建康 散步/인체상식

노화를 억제하는 텔로미어/텔로머라아제 효소

초암 정만순 2017. 10. 2. 19:42




노화를 억제하는 텔로미어/텔로머라아제 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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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약 60조개에 달한다. 많은 사람은 100조개를 가지고 있다.?


진나라 왕 영정은 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합병해 최초의 황제가 된 후 불로장생을 꿈꿨다.

그의 신하를 동쪽으로 보내 영약을 구하려 했으나 신하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의 권력을 다 가진 진시황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생물의 죽음은 사람과 다르다.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는 미생물의 모습을 본 사람은 경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죽지 않고 두 개의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미생물처럼 두 명의 인간으로 나뉘지 않고 죽어야 하나? 복잡한 생식과 진화의 이론을 얘기하지 않아도, 현자의 깊은 철학적 진리를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자에게는 조금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죽고 어떻게 늙는가’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고 어떻게 늙는가? 텔로미어 연구가 죽음과 노화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까? <출처: NGD>


세포분열 횟수는 정해져 있다?


1960년까지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키우면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한다고 믿었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워본 사람이면 다소 황당하게 들릴 이런 일들이 당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당대의 대가인 알렉시 카렐이 닭의 세포를 34년간이나 키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사후과정을 막 끝낸 젊은 과학자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의 실험 결과는 카렐의 주장과 정반대였다.

 

헤이플릭은 사람의 정상세포를 키웠는데,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세포를 영원히 자라게 할 수 없었다. 마치 세포가 분열 횟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것이 노화와 관계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카렐의 실험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당시 카렐은 매일 세포에 닭의 배아 조직을 갈아서 양분으로 제공했는데, 이렇게 하면 새로운 세포가 계속 제공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인다.




텔로미어에 대한 의문


사람의 세포는 왜 일정 회수 이상 분열할 수 없을까? 텔로미어 연구가 세포 분열 횟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텔로미어(telomere, 말단소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세포 속의 염색체 양 끝에 존재하는 부분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위치한

부위다. 사진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이 텔로

미어다.




1930년대에 헤르만 뮐러와 바바라 맥크린톡은 텔로미어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뮐러는 초파리 염색체 연구에서 텔로미어가 염색체 전체의 안정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추론했다. 또 맥클린톡은 옥수수 연구를 통하여 텔로미어에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몰랐다.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 구조가 밝혀진 뒤로 유전정보가 DNA를 통해서 어떻게 보존, 전달, 해석되는지 밝혀졌다. 관련된 여러 기전이 밝혀지면서 의문도 생겼다. 1972년 왓슨은 그동안 밝혀진 지식을 토대로 ‘말단 복제 문제’를 제시했다. 즉 기존의 이론으로는 텔로미어의 복제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세포분열이 지속될수록 염색체가 짧아진다는 것이었다.

 

세포분열을 통해 염색체가 짧아진다는 사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유전정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세대가 거듭된다고 해서 유전정보가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통해 기존의 이론에 무언가 보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텔로미어에 대한 이런 발견은 당시 생물학자들은 몰랐지만, 세포노화 현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텔로미어의 특별한 구조


염색체와 세포분열에 대한 여러 의문들은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이 등장해서야 풀렸다. 그녀는 ‘테트라하이메나’라는 작은 원충류의 DNA를 연구하고 있었다. 1978년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를 분석해 염기서열이 매우 특이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텔로미어의 염기는 특정서열(5‘-CCCCAA-3’)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였다. 반복 정도는 일정치 않았고, 염색체마다 다양했다.



텔로미어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테트라하이메나.(왼쪽)<출처: (CC)PLoS> 효모.(오른쪽)<출처: Wikipedia.org>


이후 블랙번의 연구에 동참한 잭 쇼스택(Jack Szostak)은 이 특정서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혔다. 테트라헤이메나의 DNA 조각을 이스트에 넣으면 쉽게 조각조각으로 분해된다. 그러나 텔로미어가 붙은 DNA 조각은 분해되지 않았다. 텔로미어가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쇼스택은 이스트에서도 테트라하이메나와 똑같이 텔로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둘의 염기서열은 매우 비슷했다. 그것은 진화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종(種)이 똑같은 방법으로 염색체의 끝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블랙번 실험실의 대학원생이었던 캐롤 글라이더가 인공적으로 합성된 텔로미어 DNA 조각에 세포 추출물을 넣자 텔로미어가 추가로 합성됐다. 이는 세포 추출물에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글라이더와 블랙번은 수년 동안 노력해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텔로머라아제) 분리했다. 놀랍게도 텔로머레이즈에는 DNA와 비슷한 핵산인 RNA가 포함돼 있었다. 2009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 연구 공로로 블랙번, 글라이더, 쇼스택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텔로미어의 역할과 텔로머레이즈의 작용기전.


노화와 텔로머레이즈


이후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는 여러 과학자의 주목을 받으며 폭넓게 연구됐다. 텔로미어의 구조는 아직 완벽히 모르지만, 텔로미어에 부착하는 단백질과 함께 ‘특별한 구조’를 이뤄 염색체의 끝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혀져 있다. 세포의 입장에서는 정상 부위인 ‘염색체의 끝’과 손상되어 노출된 ‘염색체의 절단 부위’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만약 텔로미어가 ‘특별한 구조’를 이루지 못할 정도로 짧아지면 유전자가 붙어버리는 등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세포가 분열하면 암세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가 짧아졌을 때 세포는 스스로 죽거나, 세포 노화를 일으킨다. 세포 노화가 일어난 세포는 그 순간부터 분열이 정지된다.


반면 끝없이 분열하는 암세포에는 세포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짧아진 텔로미어를 수리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는 생식세포나 줄기세포에서 나오지만, 이후 정상 세포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암세포에서는 이 텔로머레이즈가 다시 왕성하게 활동한다. 텔로머레이즈가 암세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따라서 텔로머레이즈를 억제하는 약물이 항암제로 연구되고 있다. 그 외에 텔로머레이즈와 관계있는 질병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골수에서 혈액세포의 형성이 안 되는 재생불량성 빈혈, 간과 폐의 섬유화, 심혈관계 질환 등이다.


그럼 사람의 노화는 어떨까?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가 노화의 핵심 요인일까? 단언할 수 없지만 노화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포 한 개에 국한에서는 명확하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가 세포의 죽음, 노화의 핵심 요인이다. 

 





 

 글 윤도준 / 관동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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