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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풍경 風磬 : 바람의 [무애無碍]를 배운다

초암 정만순 2014. 3. 19. 14:44


                                                                               풍경 風磬


절에는 전각 등의 건물이나 석탑 등의 처마 끝에

작은 종이 매달려 있고

그 종을 물고기 모양의 추錘가 연결되어 있어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이것을 풍경風磬 혹은 풍탁風鐸이라고 한다.

풍경 소리에 번뇌를 벗어버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나무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것이 목탁木鐸이라면

바람이 불어 소리를 내는 것이니 풍탁風鐸이라는 것이다.

 

 


<<경암집鏡巖集>>을 지은 조선후기 고승 응윤應允 스님의 글


                      夢聽風鐸記    꿈에 풍탁 소리를 듣다

 

               꿈속에 쟁쟁거리며 소리 나는 것이 있어 보니

               허공에 매달려서 천락天樂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잠자면서도 기쁜 마음에 오랫동안 듣고 있다가 깼다.

               가만히 눈을 떠보니 바로 풍탁이었다.

 

북에서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를 내는 것은 사람이 두드리는 북채이듯이,

소리는 풍경에서 나오지만 그 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소리를 내다가 바람이 멈추면 소리도 멎는다.

바람은 일체 걸림이 없다.

그래서 바람을 [무애無碍]에 비유한다.


절에는 물고기 모양의 장식물이 많이 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경지를 의미한다.

이것 또한 무애의 경지로, 바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장자가 얘기한 [어락魚樂]과도 상통한다.

그리고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잘 때나 눈을 항상 뜨고 있다.

진리를 탐구하는 수행자도 물고기를 본받아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의미이다.


장문영의 시에서도 말한다.


                           자재암

 

               추녀 끝 눈 뜬 붕어

               끝없는 정진의 풍경소리

               맑은 혼을 일깨우네  

 

우리가 잘 아는 가곡...

 

                        성불사의 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 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제면 더 울릴까 망설이고

      들릴 젠 또 들리라 소리 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성불사는 황해도 사리원시 만금동 정방산正方山에 위치한 사찰이다.

신라 말기인 898년(효공왕 2년)에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

1935년 <신인문학>에 이은상이 발표한 시조를 가사로 따와서,

홍난파가 작곡해 널리 알려진 한국의 가곡 중 하나다. 


나라가 통일이 되어...

성불사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풍경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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