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숲 일반

식물이 생각을 한다고? 신비한 식물의 세계

초암 정만순 2017. 10. 31. 23:04




식물이 생각을 한다고? 신비한 식물의 세계



 

지구 생명체의 99.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식물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식물은 인간과 동물의 공격에도 굳건히 자신을 지키며 진화해온 아주 '똑똑한'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식물을 무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하곤 했습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를 두고 식물인간, 식물국회와 같이 '식물'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인 것이 대표적이죠.


식물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대화하는 지적 생명체입니다. 천적이 다가오면 주변 식물들에게 적의 접근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자극을 기억해뒀다가 판단 근거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식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위험해!" 주변 동식물과 대화하는 식물의 소통능력


식물은 화학물질을 활용해 다른 식물들과 대화합니다. 1983년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이 실시한 사탕단풍나무 실험은 이 사실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사탕단풍나무가 위험을 느끼면 주변 식물들에게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을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곤충의 공격을 받은 사탕단풍나무는 휘발성 유독물질인 '페놀'과 '타닌' 성분을 방출해 주변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립니다. 공격받지 않은 나무들은 이 신호를 전달받고 방어물질을 뿜어 공격에 대비합니다.


종이 다른 식물끼리도 대화를 합니다. 산쑥 역시 곤충이나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을 배출해 주변에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산쑥의 신호에 맞춰 인근에 있는 야생 담배는 미리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합니다.

 

         단풍나무


식물이 동물에게 특정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인동초 꽃은 색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하여 금은화(金銀花)라고 불립니다. 꽃이 노란빛으로 변하는 것은 꿀벌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입니다. 수정을 마친 노란 꽃은 더 이상 꿀을 분비하지 않습니다. 노란 인동초 꽃은 꿀벌에게 '난 꿀이 없으니 힘들게 들를 필요가 없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IQ가 몇이니? 똑똑한 식물의 뿌리-뇌


식물은 뛰어난 지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합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일찍이 식물의 뿌리가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뿌리-뇌 가설'을 주장했는데요. 식물은 뇌와 같은 중앙 정보 처리 기관은 없지만, 뿌리 세포 하나하나가 뇌처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완두 뿌리를 활용한 실험에서 무척 흥미로운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연구진은 완두 뿌리를 두 갈래로 나눠 각각 다른 화분에 심었습니다. 한 화분에는 충분한 영양분을 일정하게 주고, 다른 화분에는 같은 양을 불규칙하게 줬습니다. 실험 결과 규칙적으로 영양분을 제공한 화분의 뿌리가 더 잘 자랐죠.


 

              완두


이어 같은 조건에서 전체 영양분의 양을 부족하게 공급하는 실험을 추가로 했습니다. 이 조건에서 뿌리가 더 깊게 내린 쪽은 불규칙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은 화분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식물이 영양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 큰 수익을 바라고 도박을 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마치 인간들이 안정적 수입원이 있으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반면, 수입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위험을 감수해 도박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험은 축적된다! 놀라운 식물의 기억력

 

 

         미모사


식물의 기억력을 증명하는 최근 연구도 눈에 뜁니다. 올해 1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이 잎 안 돌기, 즉 감감모가 자극 받은 횟수를 기억해뒀다가 먹이를 잡아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감각모가 한 번 자극 받으면 파리지옥은 잎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30초 안에 다시 잎을 건드리면 그때 잎을 닫기 시작하죠. 세 번째가 돼서야 비로소 잎을 완전히 닫습니다. 네 번째 자극엔 소화 효소를 만들고, 다섯 번째엔 생성된 소화 효소를 분비하기 시작합니다. 곤충 사냥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자극을 기억했다 움직이는 것입니다.


손을 대면 잎을 움츠리는 미모사도 기억력이 남다른 식물 중 하나입니다. 2014년 이탈리아 피렌체대 연구진은 미모사 화분을 15c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습니다. 바닥이 푹신해서 화분에는 별다는 충격이 가해지진 않았죠. 미모사는 처음에 잎을 접었지만 낙하가 반복되자 잎을 접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한 달 가량 지난 실험에서도 미모사가 잎을 접지 않았던 것입니다. 과거 해가 되지 않았다는 경험을 기억하고 있던 셈입니다.



만만히 보다간 큰 코 다친다! 능동적인 식물의 생존 전략


식물이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식물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축해나갑니다. 카페인, 니코틴, 캡사이신 등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식물은 다양한 화학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꽃은 꿀벌이 자신을 더 자주 찾게 만들기 위해 유인책으로 꿀에 카페인을 섞기도 합니다.


야생 담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에서 니코틴을 합성해 잎으로 내보냅니다. 니코틴은 동물을 마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신경독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니코틴을 해독하는 생명체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담배박각시나방 애벌레는 니코틴에 강해 야생 담배를 먹고 자랍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당할 야생 담배가 아닙니다. 야생 담배는 애벌레가 공격하면 독특한 화학물질을 공기 중에 뿌려 노린재를 불러냅니다. 신호를 받고 달려온 노린재는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잡아 먹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적의 천적을 불러낸 것입니다.


 

         꽃과 꿀벌의 공생


햇빛을 많이 받아 양분이 풍부한 나무는 그늘 밑에 있는 다른 종의 나무에게 양분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다른 식물과 공생하기 위해서지요. 식물의 영특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그들의 생존전략이 공격이 아닌 공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의 가치, 바로 인간이 식물에게 배워야 하는 가장 큰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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