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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마을의 유래에 대해선 ‘신증동국여지승람’ 함양군편 ‘천왕봉 고성’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산속에 옛 성이 있는데 일명 추성(楸城) 또는 박회성(朴回城)이라 한다. 의탄에서 5∼6리 떨어졌는데 우마가 갈 수 없는 곳이다.” 함양군 자료에는 “지리산 천왕봉의 북쪽에 위치한 골짜기로 가락국 양왕(구형왕)이 이곳에 와서 성을 쌓고 추성”이라 하였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추성리 주위엔 신라가 가락국을 침범했을 때 양왕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피란처로 이용했다는 성터가 있다. 그 밖에 추성과 지명이 비슷한 ‘성안’ 마을과 양왕이 진을 쳤다는 ‘국(國)골’이 있다. 국골 옆의 어름터는 석빙고로 쓰였고 두지터는 식량 창고로 이용되었단다.
추성리 비좁은 골목을 지나 장군목에 올라서면 산기슭에 포근히 둘러싸인 두지터와 칠선의 짙푸른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고도 500m 안팎의 두지터에는 현재 네 가구 여섯 명이 전부. 그 중 절반이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타지인 1호’로 들어온 문상희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茶)의 달인. 야생녹차는 물론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약초와 산열매로 차 만들기 작업에 열중이다. 그 밖의 집들은 호두농사, 민박, 양봉, 약초 채취 등을 생계로 삼는다.
울산이 고향인 김성언(41세)씨가 두지터 산골로 들어온 건 순전히 지리산이 좋아서였다.10여년 전 두지터로 들어온 김씨의 허정가(虛精家) 툇마루에선 초암릉과 두류능선이 처마에 내비친 햇살처럼 뚜렷하다. 두지터 주민이 되기 전까진 미친 듯이 지리산을 헤집고 다녔다던 김씨가 이곳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건 집수리. 허물어진 집을 손보는 데만도 반년이 걸렸는데, 모든 걸 지게로 지고 옮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칠선이 자연휴식년제로 묶이면서 산행객들의 발길은 한없이 뜸해졌지만 김씨의 허정가는 산꾼들을 맞고 보내는 일로 주말이 분주하다. 민박을 해 돈을 벌려면 손님들이 훨씬 많아야 할 텐데도 그이는 두지터에 살아 좋은 점을 “사람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산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하며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칠선계곡 개방 여부 결정을 보름여 앞둔 두지터 주민 김씨의 마음은 오늘도 천왕봉의 단단한 어깨처럼 한결 같다.
두지터의 겨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작을 패고,LPG 가스와 쌀을 미리 사두고, 동치미를 포함한 김장도 담근다. 온 세상이 수북이 눈에 덮인 날, 아궁이 군불은 발갛게 달았고 굴뚝으로 매캐한 연기가 흩어지는 이른 겨울 풍경…. 가을은 황망히 떠나고 조급한 겨울은 그 모습 그대로 후드득 찾아올 것이다.
●교통과 숙식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을 탔다면 마천에서 내려 추성리까지 군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산내∼마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함양과 생초IC를 각각 이용한다. 칠선계곡 이정표를 보고 의탄을 지나면 광점동과 추성리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두지터로 가려면 오른쪽 추성 방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약 25분간 걸어야 한다. 장군목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긴 한데 길이 좁고 오르막인데다 주차 공간도 넓지 않다.
글 황소영 월간 마운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