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돌배

초암 정만순 2018. 4. 25. 20:51

돌배

 

 

 

 

기침 멈추고 발암 물질 푸는 돌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배는 거의 전부가 일본에서 개량한 품종이다. 개량종 배는 크고 달고 맛이 좋지만 약으로는 쓸 수 없다. 본디 우리나라에는 토종 배 품종이 많았으나 일본 배에 밀려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배를 약으로 쓰려면 야생 돌배를 구해서 먹는 수밖에 없다.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 유편(類編)>에 배에 효능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배를 먹어 열독을 풀어 죽을 목숨을 살리다

왕모(王某)라고 하는 어느 젊은 서생이 몸이 몹시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마음이 번거롭고 정신이 산란하였다. 그는 날이 갈수록 여위어서 누가 봐도 큰 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마을에서 명의로 소문난 양길(楊吉)이라는 의사한테 치료를 받기로 했다. 양길은 왕모를 진맥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군열(君熱)이 이미 극에 달하여 기혈이 손상되었습니다. 3년 뒤에 악성 종기가 나서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서생은 양길의 말을 듣고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서생은 양길에게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양길은 책을 너무 열심히 읽어서 심장에 허화(虛火)가 일어나서 진액이 마르고 기혈이 상했다고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화()가 독()을 만들고 결국 독저(毒疽)가 생겨 말라 죽고 말 것이라고 하였다. 이 병은 불치병이므로 아무 처방도 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서생은 기분이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집에 있으면서 날마다 근심걱정을 하느라고 몸은 더욱 약해지고 여위어 갔다. 글만 읽고 바깥 일에 경험이 없는 서생인지라 뼈가 드러날 정도로 쇠약해졌다.

어느 날 서생은 산동(山東)의 모산(茅山)에 의술이 고명한 한 도사(道士)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곧 그 도사를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병을 고쳐 달라고 간청하였다.

도사는 서생의 맥을 짚어 보고 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집에 가서 날마다 배를 한 개씩 먹도록 하시오. 하루라도 거르면 안 됩니다. 신선한 배는 날것으로 먹고 말린 배는 물에 넣고 달여서 국물도 마시고 건더기까지 다 먹어야 합니다. 다른 약은 필요 없습니다. 배를 열심히 먹기만 하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서생은 도사에게 감사를 드리고 집에 와서 도사가 시키는 대로 날마다 배를 한 개씩 먹었다. 일 년 뒤에 서생의 병은 완전히 나았다.

병이 나은 뒤에 서생은 양길을 찾아갔다. 양길은 서생의 얼굴빛이 붉그스레해지고 윤기가 흐르며 빛이 나고 살집도 많아졌으며 몸이 건강해져서 병색이 전혀 없게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양길이 서생의 맥을 짚어 보았더니 지극히 정상이었다. 양길이 말했다.

분명히 이인(異人)을 만난 것이 틀림 없군요. 그렇지 않고서는 병을 절대로 고칠 수 없습니다.”

서생은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양길은 즉시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고 모산으로 올라가 도사를 만나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자신의 부족한 의술을 자책하며 도사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기침 명약 이당고

 

배로 만든 약 중에 이당고(梨糖膏)라는 것이 있다. 기침약으로 이름이 높다. 이당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 태종(太宗) 임금의 신하였던 위징(魏徵)의 어머니가 해수병(咳嗽病)에 걸렸다. 여러 명의들을 초청하여 치료를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은 더 심해졌다. 위징은 마음이 초조했다.

위징은 어머니가 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배를 많이 사서 꿀을 넣고 고아서 이당고를 만들어 드렸다. 어머니는 이당고를 매우 좋아하여 날마다 먹었다. 마침내 어머니의 병이 완전히 나았다.

 

위징(魏徵)은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에게 간언(諫言)을 잘 하였다. <자치통감(資治通鑑)> 192권에 태종 정관 2년에 위징은 당태종에게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들으면 시비를 잘 구별할 수 있고 한 쪽의 말만 믿으면 사리에 어둡게 된다고 직간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임금은 밑에 있는 신하부터 위에 있는 신하까지 폭 넓게 의견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말이다.

어느 날 위징은 태종과 정치에 관하여 격렬한 논쟁을 벌여 태종을 매우 노하게 했다. 태종은 기분이 몹시 상했다. 태종은 노발대발하여 말했다.

위징을 참수형에 처해 버려야겠다.”

그 말을 듣고 장손황후(長孫皇后)가 다음과 같은 말로 태종을 달랬다.

위징의 충직한 것은 폐하를 훌륭한 임금으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태종은 화가 풀렸다.

나중에 위징은 병으로 죽었다. 태종은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슬픔이 극에 달하여 대성통곡하였다. 태종은 위징의 시신을 내가 죽은 뒤에 내 무덤 옆에 배장(陪葬)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위징의 시체는 소릉(昭陵)에 묻혔다. 소릉은 현재 섬서성(陝西省) 예천현(禮泉縣)이며 서안(西安)에서 서북방으로 70km 지점에 있다. 서기 649년에 태종이 죽었다. 태종은 유언에 따라 위징의 무덤 옆에 묻혔다.

 

고기와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사람한테 제일 좋다

 

당나라 19대 임금 무종(武宗) 이염(李炎)이 병에 걸렸다. 온 종일 입안이 마르고 혀가 깔깔했다. 가슴에 불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뜨겁고 숨이 찼다. 백약이 무효였다. 무종은 마음이 매우 초조했다.

어느 날 한 도사가 와서 무종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묘방이 있다고 아뢰었다. 도사는 배를 즙을 내어 꿀과 함께 섞어 고약처럼 만들었다. 무종은 도사가 만든 배즙을 먹고 이삼일 뒤에 병이 완전히 나았다.

 

<본초강목>배는 심장의 열을 없애고 폐를 매끄럽게 하며 담을 없애고 화를 내리며 종기의 독괴 술독을 풀어준다(梨能潤肺凉心, 淸痰降火, 解瘡毒酒毒). 는 뜻이다.

<전남본초(滇南本草)>에는 배는 비장이 부은 것과 음식에 체한 것과 토사곽란, 어린 아이의 불알 한 쪽이 퉁퉁 부어 처지고 몹시 아픈 것을 낫게 한다(梨治胃主痞塊食積, 吐瀉霍亂, 小兒偏墜疼痛).’고 하였다.

명나라 때 무희옹(缪希雍)이 지은 <본초경소(本草經疏)>에는 배의 효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혔다.

 

요즘 열병이나 담병(痰病) 같은 큰 병에 걸린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배를 먹으면 폐가 매끄럽게 되고 담이 없어지며 화기가 내려가며 열이 사라지고 뱃속에 있는 단단한 덩어리가 풀리며 맺힌 열이 풀린다. 열병에 걸린 사람들이 배를 정성 들여 먹으면 의식이 혼미해지는 일이 없다. 악성 종기로 인해 통증이 심하고 맥이 빠르며 기운이 없고 갈증이 심한 사람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배를 열심히 먹으면 병이 가벼워진다. 기름진 고기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향기롭고 독한 술을 마시며 사는 부자들이나 제멋대로 무절제하게 사는 사람들은 반드시 담화(痰火)로 인해 졸중(卒中)과 독창(毒瘡)이 생긴다. 배를 끊임 없이 먹으면 위험하던 병이 가벼워져서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다.

 

배는 성질이 차갑고 맛은 달다. 진액을 생겨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열을 내리고 폐를 윤택하게 한다. 또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새살을 잘 돋아나게 한다. 열병(熱病)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과 기침을 하는 것, 담열(痰熱)로 인한 경광증(驚狂症)과 어린이의 풍열(風熱)과 인후가 아파서 말을 못하는 것, 눈알이 빨갛게 되어 붓고 아픈 것, 변비 등을 낫게 한다.

 

   

속에 열이 많은 사람한테 제일 좋다

 

배는 날것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서 먹어도 좋은데 약성이 각기 다르다. <본초통현(本草通玄)>에 이르기를 배를 날것으로 먹으면 6()의 열을 깨끗하게 없애고 익혀서 먹으면 5()의 음()을 보한다(生者淸六腑之熱, 熟者滋五臟之陰).’고 하였다. 곧 배를 날것으로 먹으면 실화(實火)를 제거하고 익혀서 먹으면 허화(虛火)를 없앤다는 뜻이다.

배는 혈압을 낮추고 음을 기르고 열을 내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간열이 위로 솟구쳐서 오는 고혈압이나 간염, 심장병 환자들한테 매우 유익하다.

배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 철분, 포도당, 과당, 자당(蔗糖), 사과산, 구연산, 카로틴, 비타민 C, B1, B2 등의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배는 영양을 보충하고 열과 화기를 내리며 음을 자양하고 진액을 보충하며 혈액을 기르고 새살을 잘 나오게 한다. 음이 허하고 화기가 성한 사람과 몸이 여윈 사람한테 가장 좋은 보약이다. 몸이 여위고 화기가 많은 선비들이 배를 많이 먹으면 건강해진다.

배는 목화형(木火型) 체질에 매우 좋은 과일이다. 목화형 체질이란 마르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사람으로 속에 열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다. 배는 목화형 체질인 사람을 건강한 체질로 바꾸어 준다. 이런 체질을 고치기 위해서는 배를 하루에 세 개에서 다섯 개씩 먹어야 한다.

 

독소와 발암물질을 내보낸다

 

배는 몸속에 있는 온갖 독소와 발암물질들을 분해하여 몸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있다. 특히 고기나 달걀, 튀긴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고 나서 배를 한 개씩 먹으면 음식을 통해 들어 온 온갖 독소와 발암 물질들이 몸밖으로 빠져 나온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는 고기를 태울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다. 불고기 같은 것을 먹고 나서 배를 먹으면 이런 독성 물질들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내보낸다.

끓인 배즙에는 폴리페놀(polyphenol)이 많이 들어 있어서 항암 효과가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흰쥐한테 발암물질을 주사하고 나서 배즙을 먹여 오줌을 검사해 보았더니 많은 양의 1피렌올(1-Pyrenol)이 검출되었다. 1피렌올은 대표적인 발암 물질 중에 하나다. 배를 날것으로 먹든지 익혀서 먹든지 상관 없이 발암 물질들을 빠르게 몸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므로 고기나 기름으로 볶거나 튀긴 음식 불에 구운 음식패스트 푸드 같은 것을 먹고 나서 반드시 배를 한 개씩 먹는 것이 좋다. 배를 먹으면 기름기와 같이 들어 온 발암 물질과 독소가 모두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배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폐결핵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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