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자연생존기술

오지 불 피우는 생존기술

초암 정만순 2017. 4. 16. 12:19


오지 불 피우는 생존기술


[월간 산] Ofica

 

 

↑ [월간산]부시크래프트 카페 서대용씨가 보우 드릴을 이용한 불 피우기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오토캠핑이 자연 속에서 즐기는 아웃도어 활동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이면 캠핑장비와 먹을 것을 차에 싣고 야외로 떠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겨울 추위에도 캠핑을 즐기는 현대판 유목민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오토캠핑은 대중적인 아웃도어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오토캠핑은 많은 장비가 필요한 레저 활동이다.

야외생활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텐트와 가구, 취사구 등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매번 이 장비들을 옮기고 설치하다 보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자연과의 교감에 앞서 장비와 싸우다 지치는 것이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간편한 캠핑을 대안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최소한의 장비로 야영을 즐기는 부시크래프트(bushcraft)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시크래프트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TV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역할도 컸다.

정글과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매우 흥미로웠다.

현대인들에게 화면 속의 오지는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하지만 오지에서의 삶은 보기보다 훨씬 팍팍하다.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집을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부시크래프트 동호인들은 이런 도전을 하나의 놀이로 삼아 즐기며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있다.

네이버 부시크래프트카페(cafe.naver.com/bushcraftcafe)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대용(닉네임 북위삼칠)씨는 "사전적 의미의 부시(bush)는 '덤불', '관목'이란 뜻이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지를 칭하는 단어"라며 "여기에 '기술'이란 의미의 크래프트(craft)를 붙여 '미개척지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부시크래프트는 오지에서 자연물을 이용해 최소의 장비로 생활하는 기술을 익혀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그와 함께 부시크래프트 기본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파이어스틸은 오지 캠핑의 보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불은 인간의 목숨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체온을 유지하고, 짐승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 주는 보호막 역할도 합니다.

모닥불을 피우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불 피우기는 부시크래프트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로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장 쉬운 것이 도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성냥이나 가스라이터로는 누구나 쉽게 불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성냥이 물에 젖거나 라이터 연료가 떨어져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너무 추워도 가스라이터는 무용지물이다.

 

[월간 산]

글·김기환 부장대우 | 사진·이경호기자

↑ [월간산]1파이어스틸은 어떤 악조건에도 불씨를 만들 수 있는 도구로 탐험가나 군인의 필수품이다.

2황철석을 탄소강과 충돌시켜 불꽃을 만들 수 있다.

'정글의 법칙' 출연자들이 사용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부시크래프트 장비가 바로 파이어스틸이다.

철 35%와 여러 금속 65%로 이루어진 페로세륨(Ferrocerium) 발화합금봉을 원료로 하며, 몸체를 탄소강으로 문지르면 고열의 불꽃이 발생된다. 이 장비의 특징은 물에 젖어도 기능 저하가 없고 자체 발화가 되지 않아 안전하고 간편하다.

"파이어스틸은 예전에는 탐험가나 군인들이 소지했던 물품인데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싯돌이나 황철석을 고탄소강과 충돌시켜 불꽃을 만드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어요. 하지만 부싯돌이나 황철석은 야외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파이어스틸에 비하면 불꽃이 약해 불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파이어스틸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부싯깃에 가까이 대고 날카로운 쇳조각으로 긁으면 그대로 불이 옮겨 붙는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적절한 부싯깃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깃털이나 솜은 곧바로 불이 붙는 최적의 재료로 꼽힌다.

마른 풀이나 이삭, 나뭇잎, 휴지와 같은 부싯깃은 반드시 손으로 충분히 비벼서 부드럽게 만들어 줘야 불이 잘 붙는다.

"칼등이나 쇳조각으로 파이어스틸을 긁을 때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너무 빠르고 짧게 긁으면 불꽃이 부싯깃에 옮겨 붙지 못하고 옆으로 퍼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긁으면 충분한 불꽃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싯깃에 파이어스틸 끝을 밀착시키고 일정한 속도로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에 강하게 긁으면 불꽃이 잘 옮겨 붙습니다."

일회용 가스라이터가 흔한 세상이라 불 만들기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막상 야외에서 극한상황이 닥치면 구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불이다.

파이어스틸은 비상용으로 구비해 두면 매우 유용한 장비다.

깊은 산속으로 야영을 갔는데 가스스토브의 자동점화기가 망가지면 불을 피울 방법이 막막하다.

이럴 때 배낭끈에 매달아 둔 파이어스틸 하나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다.

↑ [월간산]1나무의 마찰을 이용해 불씨를 만드는 방법인 보 드릴. 2나무를 자르고 쪼개기 위한 여러 종류의 도끼.

"도구가 없을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찰에 의한 불 피우기입니다.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오지 원주민들이 손이나 활로 나무판 위의 나무 막대기를 마찰시켜 불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는 마찰열로 나무가루가 탄화되면서 만들어지는 불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나무의 마찰열로 불씨 만들기
나무의 마찰을 이용한 대표적인 방법이 '보 드릴(Bow Drill)' 불 피우기다.

나무판에 드릴(Drill)이 되는 나무막대를 직각으로 세우고 돌려서 마찰열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때 줄을 묶어 만든 나무 활(Bow)을 이용해 드릴을 고속으로 돌려 마찰을 극대화한다.

"보 드릴 방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초보자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자세와 드릴 스피드, 손으로 누르는 압력, 지속 시간 등을 적절히 조절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건조 상태와 습기 차단, 원활한 산소공급이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지요.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연습을 통해 요령을 익히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보 드릴에 필요한 재료는 활과 불판, 손잡이가 있다. 활은 약간 휘어져 다루기 적당한 무게의 나무를 이용하며 너무 길거나 짧으면 불편하다. 여기에 양쪽 끝에 홈을 파거나 구멍을 뚫어 끈을 묶어 사용한다. 끈에 송진을 약간 바르면 드릴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드릴은 너무 굵으면 회전속도가 느리고 너무 가늘면 불판에 빨리 뚫립니다. 손잡이와 접촉하는 드릴 윗부분은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뾰족하게 깎고, 끈이 쉽게 마모되지 않도록 드릴의 표면을 잘 손질해야 합니다. 불판에 닿는 드릴 끝은 평평해야 마찰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측면 마찰이 생기지 않게 끝을 깨끗하게 손질해 둬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드릴의 형태는 곧은 것이 좋습니다. 너무 길면 많이 흔들리고, 너무 짧으면 압력을 가하거나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적당한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 [월간산]불 만들기를 위한 다양한 재료들 1 보 드릴 불판. 2 드릴. 3 공기압축기. 4 손잡이. 5 황철석. 6 고체연료. 7 파이어스틸. 8 과망간산칼륨. 9 글리세린. 10 가스통. 11 라이터 돌. 12 배터리. 13 라이터. 14 활.

불판의 구멍은 드릴링을 하다가 벽이 파손되지 않게 가장자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시킨다. 불판의 폭은 구멍을 두 줄로 낼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불판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불붙는 시간이 더 걸리고, 얇으면 불이 붙기도 전에 구멍이 나버린다. 드릴링으로 만들어진 탄화된 나무가루가 흘러내릴 수 있도록 구멍에 V형 틈새(Notch)를 만들어 둔다.

드릴을 잡아 주는 손잡이는 단단한 나무나 뼈, 사슴뿔, 활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손으로 잡기 편안한 크기와 모양이면 된다. 여기에 구멍을 만드는데, 드릴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깊고, 드릴이 옆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넓어야 한다. 구멍에 윤활제를 바르면 훨씬 부드럽게 드릴링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는 활을 오른손으로 잡고, 나무판은 왼발로 밟은 상태로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보 드릴을 한다. 이때 왼손으로 드릴 위쪽 손잡이를 잡고 손목을 왼쪽 다리에 밀착시켜 움직이지 않게 만든다. 드릴이 회전하는 동안 수직을 유지하고 적절한 압력이 전해지도록 잡는 것이 중요하다. 활은 지면과 수평, 드릴과는 수직이 되도록 유지해야 효율적이다.

"활을 움직여 드릴을 돌리면 불판과 마찰을 일으켜 탄화된 나무가루가 홈으로 흘러나옵니다. 이 가루가 어느 정도 쌓인 뒤 계속해 연기가 올라오면 부싯깃을 대고 입으로 불어 불씨를 키웁니다. 익숙한 사람들은 10여 분이면 보 드릴로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역시 연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태양광을 모으면 불이 된다
자연에서 불을 만들 때 태양광을 이용한 방법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할 수 있는데, 볼록렌즈를 이용해 태양광을 모아 불을 붙이는 원리와 같다. 문제는 야외에서 볼록렌즈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하는 방법인데, 가장 간단한 것이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볼록렌즈 형태로 투명한 용기에 모은 물은 빛을 굴절시켜 한 점으로 모아 부싯깃을 발화시킬 수 있다.

↑ [월간산]전기를 이용한 불 만들기 1 전기를 이용한 불 만들기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와 껌 종이. 2 껌 종이를 나비형태로 자른다. 3 껌 종이를 이용해 배터리를 직렬로 연결한다. 4 잘록한 부분에 저항이 발생하며 연기가 난다. 5 대략 00초 후면 껌 종이에 불이 붙는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을 담는 재료로는 페트병이 있습니다. 투명한 페트병에 물을 담아 태양빛을 통과시키면 불이 붙습니다. 큰 와인잔이나 어항, 원통형의 투명한 용기에 물을 담아 볼록렌즈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인도에 고립됐는데 불이 필요할 경우,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에서 적당한 페트병을 구해 사용하면 됩니다."

오목거울도 태양광을 한 점으로 모아 불을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같은 원리로 부탄가스통이나 맥주캔 바닥의 오목한 부분을 이용해도 된다. 가능하면 이 부분의 광택이 잘 나는 제품을 사용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치약이나 연마제로 닦아서 광을 낸 뒤에 사용하면 유리하다. 전골냄비나 밥뚜껑 가운데 반원형의 제품은 불 피우기가 가능하다.

"태양광을 이용한 불 만들기는 일조량이 좋은 여름철에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햇빛이 강한 시간에 습기가 적은 곳에서 시도해야 불을 쉽게 붙일 수 있지요. 하지만 도구의 모양에 따라 태양광의 각도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물이 담긴 와인잔은 정오에는 절대 초점을 맞출 수 없어요. 태양광을 이용할 때는 상황이나 도구에 따른 임기응변이 요구됩니다."


전기, 화학, 압축공기를 이용한 방법
불은 화학 반응과 전기 저항, 공기 압축을 통해서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오지에서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서바이벌 기술의 일종으로 부시크래프트 동호인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불이 필요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화학 반응을 이용한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과망간산칼륨과 글리세린을 섞는 것이다. 두 재료는 혼합비와 주변 온도에 따라 30초 이상 반응 후 순간적으로 불꽃이 발생한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열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재료를 섞은 뒤에는 만지지 않아야 한다. 과망간산칼륨은 표백이나 살균소독제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화공약품취급점에서 구할 수 있다. 글리세린은 비누나 화장품의 보습제로 사용되는 재료로 약국에서도 판매한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불 피우기 방법이다.

 

↑ [월간산](위)가스통의 오목한 부분을 이용해 태양광을 모으면 불을 붙일 수 있다. (아래)치약이나 연마제를 이용해 가스통 바닥을 닦으면 효율이 더 높다.

전기를 이용한 불 피우기는 배터리와 껌 종이를 이용한 방법이 제일 간편하다. 전기가 흐를 때 저항이 생기는 곳에 열이 발생하는 원리로 불이 발생한다. 알루미늄 호일이 붙어 있는 껌 종이를 리본 모양으로 잘라 배터리의 양극에 연결하면 가장 가늘게 잘린 부분에서 불이 붙는다. 건전지 상태가 좋을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누구나 쉽게 성공할 수 있다. 가정용 쇠 수세미에 건전지를 연결하면 역시 열이 발생해서 불을 붙일 수 있다.

공기를 압축시켜 불을 만드는 것은 디젤 엔진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디젤 엔진은 단열 압축에 의해 생성된 열로 연료를 폭발시켜 운동에너지를 얻는다. 실린더 속의 공기를 피스톤이 압축하면 그 안에 붙어 있는 부싯깃이 탄화되며 불씨를 만들 수 있다. 주사기처럼 생긴 알루미늄 공기압축 기구를 따로 구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동남아시아의 원주민들이 나무로 이런 기구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어떤 방법으로 불을 피우든지 처음에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불을 실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불씨를 모닥불로 크게 피우기
마른 나무를 쪼개 만들어 둔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강한 열이 필요하다. 따라서 불씨를 만들기 전에 충분한 양의 불쏘시개를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른 낙엽이나 억새 이삭을 비벼서 부드럽게 만든 것이 불이 잘 붙는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재료는 금방 타버리기 때문에 밑불이 되기 어렵다.

불쏘시개에 불이 붙으면 먼저 잘 마른 가는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크게 만든 다음 굵은 장작을 올린다. 장작은 수분 함량이 적을수록 연기가 적고 많은 열을 낸다. 젖은 나무는 모닥불 주변에 세워 충분히 말린 다음 사용하면 좋다.

↑ [월간산]1공기압축기를 이용해 디젤 엔진의 원리로 불을 만들 수 있다. 2피스톤 끝에 붙은 부싯깃에 불씨가 생긴다.

 

 

↑ [월간산]화학 반응 이용해 모닥불 피우기

1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쏘시개로 불씨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 낙엽이나 마른 풀을 손으로 비벼 부드럽게 만든다.

3 부싯깃을 화로에 펼쳐놓는다.

4 화학 발화를 위해 부싯깃 위에 과망간산칼륨을 뿌린다.

5 과망간산칼륨과 반응할 글리세린을 충분히 붓는다.

6 나무에 불이 잘 붙도록 도끼 자국을 낸다.

7 과망간산칼륨과 글리세린이 반응하며 연기를 낸다.

8 순식간에 강한 불길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