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봉선화

초암 정만순 2018. 4. 25. 00:28

 

봉선화

 

 

 

 

만능 약초 봉선화

 

봉선화(鳳仙花)는 이름이 많다. 옛날에 여자 아이들이 봉선화의 꽃을 따서 짓찧어 백반(白礬) 가루와 함께 섞어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데 썼다. 그래서 지갑화(指甲花)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씨앗이 익으면 씨방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기만 해도 톡! 소리를 내며 터져서 씨방 속에 들어 있던 씨앗이 모두 밖으로 튀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진다. 봉숭아 씨를 급성자(急性子)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성질이 몹시 급한 씨앗이라는 뜻이다.

 

또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여아화(女兒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리사들이 살이 질긴 고기와 생선을 삶을 때 봉선화 씨를 몇 알만 넣고 삶으면 곧 살이 흐물흐물하게 연해질 뿐만 아니라 뼈까지 물러진다. 그래서 투골초(透骨草)라는 이름도 있다. 통할 투(透)에 뼈 골(骨)이다. 봉선화 씨앗의 성질이 뼛속까지 뚫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봉선화는 그 약효가 뼛속까지 뚫고 들어가므로 봉선화 씨를 오래 먹으면 이빨이 물렁물렁해져서 모두 빠져 버리므로 틀니를 하고 살아야 한다. 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목구멍과 식도가 상한다. 그러므로 봉숭아 씨를 달인 물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빨대로 빨아서 이빨이나 잇몸에 닿지 않고 목구멍으로 바로 넘겨야 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말아야 한다.

 

봉선화는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원산지인데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있다. 봉선화의 종류는 5백 가지가 넘는다. 중국 청나라의 의학자 조학민(趙學敏)이 지은 봉선화 전문서적인 <봉선보(鳳仙譜)>에는 그가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봉선화의 종류가 232종이나 된다고 하였다.

 

봉선화는 꽃이 아름다워서 흔히 관상용으로 심지만 옛날에는 연한 줄기를 나물로 먹었다. 봉선화의 꽃과 줄기를 나물로 먹는데 고기와 함께 볶아 먹어도 맛이 좋고 달걀과 함께 기름에 볶아 먹어도 좋다. 독특한 봉선화의 향기가 입맛을 돋우어 준다.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봉선화 열매 꼬투리가 복숭아처럼 생겼으므로 소도홍(小桃紅)이라고 부르며 봉선화를 심어 두면 근처에 벌레들이 꼬이지 않고 봉선화 씨는 갈색으로 무씨와 닮았다고 하였다. 또 벌과 나비가 봉선화 근처에 가까이 오지 않는 것도 한 특징이다. 그러나 독이 없으므로 마음 놓고 먹어도 되지만 오래 먹거나 많이 먹으면 치아를 상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고 적혔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장독 주위에 봉선화를 심어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 먹을거리 주위에 벌레들이 꼬이지 않게 하였다. 또 울타리 밑에 봉선화를 심어 꽃을 감상하기도 하고 씨와 꽃과 줄기를 채취하여 여자들의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는데 썼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톱에 빨갛게 물을 들여 아름답게 가꾸어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봉선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봉선(鳳仙)이라고 부르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예쁘게 자라서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옆집에 사는 청년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을 군수의 아들이 봉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나가다가 봉선을 보고 다가와서 희롱하였다. 봉선은 화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군수의 아들한테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꾸짖었다. 봉선과 그 남편은 화를 피하기 위해 야반도주하여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이들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여러 날을 도망을 다니느라고 몹시 지쳐 있었다.

한편 군수의 아들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말했다. 

“아버지! 오늘 내가 어느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봉선이라는 못된 여자가 나한테 욕설을 퍼붓고 모욕했습니다.” 

군수는 즉시 관졸들을 불러 봉선을 붙잡아 오라고 명령하였다. 봉선과 봉선의 남편은 관졸들한테 쫓겨서 도망치다가 절벽 끝에 다다르자 둘이서 얼싸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훌쩍 날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봉선의 부모는 비통한 소식을 전해 듣고 봉선의 시체를 수습하여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봉선의 어머니는 슬픔이 복받쳐 하혈을 심하게 하고 복통이 몹시 심해서 앓아누웠다. 어느 날 봉선의 부모는 봉선의 무덤에 가서 통곡을 하다가 지쳐서 무덤 앞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봉선 아버지의 꿈에 죽은 봉선이 나타나서 말했다.

“아버지! 제가 뛰어내린 산기슭에 가면 빨간 색 꽃이 피어 있을 것입니다. 그 꽃을 달여 먹으면 어머님의 병이 나을 것입니다.”

이튿날 봉선의 아버지는 봉선이 뛰어내린 산기슭을 찾아가 보았다. 과연 빨갛고 하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봉선의 아버지는 그 꽃을 한 웅큼 따서 집으로 돌아와서 물을 붓고 끓여서 부인한테 복용하게 했다. 그 꽃을 달인 물을 마시고 과연 어머니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의 이름을 봉선화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봉선화는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마비를 풀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종기를 삭이며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몸의 한 쪽이 마비된 것, 허리가 아픈 것, 옆구리가 아픈 것 여성들의 생리통과 생리가 끊어진 것, 부딪혀서 생긴 상처, 손톱에 생기는 염증 등을 낫게 한다.

 

봉선화는 뇌출혈이나 뇌경색, 치매 등 뇌질환 치료에 아주 좋은 치료 효과가 있다.

하루에 봉선화 60그램을 술에 담가 2-3일 동안 우려내어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시면 중풍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 갖가지 병원균을 죽이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있어서 봉선화와 질경이, 백반을 같은 양으로 함께 끓인 물로 피부염이나 습진이 있는 부위를 씻어 주면 잘 낫는다.

 

봉선화는 여성들의 냉증이나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가 없는 것, 자궁염 등 갖가지 부인병에도 잘 듣는다. 하루에 봉선화 15그램에 물 1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봉선화 줄기는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인후염과 부종, 관절염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봉선화 뿌리는 맛이 쓰고 매우며 성질은 평하다. 주로 간으로 들어가 작용하며 혈액을 활발하게 하고 경맥을 잘 통하게 하며 종기를 삭이는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풍습으로 인해 뼈와 근육이 아픈 것을 낫게 하고 부딪혀서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난 것을 낫게 한다.

 

부종에는 봉선화 뿌리 네 다섯 개를 푹 달여서 먹으면 잘 낫는다. <본초회언(本草匯言)>에 보면 봉선화 뿌리를 오래 복용하면 비위가 상할 수 있고 원기가 쇠약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적혔다.

 

또 부딪히거나 매를 맞아서 생긴 멍이나 상처에 봉선화와 연잎을 함께 짓찧어서 붙이면 멍이 풀리고 통증이 멎으며 상처가 잘 낫는다.

 

<귀주민간방약집(貴州民間方藥集)>에는 봉선화 전초는 여성들의 갖가지 부인병 곧 생리통, 냉증, 자궁염, 자궁출혈 등을 낫게 하며 부러진 뼈를 붙이는 작용이 있다고 적혔다.

 

또 <복건민간초약(福建民間草藥)>에는 뱀한테 물렸을 때 봉선화 전초를 달여서 마시거나 잎을 짓찧어 붙이면 잘 낫는다고 하였다. 봉숭아는 갖가지 독을 풀고 종기와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명나라 때의 약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봉선화를 두고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꽃이라고 하였다. 봉선화의 꽃잎을 따서 백반과 함께 짓찧어 손톱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을 붕대로 감아 두고 12시간 쯤 지나면 손톱에 빨갛게 물이 든다. 봉선화로 손톱에 물을 들이면 여성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손톱의 밑 부분에 있는 고랑에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면 손톱 주위나 손가락에 염증이 생기지 않고 손가락이 곪거나 손톱 무좀이나 습진 같은 것에 감염되지 않는다.

 

봉선화는 꽃빛깔이 분홍색, 홍색, 보라색, 흰색 또는 잡색이 있고 겹꽃이 피는 것과 홑꽃이 피는 것이 있다.

봉선화는 꽃이 6월에서 8월까지 핀다. 꽃봉오리를 따서 그늘이나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쓴다. 

봉선화 줄기, 뿌리, 잎, 씨앗 등을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혈액을 활발하게 하고 뱃속에 있는 덩어리를 삭이며 뱀한테 물린 상처를 낫게 하고 허리와 옆구리가 당기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고 하였다.

 

현대 학자들의 약리 실험 결과 봉선화는 황금색 포도상 구균과 용혈성 연구균, 녹농간균, 상한간균, 이질간균 등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선화가

 

규방에 할 일이 없어 백화보를 펼쳐 보니,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어 냈는가.

신선의 옥피리 소리가 선경으로 사라진 후에,

규방에 남은 인연이 한 가지 꽃에 머무르니,

연약한 푸른 잎은 봉의 꼬리가 넘노는 듯하며,

아름다운 붉은 꽃은 신선의 옷을 펼쳐 놓은 듯하다.

고운 섬돌 깨끗한 흙에 촘촘히 심어 내니,

봄 삼월이 지난 후에 향기가 없다고 비웃지 마시오.

취한 나비와 미친 벌들이 따라올까 두려워서라네.

정숙하고 조용한 저 기상을 여자 외에 누가 벗하겠는가?

옥난간 긴긴날 보아도 다 못 보아,

사창을 반쯤 열고 차환을 불러내어,

다 핀 봉선화 꽃을 따서 수상자에 담아 놓고,

바느질을 중단한 후 안채에 밤이 깊어

밀촛불이 밝았을 때, 차츰차츰 꼿꼿이 앉아

흰 백반을 갈아 바수어, 옥같이 고운 손 가운데

흐무러지게 개어 내니, 페르시아 제후가 좋아하는

붉은 산호 궁을 헤쳐 놓은 듯하며,

깊은 궁궐에서 절구에 붉은 도마뱀을 빻아 놓은 듯하다.

가늘고 고운 열 손가락에 수실로 감아 내니,

종이 위에 붉은 물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모양은,

미인의 뺨 위에 홍조가 어리는 듯하며,

단단히 묶은 모양은 비단에 옥으로 쓴 편지를

서왕모에게 부치는 듯하다.

봄잠을 늦게 깨어 열 손가락을 차례로 풀어 놓고,

거울 앞에서 눈썹을 그리려고 하니,

난데없이 붉은 꽃이 가지에 붙어 있는 듯하여,

그것을 손으로 잡으려 하니 어지럽게 흩어지고

입으로 불려고 하니 입김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

여자 친구를 불러서 즐겁게 자랑하고,

봉선화 앞에 가서 꽃과 손톱을 비교하니,

쪽 잎에서 나온 푸른 물이 쪽빛보다 푸르단 말, 이것이 아니 옳겠는가?

은근히 풀을 매고 돌아와서 누웠더니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홀연히 내 앞에 와서,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사례하는 듯, 하직하는 듯하다.

어렴풋이 잠을 깨어 곰곰이 생각하니,

아마도 꽃귀신이 내게 와서 하직을 고한 것이다.

수호를 급히 열고 꽃수풀을 살펴보니,

땅 위에 붉은 꽃이 떨어져서 가득히 수를 놓았다.

마음이 상해서 슬퍼하고 낱낱이 주워 담으며

꽃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한스러워 마소.

해마다 꽃빛은 옛날과 같으며,

더구나 그대 자취가 내 손톱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동산의 도리화는 잠깐 지나가는 봄을 자랑하지 마소.

이십사 번 꽃바람에 그대들이 적막하게 떨어진들,

누가 슬퍼하겠는가?

안방에 남은 인연이 그대 한 몸뿐일세.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었는가?

이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로구나!

 

萬病의 靈藥 ,토종 흰봉숭아      

                                                                                                                                                                                

봉선화로 백 가지 병을 고친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되는 봉선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노래에는 암울했던 일제 시대에 우리 겨레의 설움과 분노를 대변하는 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울밑에 선 봉선화’가 뛰어난 약효를 지닌 약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러 종류의 봉선화 중에서도 흰꽃이 피는 재래종 봉선화는 신장결석, 요로결석, 적취(뱃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뭉쳐 있는 병), 몸이 냉하여 생긴 여성의 불임증, 갖가지 부인병, 신경통, 관절염, 허리 아픈데, 비만증 등 여러 난치병에 놀랄 만큼 뛰어난 효력을 발휘한다.

봉선화는 말레이지아, 태국 등 열대 동아시아 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진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봉선화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물봉선 몇 종류가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본디부터 자생하고 있던 것일 수도 있다.

 

봉선화는 줄기가 다육질로 반투명한 녹색이고 잎은 버들잎을 닮았으나 양끝이 뾰족하고 잎끝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겹꽃이 피는 것과 홑꽃이 피는 것이 있고, 꽃 색깔은 빨강색, 노랑색, 흰색, 보라색, 푸른색 등이 있다. 그런데 약으로 쓸 때에는 반드시 흰 꽃이 피는 것을 써야 한다. 다른 색깔의 꽃에는 독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줄기 빛깔이 붉은 것은 붉은 꽃이 피고 녹색인 것은 흰 꽃이 핀다

 

봉선화는 씨앗에 그 특징이 있다. 

씨앗은 길쭉하고 둥근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주머니가 터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야생 물봉선은 씨앗 주머니가 봉선화보다 더 민감하여 손을 대려 하면 닿기도 전에 먼저 터져 버려서 좀처럼 씨앗을 받기가 어렵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 라는 꽃말도 손을 대기만 하면 터져 버리는 성질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영국에서는 꽃말 그대로 봉선화를 터치 미 낫(Touch me not)이라고 부른다. 봉선화 씨앗은 그 약효가 즉시 나타나고 또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버리는 까닭에 성질이 몹시 급한 것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급성자(急性子)라고 부른다. ‘손대면 토옥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로 시작되는 유행가 가사도 봉숭아 씨앗의 성질을 잘 나타내는 노래이다.

 

봉선화에는 이름이 많다. 꽃모양이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을 우뚝 세운 봉황새를 닮았다고 하여 봉선화(鳳仙花)라 하고 봉숭아, 봉사꽃, 금봉화(金鳳花), 지갑화(指甲花), 금사화(禁蛇花), 소도홍(小桃紅), 투골초(透骨草)라고도 부른다.

봉선화는 옛날부터 못된 귀신이나 질병을 쫓는 식물로 알려져 왔다. 우리 선조들은 밭둘레나 울타리 장독대 주변에 봉선화를 즐겨 심었는데, 이는 봉선화 꽃의 붉은 빛깔이 못된 귀신이나 나쁜 벌레의 침입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선화에는 뱀이나 벌레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울타리 밑에 심어두면 뱀 개구리 등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금사화라는 이름도 뱀이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글쓴이는 뱀이 많은 중국의 남부지방을 여행하면서 시골집 마당마다에 봉선화를 심어 가꾸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관상용이라기보다는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것이다.

 

흰봉선화 씨앗은 뼈처럼 단단한 것을 물렁물렁하게 하는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흰봉선화 씨앗을 가루 내어 물에 타서 마시면 즉시 가시가 녹아 없어진다.

고기나 생선을 삶을 때 봉선화 씨앗을 몇 개 넣으면 질긴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뼈까지 물렁물렁해진다. 이런 성질을 음식점 같은 데서 잘 활용하면 질긴 고기를 쉽게 부드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여성이 난산으로 고생할 때 봉선화 씨앗을 가루 내어 물에 타서 먹이면 곧 골반 뼈가 부드러워져서 순산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충치나 흔들거리는 이빨을 뽑으려 할 때 흰봉선화 씨앗을 가루 내어 잇몸 주위에 바르고 잡아당기면 이빨이 쉽게 빠진다. 이때 성한 이빨에 가루가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멀쩡한 이빨이 물렁물렁해져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봉숭아 꽃잎은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데 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명반과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을 들였다.’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때 이유원이라는 사람이 지은 ‘임하일기(林下日記)’에도 ‘봉선화 꽃이 빨갛게 피면 그 꽃잎을 따서 짓찧어 백반을 섞어 손톱을 싸매고 사나흘 밤을 지나면 손톱이 빨갛게 물든다. 무당들뿐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손톱을 물들이게 하는 것은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병마를 막기 위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속의 본디 뜻은 잡귀나 병이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은 요즘 매니큐어에 밀려 거의 사라졌지만 반드시 되살려야 할 귀중한 풍속이다.

 

봉선화는 침투력이 매우 강한 약초이다. 약성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간다고 해서 투골초(透骨草)라는 이름까지 생겼다. 봉숭아 꽃물로 손톱을 물들이면 단단한 각질인 손톱 속까지 붉은 색으로 물이 드는 것을 보면 침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면 그 손톱이 다 자라서 없어질 때까지는 결코 붉은 빛깔이 빠지지 않는다.

약효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성질과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하는 특성을 잘 활용하면 갖가지 난치병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 등 몸 안에 생긴 돌을 빨리 녹아 나오게 할 수 있고, 역시 딱딱한 덩어리인 암덩어리를 물렁물렁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식도암이나 위암에 봉선화 씨앗을 써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는 임상결과가 있다. 식도암으로 식도가 막혀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에 봉숭아 씨앗을 달여 먹으면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봉숭아 씨앗을 복용하면 죽은 피가 뭉쳐 생긴 덩어리인 어혈이나 뱃속이 차가워서 생긴 덩어리 같은 것도 어렵지 않게 풀린다.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에는 흰봉선화씨 30그램쯤 물 1리터에 넣고 10분쯤 끓여서 단숨에 마신다. 마시고 나서 2‐3시간쯤 지나면 격심하던 통증이 사라진다. 직경이 1센티미터가 안 되는 결석은 봉선화 씨앗을 15‐20일쯤 복용하면 대개 녹아서 없어진다. 씨앗 대신 봉선화 줄기를 쓸 수도 있다. 물 1.8리터에 잘게 썰어 말린 봉선화 줄기 1냥(37.5그램)쯤을 넣고 약한 불로 한 시간쯤 달여서 물이 반쯤으로 줄어들면 미지근할 정도로 식혔다가 단숨에 마신다. 작은 결석은 1주일에서 10일, 좀 큰 것은 2주일 넘게 복용해야 녹아 없어진다.

식도암이나 위암 등 소화기관에 생긴 암은 흰봉선화 씨앗 30-60그램을 물 1리터에 넣고 물이 반쯤 되게 은근한 불로 달여서 하루에 두 번으로 나누어 마신다. 흰봉선화 씨앗은 딱딱한 암덩어리를 물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통증을 없애는 작용도 강하다.

 

드물게 민간에서 흰봉선화 씨앗으로 위암에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있고, 중국에서도 봉선화 씨앗에 몇 가지 약재를 더하여 식도암, 위암, 임파선암 등에 쓴다. 말기 암보다는 초기 암에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흰봉선화씨는 약성이 몹시 급하고 날카로우므로 병이 다 낫고 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또 태아를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임산부는 절대로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봉선화씨에는 기름이 50퍼센트쯤 들어 있다. 이 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인 파리나르산이 50퍼센트쯤 들어있다. 이밖에 씨앗에는 사포닌, 쿠에르체틴, 켐페톨 같은 배당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들이 염증을 없애고 황색백선균, 황색포도상구균, 용혈성연쇄구균, 녹농균, 티푸스균, 적리균 등 갖가지 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흰봉선화씨는 그 약효가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의학책에서 봉선화의 약성에 대해 ‘성질이 급하고 빨라서 뼛속까지 들어가 단단한 것을 무르게 한다. 요리사가 물고기를 끓일 때 봉선화씨를 몇 개 넣으면 단단한 뼈까지 물러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적었다.

 

뱃속이 차가우면 소화기능과 간 기능 등이 모두 약해지고 죽은 피와 몸 안의 노폐물 같은 것이 쌓여서 덩어리가 생기게 된다. 이 덩어리는 몹시 단단한 것도 있고, 정구공처럼 탄력이 있는 것도 있으며, 눌러서 아픈 것도 있고, 아프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런 덩어리를 한의학에서는 적취(積聚)라고 부르는데 차가운 음식을 먹거나 춥게 지내는 것, 다치거나 얻어맞은 것, 여성의 경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것 등 여러 원인으로 생긴다.

 

여성의 아랫배가 차가우면 임신하기가 어렵다. 자궁이 차가우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수정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낙태를 하기 쉽다. 뱃속에 덩어리가 뭉쳐 있거나 아랫배가 차가워서 임신이 되지 않을 때에는 흰봉선화 줄기나 뿌리 말린 것 40그램쯤을 물 1.8리터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뭉근하게 달여 하루 두 번으로 나누어 마신다. 대개 10-15일쯤 마시면 몸 안에 쌓인 덩어리가 빠져 나가고 몸이 따뜻하게 되어 임신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옻나무 껍질을 잘 법제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오동나무씨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55개씩 하루 2번 더운 물로 보름쯤 복용하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봉선화는 여성의 냉증으로 인한 불임증을 치료하는 데에 특효가 있다.

재래종 흰봉숭아는 술을 몹시 마셔 알코올 중독이 된 것을 고치는 데에도 특효약이라 할 만하다.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하여 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을 때 흰봉숭아 씨앗이나 줄기 말린 것을 하루 30-6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신다. 대개 10-15일쯤 마시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이 없어지고 술을 끊을 수도 있게 된다. 씨앗을 구하기 어려울 때에는 줄기나 잎만을 써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리가 몹시 아픈 것, 신경통, 골관절염, 류머티스관절염 등에도 흰봉선화가 효과가 좋다. 줄기나 뿌리, 잎 등을 말린 것 40-1백 그램에 물 3천 밀리그램을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 하루 3번 한 번에 5백 밀리그램씩 복용한다. 이 방법으로 어떤 치료법으로도 낫지 않던 요통이나 신경통 환자가 아주 짧은 기간에 치유된 보기가 적지 않다. 대개 한 달쯤 복용하면 웬만한 요통과 신경통이 치유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체질에 따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흰봉선화 씨나 줄기, 꽃, 뿌리, 잎 등을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아에 닿으면 이가 물렁물렁해져서 흔들리거나 빠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흰봉선화 씨앗이나 줄기를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빨대를 써서 바로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이 좋다. 씨앗, 줄기, 꽃, 잎, 뿌리 등 어느 부위나 비슷한 효력이 있으므로 절대로 치아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봉선화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몸이 차가운 사람들한테 특히 좋은 약초이다. 뱃속이 차가우면 위와 장에서 영양물질을 제대로 소화 흡수할 수 없게 되어 뼈가 약해지고 신진대사 기능이 정체되어 비만증이 된다. 봉선화는 비만증, 냉증, 자궁염, 생리불순, 생리통, 불임증 등 여성들의 갖가지 자궁병에 효과가 크다.

 

봉선화의 약성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봉선화 씨앗의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다. 간경 폐경에 작용한다. 어혈을 없애고 적(덩어리)을 삭이며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자궁수축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생리가 없는데, 적취, 타박상, 악창, 등에 쓴다. 봉선화의 옹근 풀이나 꽃도 풍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약으로 쓴다.’

 

민간에서는 봉선화를 매우 다양하게 질병치료에 활용했다. 씨앗은 고름을 빼내는데, 무좀, 배 아픈데, 머리 아픈데, 돼지고기, 소고기, 개고기, 생선을 먹고 체한 데, 뱀이나 모기에 물린데, 손가락 곪은 데, 생리가 제대로 안 나오는데 등에 썼고 줄기는 생선뼈가 목구멍에 걸린 데, 고기 먹고 체한 데, 습진, 여성의 갖가지 자궁질환 등에 썼다.

 

여러 가지 부인병에는 오골계에 흰봉선화씨나 꽃잎을 넣고 푹 끓여서 복용하고, 습진이나 무좀에는 흰봉선화 꽃잎을 술로 우려내어 그 술을 바르며, 갖가지 피부병 종기 종창에는 흰봉선화 줄기 뿌리 잎을 진하게 달여 고약처럼 만들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봉선화 줄기나 잎을 진하게 달여서 만든 고약은 온갖 피부에 생긴 암에 바르면 효과가 좋고, 위암 간암 폐암 같은 내부 장기에 생긴 암에는 종양에서 제일 가까운 피부에 바른다. 그렇게 하면 봉선화 고약의 강한 침투작용으로 암세포가 물렁물렁해져서 차츰 녹아 나온다. 봉선화 고약은 옴, 습진, 건선, 무좀 같은 피부병과 온갖 암을 고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흰봉선화 씨앗은 부러진 뼈를 붙이는데도 효과가 좋다. 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뼈를 잘 맞춘 다음에 흰봉선화 씨앗을 가루 내어 부러진 부위에 붙이고 헝겊으로 잘 싸매어 둔다. 흰봉선화 줄기나 잎을 날로 짓찧어 붙이거나 말린 줄기를 달인 물로 수시로 씻어도 된다. 흰봉선화는 접골작용과 함께 진통작용이 있어 통증 없이 뼈를 아물어 붙게 한다.

부러지거나 금간 뼈를 더 빨리 아물어 붙게 하려면 토종달걀이나 오골계의 알 흰자위 2-3개에 천일염 한 숟가락을 합쳐 반죽하여 떡처럼 만들어 골절 부위에 붙인다. 부러진 뼈가 놀랄 만큼 빨리 아물어 붙는다. 흰봉선화씨를 구할 수 없으면 토종달걀과 소금, 참기름만을 써도 효과가 있다. 부러진 뼈가 단 며칠 사이에 엑스레이 사진에 아무 흔적 없이 아물어 붙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흰봉선화는 죽은 피를 없애 피를 깨끗하게 하고 새로운 피를 생겨나게 하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그러므로 중풍을 예방하는 데에도 좋다. 옛 의학책에 흰봉선화는 풍을 없애고 뭉친 기를 흐트러뜨리고 붉은 봉선화는 죽은 피를 없애고 아이를 떨어뜨린다고 하였으나 붉은 봉선화는 독성이 있으므로 약으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즘 개량종 봉선화나 이태리봉선화, 아프리카봉선화 같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절대로 약으로 써서는 안 된다. 이들 봉숭아들은 독이 있어서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손발이 늘 차갑고 아랫배가 냉하며 찬 음식을 먹어서 설사가 날 때에는 봉선화 줄기나 잎을 달인 물로 목욕을 자주 하면 효과가 있다. 몸이 따뜻하게 되어 냉증으로 인한 갖가지 병이 낫는다. 봉선화 줄기나 잎 2백‐3백 그램을 푹 끓여 그 물을 욕조에 부어 목욕하면 된다.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피부 속에 들어있는 노폐물들도 밖으로 빠져 나온다. 줄기와 잎을 달여 먹으면 변비와 비만증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너무 오래 복용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두 달 넘게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봉숭아는 문명의 발달로 인해서 생기는 온갖 난치병을 고치는 데 좋은 약초이다.

 

흰봉선화는 공해독, 뱀독, 벌독, 화학약품독 같은 갖가지 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뛰어나다. 특히 뱀에 물렸을 때 줄기를 달여 먹으면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차츰 낫는다. 또 물고기나 조개 같은 것을 먹고 중독 되었을 때에도 봉숭아 줄기나 씨앗을 달여 먹으면 된다.

 

봉선화를 예전에서는 집집마다 울밑이나 장독대 옆에 심었으나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들게 되었다. 있다 해도 겹꽃이 피는 개량종 봉선화 뿐이고 홑꽃이 피는 재래종 흰봉선화는 거의 없어졌다. 개량종 봉선화들은 약효가 토종봉선화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독성이 있으므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야생봉선화가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이들을 물봉선이라 부른다. 줄기나 꽃의 생김새, 꽃색깔이 봉선화를 닮았다. 산물봉선, 제주 물봉선, 처진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색물봉선, 흰물봉선 등이 대개 개울가나 물기 많은 땅에서 자란다.

이들 야생물봉선화들은 대체로 집에서 가꾸는 봉선화와 약효가 비슷하다. 토종 흰봉선화 대신 쓸 수 있으나 약효는 다소 약하다.

 

토종 흰봉선화는 온갖 공해로 인한 오늘날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늘이 준 선약이다. 집집마다 장독대 옆에 흰봉선화를 심던 옛 풍속을 되살린다면 봉선화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 주는 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봉선화는 가꾸기도 쉽다. 우리나라 어느 땅에서나 잘 자란다. 물기 있는 땅에서 가꾸는 것이 좋으며 가을철 씨앗이 반쯤 익었을 때 줄기를 베어서 씨앗을 털어서 받고 줄기는 그늘에서 말린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을 때

 

봉숭아씨 3그램을 보드랍게 가루 내어 따듯한 물과 함께 먹는다. 봉숭아 줄기를 짓찧어 즙을 내어 한번에 50‐100밀리리터씩 마셔도 된다.

 

식중독

봉숭아를 날것으로 전초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가 마른 다음 절구에 찧어서 즙을 낸다. 이 즙을 한 번에 60밀리리터씩 증상에 따라 하루 3‐4번 먹는다. 즙을 낼 수 없으면 줄기와 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그대로 씹어 먹는다.

조개와 굴 같은 해산물을 먹고 중독된 환자들은 30분 안에 복통과 구토가 멎고 편안해진다. 3‐4번 먹으면 거의 대부분 낫거나 호전된다.

 

 

흰봉선화야 너는 어찌 희어서

 

저기 둔덕에 꽃이 있으니, 이름은 봉선. 비단처럼 반짝이고 붉은 모래(丹砂)처럼 무성하여 야들야들 사랑스러워라. 따서 손톱에 물을 들이면, 연지를 바른 듯 하여 아침에 뜰에서 꺾어 저녁에는 화장대 앞에 가져가네. 아아, 서리처럼 흰 여인들의 손이 줄기며 잎을 죄다 뜯어 온전치 못하구나.

홀로 온전한 것이 하나 남아 초연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나니, 흰 눈 같되 녹지 않고 옥 같이 흠이 없어라. 겨울 매화의 개결(介潔)한 아우라라고도 하고, 고운 배꽃의 외경하는 벗이기도 하네. 성근 그림자를 달빛 아래 갸웃 드리우고, 맑은 향기를 비 온 뒤 흘려 보내누나.

하지만 흰 색이라 붉게 물들이지 못하기에, 여인들이 잡초와 마찬가지로 여겨 손으로 따지 않고 비단 치마를 돌리나니, 수풀 속을 집 삼아서 나비를 맞아 홀로 즐겨, 따뜻한 바람 맞으며 수명대로 사는구나.

아, 모든 꽃이 붉거나 자색이거늘, 어이하여 너만 홀로 흰 것이냐? 뭇 꽃이 모두 꺾이거늘 어이하여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냐?

너는 짓붉은 복사꽃이 진작에 시들어도 서릿국화가 늦도록 시들지 않는 것처럼, 번화함을 멀리 하고 세상을 초월하여 소요하는 것인가?

나무는 청색 황색 글자를 새기는 까닭에 재앙을 당하고 난초는 향기 때문에 태워지지만, 너는 빛을 감추고 아름다움을 깎아 명철보신(明哲保身-밝고 현명하게 자기 몸을 지킴)하는 것인가.

가죽나무와 가래나무가 재목이 되지 못하고 울퉁불퉁 이리 저리 틀려 있듯이, 쓸 데가 없기에 천명을 보존하는 것이더냐?

상산(商山)의 지초(芝草)가 한(漢)나라를 가볍게 여기고 백이 숙제의 고사리가 주나라를 업신여겼듯이 초연하게 길이 세상을 떠나서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는 자이더냐?

아, 내가 봉선화 너를 보니 쓰일 곳이 많도다. 갈아서 색가루로 만들면, 그것으로 치마에 그림을 그릴 수가 있고, 술을 빚어 화주향을 만들면 그 향기를 술잔에 채울 만하도다. 그 기름을 얻어서 큰 국에 탈 수가 있고, 그 뿌리는 거두어서 악창을 그치게 할 수 있도다. 꽃잎 하나, 잎 하나라도 어디든 좋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어린 계집아이들이 몰라 준다고 해서 해될 것이 무어 있겠느냐?

어쩌면 하늘이 저무는 봄빛을 민망히 여겨서 너를 머물러 두어 한 때의 광경을 빚어 내는 것이 아니더냐? 아이야, 잘 보듬어 주어라. 내 장차 홍진 속에서 몸가짐이 결백하지 못한 자를 위하여 자세히 말하리라.

 

이옥(李鈺). <봉선화부(鳳仙花賦)>.

 

이옥은 조선 정조 때의 문인이다. 성균관 유생으로 있다가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고 불우하게 살다가 죽었다.

 

 

 

                                                               

 

봉선화로 병을 고친 이야기

 

1 발바닥경화증

 

1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20대의 젊은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젊은이는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발이 아픈지 두 발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었다.

 

“제 아들이 갑자기 발바닥이 굳어서 딱딱해지는 병에 걸렸습니다. 발바닥에 돌처럼 굳어지고 발바닥이 갈라져서 피가 납니다. 발바닥이 몹시 아파서 걸음을 걸을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께 꼭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붕대를 풀어 발을 살펴 보니 발바닥의 살이 돌처럼 굳어지고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서 피가 스미어 나오고 있었다.

 

“발바닥이 아파서 직장도 그만두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갈수록 발이 더 딱딱하게 되어서 완전히 굳어 마비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말 고통스럽겠군요.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한 번 치료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약을 만들어 놓을 것이니 사흘 뒤에 오십시오.”

 

그 때가 늦은 가을이었다. 다음날 일찍 나는 산골짜기 물가를 다니면서 서리를 맞아 시든 물봉선화 줄기를 한 자루 모아서 갖고 왔다. 물봉선화 줄기를 큰 솥에 넣고 이틀 동안 끓여서 농축하여 건더기를 건져내고 농축액이 고약처럼 될 때까지 졸였다. 그 농축액을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가 그 다음날 환자한테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날마다 한 번씩 발바닥에 얇게 펴서 바르고 발바닥 전체를 비닐로 덮은 다음 붕대를 감아서 고약이 마르지 않게 하십시오.”

 

며칠 뒤에 환자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 약의 효과가 놀랍습니다. 딱딱하던 발바닥이 본래대로 부드러워지고 갈라진 상처도 거의 다 나아가고 있습니다.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고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 급체, 식중독

 

10여 년 전에 제자들과 같이 약초를 관찰하러 전라북도 장수에 있는 팔공산 골짜기로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 때가 여름 더위가 한창일 무렵이었는데 그 골짜기로 피서를 온 한 젊은이가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는지 배를 웅켜잡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같이 온 일행이 몇 사람 있었으나 갑자기 벌어진 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급히 개울가에 있는 물봉선 줄기를 손가락 하나 길이만큼 잘라서 꼭꼭 씹어서 먹게 하였다. 그 젊은이는 물봉선 줄기를 먹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체한 것이 풀리고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이 깨끗하게 나았다.

상한 물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것을 먹고 체했거나 중독되었을 때 신선한 물봉선 줄기를 손가락 길이만큼 잘라서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거나 짓찧어 즙을 내어 한 번에 60-80밀리리터씩 먹으면 곧 체한 것이 내려가고 중독이 풀린다. 한 번 먹고 중독이 풀리지 않으면 두세 번 더 먹는다. 그 밖에도 상한 고기를 먹고 체하여 목숨이 위급한 환자를 봉선화 줄기를 생즙을 내어 먹여 살린 적이 몇 번 더 있다.

 

 

3 목구멍에 생선 뼈가 걸린 데

 

<본초강목>을 지은 이시진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약초학자로 꼽힌다. 이시진이 어느 날 왕진을 다녀오다가 어느 집 안에서 아이가 몹시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이시진은 아이가 급한 병이 났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는 한 가족이 밥상을 차려 놓고 밥을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밥상 앞에서 한 아이가 손으로 목을 붙잡고 아프다고 떼를 쓰면서 울고 있었고 아이 어머니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아이가 갑자기 병이 났습니까? 울음 소리를 들으니 몹시 아픈 것 같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대답했다. 

“아들이 생선을 먹다가 생선 가시가 목구멍에 걸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의원을 불러와야겠습니다.” 

“저런! 큰일 났군요. 의원을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바로 의원입니다. 제가 한 번 치료를 해 보겠습니다.”

 

이시진이 아이의 입을 크게 벌리게 한 다음 가시를 꺼내려고 하자 아이는 겁이 나서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그 때 집 안에서 할머니가 나오더니 이시진을 보고 말했다.

 

“의원님 저희한테 맡겨 두시지요. 저희 집에 생선 가시를 녹아서 내려가게 하는 약초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분이면 생선 가시가 녹아서 내려가게 할 수 있습니다. 아가야 울지 말라. 이 할머니가 고쳐 주겠다.”

 

할머니는 곧 담장 옆에서 봉선화 씨앗을 몇 개 따서 갖고 오더니 절구에 넣고 짓찧어 물에 타서 아이한테 먹였다. 그러자 아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울음을 뚝 그쳤다. 이시진이 깜짝 놀라서 아이의 목구멍 속을 살펴보았더니 목구멍에 걸려 있던 가시가 사라지고 없었다.

 

“봉선화 씨앗이 생선 가시를 녹이게 하는 효능이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할머니 제가 봉선화 씨앗을 좀 갖고 가서 봉선화 씨가 생선 뼈를 녹이는 작용이 있는지 실험을 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시진은 봉선화 씨앗이 뼛속까지 침투해서 단단한 뼈를 물러지게 하는 작용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시진은 봉선화 씨앗을 집에 갖고 와서 수십 알을 물고기와 함께 넣고 끓여 보았다. 생선이 완전히 익었을 때 끓는 물속에서 생선을 건져내어 살펴보았더니 뼈가 부드럽고 물렁물렁하게 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실험으로 이시진은 봉선화 씨에 투골연견(透骨軟堅) 작용 곧 뼛속까지 침투하여 단단한 것을 물러지게 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봉선화의 약성에 대해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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