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무예> 청학동 삼성궁 한풀선사
[고조선 춤사위... 무아의 아리랑 검법]
한민족의 모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품속 깊이 청학동 도인촌이 있다. 이곳에서 산길을 휘돌아 1.5Km가량 걸으면 해발 8백 50m에 위치한 청학선원 삼성궁을 만난다. 그러나 궁이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돌로 쌓은 성곽과 [민족통일대장군] [만주회복여장군]이라 쓰인 장승, 산길 우측에 매달린 징만이 나그네를 맞이할 뿐이다.
이 징을 세번 치면 바위틈으로부터 고구려시대 복장에 삿갓을 쓴 수자가 홀연히 나타난다. 수자가 내민 고구려 복장으로 갈아입고 삼성궁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리산 자락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넓은 평지위에 수백개의 솟대와 연못, 단전호흡을 하는 움집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넓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 3만여평, 지리산자락 옆쪽으로 다져놓은 곳까지 합하면 모두 10만여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것은 솟대이다. 한풀선사가 20년동안 혼자 축조한 이 솟대는 5백개에 달한다. 그 사이사이로 수자들이 두드리는 [둥-둥] 북소리와 풍악에 맞춰 검의 춤사위가 흐르고, 솟대와 솟대 사이를 훌쩍 날아다니며 권, 검법을 연마하는 무사의 몸놀림이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닦고 있는 무예는 선무. 선무에는 예무(자기 방어적 무), 군무(군대의 집단 무술), 기무(기의 운용을 바탕으로 하는 무술)가 있다.
삼성궁은 특히 기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른 6천여년전 만들어진 고조선의 삼일신고에 기록되어 있는 것, 삼성궁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삼일신고의 가르침에 따라 삼법수행을 수련하고 있다. 삼법은 모든 삿된 생각을 끊고 삿된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은 상태에서 숨을고르게 쉬는 것을 이른다.
선무는 우선 춤사위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춤사위를 마치면 아시(처음)검, 아린(풋것)검등 십여가지의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아리랑가락에 맞춰 구사하는 아리랑검법으로 완성의 검에 도달한다. 이 아리랑검법은 삼성궁에서만 볼수있는 검법이다. 각 과정에는 또 다시 얻기(기초), 떼(모습갖추기), 불임(마치기)의 3단계 고행과정이 있다.
이 외에 삼성궁에선 무에 24반, 택견등 모든 전통무예를 닦고 있는데 무예마다 각기 다른 사범들이 있어 체계적인 전수가 이루어진다. 다만 결제시기(여름, 겨울)와 해제시기(봄, 가을)를 명확히 해 결제시기에 집중적으로 수련한다. 전국에서 대학생, 회사원등 4천여명의 수자들이 모여드는 것도 바로 이때다. 아직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삼성궁의 무예는 지난해부터 음력 10월의 청학 단풍제와 개천대제때 일반에 잠깐씩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게는 수련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지은 도장]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혼자힘으로 지은 도량이다. 이 도량은 고조선이 지배하던 동아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련도 고조선시대의 계율에 따르고 있다.
한풀선사는 맑은 눈빛과 긴 수염, 가볍게 말을 달리는 모습등 전형적인 도인의 모습이다. 지리산에서 태어난 그는 6세때 부친(의사)과 절친하게 지내던 낙천선사 문하에 들어가 선도를 배우다가 검정고시로 중앙대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하루 20톤의 돌을 지어날라 세운 솟대는 삼성궁의 상징이다. 이곳의 맷돌도 1만 2천여개나 있고 골동품도 1만여점 소장돼 있다. 지금도 삼일신고의 정신에 따라 3천 3백 33새의 솟대를 세우고 있고 전국에 흩어진 맷돌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한풀선사는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때 제천을 지내던 소도를 의미하며, 음양의 이치로 만들어진 맷돌은 민초들의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궁에는 한배임, 한배웅, 한배검등 삼성과 역대 왕조의 태조, 각 성씨의 시조, 현인, 무장을 모시고 있다.
수행하고 있는 수자는 크게 직계수자, 방계수자, 일반수자(일반 참배객)로 나뉜다. 직계수자는 삼성궁에서 최소한 3년이상 수련을 쌓고 계율에 따라 움직이는 수자이며, 방계수자는 각 대학동아리(전국에 8개)와 삼성궁의 정신에 뜻을 함께 하는 수자를 일컫는다. 삼성궁은 지난해 11월부터 부분 개방된 이래 평일에는 1천여명, 주말이나 휴일에는 3천여명의 참배객을 맞고있다.
한 수자는 [관광지나 종교성지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부득이 참배객만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