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뼈 이어 주는 데 마법처럼 신기한 효력
나는 다섯 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30리 코배기재를 넘어 해인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중에 다리가 아파서 한참 뒤에 처져서 “엄마 같이 가, 엄마 같이 가!” 하고 엉엉 울면서 따라가던 생각이 난다.
코배기재는 몹시 가팔라서 올라갈 때 코가 땅에 닿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따라 코배기재를 넘어서 해인사 신부락까지 약초, 산나물, 목기를 등에 지고 팔러 다녔다. 다섯 살 때부터 열다섯 살 때까지 10년 동안 30리 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넘어 다녔다.
코배기재를 넘어가면 진대밭골이 나온다. 몸서리가 나게 긴 골짜기라는 뜻에서 진대밭골이라고 부른다. 숲이 울창해 하늘도 땅도 안 보이는 깊고 긴 골짜기다. 진대밭골을 지나 내려가면 해인사다.
아버지는 목기를 깎는 기술자셨다. 아버지가 깎은 목기를 어머니와 내가 등에 지고 코배기재나 불귀재를 넘어가서 해인사 아랫마을에 있는 가게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산림감시원들의 단속이 심해서 낮에는 목기를 짊어지고 다닐 수 없고 새벽이나 한밤중에 몰래 코배기재를 넘어 다녀야 할 때가 많았다.
산림감시원들은 한밤중에도 진대밭골 아랫마을로 가는 길목에 장작불을 지펴 놓고 감시하기도 했다. 산림감시원들이 피워 놓은 불빛이 멀리 보이면 산으로 숨었다가 몰래 빠져 나가기도 했고, 붙잡혀서 엉엉 울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풀려 나오기도 했다. 코배기재 삼십릿길은 추억과 한이 서린 고개다. 그러나 그 길이 흔적조차 없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호랑이 만난 이야기
열두 살 때 가야산 코배기재를 넘어오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초겨울 무렵이었을 것이다. 산림감시원을 피해 저녁 무렵에 부락의 기념품 가게에 목기를 넘겨주고 돌아오려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진대밭골 초입에 있는 개울을 건너 키를 넘는 갈대숲을 지나 이깔나무숲을 막 들어섰을 때 길 위쪽에서 우두두둑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언뜻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누렇고 몸통에 줄무늬가 있는 큰 짐승이 낮게 날아가는 날짐승을 쫓아가고 있었다. 날짐승은 큰 부엉이처럼 보였다. 나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큰 개가 따라 온 줄 알았다. 우리 집에서 몸집이 아주 큰 누렁개는 어머니와 내가 코배기재를 넘어갈 때마다 코배기재 마루까지 따라와서 아무리 쫓아도 잘 돌아기지 않아서 한참동안 실랑이를 해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한테 “저기 우리 개가 따라왔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 하시면서 빨리 가자고 길만 재촉하셨다. 어머니와 나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진대밭골을 지나 코배기재 고갯마루에 와서야 가쁜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가 달빛을 골라 밟으며 산길을 내려왔다.
나중에 어른들한테 들으니 부엉이는 산신의 인도자로 호랑이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했다. 부엉이가 높이 날면서 먹잇감이 있는 것을 알려 주면 호랑이가 쫓아가서 사냥을 한다고 한다. 부엉이는 호랑이가 먹다 남긴 먹이를 먹는다. 부엉이와 호랑이가 사이좋게 공생한다는 것이다. 또 부엉이와 호랑이는 쫓고 쫓기면서 서로 장난을 치는 일이 잦다고 했다.
또 한 번은 가야산 불귀재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불귀재는 우리 고향에서 해인사로 가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다. 불귀재는 못 돌아오는 고개라는 뜻이다. 이 고개는 거창에서 소장수들이 소를 몰고 다니는 큰 고개로 옛날에 산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그 고개에서 도둑을 만나 목숨을 잃거나 재물을 빼앗기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김소월의 시에 나오는 ‘불귀 불귀 다시 불귀’와 같은 이름이다. 불귀라는 말은 소쩍새 울음을 나타낸 의성어다.
10년 동안 수백 번을 다녔던 길이 그리워서 29세 때 다시 가 보았다. 무더운 여름철이어서 거창군 가북면의 개금불마을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그늘에서 쉬었다가 해거름이 가까워서야 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옛날에 다니던 길은 없어진 지 오래되고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변해 있었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서 고개를 올라갔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둠이 깃들 무렵에 고갯마루를 지나서 예전에 아름드리 배나무가 있던 곳을 지났다. 배나무는 죽어서 없어지고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 배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길 아래쪽에서 부스럭거리는 듯한 소리가 있어 고개 내밀어 봤더니 누렇고 큰 짐승이 칡덩굴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몸통의 길이가 4m는 되어 보였다. 황금색 털빛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했다. 긴 꼬리를 길게 쭉 펼쳐들고 있었다. 등줄기에 땀이 솟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몇 초 동안 서로 쳐다보았다. 크게 놀랐으나 나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호랑이는 길 아래쪽에서 3~4분가량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오다가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고 평탄한 길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사라졌다.
호랑이는 가장 힘이 센 동물이다. 호랑이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범 같은 장사라는 옛말이 있다. 자기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먹이를 입에 물고 3m가 넘는 담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소나 멧돼지도 앞발로 한번 후려치면 두개골이 가루가 된다.
호랑이의 힘은 앞발에 있다. 앞발을 호경골이라 하여 차력약, 신경통, 관절염 치료약으로 이름이 높다. 호랑이는 죽어도 앞발은 스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호경골은 쇠보다 단단하다. 수십 년 전에 호경골을 구해 톱으로 잘라 보려고 한 적이 있다. 톱날이 망가지고 도끼날이 망가져서 자를 수 없었다. 식초에 담갔다가 열을 가하여 굽기를 여러 번 해야 마침내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호랑이의 엄청난 힘은 튼튼한 뼈에서 나오는 것이다.
호랑이처럼 힘이 세어지는 방법이 있다. 옛날에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장사들이 있었다. 중국의 수호지에 나오는 무송, 조선시대 때 반란을 일으킨 이징옥, 임꺽정 같은 사람들이 모두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장사들이다. 힘은 뼈에서 나온다. 뼈가 튼튼해지면 힘이 세어지는 것이다. 옛말에 통뼈 혹은 고리뼈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엄청나게 힘이 센 장사들이 옛날에 실제로 존재했다.
뼈가 튼튼하면 힘이 세다. 힘은 뼈에서 나온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가장 좋은 약효가 있는 약재 중 하나가 접골목이다.
부러진 뼈 이어주는 접골목
접골목(接骨木)은 봄철에 새순이 제일 먼저 돋아나는 성질이 매우 급한 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틔울 생각도 하기 전에 새순이 쑥쑥 올라와서 하룻밤 사이에 한 뼘씩 자란다. 잎이 나면서 꽃도 같이 피어서 여름이 되기 전에 거의 생장이 다 끝나 버린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을 신조로 여기는 나무다.
접골목은 성질이 급한 만큼 약효가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성질이 급한 것은 응급약으로 쓴다. 이 나무는 골절(骨折)에 구급약(救急藥)으로 으뜸이다. 산속에서 넘어져서 뼈를 다쳤거나 멍이 들고 상처가 나서 움직일 수 없을 때 접골목의 줄기와 잎을 돌로 짓찧어 붙이면 즉시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려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접골목의 줄기와 잎을 날것으로 달여 마시면 효과가 더욱 빨라서 3~4일이면 부러진 뼈가 완전하게 붙는다.
손목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진 70세 된 노인이 접골목을 써서 일주일도 안 되어 뼈가 완전하게 아물어 붙는 것을 보았다. 이 나무를 접골(接骨)과 속근골(速筋骨)의 최고의 약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접골목은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잘 맞는 약이다. 그러나 빨리 자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접골목을 지팡이로 쓸 수 없다. 잘 부러지기 때문이다. 빨리 자라는 나무는 빨리 죽고 잘 썩고 잘 부러진다.
접골목은 목질이 물러 잘 썩고 잘 죽는다. 접골목을 채취하다 보면 줄기가 죽거나 썩어 있는 것이 많다.
접골목은 응급약(應急藥)으로는 좋지만 생명력을 기르고 장수하게 하는 약은 될 수 없다.
접골목은 인동(忍冬)과에 딸린 잎 지는 떨기나무다. 딱총나무, 말오줌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부러진 뼈를 붙이는 데 신속(神速)한 효능이 있다고 하여 접골목(接骨木)이라고 부른다. 키는 2?3m쯤 자라고 줄기는 뿌리 부분에서 사방으로 뻗는다. 생장이 빠르고 새로 돋아나는 줄기는 연한 녹색이다가 자라면서 다갈색으로 바뀐다. 줄기 가운데 굵고 부드러운 연한 갈색의 심이 있다. 잎은 마주 나고 홀수깃겹잎으로 쪽잎은 넓은 타원꼴이거나 달걀 모양이며 6?10개가 달린다. 4월 하순 무렵 가지 끝에 연한 녹색을 띤 흰 꽃들이 모여서 피는데 꽃향기가 아주 좋다. 열매는 8~9월에 빨갛게 익는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나 자라는데, 특히 제주도와 울릉도에 가장 많다. 대개 산골짜기 같은 공기 중의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닮은 식물인 넓은 잎 딱총나무, 지렁쿠나무, 덧나무 등도 접골목이라 부르고 약으로 쓸 수 있다. 아무 때나 줄기를 잘라 신선한 것을 그대로 쓰거나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접골목은 이름 그대로 부러진 뼈를 붙이는 데 최고의 약이다. 뼈가 부러지거나 삐었을 때, 타박상이나 골절로 인해 통증이 심할 때 접골목 30?40g을 달여 마시고, 날것으로 줄기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두껍게 붙이면 즉시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잘 낫는다. 야생 약초 가운데서 통증을 멎게 하는 효력이 가장 빠르다.
접골목은 온갖 균을 죽이고, 염증을 삭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죽은피를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손발 삔 데, 타박상(打撲傷), 골절(骨折), 골다공증(骨多孔症), 관절염, 신경통, 부종(浮腫), 소변을 잘 못 보는 데, 통풍(痛風), 신장염, 신경쇠약, 구내염, 인후염, 산후빈혈, 황달(黃疸) 등의 여러 질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꽃에는 땀을 잘 나게 하는 배당체와 루틴, 정유, 타닌질, 콜린, 점액, 유기산, 수지, 당, 삼부니그린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삼부니그린은 신선한 꽃에 있는데 말리면 분해되어 없어진다. 정유 성분은 테르펜 화합물로 향기가 좋다. 꽃을 따서 말리면 향기가 더 진해진다. 꽃은 땀을 잘 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감기 몸살에 쓴다. 5~10g을 달여서 차로 마시면 살결이 고와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피부미용제로도 좋은 접골목 꽃
접골목은 타박상(打撲傷)이나 어혈이 뭉쳐서 생기는 통증,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데, 관절염, 각기(脚氣), 통풍(痛風), 발목이나 손목을 삔 데, 요추(腰椎) 디스크, 뼈 부러진 데 등에 신통하다 싶을 만큼 효과가 있다. 날것을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고, 잘게 썰어 말린 것 30?60g에 물 1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이를 봄철에 새순을 뜯어서 살짝 데쳐서 물로 가볍게 우려내어 무쳐 먹거나 밀가루 옷을 묻혀 튀겨서 먹는다. 그런 대로 맛이 괜찮은 산나물이다.
딱총나무의 약성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픔을 멈추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피 나는 것을 멈추고 염증을 잘 낫게 한다. 타박상, 뼈가 부러진 데, -류마티스성 관절염, 배에 물이 고이는 데, 신장염, 통풍, 목안이 아픈 데, 여러 가지 출혈 등에 쓴다. 하루 5?10g을 물에 달여 세 번에 나누어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달인 물로 찜질한다. 딱총나무꽃은 민간에서 땀내기약, 이뇨약으로 쓴다.’
옛 의학책에 적힌 접골목의 효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접골목은 맛이 약간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 주로 심장과 간에 작용한다.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며 마비를 풀어주고 습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풍한(風寒)으로 인해 팔다리가 시리고 쑤시고 아픈 증상과 허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가려움을 멎게 하고 염증을 흩어 버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가려움증과 피부의 염증을 낫게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고 죽은피를 몰아내 주므로 부딪쳐서 생긴 상처와 어혈과 통증을 치료하고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나서 나쁜 피가 쌓여 있는 것을 내보내는 데에도 좋다.
독을 풀고 고름을 잘 나가게 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어 옹종(擁腫), 상처가 덧나서 생긴 종기 같은 데에도 효과가 좋다. 10~15g을 물로 달여서 마시고 달인 물로 씻어서 치료한다. 부러진 뼈를 이어 주고 끊어진 근육도 이어주며 가려움증을 없애며 벌레 먹은 치아를 치료하며,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
중국에서 펴낸 <본초신편(本草新編)>에는 접골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접골목은 뼈로 들어가서 부러진 뼈와 끊어진 근육을 이어준다. 부러진 뼈를 붙일 때에는 술과 함께 복용하고 가려움증을 치료할 때 욕탕에 넣어 목욕한다. 부러진 뼈를 이어주는 데 신속(神速)한 효과가 있으며, 생혈(生血), 활혈(活血) 효능이 있는 여러 약 중에서 가장 접골에 특출한 효과가 있다. 날것으로 쓰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고 마른 것을 쓰면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볶아서 사용하면 다시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접골목은 일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접골목을 ‘정원에 심는 오갈피’라고 부르며 흔히 뜰에 심어 두고 필요할 때 잘라서 약으로 쓴다. 재질이 부드럽고 연해 공예품을 만들기에 좋으므로 일본에서는 나무인형을 만들어 종이나 헝겊으로 감아서 신당(神堂)에 바친다든지 주술로 귀신에게 빌 때, 또는 악귀를 쫓는 도구로 흔히 썼다.
서양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박은 십자가를 이 나무로 만들었으며 배신자인 가룟 유다가 목매어 죽은 나무도 이 나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접골목이 꽤 굵고 크게 자란다.
우리나라의 울릉도에 많은 말오줌나무도 접골목의 한 종류인데 키 10m, 지름 30cm까지 자란다.
유럽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 때 이 나무를 즐겨 쓴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를 마법의 나무 또는 마법사의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를 집안에서 태우면 불행을 가져오는 반면, 나뭇가지를 집안에 걸어 두면 사악한 악마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또 류머티스나 통풍 등 여러 가지 질병에 효과가 좋다고 하여 이 나무를 ‘약상자’로 부르기도 한다. 어쨌건 이 나무는 부러진 뼈를 이어 주는 데 신기한 효력을 나타내는 진짜 마법의 나무임에 틀림없다.
질병 치료 이용법
■ 복막염
접골목 속껍질 30~40g을 물 반 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그 물을 수시로 복용한다.
■ 신경통
접골목과 황백나무 껍질가루를 같은 양으로 섞어 식초와 달걀 흰자위로 반죽해 종이에 펴서 아픈 부위에 바른다.
■ 신장염, 신우염
접골목과 결명자 각각 20~30g, 감초 15g에 물 반 되를 넣고 달여서 하루에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 타박상
접골목 줄기와 잎을 날것으로 짓찧어 아픈 부위를 찜질한다. 이와 함께 줄기와 잎을 끓인 물로 목욕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 손발이 쑤시고 아플 때
접골목 12~20g을 물 반 되에 넣고 30분쯤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 뼈가 부러졌을 때
신선한 줄기와 가지 20~30g을 잘게 썰어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는다. 신선한 것을 구하기 어려우면 썰어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쓴다. 통증을 멎게 하고 부러진 뼈를 이어 준다.
■ 손목이나 발목을 삔 데
접골목을 날것으로 짓찧어 아픈 곳에 붙인다. 진통작용이 강해 조금 있으면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린다.
부러진 뼈 붙이고 골다공증 고치며 기미 주근깨 없애는 접골목
이웃에 사는 82세 된 할머니가 계단에서 굴러서 허리뼈가 부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연세가 높고 골다공증이 심하여 6개월이 지나도 뼈가 아물어 붙기는커녕 오히려 뼈가 부러진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오랫동안 누워서만 지내다 보니 욕창이 생겼다.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가 없어서 집으로 모셔왔는데 온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게 되어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되었다.
나는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한테 신선한 접골목을 하루에 40-50그램씩 물로 달여서 마시도록 권했다. 보름 가량을 복용했더니 식욕이 돌아와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달 뒤에는 뼈가 웬만큼 아물어 붙어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중간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한 번 찍어 보았더니 의사 선생님은 뼈에 진액이 물 흐르듯이 줄줄 흘러나와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뼈가 아물어 붙고 있다고 하였다. 3개월 뒤에는 완전하게 건강을 회복하였다.
이웃에 사는 한 주부는 무릎관절과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했다. 게다가 발을 삐었는데 삔 다리가 퉁퉁 붓고 아파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신선한 접골목을 달여서 복용하는 한편 달인 물로 다친 발에 찜질을 하도록 권했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발을 삔 부분의 통증의 사라졌고 부기가 내렸다. 두 달 정도는 꼼짝도 못하고 앉은뱅이 신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5일 만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3개월 가량 복용하고 나니 무릎과 허리의 통증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되었고 평소에 몸이 잘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방광염에 자주 걸리곤 했는데 그런 증상도 없어졌으며 70킬로그램이던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줄어들었다.
피부마사지로 이름이 높은 한 사람이 있어서 살결을 곱게 하고 주름살을 없애며 기미나 주근깨 같은 것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만한 약초가 없겠냐고 묻기에 접골목 꽃과 잎, 줄기 같은 것을 진하게 달인 물로 찜질을 하고 마사지를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꽃이 효과가 제일 좋지만 마침 겨울철이어서 꽃을 구할 수가 없으므로 줄기를 대신 쓰게 하였다. 한 달쯤 뒤에 그는 효과가 매우 좋다면서 접골목을 더 많이 구해 달라고 하였다. 기미와 주근깨가 많고 살결이 거친 여성들한테 접골목을 진하게 달인 물을 따뜻하게 데워서 얼굴을 씻고 또 얼굴에 바른 다음 10-30분 가량씩 마사지를 해 주었더니 차츰 기미와 주근깨가 옅어지고 살결도 매끈하고 탄력 있게 바뀌었다고 자랑하였다.
뼈를 붙이는 나무
접골목은 이름 그대로 뼈를 붙이는 효능이 있는 약나무다. 딱총나무, 또는 말오줌나무라도 부르는데 말이 오줌을 잘 누지 못할 때 이 나무를 달여 먹이면 오줌을 잘 누게 된다고 하여 말오줌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는 엘더베리(Elderberry 학명 Sambucus canadensis, L)라고 부르며 비슷한 종류가 여럿 있다. 열매가 붉게 익는 것이 있고 까맣게 익는 것이 있는데 까맣게 익는 것을 약으로 쓰고 붉게 익는 것은 독이 있다고 하여 먹지 않는다. 엘더베리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 흔하게 자란다. 유럽에서는 이 나무가 벼락을 피하게 하고 집안에 번영과 화목을 가져다준다고 하여 집 안에 널리 심었고,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집 안에 있는 만능의사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 반드시 집 안에 한두 포기씩 가꾸었다.
접골목은 부러진 뼈를 붙이는 효능이 뛰어나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을 때, 타박상으로 멍이 들고 통증이 심할 때, 손발을 삐었을 때, 뼈 속이 스펀지처럼 퍼석퍼석해지는 골다공증 등에 접골목을 달여 마시고 날것으로 가지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면 곧 통증이 사라지고 부은 것이 내리며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된다. 접골목을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천연 약초 가운데서 통증을 가장 빨리 멎게 하는 것이 접골목이라 할 수 있다. 접골목은 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약재다.
통증 멎게 하고 혈액순환 좋게 한다
접골목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통증을 멎게 하는 효력이 빠르다. 손발 삔 데, 골절, 타박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관절염, 디스크, 요통, 신경통, 통풍, 부종,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신장병, 신경쇠약, 입 안에 생긴 염증, 인후염, 산후빈혈, 황달 등에 두루 신통하다고 할 만큼 빠른 효력을 발휘한다.
봄철에 꽃이 하얗게 피면 향기가 좋아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꽃을 따서 2-3개월 증류주에 담가 두었다가 그 술을 얼굴에 바르면 기미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을 백옥같이 고와지며 주름살이 없어진다. 접골목 꽃에는 정유성분이 있어서 차로 달여 마시면 향기가 좋고 땀이 잘 나온다. 이른 봄철에 새순을 나물로 무쳐서 먹거나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 먹을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엘더베리의 줄기와 잎은 약으로 쓰지 않는 대신 여름철에 까맣게 익는 열매를 잼이나 시럽, 음료 등을 만들어 먹고 봄철에 피는 꽃을 귀중한 썼다. 잘 익은 열매에는 플라보노이드, 당분, 카로틴, 아미노산, 베타인, 글루코사이드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들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A는 포도의 7배, 비타민 C는 포도의 10배, 단백질은 포도의 두 배가 들어 있으며 그 밖에 비타민 B 나이아신, 리보플라빈 등도 포도보다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엘더베리 열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방광염을 치료하고 폐를 튼튼하게 하며 면역력을 길러 주는 등의 효과가 있다. 갖가지 박테리아와 균을 죽이고 감염을 막는 효과도 있어서 유럽에서는 수백 년 동안 장 세척제로 써 왔다.
엘더베리 꽃은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약으로 썼다. 이집트인들은 엘더베리의 꽃이 얼굴빛을 곱게 하고 화상을 치료한다는 기록을 남겼으며 고대 인도에서는 인후염, 감기, 천식, 냉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 오늘날에도 엘더베리 꽃으로 만든 연고는 화상, 종기,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름이 높다. 엘더베리 꽃은 온화한 수렴제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한다. 술에 담그거나 연고를 만들어 피부에 바르면 여드름, 기미 주근깨 등이 없어지고 꽃을 물이나 알코올에 담가 정유를 추출하여 눈에 넣으면 눈이 맑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에 빨갛게 익는 열매로 술을 담근다. 잘 익은 열매에 35도 이상의 증류주를 붓고 3개월쯤 두었다가 조금씩 마신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신경통과 류마티스관절염에도 효험이 있으며 타박상이나 골절로 인한 통증이 빨리 없어진다.
가려움증 무좀 습진 기미 주근깨를 없앤다
줄기나 잎, 꽃을 달인 물로 씻으면 가려움증, 무좀, 습진, 등 여러 가지 피부병이 나으며 중풍으로 인한 마비, 혈액순환장애, 냉증 등에도 효험이 있다. 전에 무좀이 심한 사람한테 접골목을 달여서 그 물로 발을 씻으라고 했더니 2주일 만에 깨끗하게 나았다고 했다.
접골목 줄기를 꺾으면 오줌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말이 병들어 오줌을 잘 누지 못할 때 이 나무를 달여서 먹이면 오줌을 잘 누게 된다고 하여 말오줌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나 닭이 뼈가 부러지거나 병이 났을 때 말오줌나무를 달여서 먹이면 신기하게 잘 낫는다. 닭장 안에 말오줌대나무를 몇 토막 넣어두기만 해도 닭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뼈가 부러졌거나 손발을 삐었을 때 접골목 잎이나 줄기를 진하게 달여서 그 물을 마시고 아픈 부위를 찜질하면 다친 부위가 따뜻해지면서 통증이 없어지고 어혈이 풀리고 부러진 뼈가 빨리 아물어 붙는다. 신경통이나 류마티스관절염, 요통에는 접골목 잎이나 잔가지 줄기 3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고 또 그 물로 아픈 부위를 씻거나 목욕을 한다. 어린이의 야뇨증에는 접골목 잎을 그늘에서 말려 한 번에 20그램씩을 물로 달여서 마신다.
접골목은 살결을 곱게 가꾸는 데에도 으뜸이다. 기미를 없애고 살결을 곱게 하려면 접골목 꽃과 잎, 줄기를 달인 물로 찜질을 하면 된다. 구체적인 요령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말오줌대나무 꽃을 봄철에 따서 짓찧은 다음 그릇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80-90도로 데워서 아픈 부위에 대고 2시간 동안씩 하루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찜질을 한다. 여름에는 잎과 그 해에 자란 줄기를 잘게 썰어서 짓찧은 다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찜질을 하고 가을에는 열매를 따서 짓찧은 것을 섭씨 80도 정도로 데워서 1시간 동안 찜질을 한다. 겨울에는 접골목의 껍질을 벗겨서 잘게 썰어서 짓찧은 다음 물을 붓고 30분 동안 끓여서 1.5-2시간씩 하루 한 번 찜질을 한다.
보통 1-2일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10-30일 사이에 기미가 없어지고 피부가 정상으로 된다. 80퍼센트 이상이 기미가 없어진다.
사람의 건강과 수명은 뼈에 달려 있다. 뼈가 튼튼하고 뼈대가 바르면 병 없이 오래 살고, 뼈가 허약하고 뼈대가 바르지 못하면 병이 많고 일찍 죽는다. 뼈는 일생의 건강을 나타내는 잣대다.
우리 옛말에 뼈대가 바르고 인물이 잘 생긴 사람을 일러 옥골선풍(玉骨仙風), 또는 선풍도골(仙風道骨)이라고 했다. 이 말은 뼈대가 옥처럼 맑고 단정하여 신선이나 도인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살을 찌게 하고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음식이나 약은 많이 있다. 그러나 뼈를 찌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식품이나 약은 그다지 많지 않다. 칼슘이 뼈에 좋다고 하여 칼슘이 많이 든 음식, 이를테면 멸치나 우유, 동물의 뼛가루, 조개껍질 따위를 열심히 먹는다고 해서 뼈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멸치나 우유, 조개껍질 등에 들어 있는 칼슘은 장에서 소화흡수하기 어려우므로 오히려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접골목은 뼈를 강하고 튼튼하게 하는데 최고의 보약이다. 접골목이 부러진 뼈를 붙이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은 놀랍고도 신비롭다.
접골목으로 약초 도사가 된 사연
경기도 안양시에서 건강식품점을 운영하는 이○○씨를 주변에서는 약초도사라고 부른다.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에서 이끄는 약초여행에 매달마다 참가하면서 배운 지식으로 주변에 있는 많은 환자들을 고쳐 주면서 얻은 별명이다.
“몸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허리를 다쳐서 몇 년 동안을 몸을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변비와 치질이 심했고 만성 비염도 오래 앓았습니다.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 노력하던 중에 토종 약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변비와 치질 비염 같은 제 병을 모두 고쳤고 다른 사람의 병도 고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초여행에서 배운 여러 약초 중에서 그가 요즈음 매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은 접골목이다. 그는 접골목으로 자신의 허리병을 고쳤고 가족과 이웃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접골목은 관절염, 요통, 타박상 등에 신기하다고 할 만큼 효력이 빨리 나타났다.
“강원도로 약초를 채취하러 갔다가 돌아오던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목을 다쳤습니다. 목이 뻐근하게 몹시 아파서 몇 달 동안 고생할 줄 알았는데 접골목을 달여서 먹었더니 신통하게도 이튿날부터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형수님이 은행나무에 올라가서 은행을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등뼈에 금이 가고 여러 군데 시퍼렇게 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접골목을 달여서 드렸더니 곧 통증이 멎고 멍이 풀려서 그 이틑날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왼쪽 무릎이 아파서 걸음을 걷기가 불편했는데 역시 접골목을 달여 먹고 곧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접골목은 그 효과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요통이나 관절염 같은 만성 질병은 일주일쯤 복용하면 효력이 나타나고 골절이나 타박상 같은 것은 하루나 이틀이면 부기가 내리고 통증이 없어진다.
73살이 된 한 노인은 망치로 벽에 못을 박다가 실수로 왼쪽 손을 내리치는 바람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의 뼈가 부러지고 깨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병원에 가서 응급조치를 하고 깁스를 한 다음 접골목을 달여 마시는 한편 접골목을 진하게 달여 농축하여 고로 만들어 헝겊에 발라서 붙였더니 곧 통증이 없어지고 부기가 내렸으며 5일만에 뼈가 완전히 아물어 붙었다.
접골목은 특히 관절에 물이 고이고 붓는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 접골목 한 가지만으로도 웬만한 관절염이나 요통, 신장염, 부종 등을 고칠 수 있다. 복
용방법도 간단하다. 나무줄기를 잘게 썰어 하루 30-40그램을 물 1.8리터에 넣고 물이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요통과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계시기에 접골목을 달여 드렸더니 그것을 드시고 몰라볼 만큼 좋아지셨습니다. 요통과 관절염이 동시에 나았습니다. 골다공증이 몹시 심했는데 골다공증도 없어지고 젊은 사람보다 뼈가 더 튼튼해졌다고 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테니스를 치다가 손목이나 무릎관절이 아프거나 탈이 난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접골목을 복용하고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저는 요즈음 접골목으로 여러 환자들을 도와주면서 토종약초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호랑이처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접골목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
나는 가야산 아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다섯 살 무렵부터 산에 다녔다. 다섯 살 때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따라 산길로 삼십 리나 되는 코배기재를 넘어 해인사에 갔다. 돌아오는 중에 다리가 아파서 뒤에 한참 뒤에 쳐져서 따라오다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엄마 같이 가!” “엄마 같이 가!” 하고 엉엉 울었던 것이 생각난다.
열두 살 때 가야산 코배기재를 넘어오다가 호랑이를 처음 만났다. 코배기재는 몹시 가팔라서 올라갈 때 코가 땅에 닿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따라 등에 짐을 지고 해인사 아래에 있는 신부락까지 코배기재를 넘어다녔다. 등에 맬빵을 매어 약초, 산나물, 목기 같은 것을 잔뜩 짊어지고 가서 해인사 앞에 펴 놓고 관광객들한테 팔거나 장사꾼들한테 넘겨 주었다. 다섯 살 때부터 열다섯 살 때까지 10년 동안을 30리가 넘는 산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넘어 다녔다. 어머니와 함께 60리가 넘는 산길을 수백 번을 왕래한 것이다.
가파른 산길을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 코배기재를 넘어가면 진대밭골이 나온다. 진대밭골은 가파르지 않아서 걷기가 좋다. 진대밭골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긴 골짜기라는 뜻이다. 숲이 울창하여 하늘도 땅도 안 보이는 깊고 긴 골짜기다. 울창한 숲을 지나면 넓은 억새밭이 나오고 억새밭을 한참 동안 걸어서 지나면 바닥에 물이 질펀하고 키를 넘는 갈대숲이 나오고 갈대숲을 지나면 개울을 건너야 한다. 개울을 건너서 한참을 내려가면 해인사가 나온다.
아버지는 목기를 깎는 기술자셨다. 아버지는 집 뒤편 담벼락 옆에 작업장을 설치해 놓고 목기를 깎을 때 나오는 물푸레나무 대팻밥을 질겅질겅 껌씹듯이 씹으시면서 나무를 깎았다.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깎은 목기를 어머니와 내가 등에 지고 코배기재나 불귀재를 넘어가서 해인사 아랫마을에 있는 가게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해인사 주변의 산이 거의 해인사에 딸린 땅이었으므로 해인사에서는 삼림감시원을 고용하여 목기를 깎는 사람들을 단속했다. 내가 살던 성주군 쪽 가야산은 해인사에 딸린 산이 아니었지만 삼림감시원들이 해인사로 가는 모든 길목을 막고 지키고 있어서 그들을 피해서 신부락 마을로 갈 수가 없었다. 산림감시원들의 단속이 심해서 낮에는 목기를 짊어지고 다닐 수가 없고 새벽이나 한밤중에 코배기재를 넘어 다녀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산림감시원들은 한밤중에도 진대밭골 아래 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 장작불을 지펴 놓고 지키고 있기도 했다. 멀리서 산림감시원들이 피워 놓은 불빛이 보이면 산으로 숨어서 숨을 죽이고 몰래 빠져 나가기도 했고, 감시원들한테 붙잡혀서 엉엉 울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풀려 나오기도 했다.
코배기재 삼십릿길은 추억과 한이 서린 고개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이 흔적조차 없어진지도 30년이 넘었다.
열두 살 때 초겨울 무렵이었을 것이다. 산림감시원들을 피해서 가기 위해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에 신부락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목기를 넘겨주고 돌아오려니까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진대밭골 초입에 있는 개울을 건너면 키를 넘는 갈대 숲이었다. 갈대 숲속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고 스스스 갈대 잎이 스치는 소리만 난다. 갈대숲을 지나 이깔나무 숲을 막 들어섰을 때 길 위쪽에서 우두두둑 하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언뜻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몸통이 누렇고 몸통에 줄무늬가 있는 큰 짐승이 낮게 날아가는 날짐승을 쫓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짐승이 얼마나 날쌔게 쫓아가는지 마른 나무들이 부딛혀 부러지면서 우두둑 소리를 낸 것이었다.
나는 그 큰 짐승이 호랑이가 아니고 우리 집에서 키우는 큰 개가 따라 온 것인 줄 알았다. 우리 집에서는 몸집이 아주 큰 누렁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 누렁개는 어머니와 내가 코배기재를 넘어갈 때마다 코배기재 마루까지 따라와서 아무리 쫓아도 잘 돌아기지 않았다.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해서 간신히 쫓어보내도 한참 뒤에 보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뒤를 따라오곤 했다.
어머니한테 “저기 우리 개가 따라왔다” 고 했더니 어머니께서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 빨리 가자” 하시면서 걸음만 재촉하셨다. 나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그것이 개가 아니라 호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나는 듯이 진대밭골을 지나 코배기재 고갯마루에 와서야 잠깐 서서 가쁜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고갯마루에 오니 달빛이 환했다. 달빛이 비친 땅을 골라 밟으며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중에 어른들한테 들으니 부엉이는 산신령의 인도자로 호랑이의 길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했다. 곧 부엉이가 앞장서서 높이 날면서 먹잇감이 있는 곳을 알려 주면 호랑이가 뒤쫓아가서 사냥을 한다고 한다. 부엉이는 호랑이가 먹다가 남긴 것을 먹는다. 이처럼 부엉이와 호랑이가 사이좋게 공생을 한다는 것이다. 또 부엉이와 호랑이는 서로 쫓고 쫓기면서 서로 장난을 치면서 노는 일이 잦다고 했다.
또 한 번은 가야산 불귀재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불귀재는 고향 마을에서 해인사로 가는 두 갈래 고갯길 중에 하나다. 두리봉과 수도산 사이에 있는 고갯길로 거창군 가북면 용암 마을 뒤로 돌아서 해인사로 가는 길이다. 불귀재는 코배기재보다 덜 가파르고 중간에 외딴 초가집이 하나 있어서 물 한 모금 얻어마시면서 쉬었다가 갈 수 있지만 거리가 훨씬 더 멀어서 자주 다니지는 않았다.
불귀(不歸)재는 이름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고개라는 뜻이다. 이 고개는 오래 전부터 거창군 가북면에서 소장수들이 소를 몰고 창천 장에 팔려고 넘어다니던 큰 고개이다. 소장수들은 돈을 많이 갖고 다닌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 고개에 소장수들의 돈을 뺏으려는 산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불귀재에서 도적을 만나서 목숨을 잃거나 두들겨 맞아서 재물을 몽땅 빼앗기고 병신이 된 사람이 더러 있었다. 우리 집에서 키우던 소를 도둑이 훔쳐서 불귀재를 넘어 거창 소시장에 팔아버린 일도 있었다.
김소월의 시에도 ‘불귀 불귀 다시 불귀’라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김소월의 시에 나오는 불귀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나타낸 의성어이다.
어려서 10년 동안 수백 번을 넘어다녔던 고갯길이 그리워서 스물 아홉살 때 몹시 무더운 여름날에 불귀재를 다시 넘어 보았다. 반대쪽인 거창군 가북면 쪽에서 불귀재를 넘어 고향 마을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철이어서 가파른 길을 한낮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가북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개금불 마을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그늘에서 놀면서 쉬고 있다가 해거름이 가까워서야 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벌써 15년의 세월이 지났던가. 어머니와 내가 고향을 떠난 뒤로는 아무도 그 고갯길을 넘어 다니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옛날에 다니던 오솔길은 없어진 지 오래 되었고 넓은 억새밭은 울창한 솔밭으로 변해 있었다. 예전에 없던 오리나무가 자라서 숲을 이루어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둠이 깃들 무렵에야 고갯마루를 지났다. 고갯마루에 있는 성황당의 돌무더기도 미역줄나무 넝쿨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갯마루를 지나서 십 분쯤 내려오면 길 위쪽에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돌배나무가 있던 곳이다. 돌배나무는 죽어서 그루터기만 남아서 썩어가고 있었다.
돌배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길 아래쪽에서 부스럭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길 아래쪽은 칡밭이었다. 노루나 고라니가 칡넝쿨을 뜯어먹는 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 봤더니 노루도 아니고 고라니도 아니었다. 몸통이 누렇고 얼룩 무늬가 있는 큰 짐승이 칡덩굴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엄청나게 큰 호랑이였다. 몸통의 길이가 4미터는 되어 보였다. 황금색 털빛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했다. 꼬리를 길게 쭉 펼쳐들고 있었다.
호랑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눈에서 뿜어 나오는 파란 불빛이 전짓불보다 더 밝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등줄기에 땀이 솟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몇 초 동안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짧은 시간이 몇 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는 기절할 만큼 크게 놀랐으나 호랑이가 나를 해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를 해칠 생각이 있었다면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벌써 덤벼들었을 것이다. 호랑이가 길 위쪽에서 나타나면 해칠 생각이 있는 것이고 길 아래쪽에서 나타나면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하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호랑이한테 눈을 떼지 않고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호랑이도 몇 미터 뒤에서 천천히 나를 따라왔다. 길 아래쪽에서 3-4분 가량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오다가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고 평탄한 길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러서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가야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가야산 아래 고향에는 열 두 개의 마을이 골짜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복골 밑에 있는 독산마을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산에 머루를 따러 갔다가 호랑이를 보고 놀라서 실성해서 미쳐 버렸다. 그 아주머니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며칠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다가 죽었다.
또 불귀재 밑에 갈골 마을에 사는 한 사냥꾼은 멧돼지 사냥을 하러 갔다가 호랑이가 묏등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혼이 나갈 정도로 놀라서 그 뒤로 두 번 다시 산에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약초를 캐러 다니면서 호랑이를 몇 번 만났다. 지리산 세석 평전 근처에서도 만난 적이 있고 대구 근처의 팔공산 골짜기에서도 만난 적도 있다.
호랑이처럼 힘이 세어지는 방법
호랑이는 가장 힘이 센 동물이다. 호랑이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범 같은 장사라는 옛말이 있다. 호랑이는 자기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먹이를 입에 물고 3미터가 넘는 담을 단번에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소나 멧돼지도 호랑이가 앞발로 한 번 후려치면 두개골이 가루가 되어 버린다. 호랑이의 힘은 앞발에서 나온다. 호랑이의 앞발을 호경골이라 하는데 차력약, 신경통, 관절염 치료약으로 이름이 높다. 호랑이는 죽어도 앞발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호경골은 쇠보다 더 단단하다. 수십 년 전에 호경골을 하나 구해서 톱과 도끼로 자르고 잘게 부수어서 가루로 내어 약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호경골이 얼마나 단단한 지 톱날이 망가지고 도끼날이 부러져서 자를 수도 깨트릴 수도 없었다. 식초에 담갔다가 열을 가하여 굽기를 여러 번 거듭하였더니 부드러워져서 마침내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호랑이의 엄청난 힘은 이처럼 튼튼한 뼈에서 나오는 것이다.
호랑이처럼 힘이 세어지는 방법이 있다. 옛날에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장사들이 많이 있었다. 중국의 수호지에 나오는 무송, 조선시대 때 반란을 일으킨 이징옥, 임꺽정 같은 사람들이 모두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사들이다. 힘은 뼈에서 나온다. 뼈가 튼튼해지면 힘이 세어지는 것이다. 옛말에 통뼈 혹은 고리뼈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손목이나 발목 뼈가 납작하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것을 통뼈라고 한다. 실제로 통뼈는 엄청난 강골(强骨)이다. 요즘에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을만큼 힘이 센 장사가 없지만 옛날에는 실제로 많이 있었다.
뼈가 튼튼하면 힘이 세다. 힘은 뼈에서 나온다. 뼈를 무쇠처럼 튼튼하게 하는데 가장 좋은 약효가 있는 약재 중에 하나가 접골목이다.
허리가 잘린 지네를 다시 붙게 한 약초
옛날, 한 훌륭한 의원이 있었다. 어느 날 왕진을 가다가 큰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큰 지네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의원은 깜짝 놀라서 지네를 피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어 지네의 몸통을 두 동강으로 잘라 버렸다. 지네는 몸통이 두 동강이 난 채로 죽지 않고 한참동안 살아서 꿈틀거렸다. 그런데 잠시 뒤에 풀숲에서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나오더니 두 동강이 난 지네를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의원은 호기심이 생겨서 지네 뒤를 따라다니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지네는 몸통이 잘린 지네를 풀숲에 두고 어디론가 기어가더니 얼마 뒤에 나뭇잎 한 개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 지네는 물고 온 나뭇잎을 몸통이 잘린 지네 위에 덮어 놓았다. 그렇게 하고 나서 30분쯤이 지나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두 동강이 났던 지네의 몸통이 본래대로 달라붙어서 천천히 숲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의원은 깜짝 놀라서 지네가 들어간 숲속으로 들어가서 지네가 물고 온 잎이 어떤 식물의 잎인지 찾아보았다. 그 식물은 키가 작고 이삭처럼 생긴 연한 노랑색 꽃이 피어 있었다. 의원은 그 식물이 부러진 뼈를 붙이는데 좋은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잎과 줄기를 잘라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의원은 집에서 기르고 있는 수탉의 다리를 꺾은 다음 그 식물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 붙이고 천으로 잘 싸매 주었다. 과연 그 나무는 부러진 뼈를 이어 주는데 신통한 효과가 있어서 사흘이 지나자 부러졌던 수탉의 다리가 완전하게 아물어 붙었다.
“정말 신기한 효과가 있는 나무이구나.”
그 뒤부터 의원은그 나무를 부러진 뼈를 치료하는데 쓰기 시작하였다. 두 동강이 난 지네의 몸통과 부러진 수탉의 다리를 다시 붙게 한 약초가 바로 접골목이다.
부러진 뼈 이어주는 마법의 나무 접골목
접골목(接骨木)은 봄철에 새순이 제일 먼저 돋아난다. 성질이 매우 급한 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틔울 생각도 하기 전에 새순이 쑥쑥 올라와서 하룻밤 사이에 한 뼘씩 자란다. 잎이 나면서 꽃도 같이 피어서 여름이 되기 전에 거의 생장이 다 끝나 버린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을 신조로 여기는 나무다.
접골목은 성질이 급한 만큼 약효가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성질이 급한 것은 응급약으로 쓴다. 이 나무는 골절(骨折)에 구급약(救急藥)으로 으뜸이다. 산속에서 넘어져서 뼈를 다쳤거나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서 움직일 수 없을 때 접골목의 줄기와 잎을 돌로 짓찧어 붙이면 즉시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려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접골목의 줄기와 잎을 날것으로 달여 마시면 효과가 더욱 빨라서 3-4일이면 부러진 뼈가 완전하게 아물어 붙는다.
일흔 살 된 노인이 망치질을 하다가 실수로 망치로 손목을 때려서 손목뼈가 부러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병원에서는 부러진 뼈를 수술을 해서 맞추고 깊스를 하고 몇 달이 걸려야 뼈가 아물어 붙을 것이라고 하였다.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신선한 접골목을 짓찧어서 붙이는 한편 물로 달여서 마시게 했더니 일주일도 안 되어 뼈가 완전하게 아물어 붙었다. 이 나무를 마땅히 접골(接骨)과 속근골(速筋骨)의 최고의 명약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접골목은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잘 맞는 약초이다. 그러나 빨리 자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접골목을 지팡이로 쓸 수 없다. 잘 부러지기 때문이다. 빨리 자라는 나무는 빨리 죽고 잘 썩고 잘 부러진다. 빨리 지은 집은 빨리 무너진다. 접골목은 목질이 물러 잘 썩고 잘 죽는다. 접골목을 채취하다 보면 줄기가 죽거나 썩어 있는 것이 많다. 접골목은 응급약(應急藥)으로는 좋지만 생명력을 기르고 장수하게 하는 약이 될 수는 없다.
접골목은 인동(忍冬)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다. 딱총나무, 말오줌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부러진 뼈를 붙이는 데 신속(神速)한 효능이 있다고 하여 접골목(接骨木)이라고 부른다. 말오줌나무라는 이름은 말이 오줌을 잘 못 눌 때 달여 먹이면 오줌을 잘 누게 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줄기와 잎에서 오줌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키는 2∼3미터쯤 자라고 줄기는 뿌리 부분에서 사방으로 뻗는다. 생장이 빠르고 새로 돋아나는 줄기는 연한 녹색이다가 자라면서 다갈색으로 바뀐다. 줄기 가운데 굵고 부드러운 연한 갈색의 심이 있다. 잎은 마주 나고 홀수깃겹잎으로 쪽잎은 넓은 타원꼴이거나 달걀 모양이며 6∼10개가 달린다. 4월 하순 무렵에 가지 끝에 연한 녹색을 띤 흰 꽃들이 모여서 피는데 꽃향기가 아주 좋다. 열매는 8~9월에 빨갛게 익는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자라는데 특히 제주도와 울릉도에 가장 많다. 대개 산골짜기 같은 공기 중의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닮은 식물인 넓은 잎 딱총나무, 지렁쿠나무, 덧나무 등도 꼭 같이 접골목이라고 부르고 꼭 같이 약으로 쓸 수 있다. 아무 때나 줄기를 잘라 신선한 것을 그대로 쓰거나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접골목은 이름 그대로 부러진 뼈를 붙이는 데 최고의 약이다. 뼈가 부러지거나 삐었을 때, 타박상이나 골절로 인해 통증이 심할 때 접골목 30∼40그램을 달여서 마시고, 날것으로 줄기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두껍게 붙이면 즉시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잘 낫는다. 야생 약초 가운데서 통증을 멎게 하는 효력이 가장 빠른 것이 접골목이다.
접골목은 온갖 균을 죽이고, 염증을 삭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죽은피를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손발 삔 데, 타박상(打撲傷), 골절(骨折), 골다공증(骨多孔症) 관절염, 신경통, 부종(浮腫), 소변을 잘 못 보는 데, 통풍(痛風), 신장염, 신경쇠약, 구내염, 인후염, 산후빈혈, 황달(黃疸) 등의 여러 질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몸이 붓거나 가려움증, 식중독으로 인한 두드러기, 옻이 올랐을 때에도 접골목을 달여 먹거나 아픈 부위를 씻어 주면 좋은 효과가 있다.
꽃에는 땀을 잘 나게 하는 배당체와 루틴, 정유, 탄닌질, 콜린, 점액, 유기산, 수지, 당, 삼부니그린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삼부니그린은 신선한 꽃에 있는데 말리면 분해되어 없어진다. 정유 성분은 테르펜 화합물로 향기가 좋다. 꽃을 따서 말리면 향기가 더 진해진다. 꽃은 땀을 잘 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감기 몸살에 쓴다. 5~10그램을 달여서 차로 마시면 살결이 고와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접골목 꽃은 피부미용제로도 아주 좋다
접골목은 타박상(打撲傷)이나 어혈이 뭉쳐서 생기는 통증,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데, 관절염, 각기(脚氣), 통풍(痛風), 발목이나 손목을 삔 데, 요추(腰椎) 디스크, 뼈가 부러진 데 등에 신통하다 싶을 만큼 효과가 좋다. 날것을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는 한편 잘게 썰어 말린 것 30∼6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오랫동안 달여서 그 물을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이를 봄철에 새순을 뜯어서 살짝 데쳐서 물로 가볍게 우려내어 무쳐 먹거나 밀가루 옷을 묻혀 튀겨서 먹는다. 그런 대로 맛이 괜찮은 산나물이다.
딱총나무의 약성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픔을 멈추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피 나는 것을 멈추고 염증을 잘 낫게 한다. 타박상, 뼈가 부러진 데, 류마티스성 관절염, 배에 물이 고이는 데, 신장염, 통풍, 목안이 아픈 데, 여러 가지 출혈 등에 쓴다. 하루 5∼10그램을 물에 달여 3번에 나누어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달인 물로 찜질한다. 딱총나무꽃은 민간에서 땀내기약, 이뇨약으로 쓴다.”
옛 의학책에 적힌 접골목의 효능을 풀어서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접골목은 맛이 약간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 주로 심장과 간에 작용한다.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며 마비를 풀어주고 습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풍한(風寒)으로 인해 팔다리가 시리고 쑤시고 아픈 증상과 허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가려움을 멎게 하고 염증을 흩어 버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가려움증과 피부의 염증을 낫게 한다.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고 죽은피를 몰아내는 작용이 있으므로 부딪쳐서 생긴 상처와 그로 인한 어혈과 통증을 치료하고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나서 나쁜 피가 쌓여 있는 것을 내보내는 데에도 좋다. 독을 풀고 고름을 잘 나가게 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어 옹종(擁腫), 상처가 덧나서 생긴 종기 같은 데에도 효과가 좋다. 10-15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시고 달인 물로 씻어서 치료한다. 부러진 뼈를 이어 주고 끊어진 근육도 이어주며 가려움증을 없애며 벌레 먹은 치아를 치료하며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
중국에서 펴낸 <본초신편(本草新編)>에는 접골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혔다.
“접골목은 뼈로 들어가서 부러진 뼈와 끊어진 근육을 이어 준다. 부러진 뼈를 붙일 때에는 술과 함께 복용하고 가려움증을 치료할 때에는 욕탕에 넣어 목욕을 한다. 부러진 뼈를 이어주는데 신속(神速)한 효과가 있으며, 생혈(生血) 활혈(活血) 효능이 있는 여러 약재 중에서 접골(接骨)에 가장 특출한 효과가 있다. 날것으로 쓰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고 마른 것을 쓰면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볶아서 사용하면 다시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떤 이치로 접골목이 골절이나 골다공증 같은 갖가지 뼈 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접골목은 재질이 단단한 나무가 아니다. 재질이 무르고 잘 부러지며 속에 스펀지처럼 무른 심이 있어서 심을 빼내고 나면 대나무처럼 속이 빈 대롱처럼 된다. 어렸을 때 접골목의 심을 빼내고 종이를 입으로 씹어서 총알 모양으로 만들어 한쪽 끝을 막고 반대쪽 끝에도 막은 다음 나무 막대기로 한쪽을 세게 밀어 넣으면 압축된 공기의 힘으로 인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열 발자국이나 스무 발자국 거리까지 튕겨나가곤 했다. 이 놀이도구가 딱총이고 딱총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나무라고 해서 딱총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접골목은 재질이 무른 나무이므로 뼈를 구성하는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 있지 않다. 수명이 짧으므로 생명력이나 면역력이 강한 식물로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접골목은 어린 줄기는 질이 무르고 심이 많아서 연약하지만 묵은 줄기일수록 재질이 단단해지고 줄기 가운데 심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겉을 먼저 자라게 한 다음에 속을 충실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접골목은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성분을 뼈로 보내서 뼈를 빨리 유합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실제 임상 실험에서도 접골목은 부러진 뼈를 빨리 달라붙게 하는 효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도 모르핀 다음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양의학에서 진통제로 널리 쓰는 아날긴보다도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더 센 것으로 확인되었다.
접골목에 들어 있는 페놀 성분은 강한 항산화작용이 있다. 곰팡이 균 특히 칸디다와 같은 진균류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효과도 높다. 면역력을 높여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도 좋은 효과가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는 접골목 추출물을 천연감기약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접골목에는 독이 약간 있다. 그러므로 임산부는 복용해서는 안 된다. 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구토가 나거나 위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가열하면 독성이 줄어든다. 8시간을 달이고 네 시간을 식히기를 세 번 반복하면 독성이 거의 없어지고 흡수율과 약효는 훨씬 좋아진다. 달일 때 반드시 뚜껑을 열어 놓고 약한 불로 달여야 한다. 말린 것보다는 날것이 약효가 더 좋으므로 가능하면 날것을 구해 써야 한다. 말려서 오래 묵은 것일수록 약효가 떨어진다.
신선한 접골목에는 오줌 냄새와 비슷한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는 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이 냄새는 쥐한테 치명적인 독이 있어서 늙은 쥐는 접골목 냄새만 맡아도 죽는다고 한다.
접골목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20여 종이 넘는 딱총나무(Sambucus) 속에 딸린 나무의 열매에는 청산가리와 같은 성분의 독이 들어 있다. 접골목은 열매가 까맣게 익는 것도 있고 붉게 익는 것도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는 까맣게 익는 것이 많고 우리나라에는 열매가 붉게 익는 종류밖에 없다. 열매가 붉게 익는 종류에 독이 더 많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5명이 미국말오줌나무의 열매를 날것으로 먹고 중독되어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민간에서 접골목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적는다.
복막염
접골목 속껍질 30∼40그램을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그 물을 차 대신 수시로 복용한다. 3-5일 복용하면 낫는다.
신경통
접골목과 황백나무 껍질을 가루내어 같은 양으로 섞어 식초와 달걀 흰자위로 반죽하여 종이에 펴서 아픈 부위에 바르면 통증이 금방 멎는다.
신장염, 신우염
접골목과 결명자 각각 20∼30그램, 감초 15그램에 물 한 되를 넣고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은은한 불로 달여서 하루에 3∼4번에 나누어 차처럼 마신다. 옥수수 수염을 20그램 넣으면 효과가 더 좋다.
타박상
접골목 줄기와 잎을 날것으로 짓찧어 아픈 부위를 찜질한다. 이와 함께 줄기와 잎을 끓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손발이 쑤시고 아플 때
접골목 12∼20그램을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오래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신다.
뼈가 부러졌을 때
신선한 줄기와 가지 20∼30그램을 잘게 썰어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는다. 신선한 것을 구하기 어려우면 썰어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쓴다. 접골목은 통증을 멎게 하고 부러진 뼈를 신속하게 이어 준다.
손목이나 발목을 삔 데
접골목을 날것으로 짓찧어 아픈 곳에 붙인다. 매우 센 진통작용이 있다. 조금 있으면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린다.
접골목은 일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접골목을 ‘정원에 심는 오갈피나무’라고 부르며 흔히 뜰에 심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잘라서 약으로 쓴다. 재질이 부드럽고 연하여 공예품을 만들기에 좋으므로 일본에서는 나무인형을 만들어 종이나 헝겊으로 감아서 신당(神堂)에 바친다든지 주술로 귀신에게 빌 때, 또는 악귀를 쫓는 도구로 흔히 썼다.
접골목을 서양에서도 약으로 흔히 썼다. 서양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박은 십자가를 이 나무로 만들었으며 배신자인 가롯 유다가 목매어 죽은 나무도 이 나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접골목이 꽤 굵고 크게 자란다. 우리나라의 울릉도에 많은 말오줌나무도 접골목의 한 종류인데 키 10미터 지름 3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유럽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 때 이 나무를 즐겨 쓴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를 마법의 나무, 또는 마법사의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를 집안에서 태우면 불행을 가져오는 반면, 나뭇가지를 집안에 걸어 두면 사악한 악마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또 류머티스나 통풍 등 여러 가지 질병에 효과가 좋다고 하여 이 나무를 ‘약상자’로 부르기도 한다. 어쨌건 이 나무는 부러진 뼈를 이어 주는데 마법처럼 신기한 효력을 나타내는 진짜 마법의 나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