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의 發見/마음 바라기

<가슴으로 읽는 한시) 春事

초암 정만순 2014. 3. 8. 13:22

春事

苒苒花氣近(염염화기근)
纖纖逕草深(섬섬경초심)
風光歸弱柳(풍광귀약류)
野燒入空林(야소입공림)
幽夢僧來解(유몽승래해)
新詩鳥伴吟(신시조반음)
境偏無外事(경편무외사)
酒客動相尋(주객동상심)

-이첨(李詹)

봄날에

그럭저럭 꽃피는 철 가까워지자
뾰족뾰족 길가에는 풀이 커간다.

봄빛은 여린 버들가지로 들고
들불은 빈 숲으로 번져가는데

호젓한 꿈을 스님이 와서 해몽해주고
새로 지은 시를 새와 함께 읊어보네.

집이 외져 바깥세상 일은 하나 없고
술친구만 걸핏하면 찾아오누나.

 
고려 말과 조선 초에 활동한 문인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1345~1405)의 시다.

 

초봄이 되면서 하루하루 분위기가 다르다. 꽃 기운도 퍼지고, 길가에는 여린 풀이 올라와 파릇파릇하다. 문밖으로 나서 들로 나가보니 천변의 물오른 버드나무는 저 혼자 봄빛을 발산하고, 들판을 태우는 쥐불은 잎이 져 휑한 야산으로 번져갈 태세다.

봄기운은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시를 지어 읊어도 본다. 그러면 스님이 우연히 들러 해몽도 해주고, 어디선가 새가 날아와 함께 시를 읊는 시늉을 한다.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곳에 사는 청복(淸福)이다. 그런데 귀찮게끔 술친구가 번번이 찾아와 적막을 깨트린다. 얄미운 친구! 하지만 그도 나와 처지가 같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