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로 기감 기르기
내기도 함께 길러야 앞에 소개한 몇 가지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독자들은 기감이 어떤 것인지 체험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초보 단계에서 손바닥과 손끝에 느껴지는 기감이라는 것은 대체로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데서 오는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가 혈을 이끄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혈류의 증가는 곧 기의 흐름의 증가를 의미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감각또한 기감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자기 몸안의 기의 동태까지 감지하려면 내기를 질적으로 강화하는 본격적인 연공을 계속해야 한다. 내기가 강화되면 그 움직임도 그만큼 활발해져서 기감도 뚜렷해지게 된다. 기공 공법이라면 모두가 내기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내기를 강화함과 동시에 기감 기르기 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이름난 공법도 없지 않다. 제2과에서 이미 배운 승강개합 2식과 퇴수 2식도 이에 해당하는 훌륭한 공법이다. 독자들의 선택 범위를 넓혀 주는 뜻에서 다음에 두 가지를 추가로 소개하겠다.
의권양생장
중국 기공의 가장 특색있는 연공 유형에 참장공이라는 것이 있다. "우두커니 설 참"과 "말뚝 장"의 글자 뜻 그대로 한자리에 못박힌 듯 우두커니 선 채로 수련을 하는 공법이다. 제1과에서 이미 배운 우두커니 선 자세는 바로 참장공의 기본형이다. 무술에서 "궁극의 단련법"이라 일컬어지는 참장공은 의권(대성권)의 창시자인 왕향재 선생이 의권양생장이라는 이름의 기공 공법으로 엮어냄으로써 기공에서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의권양생장에는 서 있을 때의 팔의 모양에 따라 열다섯 가지 자세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 중의 "쾌속상공법"만을 연습하기로 한다(쾌속상공이란 아주 빨리 공부를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기본 자세) 제1과의 우두커니 선 자세(자연식 선 자세)와 똑같다.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서되 무릎의 힘을 빼고 목과 허리를 바로 세우고서 양손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팔꿈치와 손가락관절들은 힘주어 펴지도 굽히지도 말고, 열손가락 사이는 밀착되지 않도록 한다. 잠시 동안 방송 상태에서 자연식 호흡으로 조용히 숨을 쉬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힌다. 눈은 멀리 전방을 바라보거나 가볍게 감거나 한다. (팔 쳐들기) 양팔을 방송한 채 천천히 좌우로 쳐드는데, 45도 가량 올린 데서 2--3초 멈추었다가 조용히 원위치로 내린다. 3--4초 쉬고 나서 다시 양팔을 쳐들면서 같은 동작을 10회 반복한다. 호흡을 동작에 맞출 때는 팔을 올릴 때 들숨, 내릴 때 날숨. 그러나 호흡에 신경을 쓰면 기감 느끼기에 지장이 있으므로 일부러 동작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의념은 양손의 움직임에 집중하되 손목과 손바닥 손가락을 완전히 방송해야 한다. 방송 상태에서 열손가락 사이는 모두 벌어지고 손바닥은 자연스럽게 오므라진 모양이 된다. 방송만 잘 되면 기감은 곧 느껴진다.
(장포식 참장) 장포식이란 양손바닥으로 큰 공이나 나무둥치 같은 것을 끌어안은 자세를 말하는데 삼원식이라 부르기도 하고 포구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앞의 "팔 쳐들기"동작이 끝나면 양팔을 앞쪽으로 들어올린 후 팔꿈치를 구부려 무엇을 얼싸안은 듯한 자세를 취한다. 양팔은 어깨 높이에서 수평으로 둥글게 원을 이루게 하고, 손바닥은 몸통 쪽을 향하며, 양손 가운뎃손가락끝은 서로 닿을듯 말듯 가까이 맞보게 하되, 팔꿈치가 너무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한다. 양무릎은 힘을 뺀 채 약간 굽힌 자세를 취한다. 5분 가량 호흡을 고르고 나서 의념을 양손에 집중한 채 천천히 양손 사이를 벌렸다가 다시 좁힌다. 손을 움직인다기보다 양팔꿈치를 바깥쪽(좌우)으로 당겼다가 되돌린다고 하는 편이 옳다. 이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데, 마음속으로는 넓게 벌린다고 생각하되 실제로는 양손 사이를 넓게 벌리는 게 아니고 기껏해야 10--15cm 정도만, 그것도 남의 눈엔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벌렸다 좁혔다 하는 것이다. 호흡은 자연식으로 손을 벌릴 때 들숨, 좁힐 때 날숨. 그러나 굳이 호흡을 동작에 일치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20분 가량 계속한다. 초보자라도 틀림없이 기감을 느끼게 된다. 열흘 정도만 연습하면 기감은 더욱 더 뚜렷해진다. 기감이 뚜렷해지면 양손의 간격을 점점 더 넓게 벌려 본다.
기공 수련은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참장공만은 좀 다르다. 양팔을 쳐든 채 무릎까지 굽히고 20분씩이나 서 있기는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장공은 어려운 것을 참고 버팀으로써 기를 단련하는 색다른 공법이다. 단, 버티기에도 요령이 있으니 그것부터 터득해야 한다. 요령이란 양어깨의 힘을 빼는 데 있다. 양팔을 쳐들고 있으려면 어깨부터 긴장시키는 게 보통인데, 어깨를 긴장시켰다가는 이내 지쳐서 단 몇 분도 버티기가 어렵다. 어깨의 힘을 쑥 배고, 목까지 물에 잠기는 수영장에서 양팔을 수면 위에 띄워 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근육의 긴장이 이완되어 팔 들고 있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참장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팔과 다리를 비롯하여 온몸에 기가 원활하고도 활발하게 흐르게 되고, 체력의 소모 없이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제고되며, 소화 기능도 왕성해진다. 또한 단전을 의수하면서 복식호흡을 하면 내기가 강화된다. 우두커니 기공(선 자세)과 연결해 날마다 틈을 내서 5--10분씩이라도 수련하면 좋을 것이다. 선 자세로 하기가 마땅치 않을 때는 의자에 앉아서 팔만 쳐들고 해도 무방하다. 손에 기감을 느끼는 데는 별로 차이가 없다. 자세는 우두커니의 앉은 자세에 준하되 양다리를 좀더 넓게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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