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파)

팔손이나무

초암 정만순 2017. 3. 16. 09:12



팔손이나무


동의어 팔각금반(八角金盤), 팔금반(八金盤), 금강찬(金剛纂), 팔수목(八手木) 다른 표기 언어 fatsia



요약 테이블
분류 두릅나무과
학명Fatsia japonica


팔손이나무는 손바닥을 펼친 모양의 커다란 잎을 달고 있는 자그마한 상록수다.

키 2~3미터에 아무리 굵어도 어른 발목 굵기를 넘지 않는다. 손가락처럼 잎은 대부분 여덟 개로 갈라진다. 손가락이 여섯인 사람을 ‘육손이’라고 하듯이 여덟 개의 손가락을 가진 나무란 뜻으로 ‘팔손이’란 이름을 붙였다. 접미어 ‘-이’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근에 붙어 사람·동물·사물을 만드는 말이라고 했다.

잎 손가락에는 톱니가 있고 깊게 갈라지며, 가운데가 약간 통통해 보인다.

잎자루가 길고 잎의 표면은 약간 윤기가 난다. 잎 전체는 손바닥 두 개를 펼친 만큼이나 크다. 원래의 자람 터는 동아시아, 즉 일본에서부터 중국 남부, 타이완을 거쳐 인도까지 주로 아열대지방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와 남해도의 남부 및 비진도를 잇는 선(線)이 팔손이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다. 옛날에는 흔히 만날 수 있었으나,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비진도 바닷가의 작은 숲이 천연기념물 63호로 지정되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나무의 특성이 음지에서 잘 버티고 널찍한 잎은 시원하게 보여 실내에서 기르는 나무로 제격이다.

지금은 북쪽지방에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잎이 떨어진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서 팔손이나무는 두릅나무, 음나무, 황칠나무와 가까운 집안임을 알 수 있다.

잎이 팔손이가 된 이유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 인도에 한 공주가 있었다. 공주의 생일날 어머니가 예쁜 쌍가락지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공주의 시녀가 청소를 하다가 반지를 보고 너무 탐이 나서 양손의 엄지손가락에 각각 한 개씩 끼어 보았다. 이런 일에는 마가 끼어야 이야기가 제맛이 나는 법, 당연히 반지가 빠지지 않았다. 겁이 난 시녀는 그 반지 위에 헝겊을 감아 감추고 다녔다. ‘반지 도난사건’으로 난리가 난 궁궐에서는 왕이 직접 나서서 한 사람씩 조사를 했다. 차례가 된 시녀는 두 엄지를 밑으로 구부린 다음 두 손을 합쳐 여덟 개의 손가락뿐이라고 하면서 왕에게 손등을 내밀었다. 그때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시녀는 한순간에 팔손이나무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사실 엄지를 숨기고 두 손을 맞붙여 보면 팔손이 잎과 영락없이 닮았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 참식나무도 인도 공주와 경운 스님의 사랑 이야기에 등장한다. 유독 인도 공주와 우리 나무와의 인연이 전해지는 것은 김수로왕의 왕비 허왕후 전설과 함께 우리 역사의 어느 부분에 인도와의 인연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팔손이나무는 초겨울이 되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원뿔모양의 꽃대에 우윳빛 꽃이 잔뜩 매달린다.

암수가 같은 나무이고 암수 꽃이 같이 있다. 처음 수꽃은 수술이 자라서 꽃가루를 만들고 꿀을 분비한다. 수꽃으로서의 기능이 다하면 수술 아래에서 지금까지 작은 흔적처럼 잘 보이지 않던 암술이 자라 다시 꿀을 분비하는데, 당도가 굉장히 높다. 꽃이 피는 시기는 초겨울인데, 이는 몇 안 되는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한 강력한 유인방책이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암꽃과 수꽃이 동시에 피어 남매 수정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근친교배로 열성인자를 가진 자손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식물의 여러 가지 전략 중 하나다. 다음해 봄에 콩알 굵기만 한 새까만 열매가 열린다.



팔손이나무는 생약이름으로 팔각금반(八角金盤)이라 하여 잎과 새싹을 삶은 물은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사포톡신(sapotoxin)이란 유독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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