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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냉산

초암 정만순 2014. 3. 8. 18:20

 

 냉산 692m - 경북 구미시 해평면·도개면
 
능선길 곳곳의 전망대 지나 울창한 송림의 고즈넉함 속으로…산보다 절이 더 유명한
구미 선산의 산

구미시는 본디 선산군의 한 읍이었다. 세월의 부침 속에 이제는 뒤바뀌어 선산이 읍으로 격하돼 구미시에 속한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신라시대 이후 지방행정의 중심지이자 조선시대 인재 배출의 고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선산은 신라 불교가 최초로 전래된 초전지(初傳地)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산보다는 오히려 산 속의 절집이 더 유명해졌으니 그곳이 바로 냉산(冷山·691.6m)과 도리사(桃李寺)다.

냉산은 일명 태조산(太祖山) 또는 태조봉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고려 태조 왕건이 산성을 쌓고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인 데서 유래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선산도호부의 동쪽 13리에 있는데, 고려 태조가 백제를 칠 때 이곳에 머물렀으므로 그렇게 불리었다’고 기록돼 있다.

불우조에는 ‘도리사는 신라의 중 아도(阿道)가 있던 곳이다. 신라에는 불교가 없었는데, 눌지왕 때에 묵호자(墨胡子)라고 일컫는 중이 고구려로부터 와서, 이 부의 도개부곡(道開部曲) 모례의 집에 머물렀는데, 모례가 움집을 만들어 거처하게 하였다. 그가 물러간 뒤에 아도라는 이가 시종(侍從)과 더불어 3명이 또한 모례의 집에 왔다. 그 모습이 묵호자와 비슷하였으며, 수년 동안 살았는데, 그 동안에는 질병이 없었다. 나중에 시종이 머물러 있으면서 경률(經律)을 강술하였더니 더러 믿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이 신라 불교의 시초이다. 세상에 전하기를, 아도가 신라 서울로 갔다가 돌아와 이 산 밑에 이르니, 때는 겨울이 한창인데 산허리에 복숭아꽃, 오얏꽃이 만발해 있는 것을 보고 드디어 이 절을 세우고 도리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법흥왕 때 이차돈이 순교(527년),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기 110년 전의 일이다.

▲ 냉산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본 선산읍 일대의 강을 낀 산과 들. 그 속에 위치한 마을들이 아늑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산행은 일선리 문화재마을에서 뒤편 243m봉으로 올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575m봉까지는 임도를 두서너 차례 건너지른다. 이후 주능선을 따라 640m봉~625m봉~615m봉을 오르내리게 된다. 도리사 갈림길 안부에서 한 차례 오르면 냉산 정상에 이르고, 도리사를 둘러보고 산행을 끝낼 수 있다. 해가 짧은 겨울철 당일 산행으로 큰 무리가 없다.

산행 들머리인 일선리 도로변에는 일선교 휴게소가 보이고, 마을길로 들어서면 고풍스런 한옥들이 즐비하다. 한옥들이 눈길을 끄는 이 마을은 고향을 떠나 이주해 온 실향민들로 형성된 마을이다. 1987년 안동의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일대에 모여 살던 전주 류씨의 후손 70여 호가 집단으로 옮겨 온 것. 이곳에는 수남위종택, 만령초당, 삼가정, 용와종택 등 고택이 옛 모습 그대로 이전 복원돼 있다.

산행은 마을 오른편 영춘문(迎春門)이란 편액이 걸린 고택 앞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 안내판이 서있는 입구에서 돌아들면 왼편 산자락으로 잇는 등산로를 만난다. 송전탑과 파평 윤씨 묘를 지나면 아늑하고 호젓한 송림길이다. 잠시 경사가 가파르게 시작된다 싶더니 조망이 시원한 전망바위다. 일선리 마을과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 주변을 비롯해 4대강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도 바라볼 수 있다. 뒤이어 243m봉에 올라서면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가 머물렀다는 모례의 집이 있는 도개면 일대가 펼쳐진다.

이제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곧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잘 다듬어진 능선길만 좇다 보면 신림리로 빠지게 된다. 243m봉에서 1분 정도 나아가다가 오른편 소나무 숲으로 꺾어 들어야 한다. 잠시 후 1시 방향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이면서 또 한번 길은 헷갈린다.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능선을 놓치지 말고 잇는다. 희미한 산길은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하지만 곧장 내려서면 임도에 닿는다. 산행 시작 후 약 40분이 흘렀다. 이제부터 크게 헷갈릴 만한 곳은 없다.

▲ 243m봉을 지나 희미한 산길은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하지만 곧장 내려서면 임도다.
임도를 따르다가 왼편 산등성이를 넘으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길가에는 ‘아도화상이 다니던 옛길’이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임도를 돌아들어 오른편 산비탈로 오르면 능선길이 훤하다. 15분이면 이정표(일선리 2.1km, 도리사 5.9km, 냉산 3.7km)가 서있는 세 번째로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들기 전, 잠시 땀을 식히고 다리쉼을 한다. 지금부터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까지 30분가량 치올라야 하는 능선길은 경사가 만만찮다. 그렇지만 이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본 선산읍 일대의 강을 낀 산과 들, 그 속에 위치한 마을들은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산불감시초소가 가까워지면서 암릉을 만나고 조망이 뛰어난 쉼터도 있다. 한바탕 땀을 쏟고 올라선 575m봉은 그저 밋밋할 뿐 특이함은 없다. 이제부터 냉산까지는 주능선만 이어가면 된다. 더불어 몇 차례 봉우리를 넘으며 오르내려야 하는 능선 길은 곳곳이 전망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또 낙엽이 떨어져 양탄자처럼 깔린 산길이 있는가 하면,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뤄 고즈넉함을 안겨주는 숲길도 있다.

575m봉을 떠나 한 굽이 내려섰다가 640m봉을 넘는다. 왼편에는 팔공지맥을 잇는 청화산이 부드러운 산세를 뽐내지만, 산중의 채석장이 청화산의 심장을 갉아 먹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산비탈을 깎아내는 채석장은 보기에 흉한 것은 고사하고 자연 파괴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현장이다. 특히 채석장 주변은 주륵사 폐탑(朱勒寺 廢塔 :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295호)이 있던 주륵사지로 여겨진다. 애써 외면하고 갈 길을 재촉하다 보면 무너진 옛 성의 흔적이 뚜렷한 산등성이를 넘어 헬기장에 이른다. 잠시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이고 참나무 낙엽이 깔린 능선 길로 내달으면 태조산정 갈림길인 625m봉이다. 우측으로 내려서면 태조산정이라는 정자를 거쳐 임도와 연결된다.

갈림길에서 능선을 따라 615m봉으로 이으면 냉산이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곧이어 다시 삼림욕장 주차장으로 빠지는 갈림길. 냉산은 산허리로 이어지는 긴 임도가 나있어 임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다. 또 산자락에는 레포츠공원이 마련돼 있어 도리사와 함께 찾는 사람은 많지만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구미시는 2012년까지 국제 규격의 산악자전거 및 산악마라톤 코스, 패러글라이딩, 인공암벽장, 챌린저 어드벤처 서바이벌장, 산악 인라인장, 방문자센터, 숲속쉼터 등을 조성한단다. 615m봉을 넘으면 다시 오른편 도리사 절집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여. 된비알로 올라서면 냉산 산정이다.

정상에는 그 흔한 정상석도 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정상표시 팻말과 삼각점(안계 318, 2003 복구), 등산로 안내판이 산객을 맞는다. 주변 조망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선산 일대를 볼 수 있다. 조선조 문신이었던 홍귀달(洪貴達: 1438~1504)이 쓴 북관(北館) 기문에는 ‘…이른바 일선(一善:선산의 옛 지명)의 뛰어난 경치를 보았다. 물에는 여차니나루(餘次尼津)가 있는데, 곧 이매연(鯉埋淵)의 하류다. 거기에 월파정(月波亭)이 있는데, 양촌(陽村) 선생이 그 기문을 지어서, 그 글씨가 지금까지도 벽에 남아 있다. 산에는 금오산(金烏山)이 있으니, 고려의 절개 있는 선비 길재(吉再)가 산 곳이요, 또한 태조산은 고려가 후백제를 칠 때에 주필(駐?:제왕의 수레 멈추는 것)한 곳이다. 어찌 평범한 산수가 그저 높고 깊기만 한 것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는 구절이 있어 예로부터 선산은 산수의 경치가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하산은 헬기장을 지나 팔공지맥 쪽의 능선으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에 이른다. 여기서 오른편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희미한 산길로 꺾어 든다. 다소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설수록 길은 뚜렷해진다. 15분 정도 내려서면 좌우로 가로지르는 뚜렷한 산길이 있다. 오른편으로 곧장 나아가면 도리사 절집에 닿는다.

절집을 나서서 아도화상 좌선대와 사적비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산행을 끝낸다. 시내버스가 출발하는 제1주차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15분이면 닿는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인근의 낙산고분군, 의구총, 철새도래지인 해평습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건립했다는 신라 최초의 절인 도리사의 극락전과 태조선원.
산행길잡이

일선리 문화재마을~243m봉~임도~산불감시초소(575m봉)~640m봉~냉산 정상~도리사~도리사 제1주차장<4시간 30분 소요>

도리사 제1주차장~도리사 가든식당~임도~냉산 레포츠공원~제1, 2목교~주능선~냉산 정상~헬기장 우측 하산길~임도(비석)~제1주차장<4시간 소요>

 

교통

냉산 산행을 위한 대중교통편은 다소 불편하다. 우선 각 지역에서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또는 열차를 이용, 구미를 경유하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다. 경부선 열차 KTX를 비롯해 새마을과 무궁화 등이 구미역(1544-7788)에 정차한다. 구미역 앞에서 시내버스 20, 38번과 좌석버스 120번을 타고 선산읍 시외버스터미널(054-481-2075)까지 간다(30분 소요). 선산읍 버스터미널에서 일선교 방면 시내버스(23, 30, 32, 123번/ 1일 15회 정도)로 갈아타고 일선리 문화재마을(일선교 휴게소)에 내린다. 산행 후 도리사에서 선산읍까지는 1일 2회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선산터미널에서 10:00, 15:00에 출발해 도리사에서 돌아나간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가 곤란하다면 선산읍의 택시(선산택시 054-482-5757)를 이용하면 되겠다.


숙식(지역번호 054)

선산읍내에도 숙식이 가능해 굳이 구미 시내에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 선산읍내 식당은 교리의 일월전주돌솥밥(481-4237), 동부리에 있는 선주한정식(481-2103), 선산 버스터미널 인근의 원조추어탕집(481-6735)이 제법 알려진 집이다. 숙박은 선산관광호텔(482-0225)과 읍내 여관을 이용하면 된다. 구미역 인근의 싱글벙글식당(456-4515)은 복매운탕에 콩나물무침이 별미다. 도리사 입구에도 식당과 출출한 배를 달랠 간단한 먹거리집이 있다.


볼거리

도리사
  정몽주, 이색과 더불어 여말삼은(麗末三隱)으로 충절을 지킨 참 선비 야은(冶隱) 길재(吉再:1353∼1419년) 선생이 11세(1363년ㆍ공민왕 12) 때 처음으로 글을 배운 곳이 도리사다. 본래는 냉산 자락 남쪽 계류변의 장대한 석축지에 있다가 금당암 자리로 옮겨진 것이다. 8세기의 금동 육각 사리함이나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도리사 오층석탑의 존재, 그리고 17세기 전반기의 도리사 세존사리탑, 도리사 사적비, 18세기 초의 도리사 불량답시주질비(佛粮畓施主秩碑) 등의 유물, 유적으로 보아 도리사가 계속 보수 유지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극락전은 17세기경에 창건됐으나 1875년(고종 12) 용해화상(龍海和尙)에 의해 중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