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욕과 피톤치드
피로를 풀어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산림욕의 이로움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휴일이면서도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녹음속으로 등산이나 하이킹을 떠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싱그러움과 생명력이 넘치는 산림은 인간의 중요한 휴식공간이기도 하며 상쾌한 공기와 풋풋한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산림욕의 효과를 높이는 것은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이나 미생물의 공격을 막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천연 항균물질이다. 식물(phyto)과 죽이다(cide)를 뜻하는 그리스어합성어로 식물이 내뿜는 살균성 물질이라 할수 있다.
1. 수목의 자기 방어와 공격수단,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수목이 생산해내는 휘발성 물질로 그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라는 유기화합물이다. 숲에 가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주는 것도 테르펜이 함유된 피톤치드가 뇌의 알파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알파파란 의식이 가장 높은 상태에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발생되는 뇌파로서 명상파라고도 한다. 이 상태는 심신이 안정되어 집중력이 향상되고 기억력도 증가하는 것은 물론 여유로운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최근 산림욕도 일광욕이나 해수욕과 같이 우리 생활속에 없어서는 안될 건강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피톤치드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역시 나무가 많은 곳이다. 특히 피톤치드를 풍부하게 내뿜는 시기는 여름부터 초가을이다. 이때 내뿜는 피톤치드의 양은 다른 계절에 비해 5-10배 이상이다. 또 피톤치드는 우리의 몸을 쾌적하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향균, 방취, 소취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이는 산림이나 나무에 있는 "산림의 정기(精氣)로서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매력이 숨겨져 있다.
2. 피톤치드의 효과
1. 쾌적감------ 삼림욕의 쾌적감은 자율신경의 안정에 효과적이며 간 기능을 개선하거나 잠을 잘자게 한다.
2. 소취,탈취----산림내에 가면 악취의 원인이 되는 동물의 사체나 썩은 나무등이 있어도 상쾌한 공기를 느낄수있다. 산림에는 공기를 정화하거나 악취를 없애는 기능이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소취 작용은 주변의 생활취에도 효과적이다.
3. 항균,방충-----식품의 방부,살균을 비롯하여 방이나 욕실의 곰팡이,집먼지 진드기 등의 방충에도 효과적이다. 향균작용은 인체를 좀먹는 병원균에도 유효하다. 인체에 안전한 천연물이므로 부작용의 염려가 없다.
그렇다면 수목은 무슨 이유로 피톤치드를 만들어 내는것일까? 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1차적으로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합성 작용을 하고, 2차적으로 피톤치드와 같은 성분을 만들어 낸다. 다른 식물의 발아나 생장을 억제하는 생장저해작용,곤충이나 해충의 공격에서 줄기나 잎을 보호하려는 섭식저해작용,병원균의 감염을 예방하는 살충,살균작용등 그 역할이 다양하다. 토양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수목은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의 공격이나 자극을 받으면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피톤치드를 만들어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이러한 자기 방어기능은 역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공격수단이 되기도한다. 하찮은 미생물에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존하기위해 다양한 방어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피톤치드도 나무의 자기방어 격인 비밀병기이다. 이것으로 나무는 수백,수천년을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생물은 자연의 오묘하고 섬세한 규칙을 따르며 살아간다. 자연의 섭리를 지키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3. 피톤치드와 삼림욕
삼림욕의 의학적 효능은 '피톤치드 효과'이다. 이러한 발견은 '식물의 불가사의한 힘'을 증명하는 하나의 충격적인 화제였다. 삼림욕은 아직 연구영역도 넓지 않고 기본적으로 그 의학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피톤치드라는 물질의 발견으로 삼림욕의 생체효과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정유 즉 식물에서 채취하여 정제한 휘발성 방향물질은 보통 주위의 미생물에서 나무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산하는 일종의 항생제이다. 이것은 유해균과 무해균을 함께 사멸시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수목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어떤 균을 죽일것인가 선택할 수 있고 인간의 신체에 무리없이 흡수되는 장점이 있다. 또 항생물질은 강력한 살균력으로 미생물을 진화시켜 내성이 강한 신종질병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인간에 기생하는 병원체의 활동을 억제하고 인간이 가진 방위력을 촉진시킨다. 이외 악취제거, 피로해소, 긴장완화,구충, 이뇨, 거담, 강장, 혈압강화 효과 등 인체에 유익한 기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자폐증세가 있는 어린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에게 자신감과 적극성을 갖게 한다. 또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특별한 효과가 있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러시아,일본 등 외국에서는 '산림요법'이라는 건강법을 행하고 있다. 이것은 숲속에 들어가서 나무가 발산하는 향기를 마심으로 안정효과, 진정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중 삼림욕을 대체의학 수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병원의사에게 삼림욕이 효과적이라는 진단서만 받으면 삼림욕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있다.
국가가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삼림욕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림욕장 인근 병원의 무료진료는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숙식비까지 보조된다. 독일정부가 삼림욕을 포함한 자연요법에 지원하는 건강보험료는 연간 약 8천억원에 달한다. 일본은 산간벽지에 삼림욕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국립연구소에서 15명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검증하면 해당 마을에 있는 숲은 삼림욕장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이로 볼 때 올 가을 재선충으로 무차별 테러를 당한 한국 산간지대는 사실상 주요 관광자원을 잃은 셈이다. 사람들은 국내 삼림욕장을 하루 즐기고 오는 정도로 인식하고있다. 이제는 한국도 숲이 가진 의학적,산업적 가치를 새롭게 조망하고 꾸준한 연구와 활용을 벌여야 한다.
삼림욕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압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일본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2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임야청 산하 삼림종합연구소와 규슈(九州)대학연구팀은 숲속을 걸을 때 인체의 생리기능 변화를 측정해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7월 27-28일 이틀간 남자 대학생 12명에게 치바(千葉)시내의 번화가와넓은 잎 나무가 많은 인근 도시의 숲속을 걷게한 후 ▲침속의 콜티졸 농도와 ▲뇌속혈액농도를 측정했다.
콜티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량이 증가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며 뇌속 혈액농도는 편안하고 여유있는 상태일 때 낮아진다.
측정결과 콜티졸은 숲속을 걸을 때의 분비량이 도심 번화가에 있을 때 보다 평균 42%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속 혈액농도도 숲속에 있을 때가 12% 낮았다.
또 심장박동수를 이용한 교감신경계 활동지표도 번화가에 있을 때 긴장상태가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삼림욕을 하면 교감신경활동이 약해져 최저혈압이 내려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4. 피톤치드와 건강
스트레스는 인간의 향신료라는 명언이 있다. 스트레스가 언제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긴장'이라는 말로 바꾸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적당한 긴장은 정신을 차리게 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그러나 질병으로 이어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향신료'라는 말로 대치될 수 없다. 최근 '생활습관병' '게으름병'이라 부르는 성인병의 80%가 스트레스에 기인한다. 알레르기 증상도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반면 피톤치드는 몸을 쾌적하게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거기에 삼림욕이 하나의 방법이다. 산림이나 나무의 효용은 피톤치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림에서 나는 소리나 짙푸른 녹음은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혈압을 저하시킨다. 산림이나 나무는 오감에 모두 쾌적감을 준다. 인간은 자신의 면역기구를 피톤치드를 통해 스스로 강화할 수 있다. 인후에 감염균이 생길 경우 항균력이 강한 피톤치드를 물에 타서 구강을 세척한다. 병원체인 미생물과 접촉한 후 행하는 좋은 질병 예방법이다. 또한 아침에 기상했을 때 인후가 가끔 아플 때가 있다. 수면 중의 인체방어시스템과 주간에 침입해 있던 여러 종류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로 구강을 세척하면 인체의 임파선 보호와 더불어 여러가지 미생물을 퇴치할 수 있다.
감기나 인플로엔자 이보다 더 심한 질병이 걸린다 해도 초기 목부위 임파선에 희석한 정유로 예방하면 질병과 싸우는 면역력을 도와 병에 걸린 기간을 짧게 줄 일 수있다. 아울러 자신의 몸 건강에 있어서 피부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피부는 몸의 살아있는 가장 큰 기관이다. 방향욕을 통해 소량의 정유를 반복,공급하면 피부에 좋을 뿐만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따스함''편안함'을 주는 산림의 가장 큰 선물이다
<소나무와 피톤치드>
국민대 김기원 교수(산림자원학과)에 따르면,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가지 살균물질을 발산하는데, 이를 통칭해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한다. 피톤치드는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충, 잡초 등이 식물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인간에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하는데, 백일해 병실 바닥에 전나무 잎을 흩어놓으면, 공기 중의 세균량이 1/10까지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결핵균이나 대장균이 섞여있는 물방울 옆에 상수리 나무의 신선한 잎을 놓으니, 몇분 후 이 세균들이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싱싱함을 보존하기 위해 생선회를 무채 위에 담고, 구더기를 없애려고 화장실에 할미꽃 뿌리나 쑥을 걸어두고, 바퀴벌레를 쫓기 위해 은행나무 잎을 집안 구석에 두었던 것들도 알고 보면 모두 피톤치드를 이용한 지혜였다. 그러니 솔잎으로부터 피톤치드를 빨아들인 송편에는 세균이 범접하지 못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으니, 실로 과학적인 원리를 잘 이용한 것이 솔잎 송편이었던 것이다.
숲 속의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 피톤치드를 내는데, 그 중에서 소나무는 보통나무보다 10배 정도나 강하게 발산한다고 한다. 옛 어른들이 "퇴비는 소나무 근처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한 것도 소나무의 항균작용이 너무 강해 퇴비에 유익한 미생물까지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송편 시루에 다른 잎이 아닌 소나무 잎이 들어간 이유를 알 것이다. 나쁜 귀신은 접근 못해 그렇다면 소나무가 예로부터 잡귀를 쫓는 정화의 상징으로 생각돼왔던 이유도 석연해진다. 제사를 지내는 신당은 물론, 제수를 준비하는 도가집, 공동우물, 마을 어귀 등에는 금줄을 치는데, 금줄에는 백지조각이나 소나무 가지를 꺾어 꿰어둔다. 아이를 낳았다는 표시로 치는 금줄에도, 장을 담글 때 장독에도 솔가지가 꿰어졌고, 무덤가에 빙 둘러 도래솔을 심은 뜻도 모두 잡귀의 칩입과 부정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집 주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으면, 생기가 돌고 속기(俗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에서였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솔방울을 쥐고 있던 디오니소스가 괴물 타이탄에게 먹혔다가 다시 소생하는데, 서양에서도 소나무가 잡스러움을 물리치는 정화된 힘과 생식을 상징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피톤치드는 특히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서 많이 발산되는데, 향기가 좋고, 살균성, 살충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독특한 작용을 가지고 있다. 피톤치드에는 C10H16,
C16H24, C24H32 등 테르펜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복합돼 있어 이들이 진통작용, 구충작용, 항생작용, 혈압강하, 살충작용, 진정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르펜은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성격을 안정시키며, 내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에 좋은 작용을 하는 숲 속의 보약이라고도 불린다. 김기원 교수에 따르면, 테르펜이 동물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몸 속의 코르티솔의 농도를 현저하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니 환자들의 요양소가 왜 늘 숲 속이나 숲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지도 설명이 된다.
중년의 어른들이 부르는 유행가 중에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하는 '산장의 여인'이라는 노래가 있다. 와병 중인 노래의 주인공이 왜 '산장'의 여인일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머물렀던 산장주변 에는 분명히 소나무가 많았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향기나는 나무 향기나는 사람 테르펜 성분을 많이 내는 소나무는 그 쓰임새가 참으로 많다. 도가나 불가의 선식에는 솔잎이 필수품이었다.
선승들이 좌선수행을 할 때 종종 다른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솔잎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것을 한줌 털어 넣고 물만 마시는데, 그래도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힘이 생기고, 추위와 배고픔도 모른다고 한다. 신경통이나 풍증을 치료할 때는 한증막에 솔잎을 깔고 솔잎 땀을 흘린다. 특히 솔잎이나 솔뿌리를 삶은 물로 목욕을 하면 젊어진다고 하는데, 혹자는 이것이 솔잎에 함유된 옥시팔티민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신비한 수목의 생명력>
수목은 벌채하였을 때 1차적인 생명을 마감하지만, 그로부터 목재로서 제2의 생명을 시작하여 몇 백년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 간다는 나무가 주목이다. 그러한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 두위봉 정상에 서 있는 주목의 나이는 무려 1.400년(7세기 초반부터 생육)에 이르는 것이 최근 확인됐다. 둘레 4.68m높이 14.5m의 이 주목은 그 동안 국내 최고령일 것으로 막연히 추측되어 왔을 뿐이다. 정선 두위봉 주목은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경기도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보다 300년 정도 오래 됐다. 또 두위봉 일대 주목 중에는 수령이 1.100-1.200년에 이르는 것도 7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무는 벌채되어 300년 정도는 강도가 증가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로부터 1.000년을 거치는 동안 갓 베어낸 나무와 같은 강도로 환원된다고 하는 사실이다. 오래된 바이올린이 좋은 음을 내는 것은 이 때문이며, 명기 과다니니는 1세기 이상 지난 것이 값도 배가 비싸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소실되었으나 삼국시대에 건축한 황룡사 9층 목탑이나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 그리고 수덕사 대웅전 및 부석사 무량수전 등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느티나무와 소나무를 주로 사용한 것들이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표적 목조건축물인 법륭사 5층탑(670년경 건축)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수령 2.000년생 편백이며, 그것이 목재로 되어 1.300년이 지난 지금도 각각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산림, 수목, 식물이란 도대체 어떤 메카니즘으로 성장하는 것인지, 그 성장 메카니즘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은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명쾌하게 해명되지 못하고 있다. 자연과학분야는 해명되지 못한 부분의 집합체인 만큼 여러 가지 가설도 가능할 것이고 그 메카니즘의 추정도 허용되는 것이다.
산림욕의 의학적 효능으로서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피톤치드 효과이다. [피톤치드효과]의 발견은 정말로 [식물의 불가사의한 힘]을 증명하는 하나의 충격적인 토픽이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직 연구영역도 넓지 않고, 기본적으로 그 의학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것들 또한 많다. 그러나 식물이 갖는 파워와 메카니즘의 경험적인 생체효과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널리 인정되고 있다. 피톤치드로부터 누구나 확신할 수 있는 실증적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아마 먼 장래에나 가능해질 것이다. 피톤치드 효과가 온천 요양효과와 비슷하여 주변의 모든 과학, 예를 들면 의학, 생기상학, 운동생리학, 정신위생학, 사회심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관련분야의 상승작용에 의해 비로소 훌륭한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한 철학자는 과학혁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낡은 개념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진전시키는 패러다임(어떤 과학자 집단이 공통적으로 갖는 지식, 교육,목표, 룰 등)의 전환, 즉 관련되는 전 과학분야가 새로운 영역이나 기존의 개념을 넘어서 탐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망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톤치드 효과를 연구하는 데에도 적용되는 경우일 것이다.
<자연요법으로서의 산림욕>
산림욕의 의학적인 효과에 대하여 생각할 경우, 건강과의 관계에 있어서 산림욕은 어떠한 역할을 하며, 또 어떠한 자리매김이 적절한가는 예방의학이나 건강학 등 지금까지의 학문을 관련지어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주의에는 [발바닥 지압 건강법]이나 [거꾸로 매달리기 건강법] 등 많은 민간요법이 있으나,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 해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나 치유에 이르기까지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등 다양하다. 산림욕을 피톤치드 효과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의학분야에서는 자연요법이나 대기욕 요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의학자)이전부터 자연요법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병의 원인이 되는 부위에 직접 외과적 처리를 가하거나 내과적으로 상응하는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에 의거하여 그것을 돕는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압, 온도, 습도, 태양광선, 바람, 안개 등, 인간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기후조건을 이용하거나, 물 치료법이나 전기요법 등과 같은 물리적인 힘, 온도, 자극, 압력 등을 그 수단으로 하고 있다. 산림욕에 의한 건강법은 오늘날 의료의 문제점이 되고 있는 항생물질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균을 죽이는 약물치료는 아니며 시간은 걸리지만 확실하고 무리없이 효과를 거두는 자연요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숲속의 기후와 산림욕>
산림욕의 요령을 언급하기 전에 우선 숲 속의 기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산림욕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숲속의 기온은 식생상태와 이른바 무성함의 정도, 수관(가지와 잎이 붙어있는 줄기를 포함하는 부분)과 나무의 꼭대기 부분이 숲을 지붕과 같이 덮고 있을 경우, 외기外氣보다 최고온도는 낮고 최저온도는 조금 높다. 이것은 하루종일 수관이 태양광선을 차단하고 밤에는 지면으로부터의 방사냉각을 수관이 방해하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산림내의 광선은 10-14시 평균으로 수관부에서 약 80%의 태양광선이 흡수되고 숲 속의 지표에 다다르는 것은 5%에 불과하다. 습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숲 속이 숲 밖보다 높고, 나무 끝이 무성하면 할수록 습도는 높아진다. 낙엽활엽수림 내에서는 연평균 2-3% 다습하고, 침엽수림 내에서는 5-10% 다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림에 내린 비는 수관에서 받아 그 일부는 거기에서 증발하며, 다른 일부는 수관에 전달되거나 물방울이 되어 지상에 도달하게 된다. 숲 밖보다 수량이 적은 것은 수관에 의한 저지작용 때문이다. 또 강우량에 따라서는 이 저지작용이 표토에의 강우량에 시간적으로 차이를 주게 되어 침투를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하게 된다. 바람의 경우에는 수종, 수관의 밀도, 수고에 따라 달라지지만, 산림 내부의 풍속은 그 숲의 가장자리에서의 거리에 따라 감소되는 것은 이치적으로도 잘 이해될 것이다. 가문비나무 숲에서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의 가장자리로부터 50m 내부로 들어간 위치에서는 가장자리 풍속의 55-75%, 70m에서는 23-27%, 100m에서는 겨우 2-3%로 감소한다는 결과가 있다. 그러므로 산림욕장의 위치는 가능한한 바람을 막고 피톤치드가 숲 밖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산림의 깊은 곳에 선정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산림욕을 즐기는 요령
산림욕을 즐기는 방법에 있어서 숲속이라면 어디라도 좋은가, 숲 속에 가만히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숲의 길이, 수령, 기온, 기압, 습도, 표고 등 산림기후 지배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서두르지 말고 몸에 무리가 없이 느긋한 기분으로 숲 속에 들어간다고 하는 마음가짐, 가볍고 땀을 잘 흡수하는 옷차림과 발에 편안한 운동화의 준비, 숲에 심신 모두를 맞길 수 있는 여건이나 신체의 조건, 3일 이상의 체재 등 종합적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가 산림욕을 보다 효과적으로 즐기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