, 간경화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조혈(造血)작용 : 냉이 100그램 중에 망간(Mn)17.6mg이나 들어있다. 망간은 구리(Cu)의 작용을 도와서 혈색소의 합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조혈작용이 있다. 또한 결핵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는 후말산이 들어 있어서 갖가지 염증질환과 생리불순을 비롯한 갖가지 부인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소화작용 : 소화액 분비를 도와 소화흡수를 촉진시키고 위를 튼튼하게 하므로 건위(健胃)소화제로 좋다.

기타 : 냉이 성분 중 콜린과 아세틸콜린 성분은 자율신경을 자극하며 뇌출혈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운동기능을 회복시키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과 기관지, 이완성 변비에 좋다.

 

냉이를 이용한 치료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지방간, 간 기능 쇠약 : 냉이 50100g으로 죽을 끓여 수시로 먹는다. 또는 냉이 뿌리, ,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한 번에 1015g씩 하루 세 번 먹는다.

간경화 : 냉이 뿌리 말린 것 600g, 두루미냉이 씨앗을 불로 살짝 볶은 것 600g을 함께 가루 내어 좋은 꿀로 은행알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두고 한 번 에 35개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귤껍질이나 탱자껍질을 달인 물로 먹는다.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흐를 때 : 냉이 씨앗을 가루 내어 한 번에 510g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따뜻한 물과 함께 먹는다.

눈에 막이 생겨 눈동자를 가릴 때 : 냉이 뿌리, ,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하루 세 번 물에 타서 눈을 씻는다.





냉이에 얽힌 전설  

공주와 거지의 사랑

 

당나라 숙종 황제 무렵에 승상(丞相) 왕윤(王允)의 셋째 딸 왕보천(王寶釧)은 자태가 아름답고 성품이 단정(端正)하여 흠모하는 총각들이 아주 많았다.

왕보천이 시집을 갈 나이가 되었을 때 아버지한테 말하기를 수를 놓아 만든 공(繡球)을 던져서 그것을 받는 사람을 남편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승상 왕윤은 사윗감을 정하기 위해 높고 화려한 누각을 짓고 누각이 완공되는 날에 왕보천을 사모하는 뭇 젊은이들을 누각 아래 모이게 하였다. 왕보천은 누각 위에서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내려다보며 손수 아름답게 수를 놓아 만든 공을 그 한가운데로 던졌다.

왕보천이 공을 던지자 모든 젊은이들이 공을 받으려고 서로 다투었다. 그런데 수많은 청년 중에서 제일 높이 뛰어올라 재빨리 그 공을 낚아 챈 사람은 설평귀(薛平貴)라고 하는 거지 총각이었다. 이것은 왕보천이 설평귀를 몰래 사랑하여 일부러 설평귀가 받을 수 있도록 미리 각본을 짜고 연습을 미리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왕보천은 승상인 아버지한테 설평귀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졸랐으나 아버지는 딸이 거지 청년과 결혼하는 것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왕보천은 한 밤중에 모든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집을 빠져나와 설평귀와 함께 설평귀의 고향인 장안(長安) 남쪽에 있는 오전파(五典坡)라는 곳으로 도망을 가서 함께 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량국(西涼國)이 당나라를 침략하였다. 서량국은 청해(靑), 감숙(甘肃), 내몽고(內蒙古), 신강(新疆) 일대에 살던 소수민족들이 기원전 205년 무렵에 건립한 나라로 한()나라에서 수()나라를 거쳐 당()나라에 이를 때까지 존재하면서 중원을 수시로 위협했다. 서량국 장수들은 용맹하기로 이름이 높은데 삼국지에 나오는 맹장 마초가 서량국 출신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설평귀는 서량군을 물리치려 출병한 당나라 군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설평귀는 서량국 군대에 사로잡혀서 말을 관리하는 부마(駙馬)의 직책을 맡았다.

전쟁이 끝나도 설평귀가 돌아오지 않자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은 설평귀가 전사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왕보천은 설평귀가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고 한요(寒窯)라고 고을의 산 속에 있는 동굴에서 18년을 수절(守節)하면서 설평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18년 동안 왕보천은 냉이를 뜯어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고 허기를 달랬다. 왕보천은 주로 봄철에 냉이를 캐서 햇볕에 말려 절구로 짓찧어 가루를 만들어 두고 먹었다. 왕보천이 한요 부근에 자라고 있는 냉이를 모두 뜯어 먹었으므로 10여 리 안팎에서는 냉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냉이는 18년 동안 왕보천의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켜 준 유일한 먹을거리였다.

설평귀는 서량국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장수가 되어 서량국 공주와 결혼하였으며 나중에 서량국의 임금이 죽고 나자 임금이 되었다. 설평귀는 임금이 되자 고향으로 가서 왕보천을 찾아다녔으나 몇 달 동안을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산속 동굴에서 18년 동안 설평귀를 기다리면서 혼자 살고 있던 왕보천을 만날 수 있었다.

설평귀와 왕보천은 서로 얼싸안고 몹시 기뻐하였으며 설평귀는 왕보천을 궁궐로 데리고 와서 정실 황후로 맞이하여 백년해로(百年偕老)하였다. 그리고 설평귀는 18년 동안이나 부인의 생명을 이어준 냉이를 무척 고마워해서 모든 백성들이 냉이를 먹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설평귀와 왕보천의 사랑 이야기는 몇 년 전에 중국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本草房 > 운림의 식품과 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율무와 염주  (0) 2018.04.30
멧대추  (0) 2018.04.30
콩나물  (0) 2018.04.30
줄풀  (0) 2018.04.30
鼓掌  (0)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